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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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군체>(제공=쇼박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군체>(제공=쇼박스)

GLOBAL

경고등의 의미를 확인할 때

한국영화 유럽 시장 세일즈의 현재

글 _ 나원정(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2026-04-20

장면 하나.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2025)는 지난해 9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 기록을 세웠다. 칸·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서 같은 달 초 월드 프리미어를 갖고 호평받기 전부터 국제적인 거장 박찬욱의 신작을 향한 관심이 드높았다. 해외 선판매만으로 순제작비 전액을 회수했다. 한국영화가 국내 극장 매출에 주로 의존하고 해외 배급은 보조적 수익의 역할을 했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지각변동이다.

장면 둘. 그런가 하면 올 2월 독일 베를린영화제 기간 개최된 유럽필름마켓(European Film Market, 이하 EFM)에선 “(구매할 만한) 한국영화가 너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영화사마다 신작 라인업이 비어 딱히 검토할 작품이 없다는 얘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 자금줄이 말라붙은 가운데 지난해 국내 극장가에서 스크린 수 1천 개관 이상 개봉한 한국영화 실질 개봉 편수는 전년 대비 9편 감소한 16편1)이었다.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던 데다, 7년 연속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신작이 초청된 ‘단골 거장’ 홍상수 감독의 <그녀가 돌아온 날>(파노라마 부문)을 제외하면 베를린 현지에서 존재감을 떨친 대형 화제작이 없었던 것도 바이어들의 관심을 충족하지 못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된 정지영 감독의 제주 4·3 사건 소재 영화 <내 이름은>은 현지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작 <더 글로리>(2022~2023), <폭싹 속았수다>(2025)의 배우 염혜란의 재발견이란 평가를 받았고”(해외 배급 대행사 엠라인 손민경 대표) 2차 세계대전 이후 비슷한 아픔을 겪은 유럽 관객에게 공감대를 얻었다. 하지만, 역사 소재인 만큼 해외 확장력을 크게 기대할 만한 콘텐트는 아니었다.



1) 영화진흥위원회,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2026. 1.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내 이름은>은 유럽 관객의 깊은 공감을 얻은 동시에
글로벌 시장 확장성 면에서는 현실적인 한계도 함께 남겼다(제공=CJ CGV, 와이드 릴리즈)



유럽 시장의 한국영화 빈익빈 부익부 유럽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거장 감독, 스타 배우의 소위 ‘슈퍼패키지’ 영화는 구매 경쟁이 몰리지만, 중소 규모 작품들의 판로는 크게 좁아졌다.

한국영화가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불리며 해외 수출액의 60~70%를 아시아 권역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지금도, 유럽 무대는 오늘날 ‘K-무비’의 국제적 위상의 시작점이자 바로미터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한국영화는 2000년대 초반 임권택,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등 거장들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연 것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 신호탄이 됐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유럽 시장에서 한국영화에 켜진 경고등은 민감하게 살펴볼 만하다. 오는 5월 79회 칸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릴 칸 필름마켓을 앞두고 대비에 한창인 현업 종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북미에서 보다 활발히 개척 중인 새로운 유형의 해외 공동제작이 한국영화의 시장 확장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도 들여다봤다.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포함 4관왕 달성은
한국영화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했다(제공=CJ ENM)



유명 감독, 센 장르영화로 양극화 유럽에서 한국영화는 통상 유럽 주요 영화제 진출을 기반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감독의 인지도를 높여 현지 극장 개봉을 성사시켜 왔다. CJ ENM·롯데컬처웍스·쇼박스·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투자·배급사의 경우 자사 상업영화를 필름마켓 등을 통해 직접 해외 세일즈 하는 편이다. 중소 규모 영화들은 해외 배급 대행사 및 기관이 글로벌 필름마켓에서 해외 세일즈를 대행하기도 한다.

