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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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❸

극장에 덜 가도 영화는 더 본다

2025 영화 및 콘텐츠 소비 구조 흐름과 변화

SPECIAL ❸

극장에 덜 가도 영화는 더 본다

2025 영화 및 콘텐츠 소비 구조 흐름과 변화

글 _ 정연모(한국생산성본부 CX혁신본부 CX기획센터 팀장)
자료 _ ‘영화콘텐츠 소비트렌드 연구’

2025-12-15

(제공=한경DB)

(제공=한경DB)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영화콘텐츠 소비트렌드 연구’(2026년 1월 발간 예정) 결과를 보면 역설적인 장면이 동시에 보인다. 박스오피스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극장에 가는 발걸음은 줄었는데 영화와 함께하는 시간과 접점은 오히려 더 많아진 것이다. 영화에 대한 소비 환경과 기호, 행동의 변화가 촉발한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화 소비자 조사를 통해 여가 구조 속에서 영화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극장과 OTT·유튜브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하는지, 장르·국가·형식이 다른 콘텐츠들 가운데에서 무엇을 선호하는지 등 다양한 이유와 원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가활동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영화는 여러 여가활동 중 하나로 재배치되었고 관람 성향은 세분화되었다. 극장과 OTT를 나누는 기준도 단순한 가격 차이가 아니라 심리적 동기, 경험의 밀도, 생활 리듬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과 독립예술영화처럼 팬덤과 취향이 뚜렷한 영화 소비자 집단, 플랫폼별 추천·랭킹·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선택 구조까지 겹치면서 영화 산업은 지금 여러 겹으로 갈라진 소비 구조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영화 소비 구조 분석: 여가 구조가 바꾼 소비 패턴 ① 집 안에서 쉬고 논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여가활동 중 ‘영화 관람’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휴식과 취미의 비중은 뚜렷하게 커지고 있다. 휴식, 집콕, 개인 취미와 운동, 홈엔터테인먼트가 활성화되면서 극장 관람은 이제 ‘시간을 내어 밖으로 나가야 하는 활동’으로 여겨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것을 단순한 ‘극장 기피’로 보기는 어렵다. 변화의 핵심은 여가의 기본 단위가 집·개인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데 있다. OTT와 유튜브, 게임, SNS가 이미 집 안의 기본 여가 인프라가 되었고, 영화는 여전히 중요한 여가 자원이지만 영화를 소비하는 장소와 방식이 분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가 활동의 변화

여가 활동의 변화

직전 1년 대비 여가활동별 참여 빈도 증감 비율

(BASE: 전체, 단위: %)

직전 1년 대비 여가활동별 참여 빈도 증감 비율

(BASE: 전체, 단위: %)

영화 관람은 증가 비율보다 감소 비율이 높고
휴식과 취미·오락은 감소 비율보다 증가 비율이 높다



② 안전 지향, 장르 중심
영화 관람의 실제 선택 과정은 안전 지향적이고 검증된 콘텐츠를 관람하고자 하는 성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 관람 의사결정에서는 ‘즉흥적으로 보고 싶어서 본다’는 응답과 ‘미리 계획해서 본다’는 응답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막상 관람 시점을 보면 개봉 직후 바로 보는 관객보다 입소문, 평점, 리뷰를 확인한 뒤 움직이는 관객이 훨씬 많다. 실패 위험을 줄이려는 심리가 강하게 드러난다. 콘텐츠 선택에서도 단순히 최신작이어서 보기보다는 이미 흥행 성적이나 평판이 검증된 작품을 택하는 비중이 높다. ‘안전한 선택’을 우선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선호 기준 역시 자신이 익숙하고 좋아하는 장르를 중심으로 관람 영화를 좁혀 가는 경향이 더 강하다. 장르 취향이 관람의 기본 틀이 되고 있다. 관람 선호 플랫폼 응답 결과에서는 많은 관객이 작품 성격과 상황에 따라 극장과 OTT를 번갈아 활용하는 혼합형 소비 패턴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여가활동을 유형별로 집단(취미·오락, 문화, 휴식, 스포츠, 여행)을 구분해 살펴보면 문화 콘텐츠 소비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 극장 관람 증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극장 회복의 핵심 집단으로 확인된다. 반면 외부적인 활동 등 여행을 즐기는 집단에서는 관람 감소율이 높아서 외출과 이동 등의 여가 확대가 극장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관람 성향별 분포

영화 관람 성향별 분포

(BASE: 전체, 단위: %)

(BASE: 전체, 단위: %)

관람 의사결정과 극장 vs OTT는 양극화를 보이고
입소문, 흥행, 장르에 따른 선별적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군집별 극장 관람 변화 비율

