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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할인, 가능할까?
관객 움직이는 각국 영화 티켓 할인 정책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할인, 가능할까?
관객 움직이는 각국 영화 티켓 할인 정책
글 _ 박꽃(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2025-09-15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영화 시장은 공통적인 침체 현상을 겪었지만, 각국은 저마다 영화 티켓 가격 할인 정책으로 뜸해진 관객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6월 모든 영화관에서 한 편 관람 가격을 5유로(약 8천 원)에 제공하는 ‘영화의 축제(La Fête du cinéma)’를 열어 대대적인 모객 행사를 진행했고,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과 미국도 팬데믹 이후인 2022년부터 영화 티켓 가격을 할인하는 연례 행사를 열어 영화관 문턱을 낮춘 바 있다. 지난 2~3년 사이 시행한 이 같은 정책 이후 영화 관람객 규모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자연스레 할인을 중단한 경우도 적지 않다. 팬데믹이 촉발한 영화관객 감소 흐름에서 지금껏 벗어나지 못한 한국의 극장 상황에서, 그간 해외 각국이 관객 유입을 위해 실행한 할인 정책과 효과를 살펴보고 적용 가능한 방향을 모색해본다.
올해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 5유로로 모든 영화를
볼 수 있었던 프랑스의 ‘영화의 축제’(제공=’영화의 축제’ 홈페이지 캡처)와
월 구독 무제한 관람 서비스 ‘일리미테’(제공=UGC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 | ‘영화의 축제’ 모든 영화 관람료 5유로 & 월 구독 무제한 관람 서비스 ‘일리미테’
프랑스 | ‘영화의 축제’ 모든 영화 관람료 5유로 & 월 구독 무제한 관람 서비스 ‘일리미테’
이탈리아 | ‘시네마 인 페스타’
영화 티켓 할인 정책이 가장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지난 6월 자국 6천여 개 스크린에서 모든 영화를 5유로에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의 축제’를 열었다. 1985년 시작한 이 축제는 올해로 40회를 맞는 전통적인 관객 유인 캠페인으로, 프랑스전국영화관연맹(FNCF)이 주최하고 프랑스 문화부가 공식 발표·후원하는 형태다. 프랑스국립영화영상센터(CNC)의 경우 매년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기금 일부를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관람객 규모를 집계해 행사의 효과도 분석한다.
CNC에 따르면 올해 행사 첫날인 6월 29일에 93만 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7월 2일까지 행사 4일 동안 약 290만 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약 455만 명1)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영화의 축제’ 역대 최고 기록을 썼던 2011년 성적까지 넘어섰다고 한다. 다만 올해의 경우 지난해 대비 관객 수가 35.8% 급감2)했는데 CNC는 그럼에도 팬데믹 이전인 2017년, 2018년, 2019년보다는 여전히 2.6% 많은 관객 규모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2024년 관객 수는 약 1억 8천10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관객 감소 폭은 12.8%3) 정도다. 이는 관객 회복률이 2019년 대비 87.2%에 달할 정도로 준수하다는 의미다.
문화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는 ‘영화의 축제’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개별 영화관이 주도하는 월 구독 무제한 관람 서비스도 관객을 적극적으로 유혹 중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인 UGC와 아트하우스 영화에 주력하는 MK2의 ‘일리미테(Illimité, 무제한)’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매달 23.9유로(약 3만 8천 원)4)를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UGC는 프랑스의 1, 2위 영화관 프랜차이즈 사업자인 레 시네마 고몽 파테(Les Cinémas Gaumont Pathé)와 CGR 시네마스(CGR Cinémas)에 이어 프랑스 전역에 48개 영화관을 확보한 3위 사업자이고, MK2는 수도 파리에 8개의 영화관을 보유한 아트하우스 전문 영화관이다.
