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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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1

“시장을 살릴 다양성은 함께 확보해야 한다”

2024 한국영화 결산 - 산업

참석자
김유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콘텐트본부장, 김재중 무비락 대표, 김태원 넷플릭스코리아 디렉터,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이승훈 KC벤처스 이사,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
진행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이승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수익 구조와 개봉 편수는 닿아 있다
profile 김혜선 편집장
(이하 김혜선)

김혜선 편집장(이하 김혜선)

2024년 상반기부터 한국영화의 위기와 관련해 제작 편수의 감소로 인한 개봉 편수의 감소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을 어떻게 전망하나? 제작 편수와 개봉 편수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

profile 김재중 무비락 대표(이하 김재중)
김재중 무비락 대표(이하 김재중)

솔직히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관객 수도 그때 당시에서 30% 이상 줄었고, 영진위의 제작 지원 편수도 많이 줄었다. 2023년 한국영화 제작 편수는 넷플릭스 한국영화를 제외하고 25편 내외다. 예전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 되는 편수다. 단순하게 보더라도, 25편 중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확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는 ‘100만 영화’를 기준으로 판권 가격이 달라진다. 넷플릭스의 구입가도 다르다. 그렇다 보니, 작은 영화들은 관객 스코어가 안 나오면 수익 구조가 점점 더 악화된다. 전체 총 제작비의 30%도 회수되기 어려운 구조다. 리스크가 커져서 영화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가 재화와 규모는 물론이고,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시리즈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도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profile 김유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콘텐트본부장 (이하 김유진)

시장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 되려면 얼마나 걸리느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과거처럼 많은 한국영화가 극장에 걸리고 관객이 넘쳐난다면 좋겠지만 그런 기대감은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낙관적인 태도가 아닐까. 2025년은 2024년보다 개봉 편수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연관된 부분이다.

profile
김유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콘텐트본부장 (이하 김유진)

시장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 되려면 얼마나 걸리느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과거처럼 많은 한국영화가 극장에 걸리고 관객이 넘쳐난다면 좋겠지만 그런 기대감은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낙관적인 태도가 아닐까. 2025년은 2024년보다 개봉 편수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연관된 부분이다.

profile 이승훈 KC벤처스 이사(이하 이승훈)
이승훈 KC벤처스 이사(이하 이승훈)

2025년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상황은 투자사의 입장에서도 고민이다. 영화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도 해야겠지만, 펀드의 주목적은 결국 수익을 얻는 것이다. 2010~2014년만 해도 영화 산업 호황기라서 투자를 하면 원금만큼의 수익은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까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합리적인 제작비,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유한 프로젝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profile 김태원 넷플릭스코리아 디렉터(이하 김태원)

넷플릭스는 2024년까지 23편을 오리지널 한국영화로 공개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미 발표했지만 2025년에는 7편의 넷플릭스 한국영화를 선보이고, 2028년까지 연간 5편에서 7편 정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한국영화 산업이 어렵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오리지널 한국영화에 대한 내부 인식이나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예년보다 고무되어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넷플릭스 영화가 잘되기 위해서는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2025년까지는 2024년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있지만, 2026년에는 투자배급사, 창투사, 넷플릭스의 시선으로 봤을 때도 싹틀 만한 씨앗 자체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투자는 지속하겠지만, 2026년에 몇 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profile
김태원 넷플릭스코리아 디렉터(이하 김태원)

넷플릭스는 2024년까지 23편을 오리지널 한국영화로 공개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미 발표했지만 2025년에는 7편의 넷플릭스 한국영화를 선보이고, 2028년까지 연간 5편에서 7편 정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한국영화 산업이 어렵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오리지널 한국영화에 대한 내부 인식이나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예년보다 고무되어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넷플릭스 영화가 잘되기 위해서는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2025년까지는 2024년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있지만, 2026년에는 투자배급사, 창투사, 넷플릭스의 시선으로 봤을 때도 싹틀 만한 씨앗 자체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투자는 지속하겠지만, 2026년에 몇 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profile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이하 윤하)

