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Quick Menu

KOFIC Story ❷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KAFA – 넷플릭스 네오 소라 마스터클래스

글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2025-09-15

(제공=KAFA)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나누고 싶어 준비해 온 것을 다 전하지 못할 만큼. 지난 8월 28일 부산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소강당에서 열린 ‘KAFA+Netflix 네오 소라 마스터클래스’는 그만큼 흥미진진했다. 2시간 반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장편 극영화 데뷔작 <해피엔드>로 일본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을 불러 온 네오 소라 감독이기에, 그를 향한 학생들의 시선에 기대와 열의가 엿보였다. 사전 질문을 받아 마스터클래스를 준비했다는 네오 소라 감독 또한 한국의 예비 영화인들을 대하는 자세가 매우 진지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와 넷플릭스(Netflix)가 체결한 협약에 따라, KAFA 재학생과 외부 학생 등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진 창작자들을 위해 기획되었다. “가르치기보다는 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는 네오 소라 감독은 마스터클래스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했던 일들을 단계별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간 조언을 해주신 선생님들이나 멘토 분들의 이름들 찾아가며 노트를 하다 보니, 영화를 만들 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고, 그 조언들이 마스터클래스에 오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동시대 젊은 창작자의 연출 노하우, 현실적인 고민, 더 성장해 나가야 하는 영화인으로서 한계를 넘기 위한 노력을 공유할 수 있었던 보기 드문 자리였다.

젊은 에너지에 대한 궁금증 네오 소라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성장한 경계인이다. 웨슬리언대에서 철학과 영화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프리랜서 영상 아티스트이자 번역가로 활동했다. 취미가 많은 만큼 관심사도 많아서 뮤직 비디오와 두 편의 극영화 단편(<더 치킨>(2020), <슈가 글라스 보틀>(2022)), 그리고 다큐멘터리 <아이누 네노안 아이누>(2021),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2023)를 연출했다. 단편 <더 치킨>이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 그는 세계 주요 영화 언론에 소개되며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로 급부상했다. 2023년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고, 2024년 장편 극영화 데뷔작 <해피엔드>가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 부문,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된 이후에는 일본영화의 차세대 주자로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KAFA 재학생과 외부 학생 등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진 창작자들을 위해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한 네오 소라 감독
(제공=KAFA)



현재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여겨지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극찬한 <해피엔드>는 감시 사회가 된 근미래 도쿄에서,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유타(쿠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 등 다양한 삶의 배경을 지닌 또래 친구들을 중심으로 청춘의 성장을 그린 영화다. 디스토피아적인 기운이 짙은 이미지와 국경을 넘어서는 문화적 감성, 일본 사회 안에 메이지 않는 사회적 시선, 영화 전반을 감싸는 특유의 리듬감이 확연히 돋보인다. 올해 4월 한국에서 개봉해 관객 13만 명을 동원하며 독립예술영화로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행보가 매우 인상적이지만, 그렇다 해도 이제 극영화 데뷔작 한 편을 만든 감독이 마스터클래스를 여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한국영화계에 꼭 필요한 에너지,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영화의 에너지에 대한 갈증과 궁금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조근식 KAFA 원장의 인사말로 시작한 마스터클래스에서 네오 소라 감독은 이렇게 첫 마디를 뗐다. “지금 졸업 작품 준비에 한창인 만큼 이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유익하게 활용하게 하기 위해서 <해피엔드>가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그 과정을 말씀 드리겠다. 그간 영화를 만들면서 배운 것,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해 왔는지, 단편과 다큐멘터리 등 <해피엔드> 이전에 만들었던 작업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싶다. 결국 이 모든 과정들을 다 거쳐서 하나의 종합 작품처럼 나온 것이 <해피엔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오 소라 감독이 자신의 연출작 <해피엔드>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제공=KAFA)



앰비언트 필링의 중요성 ‘감정을 갖고 머무르다(Staying with the Feeling)’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강연 내내 네오 소라가 가장 강조한 단어는 ‘앰비언트 필링(Ambient Feeling)’이었다. 이 감각은 네오 소라의 성장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뉴욕에서 자란 네오 소라의 청춘은 확실히 <해피엔드>의 유타와 유사점이 많다. <해피엔드>에서 친구들이 유타의 집에 모여서 놀 듯이 그의 집은 친구들의 아지트이자 놀이터였다. 온갖 종류의 영화관이 있는 뉴욕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점도 컸다. 곳곳의 아트하우스에서 원 없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영화를 보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이 신나게 영화에 대해 떠들 때, 나는 영화의 대사나 스토리가 잘 기억나지 않아서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내게 강렬하게 남았던 것은 그 영화의 분위기적 감각, ‘앰비언트 필링’이었다.” 어떤 영화를 향유한다는 느낌에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영화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적 감각이 중요하게 작동하며, 그것이 지금의 <해피엔드>가 지닌 정서와 긴밀히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영화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적 감각인 ‘앰비언트 필링’은
네오 소라 감독의 성장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해피엔드>가 지닌 정서와 연결된다(제공=영화사 진진)