1) CNC, 2024년 7월 추정치, https://www.cnc.fr/professionnels/actualites/frequentation-du-mois-de-juillet-2024--1871-millions-dentrees_2235061#:~:text=Il%20s%E2%80%99agit%20du%20meilleur%20mois,plus%20de%201%20million%20d%E2%80%99entr%C3%A9es
2) CNC, 2025년 7월 추정치, https://www.cnc.fr/professionnels/actualites/en-juillet-la-frequentation-des-salles-atteint-pres-de--15-millions-dentrees_2438268<
3) 프랑스국립영화영상센터(CNC) 홈페이지, https://www.cnc.fr/professionnels/communiques-de-presse/avec-plus-de-181-millions-dentrees-en-2024-les-salles-francaises-confirment-la-situation-exceptionnelle-de-la-france-dans-le-paysage-du-cinema-mondial_2318147?utm_source=chatgpt.com
4) UGC 홈페이지, https://www.ugc.fr/les-offres-ugc-illimite.html
3.5유로만 내면 매년 6월과 9월 이탈리아 전역
900여 개 영화관에서 모든 영화를 볼 수 있는 행사인 ‘시네마 인 페스타’(제공=‘시네마 인 페스타’ 홈페이지 캡처)
영화진흥위원회 유럽 주재원으로 프랑스 파리에 거주한 서승희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의 축제’는 영화를 가끔 보는 사람들이 가격 부담을 덜고 영화라는 문화에 더 관심을 두도록 유도하는 행사”라면서 “40년간 꾸준히 열렸기 때문에 ‘그맘때쯤 개봉하는 영화를 행사 기간에 맞춰 보면 되겠다’는 기대를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반짝 행사가 아닌 만큼 팬데믹 이후의 모객 기간에도 안정적인 모객이 가능했다. 그는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영화의 축제’ 기간을 피하고 평소에 ‘일리미테’를 이용해 마음껏 보는 경향도 있다”면서 ‘타깃 관객이 서로 다른’ 할인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 ‘영화의 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팬데믹 이후 유사한 형태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부터 ‘시네마 인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매년 6월과 9월 이탈리아 전역 900여 개 영화관에서 모든 영화를 3.5유로5)(약 5천600원)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전국영화관운영자협회(ANICA)와 제작 및 배급사 단체인 전국영화·오디오비주얼·디지털산업협회(ANEC)가 주최하고 이탈리아 문화부가 공식 후원하는 형태로, 앞서 언급한 프랑스 모델과 구조가 동일하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부서인 영화·시청각 총국(DGCA)에 따르면 ‘시네마 인 페스타’를 통해 2022년 행사 당시 5일간 110만 명6)의 관객을 모았다. 다만 오랜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경우와 달리 팬데믹 이후 줄어든 영화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고안된 ‘시네마 인 페스타’는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5) ‘시네마 인 페스타’ 홈페이지, https://www.cinemainfesta.it/
6)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영화·시청각총국(DGCA) 홈페이지, https://cinema.cultura.gov.it/notizie/comunicati/cinema-oltre-11-milioni-di-spettatori-in-sala-nei-cinque-giorni-di-attivita-promozionali-anteprime-ed-eventi/?highlight=cinema%20in%20festa&ricerca=cinema+in+festa
영국 | ‘내셔널 시네마 데이’, 영화관·배급사가 3년간 시행
영국 | ‘내셔널 시네마 데이’, 영화관·배급사가 3년간 시행
미국 | ‘내셔널 시네마 데이’, 지난해부턴 중단
영국 역시 팬데믹 이후 관객을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해 ‘내셔널 시네마 데이’를 마련했다. 프랑스, 이탈리아와는 달리 영화관과 배급사 등 영화 산업의 민간이 주도한 행사로, 영국극장주협회와 배급사협회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시네마퍼스트(Cinema First)가 공식 주최자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8월 말과 9월 초 하루 동안 영국과 아일랜드 상영관에서 모든 영화를 3~4파운드(약 5천600~7천400원)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영화 티켓 가격이 3파운드였던 2022년과 2023년 실제로 각각 160만 명과 170만 명을 동원하며 모객에 크게 성공했다.
다만 영화 티켓 가격이 4파운드로 오른 2024년에는 100만 명으로 관객 수가 급감7) 했고, 올해는 행사를 사실상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해당 행사가 팬데믹 직후 관객 유인에는 확실한 효과를 보였지만, 영국의 영화 관람 규모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자 업계에서 큰 폭의 영화 티켓 할인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우려하기 시작했을 것8) 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영화협회(BFI)에 따르면 2024년 영국 영화 관객 수는 약 1억 2천650만 명이었고,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약 1억 7천600만 명 대비 72% 수준으로 회복9) 한 규모였다.