이런 경로를 기반으로 유럽에서 한국영화는 유명 거장 감독 영화가 한 축, 아시아 액션·호러 등 마니아 관객을 겨냥한 장르영화를 찾는 움직임이 또 다른 축으로, 두 가지 소비 패턴이 주를 이뤄 왔다. 지난 20여 년간 크게 바뀌지 않은 흐름이다. 안정원 쇼박스 해외사업팀 이사는 “이처럼 양극화한 콘텐트 소비 패턴이 올해 EFM에서도 이어졌다”면서 “여전히 극장 배급용 영화를 찾는 바이어들이 메인이지만, 유럽에서 외국어 영화는 더빙이 필수다 보니 극장 개봉 이후 OTT나 부가 시장에서 비용 회수와 수익 발생이 가능할 만한 영화들을 선호한다”고 돌아봤다.

한국 트렌드에 민감한 아시아 지역과 달리, 유럽에서 한국영화는 제작비 수백억 원대 천만 영화여도 아트하우스 영화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시리즈 통산 3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범죄도시> 시리즈(2024년 4편이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됐다)도 유럽 현지에선 중소 규모 외화 수입·배급사들이 유통을 맡는다. NEW의 해외 판권을 담당하는 자회사 콘텐츠판다 이정하 대표에 따르면 유럽에선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갖춘 제한된 키플레이어들이 현지 유통망을 형성해 온 편이다. “같은 한국영화여도 아시아에서는 많게는 네다섯 곳 회사가 비딩을 붙는데, 유럽은 한두 곳 정도”다.

현업 관계자들은 유럽 메이저 배급사들까지 구매 경쟁에 뛰어드는 한국영화 ‘브랜드’는 “박찬욱·봉준호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개봉 전 해외 수출만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춘 <어쩔수가없다>의 경우, 이미 <올드보이>(2003),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 글로벌 무대에서 작품성을 입증해 온 “박찬욱이어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홍상수·이창동 감독이 유럽 예술영화관에서 꾸준히 소비되고, 박찬욱·봉준호 감독이 위치해 온 ‘한국형 작가주의 상업영화’ 분야에선 연상호·나홍진 감독 등이 서서히 지평을 넓혀 왔지만,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브랜드 파워를 검증받은 전 세대 거장들과 세대 교체를 이뤘다고 보기는 이르다. 유럽 무대에서 개성 강한 신인 감독들이 잇따라 발굴되며 한국영화 잠재력을 확대해 온 2000년대까지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어쩔수가없다> 팀(제공=CJ ENM)



“흥행작 없는데…한국영화 비싸다” 해를 거듭하며 상승해 온 한국영화 몸값도 최근 유럽 시장 내 한국영화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묘>(2024)가 공포영화로는 이례적인 천만 돌풍을 일으킨 뒤 해외 시장에도 한국형 호러가 유행하면서 해외 바이어들이 고가에 사들인 유사 작품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타격이 컸다. 한국 판권이 흥행성에 비해 비싸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영화 시장가는 다소 하락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한 해외 세일즈사 관계자는 “한국영화를 주로 배급하던 바이어들의 구매가 감소했다. 작은 영화도 사들이던 예전과 달리, 흥행이 잘될 법한 톱티어 작품만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유럽 내 한국영화 시장 자체가 많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전작이 흥행한 감독이라도 전공 분야를 살려야 판매도 잘된다. 지난해 칸 필름마켓부터 유럽 시장을 노크한 연상호 감독, 전지현 주연의 좀비 블록버스터 <군체>는 연 감독의 글로벌 히트작 <부산행>(2016)과 같은 좀비 재난물이란 점이 트랙 레코드로 작용해 선판매에 유리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어 공개 이후의 행보가 주목된다. 나홍진 감독의 외계인 소재 신작 <호프>는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선보여 주목받은 미스터리 호러 <곡성>(2016)과 장르색이 다른 데다, 황정민, 마이클 패스벤더 등 한국과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출연하며 한국영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제작 단가로 인해 해외 바이어들도 일단 영화 공개 이후 바이럴 여부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국영화로서는 2년 만에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되었기에 역시 올해 칸 필름마켓에서의 성적이 궁금해진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호프>.
<추격자>(2008년 미드나잇 스크리닝), <황해>(2011년 주목할 만한 시선),
<곡성>(2016년 비경쟁 부문), <호프>까지 나홍진 감독의 모든 장편 연출작이 칸에 입성했다
(제공=나홍진 감독 인스타그램 캡처)