할리우드는 워낙 자금 자체가 크다 보니까 코로나19 시기에도 자금이 계속 투여되어서 잘 견딜 수 있었다. 반면 아시아권은 제작비가 작다. 제작 기간도 1년이 채 안 된다. 그 때문에 팬데믹 이후에도 바로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을 빨리 만날 수 있었다. 한국영화는 팬데믹 직전에 워낙 호황이었고, 텐트폴 위주의 영화가 많았다. 코로나19 시기에 텐트폴 영화들은 개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또 국내 투자배급사들이 그렇게 개봉하지 못한 작품들을 끌어안고 신규 투자까지 할 여력이 없었다. 오히려 시리즈를 직접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작 편수가 많아질 수가 없는 구조였다. 유럽처럼 공적 자금이 제작 부문에 더 많이 투입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서 김재중 대표님이 영진위의 제작 지원이 줄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영진위의 지원금 자체는 늘었다. 다만, 산업이 침체된 만큼 더 노력했어야 하는 것이 영진위와 정부의 역할임을 알기에 우리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메인 투자 펀드도 만들고, 지원금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2025년 영진위 예산에는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위한 사업비 100억 원이 반영되어 있다. 사실 더 큰 예산을 요청했지만 그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순제작비 20억에서 80억 사이의 중예산 영화들을 편당 25%에서 30% 정도 지원하면 100억 원의 사업비로 지원할 수 있는 작품 수는 7편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6년에는 보다 더 굵직한 사업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사업 개발에도 신경 쓰고 있다. 지원금이 크다 적다를 떠나서 업계에서 확실하게 지원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profile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이하 윤하)

할리우드는 워낙 자금 자체가 크다 보니까 코로나19 시기에도 자금이 계속 투여되어서 잘 견딜 수 있었다. 반면 아시아권은 제작비가 작다. 제작 기간도 1년이 채 안 된다. 그 때문에 팬데믹 이후에도 바로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을 빨리 만날 수 있었다. 한국영화는 팬데믹 직전에 워낙 호황이었고, 텐트폴 위주의 영화가 많았다. 코로나19 시기에 텐트폴 영화들은 개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또 국내 투자배급사들이 그렇게 개봉하지 못한 작품들을 끌어안고 신규 투자까지 할 여력이 없었다. 오히려 시리즈를 직접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작 편수가 많아질 수가 없는 구조였다. 유럽처럼 공적 자금이 제작 부문에 더 많이 투입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서 김재중 대표님이 영진위의 제작 지원이 줄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영진위의 지원금 자체는 늘었다. 다만, 산업이 침체된 만큼 더 노력했어야 하는 것이 영진위와 정부의 역할임을 알기에 우리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메인 투자 펀드도 만들고, 지원금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2025년 영진위 예산에는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위한 사업비 100억 원이 반영되어 있다. 사실 더 큰 예산을 요청했지만 그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순제작비 20억에서 80억 사이의 중예산 영화들을 편당 25%에서 30% 정도 지원하면 100억 원의 사업비로 지원할 수 있는 작품 수는 7편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6년에는 보다 더 굵직한 사업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사업 개발에도 신경 쓰고 있다. 지원금이 크다 적다를 떠나서 업계에서 확실하게 지원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profile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
(이하 황재현)

2025년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영화의 라인업을 메우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개봉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면 가장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작은 영화라도 입소문을 활용하면 더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소방관>은 119원 기부 캠페인을 통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기부도 할 수 있는 ‘문화생활 체험’을 제공한 것이다. 마케팅을 잘 활용한 결과다. 2025년 한국영화 개봉 편수는 적을 수 있지만, 그 작품들만으로도 어떻게 더 많은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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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이하 황재현)