군집별 극장 관람 변화 비율

(BASE: 전체, 단위: %)

(BASE: 전체, 단위: %)

문화적 여가를 즐기는 군집에서 극장 관람 증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극장 회복의 핵심 집단으로 확인된다



③ 가격에 민감하면 OTT로
극장 관람과 OTT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심리·정서적 동기, 콘텐츠·기술 선호, 가격 민감도, 여가활동량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전체 여가활동이 많고 콘텐츠의 장르·소재, 음향·시각효과 등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극장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영화관 방문은 전형적인 ‘외부 여가활동’으로 인식되며, 그만큼 시간과 이동거리를 투자 할 가치가 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대로 가격에 민감한 집단에서는 극장 이용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OTT가 대안으로 떠오르며, 가격을 꼼꼼히 따지는 능동적인 사용자층이 OTT 소비 확대를 이끌었다. OTT 이용은 이 밖에도 콘텐츠·기술에 대한 기대, 여가활동량, ‘휴식·감정 회복·혼자 몰입’과 같은 심리·정서적 동기의 영향을 모두 받는 것으로 나타나 가격, 편의, 정서적 욕구가 동시에 작동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극장 관람 및 OTT 이용 영향 요인

극장 관람 및 OTT 이용 영향 요인

(BASE: 전체)

요인 극장 관람 OTT 이용
심리·정서적 동기 - 증가
콘텐츠·기술 증시 증가 증가
극장/OTT 가격 민감 감소 증가
여가 활동량 증가 증가

가격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극장 이용을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콘텐츠 소비 요인 분석: 내가 고르는 영화 ① 장르·소재, 영화 선택의 기본값
영화 선택 시 고려 요인을 5개 영역(인적, 콘텐츠, 마케팅, 제작, 기술)으로 분류해 조사한 결과 장르와 소재(내용)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파악되었고, 그다음으로는 관객 평점·리뷰·입소문이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관객 평점·리뷰·입소문과 원작 화제성 평가는 소폭 상승, 관객들이 타인의 평가와 화제성에 조금 더 민감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작동하는 기준은 여전히 장르와 소재이며, 이 기준을 통과한 뒤에 출연 배우와 감독, 평점, 시청각효과 등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믿고 보는 장르’가 실제 소비 습관으로 나타나는 동시에, 최종 선택 단계에서는 유행, 주변 추천, 온라인에서의 화제성이 결정적인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영화 선택 고려 요인

영화 선택 고려 요인

(BASE: 전체, 단위: 점, 5점 척도)

(BASE: 전체, 단위: 점, 5점 척도)

관객은 장르와 소재(내용)를 영화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고려한다



② 1020세대 사로잡은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은 10~20대 젊은 세대에서 선호가 두드러지며, 취향, 플랫폼, 팬덤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주 소비층은 영상미와 시각효과를 중요하게 여기며, 장르와 원작의 화제성이 주요한 선택의 기준이다. 또한 장르의 다양성과 차별화된 주제, 세계관과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서사 등이 젊은 세대를 끌어당겼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OTT와 유튜브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어, 추천·랭킹·클립 영상이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팬덤과 또래효과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재미있어서 본다’는 개인적 동기와 ‘다들 보니까 나도 본다’는 사회적 동기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커뮤니티와 밈 문화 속에서 일종의 공통 언어처럼 사용된다. 이처럼 세계관, 캐릭터, 플랫폼, 팬덤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 덕분에 일본 애니메이션은 재관람 비율도 높고, 한 작품을 여러 번 소비하는 패턴이 강하게 나타난다.

연령별 일본 애니메이션 선호도

연령별 일본 애니메이션 선호도

(BASE: 전체, 단위: 점, 5점 척도)

(BASE: 전체, 단위: 점, 5점 척도)

재관람 비율

재관람 비율

(BASE: 전체, 단위: %)

(BASE: 전체, 단위: %)

일본 애니메이션은 젊은 층에서 선호하며, 재관람 비율이 높다



③ 독립예술영화 관객, 예술적 가치·완성도 본다
독립예술영화 관람층은 전체로 보면 소수이지만, 매우 뚜렷한 가치 기준을 가진 관객 집단이다. 이들의 선택 기준을 보면, 일반 상업영화 관객과 뚜렷하게 다른 지점이 드러난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필모그래피, 해외·국내 영화제 수상 여부, 영상, 음향 등 예술적 가치와 완성도를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요소들은 독립예술영화 관람층에게는 매우 중요한 신호로 작동한다. 단지 재미 여부가 아니라, ‘작품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새로운 시도와 형식이 있는지’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가격 할인과 같은 일반적인 마케팅만으로 유인하기에 부족하다. 예술적 가치를 잘 드러내는 큐레이션, 해설 등과 같은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독립예술영화 관람자와 비관람자 간 영화 선택 기준

