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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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 후보작 <국보>(제공=NEW)

2026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 후보작 <국보>(제공=NEW)

GLOBAL

부활보다는 확장에 가까운

일본영화 글로벌 흥행 안팎의 풍경

글 _ 이은경(미스터리픽쳐스 대표)

2026-03-23

일본 박스오피스는 2025년 매출 2천744억 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6년 3월 15일 기준 일본 국내 흥행 성적 398억 4천만 엔을 기록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지난 2월 200억 엔을 돌파한 실사영화 <국보>의 흥행 성적이 더해진 결과다.1) 참고로, 일본은 2019년에 2000년대 이후 역대 최고의 관객 수(1억 9천490만 명)를 기록했으나, 박스오피스 매출은 입장권 인상으로 인해 2025년이 최고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다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그 선두에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2025년 한국 박스오피스 전체 흥행 순위에서 2위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일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1) 2025년 일본 박스오피스 매출 1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2위 <국보>는 각각 2025년 7월과 6월에 개봉한 작품이지만, 집계 당시 여전히 상영 중이었으므로 가장 최신 수치를 적용했다.

2025년 한국 박스오피스 전체 흥행 2위 기록 등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제공=CJ ENM)



일본영화 글로벌 흥행의 두 축: 애니메이션과 작가영화 일본 내에서 407억 5천만 엔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일본영화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0)은 일본 매출에 힘입어 글로벌 매출2)에서도 처음으로 5억 달러를 돌파했다.3) 그런데 2026년 1월 3일 기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일본 극장에서 상영 중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전 세계적으로 약 8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며 글로벌 매출 1위를 탈환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글로벌 흥행 순위를 살펴보면 톱10 작품 모두 일본 내수 성적에 힘입어 2억 달러 이상의 총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대표작들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스즈메의 문단속>(2022),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등은 이제 일본 내수 시장을 넘어 북미와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내수 시장 중심의 매출이긴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북미와 유럽에 비하면 아직은 아시아 시장의 매출 비율이 압도적으로 크고, 아시아 시장의 매출은 중국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 글로벌 매출은 일본 매출과 해외 매출을 합한 전 세계 매출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글로벌 매출의 일본과 해외 비율은 72대 28 정도이다.
3)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글로벌 매출은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 IMDB)와 더 넘버스(The Numbers, Nash Information Services)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되 환율 반영 방식, 재개봉 포함 여부, 집계 시점 차이로 인해 약 4억 8천600만~5억 1천200만 달러 범위로 나타난다.

그에 비해 일본 실사영화는 글로벌 흥행 1위가 <고질라 마이너스 원>(2023)으로 1억 1천3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유일하게 일본 국내와 해외 매출의 비중이 50대 50으로 분포되어 있다.4) 그 외의 작품들은 일본 국내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글로벌 매출과는 별도로 <국보>는 일본 내에서 흥행 수익 200억 엔을 돌파하며 실사영화 역대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그 기세로 2026년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쇼트리스트(15편)까지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최종 후보 5편에는 들지 못했다. 대신 분장상 후보에 올라서 세계가 일본영화에 주목하는 하나의 계기를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4) 참고로, 한국영화의 글로벌 흥행 1위는 <기생충>(2019)으로 매출은 2억 7천8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국내와 해외의 비중이 26대 74로 해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외에 국내보다 해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영화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있다.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어쩔수가없다>(2025)까지 해외 비중이 거의 80%를 차지한다. 그다음으로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이 40대 60으로 해외 비중이 높은 영화다. 일본 실사영화계에서는 아주 드문 사례로, 한국영화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위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제공=NEW)



여기까지는 특정 대작에 국한된 상업적인 성공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일본영화는 그에 머무르지 않고,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하마구치 류스케를 필두로 국제영화제의 선배 세대인 구로사와 기요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와세 나오미에 이어 미야케 쇼, 후카다 고지, 이가라시 고헤이, 하야카와 치에 등의 후배 세대 작가주의 감독들이 활약 중이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감독주간에는 26세의 신인 감독 단즈카 유이가가 데뷔작 <전망 세대>로 초청되며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화제가 됐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이후 일본 작가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져서 후배 세대 감독들이 국제영화제에서 꾸준히 소개되고 있으며, 일본 작가영화는 여전히 국제 영화계에서 일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오 소라의 <해피엔드>(2025)가 깜짝 흥행을 했고, 미야케 쇼의 <여행과 나날>(2025) 또한 2025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에 이어, 주연 배우 심은경이 일본 영화 잡지 <키네마준보>(キネ마旬報, Kinema Junpo)가 선정하는 ‘베스트 텐(Best Ten)’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현재 일본영화의 국제적 존재감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축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의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 중심 실사영화의 국제영화제 성과다. 2025년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Marché du Film)이 일본을 ‘Country of Honour’(올해의 집중 조명 국가)로 선정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 장면 가운데 하나인 듯하다. 칸의 필름마켓은 세계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가장 중요한 영화 비즈니스 행사 가운데 하나로, 특정 국가를 ‘Country of Honour’로 지정하는 것은 그 국가 영화 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하는 결정으로 여겨진다. 일본 영화 산업이 이 행사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단순히 최근 몇 편의 영화가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 콘텐츠 산업 전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중요한 플레이어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성과를 낸 작가 중심 실사영화
<해피엔드>(왼쪽)와 <여행과 나날>
(제공=영화사 진진, 엣나인필름)