<어쩔수가 없다> MG, <기생충>의 5배 껑충 이런 가운데 A급 거장들의 명성은 더 공고해졌다. 고경범 CJ ENM 상무는 “<기생충>이 당시 한국영화로선 선판매 실적(세계 192개국)이 좋은 작품이었는데, 이후로 한국영화 밸류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다”면서 “<기생충>의 미니멈 개런티(Minimum Guarantee, 이하 MG, 콘텐트 계약에서 콘텐트 공급자가 유통사로부터 최소 수익을 약정하고 선지급받는 금액)가 이후 <헤어질 결심>을 거쳐 <어쩔수가없다>에 이르러선, 6년 만에 5배가량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고 상무는 또 “한국의 A급 글로벌 감독들의 네임밸류가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어쩔수가없다> 투자를 결정하던 시기, 해외 흥행 잠재력을 서브가 아닌 메인으로 두는 새로운 구조의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의 해외 흥행 결과나 화제성을 근거로 그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2021~2025),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2관왕(장편 애니메이션상, 주제가상)에 오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 등 글로벌 OTT 콘텐트가 K-컬처 경쟁력을 할리우드까지 떨친 영향도 컸다.

유럽 각국의 다이내믹한 정세 변화도 작용했다. 해외 전문 배급사 화인컷 김윤정 이사는 “유럽 지역에선 TV 방영과 부가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극장 판권을 검토하는 편인데, TV 쪽에서 당분간 아시아 영화를 안 산다고 하면 구매가 빠진다. 스페인이 그러한 사례였다”면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영화를 수입하지 못할 때 한국영화 구매가 확 늘어났다가 현재는 자국 영화 지원 정책 기조로 바뀌면서 외화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2관왕을 차지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K-컬처가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제공=넷플릭스)



유럽 뚫는 공동제작, 낯설고도 신선한 이처럼 국내외 제작 및 유통 환경의 불안정성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돌파구는 없을까. 사우디아라비아 레드시국제영화제, 영국 셰필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자문을 맡아 온 김영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야 한다”면서 “최근 칸국제영화제에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 산업 규모가 한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아시아 신흥 지역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대부분 유럽이 포함되는 공동제작 형태”라며 공동제작을 또 다른 생존 활로로 꼽았다. 국내에 말라붙은 투자 공백을 해외 자금으로 메우는 한편, 다국적 제작 네트워크로 해외 세일즈 및 영화제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것이다.

