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
O와 X로 편 가르는 세상에 외친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에 가다
- 글
- 이은지(프리랜서 기자)
- 사진
- 넷플릭스
Trivia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에 가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지난 2021년 9월 1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의 속편이다. 공개 당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 되는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첫 대한민국 작품이 되기도 했다. 전편이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시즌2에서는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성기훈(이정재)의 복수와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또다시 시작되는 게임들이 주를 이룰 예정이다. 2023년 12월, 넷플릭스가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을 공개했다. 시즌1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새로웠던 현장은 아직도 1년이나 남은 작품을 상상하게 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의 공개(12월 26일)를 한 달 남짓 앞둔 지금, 시즌2의 이야기를 유추하면서 그 실마리를 지닌 시즌2 세트장의 면면을 소개한다.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은 최종 우승자가 되었다. 해외로 떠나기로 하지만, 결국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돌아서는 것으로 끝나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 엔딩은 시즌2의 시작이 된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아주 간결하게 “성기훈을 쫓아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복수를 다짐하고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다시 참여하는 성기훈이 그 안에서 게임을 하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것을 해내려는 노력을 담아낼 것이라는 귀띔이다.
더 젊어지고 가까워진 관계들<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후 당연히 시즌제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 456명의 참가자 중 생존자는 오직 성기훈뿐이었지만, 결국 성기훈이 죽지 않았기에 시즌제에 대한 가능성은 무한대로 열려 있었다. 여기에 마지막에 밝혀진 프론트맨의 정체, 그리고 잃어버린 형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게임장에 잠입한 경찰 황준호(위하준)까지 시즌2를 이끌어 갈 힘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우려가 나왔던 것은 다시 돌아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각기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456명의 등장인물만큼이나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보여준 희열과 쾌감, 분노, 좌절, 연민 등은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지만, 그것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었다. 황동혁 감독의 선택은 기존과 같이 다양한 세대와 연령을 가진 남녀 참가자들을 등장시키면서도 한층 젊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시즌1에서 기훈과 상우(박해수)는 어린 시절 동네 친구였는데, 이번에는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사적인 관계성을 부여했다. 황동혁 감독은 “이 부분을 기대해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95평에서 120평으로, 더 넓어진 미로계단
<오징어 게임>은 출연진뿐만 아니라 세트장의 활약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메인 공간은 크게 두 곳이다. 먼저 미로계단. <오징어 게임>의 시그니처 음악이 흘러나오면 참가자들이 미로와 같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이 곧바로 떠오른다. 그만큼 미로계단은 중요한 장소이자 작품의 상징과도 같다. 전편에 이어 시즌2에서도 프로덕션 디자인을 총괄한 채경선 미술감독은 이 공간에 대해 “시즌1과 똑같은 공간 설정으로 만들어냈다”면서도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비슷하지만 확장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음을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동선을 추가해 공간감을 끌어올린 것. 통로를 하나씩 더 추가하고 높이를 높여 95평이었던 공간을 120평 규모로 키웠다. 색감은 시즌1과 똑같은 핑크를 선택했다.
<오징어 게임> 속 미로계단은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다. 캐릭터들의 갈등과 관계, 입체적인 감정들을 표현하는 장치로써 더욱 중요하다. 미로계단과 복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갈등과 대립, 사건이 펼쳐지는데, 이번에도 그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을 통과하면서 올라간다. 그 지점까지 기대해 달라는 것이 채경선 미술감독의 당부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었던 2021년 당시, 미로계단의 핑크 색감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456억의 상금을 두고 피가 낭자한 서바이벌 게임에 화사한 핑크 컬러라니. 너무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전체적인 미술 콘셉트를 잡을 때 ‘유아적이고도 동심을 표현할 수 있는 색깔’에 대해 고민했고, 대표적인 컬러감이 바로 ‘핑크’였다. 또한 채경선 미술감독은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Escher)의 작품을 <오징어 게임>에 녹이고 싶어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에셔 작품의 모순과 역설을 <오징어 게임>의 주제와 연결시켜 디자인을 완성했다.
업그레이드 된 OX<오징어 게임 시즌2>에는 새로운 룰이 등장한다. 시즌1에서는 실제로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한 참가자들에게 게임을 그만두고 나갈 수 있는 OX 선택권을 부여하는데, 시즌2에서는 매 게임이 끝난 뒤 OX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단순히 게임을 포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새로운 룰은 참가자들 사이에 그룹을 형성해 편 가르기를 하고, 새로운 갈등을 야기시킨다. 이 모든 것을 황동혁 감독이 어떻게 비주얼화했을지가 시즌2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2의 새로운 OX 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편 가르기가 많다. 지역적이고 종교적인 갈등, 전쟁도 잦다. 당장 국내만 보더라도 세대 간의 갈등, 성별 갈등, 계급과 계층의 갈등 등 너무나 많은 방식으로 편을 가르고 선을 긋고,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 자기와 다르다고 생각되는 집단은 틀리다고 말한다. O와 X로 구별하고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그런 것에 대한 풍자적 요소로서 O와 X를 통한 ‘서로 간의 구별’을 시즌2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로 녹여봤다.”
달라진 숙소 디자인, 더 넓고 더 높게미로계단에 이어 참가자들의 숙소 역시 <오징어 게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참가자들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시간 동안 머무르는 숙소에서 각자의 진짜 성격이 드러나고 서로 관계를 맺기도 한다. 시즌1에서는 (주최 측이 의도했든 아니든) 참가자만의 룰이 만들어졌으며 “제발, 그만해. 나 너무 무서워. … 이러다가 다 죽어!”라는 명대사가 탄생한 공간이기도 하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시즌2에 다시 참여하면서 완벽히 새로운 숙소를 디자인해보고 싶었지만 <오징어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말리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결국, 이 상징적인 숙소를 지키면서도 색다른 포인트를 넣어야 했다. 그 아이디어는 앞서 언급한 새로운 룰, OX 선택권에서 나왔다. OX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OX를 형광 페인트로 표현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성기훈의 복수로 시작하는 이야기인 만큼 채경선 미술감독은 숙소의 전체 조명을 어둡게 하고, OX에 불이 들어왔을 때의 대비감과 시각적 표현을 살리는 디자인으로 시즌2 숙소를 완성했다.
참가자들 숙소의 또 다른 변화는 ‘더 넓고 더 높게’다. 게임 참가자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456명. 역시 456개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일주일에 거쳐 세팅했다. 시즌1과 비교하면 높이는 11m에서 13m로 끌어 올렸고, 전체 평수는 400평가량 되는 대규모다. 작품 속 참가자는 456명이지만 보조출연자와 스태프들까지 더해 총 500여 명이 다 들어와도 괜찮을 만큼 규모감 있는 평수로 완성시켰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숙소 세트 제작 기간만 두 달 정도 걸렸고, 두 달 넘게 내부 작업을 진행해 완성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재미있는 요소들을 추가했다. 다시 한번 이런 공간을 제작하고 구현하게 되어 영광”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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