2025년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영화의 라인업을 메우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개봉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면 가장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작은 영화라도 입소문을 활용하면 더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소방관>은 119원 기부 캠페인을 통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기부도 할 수 있는 ‘문화생활 체험’을 제공한 것이다. 마케팅을 잘 활용한 결과다. 2025년 한국영화 개봉 편수는 적을 수 있지만, 그 작품들만으로도 어떻게 더 많은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시즌을 넘는 콘텐츠과 텐트폴, 모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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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김혜선
김혜선

2024년은 이전보다 투자배급 구도의 변화도 눈에 띈다. 뉴(NEW), 롯데컬쳐웍스, 메가박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플러스엠), 쇼박스, CJ ENM 등 라인업 규모를 줄이면서 일부 작품 흥행 실적에 따라 투자배급 5강 구도의 변화가 상당하다. 향후 한국영화 투자배급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까?

profile 김유진
김유진

그걸 전망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현상을 짚어보면, 각자 회사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맞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우선 내수 시장의 침체로 인한 악순환 구조를 끊어내야 하는데, 쉽지 않을 듯해서 안타깝다. OTT 등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늘었고, 개봉 영화 한 편 관람료와 한 달 구독료를 비교하는 현실에서, 투자배급사도 작품을 선택하는 데 일종의 자기검열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도 어떤 영화가 극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을지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간이 전보다 길어졌다. 작품 하나의 투자배급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년간 관객 수 100만 이상인 작품도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배급사마다 최대한 방어적 자세를 취할 것이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 시장 안에 들어갈 것이냐를 고민할 텐데, 플러스엠의 경우는 후자다. 어려운 시장이지만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려고 한다. 브랜드 육성이나 한국영화의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찾는 방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수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다방면으로 전략을 찾는 것이 투자배급사로서도 생존할 수 있고, 한국영화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타 회사들보다 좀 더 왕성하게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profile 황재현
황재현

개인적으로, <파묘>를 배급사들이 어떤 사례로서 잘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묘>는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로서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잘 찾아 공략한 경우다. 개봉 시기도 주요했다. 일반적으로 성수기라 여겨지는 설 시장이 아닌 설 이후의 시장에서 3·1절까지 이어가면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사례이지 않나. 배급사들이 글로벌에서도 통할 만한 영화들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성수기에만 나오기보다는 콘텐츠의 특성에 맞는 개봉일을 정해서 공격적으로 배급하면 어떨까 한다. 극장 입장에서는 환영이다.

profile 김혜선
김혜선

황재현 담당이 언급하신 <파묘>의 개봉 시기를 놓고 시즌성, 즉 계절적 흥행 패턴의 변화를 이어서 얘기해볼 수 있겠다. <파묘>뿐 아니라 <범죄도시4>도 통상적인 여름 시장보다 이른 시기인 4월에 극장에 선보였다. 2023년 <서울의 봄>도 비수기인 11월에 개봉한 사례다. 확실히 기존의 계절적 흥행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이런 변화를 느낀다면 다들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profile 이승훈
이승훈

결국은 콘텐츠의 힘일 것이다. 계절성이 사라진다기보다는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이 본질이라고 본다.

profile 김유진
김유진

현재 영화들의 흥행 공식을 찾는 데 있어서 과거 데이터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예로 든 <파묘>나 <서울의 봄> <범죄도시4> 모두 전통적인 성수기 시장이 아닌 비성수기 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다. 더 이상 관객이 특정 시기에 맞춰서 극장을 찾지 않는다는 건 입증된 사실이다. 관객들은 콘텐츠를 따라 극장에 온다. 플러스엠은 콘텐츠가 박스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어쨌든 데이터를 갖고 개봉 시기를 검토하는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영화의 경쟁력이다. 더 이상 시간이 남아서 또는 모임의 일환으로 극장에 가는 시대가 아니다. ‘내가 볼 만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를 찾아서 극장에 간다.