독립예술영화 관람자와 비관람자 간 영화 선택 기준

(BASE: 전체, 단위: 영화 선택 기준 점수, 5점 척도)

(BASE: 전체, 단위: 영화 선택 기준 점수, 5점 척도)

독립예술영화 관람객은 영화적 완성도를 일반 관객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특히 감독의 이름값과 영화제 수상 타이틀이 관람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④ 유튜브, 주요 영화 정보 획득 경로
극장 및 극장 외 관람 영화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를 분석하면, 관객이 어떤 경로로 영화를 인지하고 만나는지, 관람·선택의 첫 번째 연결고리가 어디인지가 선명해진다. 극장 관람 영화 정보 획득 경로(1순위)는 유튜브 및 영상물(26.4%), 포털 검색 및 기사(18.4%), SNS(16.9%)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관람객을 극장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더 이상 극장 안의 예고편이나 포스터가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기사·피드 속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영화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극장 외 관람 영화 정보 획득 경로(1순위)에서는 유튜브 및 영상물(18.7%), 주변 지인(11.7%), OTT 플랫폼(35.6%)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즉, 극장은 플랫폼 밖 디지털 미디어에서 형성된 화제성이 관람을 끌어올리는 구조이고, OTT는 플랫폼 안의 추천·랭킹·알림 구조가 소비를 순환시키는 시스템이다. 같은 영화라도 극장에서는 외부 화제성을 따라가며, OTT에서는 내부 알고리즘을 따라가는 식으로 전혀 다르게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극장 관람 영화 정보 획득 경로(1순위)

극장 관람 영화 정보 획득 경로(1순위)

(BASE: 극장 영화 소비자, 단위:정보 접촉 채널 빈도)

정보 획득 경로 %
유튜브 및 영상물 26.4
포털 뉴스 및 포털 검색 18.4
SNS 16.9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 16.6
TV/라디오 12.7
블로그 및 카페 4.4
포스터, 옥외광고 등 옥외 홍보물 3.4

극장 외 관람 영화 정보 획득 경로(1순위)

극장 외 관람 영화 정보 획득 경로(1순위)

(BASE: 극장 외 영화 소비자, 단위:정보접촉 채널 빈도)

정보 획득 경로 %
유튜브 및 영상물 18.7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 11.7
OTT 플랫폼 내 순위 차트 35.6 11.0
OTT 플랫폼 내 추천 시스템 9.4
OTT, VOD 등 영화 소개 정보 8.8
OTT 신작 알림 기능 6.4
TV/라디오 10.5
포털 뉴스 및 포털 검색 9.4
SNS 8.5

영화 정보 획득 경로는 극장 관람 및 극장 외 관람 모두 유튜브 비중이 가장 높다



한국영화 산업, 영화 소비 구조 변화 인지해야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영화 소비 구조와 콘텐츠 소비 요인은, 2026년 이후 한국영화 산업이 고객 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지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다층 소비 구조를 전제로 한 전략이 필요하다. 극장 관객 수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은 높다. 그렇다면 극장, OTT, 유튜브, 호텔, 여행 등으로 분산된 영화 소비 전반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극장은 프리미엄 체험 허브, OTT는 일상 속 영화 인프라, 유튜브·숏폼은 영화 담론과 입소문을 확장하는 주요한 지원군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제 관객은 단순히 ‘많이 보는/적게 보는 사람’이 아니다. 극장은 적게 가지만 OTT는 많이 보는 사람, OTT는 거의 보지 않지만 극장은 골라서 가는 사람 등 플랫폼 조합에 따라 소비 행태가 달라진다. 이후의 마케팅과 정책은, 세분화된 관객 구조를 전제로 각기 다른 접근들이 필요하다. 극장 문턱을 낮추는 가격·프로모션, 극장과 OTT를 오가게 만드는 경험 설계, 한정판 굿즈와 팬덤 프로그램 등의 지식재산권(IP) 확장 등이 유효한 대응이 될 수 있다.

셋째, 일본 애니메이션과 독립예술영화가 보여준 ‘취향 기반 시장’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두 집단 모두 ‘취향과 가치 기준이 분명한 관객’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에게는 가격보다 콘텐츠의 세계관, 예술적 완성도, 외부 평가와 큐레이션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극장 관람객은 줄어도 영화 소비는 구조를 바꿔 가며 계속된다. 변화를 인지하고 극장을 다시 ‘특별한 경험의 공간’으로, OTT를 ‘취향과 일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인식할 때, 우리 영화는 관객의 새로운 여가 구조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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