7) 스크린 데일리, ‘UK’s National Cinema Day sees admissions reach one million, down a third year-on-year’(2024/09), https://www.screendaily.com/news/uks-national-cinema-day-sees-admissions-reach-one-million-down-a-third-year-on-year/5196760.article?utm_source=chatgpt.com
8) 스크린 데일리, ‘National Cinema Day paused for 2025’(2025/08), https://www.screendaily.com/news/national-cinema-day-paused-for-2025/5207860.article?utm_source=chatgpt.com
9) 영국영화협회(BFI) 홈페이지, https://www.bfi.org.uk/news/official-bfi-statistics-2024?utm_source=chatgpt.com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을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해 영화 관련 협회들과 비영리단체가 힘을 합한 영국
(제공=영국배급사협회 인스타그램 캡처)과 미국(제공=‘내셔널 시네마 데이 2023’ 홈페이지 캡처)의 ‘내셔널 시네마 데이’
미국 역시 팬데믹 이후인 2022년과 2023년, 미국극장주협회(NATO)와 산하 비영리단체인 ‘시네마 파운데이션’이 주도하는 ‘내셔널 시네마 데이’ 행사를 열었다. 미국 노동절이 껴 있는 9월 중 하루 동안 영화를 3달러(2022년)와 4달러(2023년)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주요 프랜차이즈 영화관인 AMC와 리걸시네마가 모두 참여했는데, 2023년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크게 흥행하며 영화 관람 붐을 일으킨 데에도 이 영화들을 전국 3천여 개 영화관에서 4달러에 볼 수 있었던 할인 정책의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해, 이 할인을 이용해 영화를 본 관객은 8천100만 명에 달한다.10)
다만 2022년과 2023년 딱 두 해만 진행한 이 행사는 2024년부터 중단된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행사 당시 관객이 급격히 몰린 로스앤젤레스(LA)와 애틀랜타 일부 영화관은 경찰이 출동해 관객을 대피시켜야 할 정도로 혼잡을 겪었는데, 행사로 인해 영화관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배급사로서도 이 행사 때문에 대작을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에 상영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았고, 할인 행사가 오래 유지되면 대중에게 본래 영화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11)
10) AP, ‘Barbie’ for $4? National Cinema Day is coming, with discounted tickets nationwide(2023/08), https://apnews.com/article/national-cinema-day-2023-discounted-tickets-033cf7e5763094d4c3bb19ddc3b36c2f
11) 인디와이어, What Happened to National Cinema Day? It’s Complicated(2024/08), https://www.indiewire.com/news/box-office/what-happened-to-national-cinema-day-discount-theater-tickets-1235040764/
독일 | 영화관연합 주최 ‘키노페스트’ & 월 구독 서비스 ‘신피니티’ 독일 역시 영국과 유사한 형태로 민간이 주도해 매년 영화 티켓 가격을 크게 할인해주는 행사 ‘키노페스트’가 열린다. 프랜차이즈 영화관이 모인 독일영화극장총연합(HDF Kino)과 독립예술영화관연합(AG Kion)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2022년부터 9월 첫 주말 독일 전역 700여 개 영화관에서 모든 영화를 5유로에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연방영화위원회(FFA)의 2024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 1천722개12)의 영화관이 있는데, 이에 준거할 때 40%가량의 영화관이 ‘키노페스트’에 참여한 셈이다. 2023년 행사에는 93만 명13), 2024년 행사에는 관객 120만 명14)이 모였다. 올해 역시 9월 13일과 14일 이틀간 ‘키노페스트’가 열렸다.
12) 독일연방영화위원회(FFA) 홈페이지, https://www.ffa.de/broschueren.html
13) 독일영화극장총연합(HDF Kino) 홈페이지, https://hdf-kino.de/projekte/kinofest/?utm_source=chatgpt.com
14) 상동, https://hdf-kino.de/12-millionen-besucherinnen-waren-dabei-deutschland-feiert-das-erfolgreichste-kinofest-seit-einfuehrung-mit-dem-besucherstaerksten-wochenende-des-jahres/?utm_source=chatgpt.com
(왼쪽부터) 말라 엠드, 헬레나 젱겔, 안네라테-폴레 등
독일 배우들이 올해 ‘키노페스트’ 홍보에 동참했다
(제공=HDF KINO 인스타그램 캡처)
독일에서는 영화 관람객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도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월 구독 무제한 관람 서비스 ‘신피니티(Cinfinity)’가 그 사례다. UGC나 MK2처럼 민간 영화관이 주도하는 프랑스 월 구독 무제한 서비스 ‘일리미테’와 유사해 보이나, 가장 크게 다른 점은 FFA가 후원하는 공적 성격을 지닌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신피니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월 13.9유로(약 2만2천 원)를 지불하고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면 베를린, 함부르크, 에센, 바이에른 등 주요 도시에 위치한 100여 개 영화관에서 매달 영화를 무제한 관람할 수 있다. 1년치를 결제하면 150유로(약 24만 원)로 매월 구독 대비 10%를 깎아준다. 다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네플렉스를 비롯한 독일의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현재 참여 영화관 대부분은 소규모 예술영화관이다.
공적 성격을 지닌 독일의 월 구독 무제한 관람 서비스 ‘신피니티’.