네오 소라는 이후 웨슬리언대 시절, 영화사 및 영화에 대한 분석과 촬영, 조명, 편집에 대한 공부를 통해 프레임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밀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할리우드 고전영화 제작 방식을 ‘내러티브 세그멘테이션(모든 신을 나눠서 각 신의 모든 숏을 넘버링하고, 각 숏의 기능과 효과를 적는 방식)’을 통해 연구하는 ‘네오 포멀리즘’과 16mm 필름 셀룰로이드를 손으로 만지며 다뤄본 경험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네오 포멀리즘’을 통해서는 스토리텔링의 인과관계를 복기하며 인물의 동기의 추동 방식이 이야기의 추동 방식이 되는 과정을 배웠다. 16mm 셀룰로이드 필름을 다룰 때 프레임을 보면서 정확한 리듬에 컷을 손으로 잘라본 경험이 편집의 리듬감을 몸에 체화시켰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후 디지털로 편집을 할 때에도 손으로 탁자를 탕! 내려친다든가 하면서 고유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적용했는데, 일종의 디제잉과 비슷하다고 여겼다”는 말은 <해피엔드>에서 우리가 보는 현재와 미래의 교차, 유타와 코우가 헤어지는 순간 정지된 화면이 품은 예측할 수 없는 리듬이 어떻게 파생되었는지 이해시킨다. 그는 할리우드 고전영화와는 정반대되는 표현 방식을 지닌 해외 아트하우스 영화들을 함께 봐 온 경험도 축적된 영화적 학습 유산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해피엔드>의 출발은 대학 졸업 후엔 난감한 시절이 있었다. 2015년부터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아이누 네노안 아이누> 작업의 어려움과 그 이후 시도했던 단편영화를 완성하지 못한 경험은 네오 소라에게 작가로서 직접 글을 써야겠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2016년 친구와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세 개의 아이디어가 장편영화 <해피엔드>를 구축하는 기본적인 뼈대가 되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비행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 두 번째는 뭔가 흔들리고 부서지는 지진 같은 느낌, 세 번째는 여러 가지 이미지의 편린과 그때 자신이 느낀 감정들이었다.

네오 소라는 “2010년에 일본이나 미국의 여러 정치 상황들이 있었는데, 당시 학생 때 너무 친했던 친구들과 정치 성향이나 생각이 달라서 멀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때 당시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떤 균열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떠오른 감정과 아이디어를 써 놓거나 관련해 참고한 영상 및 이미지를 모아 놓은 아이디어 꾸러미, 일명 ‘미소 노트’를 공개해 참여한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소 노트가 “내가 관찰하고 느낀 모든 것들, 즉 엠비언트 필링을 싣고 가는 나만의 배이자 그릇이 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비행 청소년 이야기, 지진 같은 느낌, 여러 가지 이미지의 편린 등 네오 소라 감독의 아이디어가<해피엔드>를 만드는 시작점이었다(제공=영화사 진진)



오스 야스지로의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한 노다 코고의 <시나리오 구조론>(국내 미출간)을 통해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시나리오 이론을 공부한 것도 <해피엔드> 시나리오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선댄스 랩 등 다양한 랩에 지원해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 끝에 6일 만에 찍은 14분짜리 단편 <더 치킨>과 3일 만에 촬영한 20분짜리 단편 <슈가 글라스 보틀>도 완성할 수 있었다. 특히 <슈가 글라스 보틀>은 유타와 코우라는 캐릭터가 나오고, 지진 효과도 등장하는 만큼 <해피엔드>의 밑바탕이 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슈가 글라스 보틀>을 통해서 처음으로 일본 스태프들과 함께 일본에서 촬영하면서, 다양한 영화적 효과를 실험할 수 있었다.

네오 소라가 두 편의 단편을 연출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어려움은 배우 연기 디렉팅과 촬영 시간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숏 플랜의 활용 방식이었다. 거장 감독들의 방식을 추종하기보다는 ‘내 영화에 맞는 연출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이기도 하다. “많은 정보를 우선시해서 처리하다 보면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그런데 실은 놓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이 다 흡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뭔가 잘못되었는데?’라고 느끼는 건 사실 내 몸에 흡수된 정보들이 알려주는 거다.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 반응하는그 직감이 내게는 정말 중요했다.”

<해피엔드> 시나리오의 중요한 토대가 된 노다 코고의
<시나리오 구조론>에 대해 설명하는 네오 소라 감독
(제공=KAFA)



목표를 향해 가도록 만드는 작업 네오 소라는 이번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해피엔드>의 프리와 프로덕션 단계에서 있었던 다양한 시도 또한 공개했다. 우선 <해피엔드>의 시나리오는 주변에 영화와 관련이 없는, 그러나 믿을 만한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받은 결과물이다. 시나리오에 대한 영화 전문가들의 테크니컬한 피드백도 필요하지만, “대본을 읽으며 떠오른 순수한 반응들을 흡수하는 게 나의 ‘앰비언트 필링’을 흔들리지 않게 지키는 것이었다”는 네오 소라의 방식은 신진 창작자들이 각자의 연출 스타일에 따라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볼 만하다.

