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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상을 세상에 다 꺼내 놓고 싶다”
<THE 자연인> 노영석 감독
글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이승재(한경매거진앤북 기자)
2025-09-15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8월 20일 개봉한 <THE 자연인>은 노영석 감독이 오랜만에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던 MBN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보다가 구상한 영화다. 자연인이 산에서 나물을 캐먹는다면서 흙에 미리 꼽아 놓은 냉이를 빼 먹는 것을 보고, 조작된 상황과 자연인이라는 캐릭터를 더 정색하고 기괴하게 만들면 재밌겠다는 발상을 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THE 자연인>은 귀신이 나온다는 곳을 찾아 다니는 유튜버 인공(변재신)과 친구 병진(정용훈)이 귀신이 출몰한다고 제보한 자연인(신운섭)을 만나러 외딴 산골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다. 두 청년은 귀신보다 더 기괴한 자연인의 행각에 시달린다. 자연 그대로의 날것을 먹는다면서 밤마다 방에서 짜장면과 닭발 등을 먹는 자연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공은 존재 자체가 부담스럽고 기이한 자연인에게서 벗어나 산을 내려가려 하지만, 병진은 자연인이 제공하는 소금잼, 토끼탕 등 기괴한 음식들을 흡입하며 의외의 적응력을 보인다. 설상가상, 자연인의 후배이자 긴 머리에 흰 소복 차림의 여자 란희(이란희)가 갑자기 나타나 코로 라면을 먹는 기예를 선보이면서 상황은 더더욱 기상천외하게 꼬인다.
호방한 사기꾼 같은 자연인과 진실을 구분할 수 없는 디지털 세계의 만남. <THE 자연인>은 거짓과 조작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가 유튜브 플랫폼과 만나 증폭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2020년 9월에서 10월까지 강원도 평창의 <웰컴 투 동막골>(2005) 세트장에서 촬영한 이후 5년 만에, 전작 <조난자들>(2014) 이후 11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되었지만, 이 영화가 지닌 아이러니는 매우 현대적이다. 그 사이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어머니의 냉면 가게에서 육수 담당으로 생계를 꾸리며 영화를 향한 마음을 꼭 붙들어 왔던 노영석 감독. 웃다가 서늘해지는 <THE 자연인>을 세상에 풀어놓고 마침내 새로운 한 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거짓과 조작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 트렌드가
유튜브 플랫폼과 만나 증폭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 <THE 자연인>(제공=스톤워크)
Q <THE 자연인>이 2023년 49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하고 2년 만에 개봉했다. 괴랄한 영화라는 반응과 함께 호평이 많았다.
그런 단어에 거부감은 없다. 이 영화가 그 정도인가 싶긴 하지만.(웃음) 상영관이 많지 않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지만 개봉이 쉽지 않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경기인디시네마로 선정되어 개봉 지원금 3천만 원을 받아서 개봉할 수 있었다. 개봉 주에는 독립영화 상영관을 포함한 30개 정도였고, 멀티플렉스도 조금씩 열어줬지만 대부분 하루 한 번 상영이니 관객들이 시간 맞춰서 보기도 힘들 것 같다. 지금 상영관이 더 열리길 바라는 건 무리일 거다. 그래도 만족한다. 개봉했다는 것에 대해서. 이제 다음 스텝을 밟아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걸 계속 끌어안고 있었으면 뭘 할 수가 없었을 거다.
Q엄청난 엔딩 크레디트가 눈길을 끈다. 감독, 각본, 촬영, 조명, 미술, 음악, 편집, 컴퓨터그래픽(CG), 사운드 믹싱 등 대부분의 파트를 채우는 이름 노영석. 투자 등의 상당한 항목은 빈칸으로 남겨 놓고. 1인 미디어 시대에 어울리는 1인 제작 영화는 도전인 동시에 돌파구였나?
맞다. 전작 <조난자들> 이후에 규모 있는 상업영화를 해보려다가 잘 안 되었다. 그리고 5년이 훌쩍 지났다. 사람들이 내게 더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시절 같이 영화를 만들었던 친구들 가운데는 큰 상업영화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뭔가 도전할 게 필요했다. 첫 장편영화 연출작 <낮술>(2009)도 친구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대부분 혼자 작업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작업을 해보자 싶었다. ‘기네스북에라도 올라보자’라는 심정으로 모든 파트에 타이틀을 걸고 싶었다. 일종의 자기 최면이랄까. 그게 큰 힘이 되었다. 물론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했는데, 어떤 투자사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개발 가능성이 10점 만점에 2점이라면서 안 좋은 코멘트를 정성스럽게 써서 보내주었다.(웃음) 그게 또 에너지가 되었다.