홍보 사진 문구는 독일어로 ‘끝없는 영화를 선사합니다!’라고 되어 있다(제공=신피니티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 | 영화관 할인 행사만으로 팬데믹 이전 대비 74% 회복 일본의 경우 팬데믹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별도의 할인 정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다만 일본 내 1위 프랜차이즈 영화관 사업자인 토호시네마즈, 2위 이온시네마, 3위 109시네마즈 등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은 1950년대 제정된 ‘영화의 날’인 12월 1일 영화 티켓을 1천 엔에 판매하는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또 세 극장 모두 매월 1일 영화 티켓을 1천200엔(약 1만 2천 원) 수준으로 정가 대비 약 30% 할인해주는 ‘서비스 데이’를 시행한다. 토호시네마즈는 매주 수요일마다 비슷한 할인을 해주는 ‘토호 웬즈데이’를, 이온시네마는 월요일마다 영화 티켓 가격을 깎아주는 ‘해피 먼데이’를 개별 운영하는 등 가격 차별화 정책도 선보이고 있다.
매주 수요일 할인 행사 ‘토호 웬즈데이’를 진행하는 토호시네마즈(제공=토호시네마즈 홈페이지 캡처)
흥미로운 것은 별도의 할인 정책 없이 통상적인 할인 프로그램만 유지했는데도 한국보다 높은 관객 회복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일본영화제작자연맹(Eiren)의 2024년 영화 산업 통계15)에 따르면 지난해 관객 수는 약 1억 4천400만 명으로 2019년 약 1억 9천400명 대비 74% 선까지 올라섰다. 팬데믹 기간 <귀멸의 칼날> 시리즈 극장판과 <스즈메의 문단속>(2023)처럼 흥행 애니메이션이 등장해 관객을 불러 모은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인실 이와테대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일본이 특별한 코로나19 대책 없이 관객 규모를 회복할 수 있었던 건 팬데믹 당시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살아남은 독립영화관 비중이 높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5) 일본영화제작자연맹(Eiren) 홈페이지, 2024년 영화 산업 통계, https://eiren.org/toukei/index.html
이온시네마는 ‘해피 먼데이’뿐만 아니라 매월 1일(해피 퍼스트),
평일 아침 10시대(해피 모닝),
매일 오후 8시 이후(해피 나이트)에 상영되는 영화 등에 대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이온시네마 홈페이지 캡처)
한국 | 각종 할인 정책 중첩에도 회복률 50%대
한국의 경우 휴대전화 통신사인 SKT, LGU+, KT가 사용자에게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프랜차이즈 영화관 관람권을 할인해주는 ‘통신사 할인’이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통상 영화 티켓 한 장당 3천 원을 깎아주는데, SKT의 경우 자사 요금제 VIP 고객에게 연간 12매의 무료 영화관람권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한 ‘문화가 있는 날’ 역시 대표적인 영화 티켓 할인 정책이다.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문화가 있는 날’ 홍보와 운영에 드는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프랜차이즈 영화관과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자체적으로 영화 티켓 가격을 7천 원으로 깎아주는 형태다.
팬데믹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영화 티켓 할인 지원에 나선 사례도 있다. 2020년 6월 영화 티켓 7천 원 할인권 147만 장을 배포했는데, 4년 만인 올해 7월 추경을 통해 같은 할인권(소비쿠폰)을 450만 장 더 발행했다. 다만 ‘통신사 할인’, ‘문화가 있는 날’, ‘정부 발행 할인권’ 등 각종 정책이 중첩되어 있음에도 영화 관객 회복률은 2019년 대비 54%16)에 그치며 해외 대비 눈에 띄게 저조한 상황이다.
정부가 영화 티켓 할인권(소비쿠폰)을 배포한 올해 7월 25일부터 7월 31일까지 일일 관객 수는 평균 52만여 명으로, 배포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제공=한경DB)
해외 사례 참고 & 할인 정책 기대효과 먼저 파악해야
예외적인 일본 사례 정도를 제외하면, 앞서 언급한 해외 국가들은 ‘팬데믹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2022년부터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 영화 관람료 할인 정책을 시행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명확한 목적을 지닌 시의적절한 정책 덕에 영화 관객(매출)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70% 수준까지 회복되었고, 프랑스는 80%를 웃도는 수치를 달성하며 시장 정상화에 바짝 다가설 수 있었다. 이에 견줘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할인 정책의 적기를 놓친 감이 크다.
다만 영화관에 가는 상황 자체를 꺼리던 팬데믹 당시 고안한 해외 할인 정책을 현시점에서 유사한 형태로 도입하기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경우 영화 티켓 가격에 대한 문제 제기만큼이나 ‘볼 만한 콘텐츠’에 대한 요구도 강하게 대두된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명분 없는 영화 티켓 할인 정책을 시행할 경우 자칫 영화라는 대중예술의 가치 자체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구성 방식, 주도 기관 등 정책의 운용은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서, 지금 우리 영화 산업이 고민하는 할인 정책의 기대효과가 무엇인지 분명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할인권 적용 범위, 방식,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영화 티켓 할인 정책은 한국 영화 산업이 어떤 점을 기대하는지 파악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서 더욱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제공=한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