“<해피엔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처음 느꼈던 ‘앰비언트 필링’의 핵심은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이 내가 너무 보고 싶어 하는 어린 시절 친구한테 전화를 걸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네오 소라는 이를 지키기 위해 스프레드 시트에 각 신의 핵심을 문장으로 정리한 ‘스토리 매트릭스’를 만들었다. 신의 제목 옆에 소설의 한 구절처럼 정리된 그 문장 자체가 “전체 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어떤 동력으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장들과 매 프레임에서 일어나는 상황, 그때 필요한 사운드와 효과의 기능을 합쳐서 인과관계가 특별히 설명되지 않더라도 ‘내가 그리워하는 친구에게 연락하고 싶다’는 목표를 향해 가게끔 만드는 것이 나의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렇게 세세한 내용이 적힌 스프레드 시트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공유되었다.

네오 소라 감독이 생각한 <해피엔드>의 앰비언트 필링 핵심은 관객이 영화 관람 후 그리운 어린 시절 친구한테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제공=KAFA)



<해피엔드>는 주요 캐릭터 5명을 연기한 배우들 가운데 4명이 비전문 배우다. 이들을 위한 연기 디렉팅은 배우가 어떤 상황에서든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시키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샌포드 마이즈너의 연기법’과 <해피아워>(2021), <드라이브 마이 카>(2021)를 통해 비전문 배우의 연기 연출에 일가견을 보여준 하마구치 류스케의 조언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하마구치 류스케가 추천한 짧은 다큐멘터리 <장 르누아르와 함께 하는 배우 연출>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방식은 모두 배우가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고, 그럴 때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해피엔드> 워크숍에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서로를 알아가도록 ‘유년 시절 기억 게임’,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 등으로 간극을 좁히기도 했다.

프로덕션에 돌입했을 때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각종 아이디어를 시도했던 자세를 버리고, 연출자로서 현실과 어떻게 타협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했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해피엔드>의 몇 장면을 예로 들어 신진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해피엔드> 촬영 현장에 근미래 배경을 감안하면 나올 수 없는 차량이 서 있는데, 이를 옮길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 일례다. 네오 소라는 이 차를 영화 속 학교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려는 기술자가 타고 온 차로 설정해 차량 옆에 그럴 듯하게 부품을 깔고 부랴부랴 구한 의상을 스태프에게 입혀 영화 속 기술자처럼 보이게 만들어 상황을 해결했다. 유타와 코우가 한 프레임에 잡혔을 때 동시에 지진을 느끼는 순간을 구현한 장면도 흥미롭다. 건물 전체를 흔들 수 없어서 창문에 수직 블라인드를 제작해 설치하고 미술팀과 조감독이 숨어서 블라인드를 흔들어 표현한 것이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두 주인공의 우정이 균열을 보이는 구조적 연출을 재치 있게 완성한 셈이다. 유타의 집에 모인 친구들이 각자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초반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리허설 때 훨씬 더 자연스럽고 생생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어떻게 해도 실제 촬영에서는 리허설 때의 생생함을 똑같이 재현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네오 소라 감독은 <해피엔드> 주요 캐릭터 5명 중 비전문 배우 4명을 위해
‘샌포드 마이즈너의 연기법’과 하마구치 류스케의 조언을 참고하면서 연기 디렉팅을 했다(제공=영화사 진진)



결국 영화가 전달해야 하는 것은 “감독이 하는 일은 카메라를 어디에 둘지 정하고, 언제 롤링을 하고, 언제 컷을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스승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했다는 이 말은 제자 하마구치 류스케가 다시 후배 네오 소라에게 들려준 말이기도 하다. 이 한마디가 전해진 과정은 일본영화의 에너지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드는 세대가 단절 없이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며 영화의 핵심을 계속 파고들며 지극히 기본적인 영화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결국 무너지지 않고 진화하는 영화 산업의 토대가 될 것이다.

네오 소라는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했던 이야기들은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라면 일반적으로 하는 작업들이고 읽기 마련인 책들의 내용이지만,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피상적으로만 알다가 영화를 만들면서 체화되어 훨씬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연 내내 네오 소라가 곱씹었던 ‘엠비언트 필링’ 또한 창작자로서 성장의 과정을 더 깊이 탐구해야 하는 감독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네오 소라는 강연 말미 맨부커상 수상자이기도 한 작가 조지 선더스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는 항상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고 이것을 언어로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지적으로 빛나는 순간은 설명을 하거나 뭔가 언어화하기 바로 직전의 순간이다.”

“결국 영화는 다양한 설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협력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영화라는 형태를 통해 전달해야 하는 것은 ‘앰피언트 필링’”이라는 네오 소라의 생각, 한층 더 높은 완성을 향해 갈 수 있을까. “<해피엔드>를 만들고 나니 이것을 더 잘 전달해야 하겠다. 앞으로 어떻게 더 잘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그의 말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목도하고, 새로운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갈 한국 신진 창작자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네오소라 해피엔드 일본영화 KAFA 넷플릭스 마스터클래스 영화진흥위원회 일본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