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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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1

“시장을 살릴 다양성은 함께 확보해야 한다”

2024 한국영화 결산 - 산업

참석자
김유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콘텐트본부장, 김재중 무비락 대표, 김태원 넷플릭스코리아 디렉터,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이승훈 KC벤처스 이사,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
진행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이승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극장이든 OTT든, 가치를 소비한다
profile 김혜선 편집장
(이하 김혜선)

김혜선 편집장(이하 김혜선)

2024년 한국영화 산업은 상반기과 하반기에 극단적인 상황을 맞았다. 상반기에는 2편의 천만 영화(<파묘> <범죄도시4>)라는 유례없는 결실이 희망을 안겨줬지만, 하반기는 한 달 한 달 거듭할수록 불황의 그늘이 커졌다. 이런 흐름에서 2024년 한국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한 줄 평가를 해본다면?

profile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
(이하 황재현)

일반적으로 영화 시장은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에 관객 수가 많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2024년은 이례적으로 상반기 관객 수가 더 많았다. 1분기에는 <파묘>가 흥행했지만 2분기부터 4분기까지는 모두 전년 대비 역신장을 했다. 정리하자면, 2024년은 ‘상고하저 시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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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이하 황재현)

일반적으로 영화 시장은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에 관객 수가 많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2024년은 이례적으로 상반기 관객 수가 더 많았다. 1분기에는 <파묘>가 흥행했지만 2분기부터 4분기까지는 모두 전년 대비 역신장을 했다. 정리하자면, 2024년은 ‘상고하저 시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profile 김유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콘텐트본부장 (이하 김유진)

극장 개봉 영화만을 봤을 때는 시장이 축소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영화 업계가 내수 시장 중심이었음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린 한 해’였다.

profile
김유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콘텐트본부장 (이하 김유진)

극장 개봉 영화만을 봤을 때는 시장이 축소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영화 업계가 내수 시장 중심이었음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린 한 해’였다.

profile 이승훈 KC벤처스 이사(이하 이승훈)
이승훈 KC벤처스 이사(이하 이승훈)

코로나19 때 제작되었지만 상영되지 못했던 ‘재고 영화’들이 2024년 많이 소진되었다. 시장의 흐름상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웠기 때문에 신규 영화가 많이 제작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래도 2024년은 ‘2025년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해’였다고 생각한다.

profile 김태원 넷플릭스코리아 디렉터(이하 김태원)

넷플릭스가 한국영화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지 4년 정도 되었다. 2024년 넷플릭스의 한국영화는 5편이 서비스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들 느끼겠지만 ‘오늘보다 내일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은 한 해’였다.

profile
김태원 넷플릭스코리아 디렉터(이하 김태원)

넷플릭스가 한국영화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지 4년 정도 되었다. 2024년 넷플릭스의 한국영화는 5편이 서비스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들 느끼겠지만 ‘오늘보다 내일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은 한 해’였다.

profile 김재중 무비락 대표(이하 김재중)
김재중 무비락 대표(이하 김재중)

개인적으로는 하반기에 2편(<파일럿> <청설>)의 영화를 개봉했지만 제작사 입장에서 봐도 영화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2024년은 이승훈 이사의 말씀처럼 재고 영화의 개봉이 특히 많았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시장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2024년 한국영화 업계는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다. 2025년에는 그만한 터널조차도 없는 암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profile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이하 윤하)

영화 정책을 중심으로 2024년을 정리하자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난제가 모두 공존하는’ 한 해였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고 있고, 과거의 난제로 꼽혀 온 스크린 독과점과 객단가 문제들이 여전히 현안으로 제시되었다. 미래의 난제는 영화의 영역이 전통적인 영화의 경계를 넘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물, 예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들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profile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이하 윤하)

영화 정책을 중심으로 2024년을 정리하자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난제가 모두 공존하는’ 한 해였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고 있고, 과거의 난제로 꼽혀 온 스크린 독과점과 객단가 문제들이 여전히 현안으로 제시되었다. 미래의 난제는 영화의 영역이 전통적인 영화의 경계를 넘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물, 예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들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profile 김혜선
김혜선

한 줄 평에서 걱정과 염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희망 또한 느껴진다. 가장 먼저 해볼 얘기는 역시 극장과 관객이다. 2024년 한국 극장의 매출과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60~70%의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더딘 회복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양할 텐데, 각 분야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profile 황재현
황재현

팬데믹 이후 고객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만 선택적으로 보는, ‘목적형 관람’이 이루어졌다. 극장을 찾는 주된 관객은 20, 30대인데,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소비 형태도 숏폼 위주가 되고, 코로나19 때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우는 데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행이나 아웃도어 활동이 늘어났다. 오프라인에서는 인증 사진을 찍어서 공유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가 각광받은 것 등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의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가 줄면서 극장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시성비를 중시하는 관객들이 영화 이외의 볼거리를 중시하면서 영화 시장 전체 파이가 줄어들었다. 2024년의 극장 매출이나 관객 수는 2023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역신장할 거라고 보고 있다.