글로벌 생태계 형성한 일본 애니 산업 일본 애니메이션의 활약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에서 더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더 이상 일본 콘텐츠 산업, 일본 영화 산업 내부의 한 장르가 아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독립적인 글로벌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동화(動画)협회의 ‘애니메이션 산업 보고서’(Anime Industry Report, AJA)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는 최근 약 3조 엔을 넘어섰다. 2017년을 기점으로 해외 매출이 대폭 상승했고, 2020년을 기점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5)

이러한 경쟁력의 핵심은 강력한 원작 IP 구조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당수는 만화나 라이트노벨 등 이미 대중적으로 검증된 원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IP는 TV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며 장기적인 팬덤을 형성한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흥행 역시 이러한 IP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미 형성된 팬덤은 영화 개봉 시 안정적인 관객층으로 이어진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공은 단순한 영화 흥행이 아니라 IP 산업 전체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성공은 종종 K팝 산업의 성장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산업 모두 단기간에 만들어진 성공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산업 구조와 팬덤 문화 위에서 형성된 콘텐츠 생태계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5) Association of Japanese Animations, Anime Industry Report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시장 규모
연도 시장 규모
2015 1조 8천억 엔
2018 2조 1천억 엔
2020 2조 4천억 엔
2022 2조 9천억 엔
2023 3조 3천442억 엔 해외 1조 7천222억 엔, 국내 1조 6천220억 엔 (해외 비중 51.5%)
2024 3조 8천407억 엔 해외 2조 1천702억 엔, 국내 1조 6천705억 엔 (해외 비중 56%)

일본 콘텐츠 기업의 적극적 글로벌 유통전략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또 다른 변화는 글로벌 유통전략이다.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은 북미 현지의 배급사에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일본 기업이 직접 글로벌 유통망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니 픽쳐스(이하 ‘소니’)의 크런치롤 인수다. 소니는 2021년 약 11억 달러 규모로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크런치롤을 인수했다.6)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Aniplex), 글로벌 배급, 스트리밍 플랫폼을 연결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도호는 미국 법인 도호 인터내셔널(Toho International)을 통해 자사 콘텐츠의 글로벌 사업을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북미 애니메이션 배급사 GKIDS7) 인수를 통해 해외 유통망 확보를 강화하고 있다.



6) Sony Pictures Entertainment press release, 2021
7) Toho International / GKIDS acquisition announcement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 콘텐츠 기업이 더 이상 작품을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유통 구조까지 직접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이전에는 애니메이션을 구매하려는 쪽에서 사러 오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직접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려고 나가는 구조로 바뀌었다.8)

일본 극장 관객의 구조 변화 최근 일본 영화 시장을 이해할 때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일본 극장 관객 구조의 변화다. 일본 영화 시장은 오랫동안 중장년층 관객 비중이 높은 시장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평일 극장의 주요 관객층이 시니어 관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장년층의 극장 소비 비중이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관객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극장을 떠났던 중장년층 관객의 복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반면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젊은 관객층이 빠르게 돌아오면서 극장 관객의 연령 분포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9)

세계 최고의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전체 인구의 30%가량을 차지하던 65세 이상의 관객들이 극장과 멀어지고, 그 빈자리에 젊은 관객층이 유입되면서 확실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이는 향후 일본의 영화 인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일본 영화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큰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분석 기사도 있다. 과거처럼 더 이상 자국 시장만으로는 안전하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은 꽤 흥미로운 지적이다.



8) 일본 정부(내각부·지식재산전략본부)가 콘텐츠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설명할 때 일본 콘텐츠 해외 매출 4조 7천억 엔, 철강 산업 수출 약 5조 엔, 반도체 산업 수출 약 5조~6조 엔으로 예를 들어 콘텐츠 산업이 철강, 반도체와 비슷한 규모의 수출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콘텐츠 산업은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영화, 방송, 캐릭터 IP를 모두 아우른다. Japan's Content Industry Ramps Up Overseas Market Development with Government Support|Nikkei Asia Partner content
9) Japan Center for Contemporary Culture Studies 보고서

일본 영화 시장 규모와 일본영화 점유율
연도 박스오피스 일본영화 점유율
2019 2천611억 엔 54.4%
2020 1천432억 엔 76.3%
2021 1천618억 엔 79.3%
2022 2천134억 엔 68.8%
2023 2천214억 엔 66.9%
2024 2천69억 엔 75.3%
2025 2천744억 엔 75.6%

일본 실사영화 산업이 처한 구조적 한계 일본영화의 글로벌 흥행 이면에는 일본 실사영화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자주 거론되기도 한다. 일본 영화 산업은 오랫동안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이 구조는 위험 부담을 줄여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제작 규모 확대와 창작자의 권한 측면에서 한계를 지적받기도 한다.