3편 연속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올해 감독 주간 부문)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의 글로벌 스타 배우 안도 사쿠라가 주연 맡은 <도라>는 20억 원대 초중반의 순제작비 중 20%가량을 프랑스(아르떼의 TV 판권)·룩셈부르크(펀드)에서 투자받았다. 데뷔작 <도희야>(2014)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호평받은 정 감독은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2022)가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뒤 프랑스에서 9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국내 총 관객 수 11만 명에 맞먹는 성과다. <도라>를 제작한 이동하 프로듀서는 “프랑스 제작사가 <다음 소희> 때부터 정주리 감독에게 공을 많이 들였다. 룩셈부르크 투자도 프랑스에서 성사시킨 것”이라면서 “공동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프랑스 현지 극장 배급 및 세일즈는 프랑스 제작사가 도맡을 예정이라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도라>는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출범한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에서도 가군(제작비 20억~30억 원 구간) 예비후보 명단에 올랐다가, 기존 선정작 9편 중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하차하는 작품이 생기면서 지난해 11월 최종 지원작에 포함돼 제작비 부담을 다소 덜기도 했다. 공동제작 과정에서 프랑스 촬영감독이 참여하고, 안도 사쿠라의 일본 소속사 유마니떼도 일부 투자에 나서면서 다국적 합작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샤론 최 각본, 김민하 주연의 <하나코리아>는 한국의 시소픽쳐스가 다큐멘터리로 준비하던 탈북 소녀 소재 프로젝트를 덴마크의 손택픽처스 등과 손잡고 덴마크 다큐멘터리 연출자 프레데릭 쇨베르 감독이 연출을 맡아 극영화로 만든 독특한 사례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도라>. 정주리 감독은 <도희야> <다음 소희>에 이어
<도라>까지 장편 연출작 3편 모두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다(제공=화인컷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한국 영화인들의 다국적 공동제작은 최근 북미에서 보다 더 다채롭게 전개되는 추세다. 부유한 아시아 이민 2세들의 로맨틱 코미디를 그려 북미에서 깜짝 흥행을 기록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 이후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가족 이민사 <미나리>(2020), 아시아계 가족 코미디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아시아계 이민자의 고충을 보복 운전 소재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 등 “낯설면서도 신선한 아시아 문화”(고경범 상무)를 내세운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현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이러한 협업이 더욱 활발해졌다.

올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공개된 재미교포 스테파니 안 감독의 자전적 데뷔작 <베드포드 파크>는 배우 손석구가 주연 및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렸다. 손석구가 역시 주연·제작을 겸한 전기차 소재 단편 <밤낚시>(2024)의 공동제작·투자사 현대자동차가 다시금 <베드포드 파크>의 투자자로 참여했고, 선댄스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신인 감독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면서 소니 픽쳐스 클래식이 배급권을 확보했다. 창작자가 주체가 된 협업이 메이저 투자·배급사를 통해 시장성까지 확장한 사례다.

‘K’보다 중요한 건 ‘이야기’ 한국 투자·배급사들도 할리우드 영화사들과 다채로운 합작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아트하우스 영화사이지만 ‘미니 메이저’로 불리는 A24와 재미교포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2024)를 선보인 CJ ENM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부고니아>(2025)를 공동제작한 데 이어, 현재는 봉준호 감독의 심해 소재 첫 장편 애니메이션 <앨리>를 제작 중이다. <앨리>는 프랑스 대표 제작배급사 파테 필름, 펜처인베스트가 운용하는 펜처케이-콘텐츠 투자조합 등이 공동 투자배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세대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애니메이션의 확장성을 다시 한 번 시험할 예정이다. CJ ENM은 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구단의 한국인 열성팬 실화를 미국 SK글로벌과 합작한 <슈퍼팬>도 준비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앨리>는 한국과 프랑스 등 다국적 자본이 손잡은 글로벌 프로젝트로,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려는 K-무비의 확장 의지를 보여준다(제공=CJ ENM)



이러한 할리우드 합작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한국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시나리오 개발, 공동제작까지 적극 주도한다는 것이다. NEW의 할리우드 공동제작을 추진 중인 이정하 콘텐츠판다 대표는 “요즘은 북미에서도 한국의 검증된 IP를 찾아온다”면서 “IP만 넘기는 게 아니라 최대한 한국에서 가공해 현지 영화사와 동급 파트너 지위를 확보하는 게 추후 수익 분배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K-콘텐트, 문화 수출에만 집중된 분위기를 경계하자는 당부도 나온다. <내 이름은>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제작자 정상민 아우라픽쳐스 대표는 “한국영화가 제작 방식이 매뉴얼화되고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공동제작 역시 단순한 비즈니스 관점보단 어떤 이야기로 해외 관객과 만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장기적으로 문화적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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