profile 김태원
김태원

극장 매출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 20, 30대들이 공연, 스포츠, 미술 등 다른 콘텐츠를 즐기거나 다르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늘어난 것, OTT 콘텐츠 소비로 이동한 것에 대한 분석이 있는 것으로 안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국에 진출해 있는 OTT 가운데 지금 유일하게 영화를 제작하는 플레이어다.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해 온 지난 4년을 비교해봤을 때, 2024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영화 매출액이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부적으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을 대중과 업계로부터 인정받은 첫 해라고 평가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그래야 좋은 영화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profile 윤하
윤하

전 세계적으로 극장 회복이 더딘 나라가 미국과 한국이다. 미국의 경우 작가 파업과 배우 파업의 영향이 크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해외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마블 영화들마저 글로벌 반응이 안 좋으니까. 한국영화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앞서 말한 ‘재고 영화’들이 쌓여서 신작이 많이 제작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유럽의 경우는 극장이 상당히 회복되었다. 팬데믹 시기 영화 업계에 공적 자금이 대거 투입되어 신규 제작이 유지될 수 있었다. 특히 다양성 영화들이 유럽 영화 시장 전체의 20%까지 차지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 할리우드 영화의 부진으로 인해 생긴 극장 매출의 빈틈을 자국 영화와 다양성 영화가 메워줄 수 있었던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점프업 하는 국가도 있었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도 할리우드 영화의 박스오피스 비중이 큰데, 그 빈 공간을 자국 영화가 다 메워줬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2024년 박스오피스를 보면 자국 영화 <마이>(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1위이기도 하다)가 306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2위가 한국영화 <파묘>로 119억, 3위가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극장판으로 69억, 4위인 태국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이 50억 정도 된다. 이렇게 자국 영화나 베트남 관객들에게 소구하는 아시아권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고 오히려 그때를 넘어설 수 있도록 시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3년 베트남영화 산업 규모를 2189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는데, 2024년 박스오피스 상위 4편이 이미 그 규모의 약 25%를 차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극장의 부진은 제작 축소로 인해 신작이 부족했던 것,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영화로 이분화되어 있던 기존 시장 체제의 문제, 다양성 영화의 층이 약하다는 것까지 세 가지 정도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한국영화 산업 체계의 허약함과 단순함이 극장의 어려운 시간을 더 길게 가져가는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2024년 박스오피스 <마이> <파묘> <명탐정 코난>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
profile 김유진
김유진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는 극장의 더딘 회복과 관련해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극장의 대체재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요즘 관객들은 ‘소비에 있어서의 가치 평가’, 즉 이 콘텐츠가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중시한다. 이런 트렌드를 어떻게 반영해서 극장으로 관객들을 유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profile 이승훈
이승훈

영화 투자 펀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봐도 ‘가치를 따지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지표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코로나19 이후 영화보다 뮤지컬, 공연, 전시 등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런 분야들의 성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비대면 문화나 숏폼의 발달도 영향을 주었고. 그 때문에 관객 수의 많고 적음보다도 취향의 문제를 크게 느낀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한 곳에 머무르면서 봐야 한다. 그런 영화의 문법이 요즘 관객들에게는 과거와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고,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경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profile 김혜선
김혜선

이제는 영화 산업에서 극장과 OTT를 분리할 수 없는 시대다. 극장 상영이 끝난 영화들이 OTT에서 서비스되기 때문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실제로 극장 흥행작이 OTT에서도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지, 아니라면 어떤 영화들이 OTT 매출을 견인하는지 궁금하다. ‘극장 영화’와 ‘OTT 영화’의 차이가 있나? 이 부분은 제작 분야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을 듯하다.

profile 김재중
김재중

관객들은 이미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6주 후면 OTT에서 서비스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자연스럽게 ‘극장에서 볼 영화’와 ‘아닌 영화’를 구분한다. 특히 개봉 끝물에 한 달 반 정도 기다리면 OTT에서 해당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인지하는 젊은 관객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에 대해서 윗세대와 큰 의식의 차이가 생긴 상황이다.

profile 김태원
김태원

<파묘> 같은 극장 흥행작은 OTT에서도 당연히 큰 반응이 있다. 우리가 눈여겨보는 부분은 극장에서 어느 정도의 흥행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OTT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는 영화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차박> <압꾸정> 등이 대표적이다. 극장에서 관객 수 100만 명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한 영화들이 서비스되었을 때 1, 2주 정도 추이를 보면 확실히 소비자들이 이 정도 규모의 영화는 넷플릭스나 티빙에서 서비스되어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서비스된 이후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다. 사실 이런 영화들이 극장에서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내야 영화 생태계가 발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관객들은 이미 구분을 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차박>|(주)디스테이션, <압꾸정>|(주)쇼박스
profile 황재현
황재현

영화 산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극장에서의 수익을 어느 정도 담보한 후에 OTT, IPTV, VOD 같은 2차 부가 판권 시장으로 이어져야 생태계가 살아난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충분히 즐기고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영화 업계의 모든 관계자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감내하는, 동시에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영화를 만드는 분들의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홀드백’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홀드백을 6개월 정도 해서 극장에서의 수익이 높아지면 신규 영화 제작이 많아질 수 있다. 그러면 극장 관객이 늘어나고 그 이익이 다시 투자되어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profile 김태원
김태원

여기서 넷플릭스의 모든 한국영화가 극장 상영 후 6주 만에 서비스되는 건 아니라는 걸 꼭 밝히고 싶다.(웃음) 3개월에서 6개월 걸리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