<파묘>|(주)쇼박스, <서울의 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4>|주식회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profile 황재현
황재현

시즌성이 약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즌성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전히 고객의 여유 시간이 영화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서울의 봄>은 11월 개봉 후 12월까지 흥행이 이어지면서 관객이 늘었고, <범죄도시4>는 5월 연휴, <파묘>는 3월 연휴 등의 영향을 받았다. 시즌성이 약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시즌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특정 시즌 앞에 배치할 것이냐 뒤로 갈 것이냐는 계속 고민할 만한 문제다. 콘텐츠의 힘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를 증폭시켜주는 건 입소문의 힘이다. 고객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유인들을 발굴해서 시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profile 김유진
김유진

시즌성이 아예 없다는 게 아니다. 시즌성은 혼재한다고 본다. 배급 일자를 고려할 때 시즌, 비 시즌을 따지지만, 요즘의 배급은 경쟁작이 언제 배급되느냐에 따라서 많이 좌우된다. 한국영화 개봉작 편수가 많지 않은데 또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해서 예전처럼 극장 관객 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상호 간 출혈을 막기 위해 눈치싸움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도 맞다. 시장이 축소되어 극장도 상황이 많이 어렵다. 그래서 관객이 들어오지 않으면 바로 편성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배급사 입장에서는, 한 편의 영화가 입소문이 나도록 편성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긴 하다. 그렇다면 좀 더 다양한 날짜를 두고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쟁작끼리도 개봉 날짜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배급하는 입장에서의 바람이다. 극장의 어려운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말을 꺼내는 것 역시 조심스럽다.

profile 김재중
김재중

제작사 무비락은 2024년 여름 <파일럿>을 개봉했다. 여름 시장에 대규모 예산의 영화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금 얘기되는 것처럼 시즌이 약화되었다는 개념이 생기면서 선뜻 들어오지 못한 것 같다. <파일럿>이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셈이다. 분명히 여름 시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의 대기 수요는 있다. 내가 가장 여유롭게 영화를 보고 싶다는 시간대, 그 고정적인 연간 시간대가 있으니까. 그런데 <파일럿>이 개봉 후 2주 차가 지났을 때 힘이 조금 빠졌다고 느낀 이유가 관객들이 조금 있으면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될 만한, 넷플릭스에서 봐도 될 무게감의 영화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요즘 관객은 소리에도 민감하다. 스크린에서 무엇을 체험할 것인가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면에서 <파묘>가 많은 것을 충족시켜준 영화였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다이내믹한 체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다들 고민이 많다. 그런데 텐트폴 영화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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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profile 윤하
윤하

시즌, 비시즌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예전에는 여름방학, 겨울방학, 그리고 명절에는 분명히 영화를 보러 갔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영화에 대한 리스펙트는 사라진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규모는 존재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면 보러 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굳이 극장을 찾지 않는다. 비시즌에 ‘천만 영화’가 나온다는 건, 결국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면 관객은 시즌에 상관없이 극장을 찾는다는 얘기다. 영화는 여전히 ‘일상적인 오락’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더더욱 텐트폴 영화가 나와줘야 한다. <파일럿>은 좋은 영화였지만 시장을 키우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 <명량>과 <군도: 민란의 시대>가 나왔던 2014년을 예로 들면, 그 두 작품이 2200만을 동원했다. 영화 산업 자체의 박스를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결국, 시즌에는 텐트폴 영화들이 축을 잡아주고 더불어 작은 영화들이 함께 끌어주는 형태가 되어야 영화 산업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rofile 김재중
김재중

내가 <청년경찰>을 개봉했던 2017년 여름 시즌에 <택시운전사> <군함도>가 함께 개봉했다. 극장에서의 낙수효과가 분명 있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려고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보려던 영화의 티켓이 없으면 다른 영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극장을 찾는 발길 자체가 줄어들었고, 어떤 영화를 보겠다고 이미 정해 놓고 극장에 온다. 작은 영화들은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profile 김태원
김태원

넷플릭스는 대략 1년에서 1년 반 전에 편성을 확정해 놓기 때문에, 시즌을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다만 다른 시기와 비교해 특정 시즌에 콘텐츠 소비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고, 그 시기에 텐트폴 영화나 시리즈를 편성하는 편이다. 이게 소비자 트렌드와도 맞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