제작위원회 시스템은 비단 실사영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에도 적용된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 장점 또한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견고하게 정착되어 있는 이 시스템 밖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이 시스템에 도전장을 내밀고 활발하게 제작을 하고 있는 회사가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는 ‘K2 픽쳐스’다. 미이케 다카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와이 슌지, 니시카와 미와, 시라이시 가즈야 등 일본 안팎에서 인지도가 높은 베테랑 감독들의 작품이 라인업에 대거 포진되어 있어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일본 영화계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보면 아직은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K2P 필름 펀드(K2P FILM FUND)’를 결성해 금융권을 비롯해 영화계 밖의 자금을 유입해 기존에 하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를 과감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응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좀처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일본 영화계이다 보니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흥행업인 영화의 특성상 영화 한 편의 흥행이 견인차가 되어 상승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올해 개봉 예정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백>(애니메이션 <룩백>(2024)의 실사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 개봉을 앞둔 K2 픽쳐스 제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연출의 영화 <룩백>
(제공=메가박스 인스타그램 캡처)



또한 일본 영화계에서는 스태프 노동환경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 등의 제작 환경 문제는 일본 영화 산업 내부에서도 이미 오래된 과제다. 일본 영화계에서는 최근 제작 현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정한 노동기준을 충족한 작품에 에이테키(映適) 마크를 부여하는 인증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장시간 노동 등의 일본영화 제작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업계 차원의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이 제도는 아직 법적 의무가 아니라 자율 인증이기 때문에 모든 작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영화 제작 구조 자체가 제작위원회 방식과 프리랜서 중심 고용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 노동환경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테키 마크는 일본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온 제작 환경을 개선하려는 첫 번째 제도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제작 환경 문제로 거론되는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이 한국과 프랑스의 3배에 가까운 연간 제작 편수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점이 일본 인디 영화계에서 다양한 감독들이 배출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 또한 그렇다. 노동환경은 그러나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최근 일본 영화계가 인력난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20·30대 스태프들이 베테랑들과 현장에서 함께 움직일 때 그 산업이 건강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일본 영화계의 어느 현장 프로듀서는 “헤드급들은 남아도는데 조수들이 없어서 조수들을 잡아 두기 위해 다들 혈안이 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대우가 좋기 때문에 젊은 스태프들은 다 OTT 제작 현장에 뺏기고 있다. 일본영화의 70~80%를 차지하는 순제작비 1억 엔 미만의 영화들은 젊은 스태프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의 속도가 빠를 것 같지는 않지만, 일본영화의 현장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만큼은 확실하다.

일본식 ‘미니시어터’ 문화의 존재감 일본영화의 제작 편수가 줄지 않고 일정 편수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한국의 독립·예술영화관과는 또 다른 ‘미니시어터 문화’도 있다. 일본 내 ‘미니시어터’는 최근 줄어드는 추세이고, 일본영화 제작 편수가 많다 보니 상영관을 배정받으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일본 배급사가 결정됐던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도 올해 연말에나 일본 개봉 예정이다.

더불어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미니시어터 흥행작 또한 제작비 회수가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영화계의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도 미니시어터에서 관객 스코어 10만 명 정도면 꽤 좋은 성적인데, 이것만으로는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수치는 20만~30만 명 선이다. 이 역시 부가 판권과 해외 판매가 힘을 실어주어야 가능하다. 독립·예술영화가 산업으로서 인정받고 선순환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좀처럼 해답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일본의 미니시어터는 저예산 영화나 작가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일본 내 영화 개봉 편수
연도 일본영화 외국영화
2020 506편 511편
2021 589편 469편
2022 634편 509편
2023 676편 556편
2024 685편 505편
2025 694편 611편

한국 영화 산업이 공유해야 할 질문 최근 일본영화의 글로벌 성과는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강력한 IP와 글로벌 팬덤, 그리고 플랫폼과 유통망을 결합한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실사영화는 국제영화제에서의 성과와 별개로 제작 시스템과 노동환경의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실사영화의 일본 내 흥행 성적이 좋다고도 할 수 없다. 2025년에는 <국보>라는 미라클 흥행이 있었지만 <국보>를 제외하면 매년 흥행 수익 50억~60억 엔 정도의 영화가 실사영화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급 규모의 히트작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사영화 프로듀서들은 극장에서 항상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며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어 실사영화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애니메이션 시장의 급성장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 개봉 편수도 늘어나고 이에 따라 흥행작들도 늘어났다. 극장들도 애니메이션 위주의 편성을 선호하다 보니 실사영화가 스크린 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 최근 일본영화의 글로벌 흥행은 일본 영화 산업 전체의 부활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쟁력이 영화 영역으로 확장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성과가 일본 영화 산업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는 한국 영화 산업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글로벌 흥행은 단순히 몇 편의 성공작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콘텐츠 생태계 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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