노영석 감독은 <THE 자연인>을 아이디어만으로도 다층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1인 제작 영화로 만들었다
Q고립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공포에 웃음을 더해진다. <낮술> <조난자들>에서도 그랬는데, <THE 자연인>역시 고립된 곳으로 자처해서 떠나는 사람이 연이어 등장한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완성할 때 그런 곳을 간다.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리면 친구 불러서 술 먹고 싶어지는데,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스스로를 강원도에 고립시켜 버린다. <낮술>에 나오는 펜션도 실제 내가 시나리오를 쓴 곳이다. <조난자들>도 태백 자연휴양림에 시나리오를 쓰러 갔다가 구상했다. <조난자들>의 주인공처럼 버스에서 이상한 남자를 만났다. 영화 초반 버스 안의 대사가 실제로 내가 그 이상한 남자와 주고받은 대화와 똑같다.
처음엔 예산 때문에 그런 공간을 선호하나 했는데, 최근에 생각해보니 예산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시나리오에도 그런 공간이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확실히 좋아하나 보다. 로케이션 헌팅 때 혼자 다니면 무섭다. 무작정 로드뷰로만 찍고 갔는데 길이 낭떠러지 옆인 경우도 있고. 그런데 그게 또 좋다. 한 발짝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Q자연인의 과한 행동과 그 때문에 주저하고 난처해하는 유튜버 인공의 리액션은 느껴보지 않았으면 표현하지 못할 디테일들이 엿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영화 주인공들을 왜 그렇게 우유부단하냐고 싫어한다.(웃음) 여행지에서 우유부단하지 않고 단번에 집에 오면 영화가 진행이 안 되지 않나.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다. 누군가는 단칼에 끊겠지만 인공처럼 주저하는 게 더 보편적인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인공도 애매하게 화가 날 때 자연인이 “미안해. 산삼이야. 너 다 먹어”라고 하니까 화를 내려고 했던 것도 미안해진다. 그런 부채감을 캐릭터에 섞어보려고 했다.
Q코믹하지만 공포스럽고 공포스럽지만 어이없는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된다. 시나리오에서의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나? 아니면 편집에서 새롭게 조립된 국면이 있나?
개봉 전 버전에서는 자연인과 병진이 뭔가 더 짜고 치는 느낌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매운탕을 끓여 먹는 신이다. “여긴 귀신만 많은 게 아니었습니다. 물고기도 많습니다” 하면서 먹방을 찍는 건데, 자연인이 옆에서 갑자기 기괴한 웃음을 지으면서 와구와구 먹는다. 뼈째 막 씹어 먹기도 하고. 그 와중에 병진도 같이 키키킥 웃으면서 자연이 씹고 버린 뼈를 도로 막 씹어 먹는다. 인공이 보기엔 둘 다 귀신에 홀린 건지 아니면 짜고 치는 건지 헷갈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내가 잘못 찍었고, 장면 자체에 깊이 들어가질 못했다. 재촬영까지 했지만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못 썼다.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 이 장면이 있는 버전을 한번 틀었다.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는 화면에 자막만 나와도 관객들이 환호하고 영화를 즐기는 분위기다. <THE 자연인>상영이 시작되고 타이틀이 나왔을 때도 관객이 환호했다. 그 이후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를 경험했다.(웃음) 관객들은 이 영화가 크리처물인 줄 알았던 것 같다. 너무 조용했다. 그 관객들은 짜장면을 모르고 비닐을 젓가락으로 어떻게 벗기는지도 모르고, 닭발과 쿨피스의 조합도 모르지 않나. 그래서 더 괴리를 느꼈을 것 같다.
<THE 자연인>의 인물들은 코믹하지만 공포스럽고, 공포스럽지만 코믹한 상황에서도
보편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준다(제공=스톤워크)
Q현장에서 제작부, 연출부 없이 촬영과 조명, 동시녹음, 미술, 의상의 역할을 동시에 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나? 란희가 등장해 라면을 코로 먹는 장면을 예로 든다면?
일단 삼양에서 나온 ‘수타면’을 준비했다. 한번 먹어봤는데 쫄깃함이 오래 가길래 촬영하다가 식더라도 맛있게 드시라는 마음에서 선택한 제품이다. 작업 과정은 우선 라면을 끓인다. 배우들은 대사 연습을 한다. 내가 상 차려놓고 오시라고 부른다. “이쪽에서 라면 드시는 거 찍을 게요” 하면서 라면을 찍고, 다 드시고, 란희 역의 이란희 배우만 앉혀 놓고 라면이 코로 들어가는 CG 소스 촬영을 한다. 먹을 때 많이 움직이지만 말아 달라고, 많이 움직이시면 CG로 계속 면발을 따라가야 하니 힘들다는 주문을 하고.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
동시녹음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짐벌을 개조해서 붐마이크를 달아봤는데, 고생만 하고 제대로 쓰질 못했다. 그래서 유튜버인 인공이 마이크에 집착하는 상황을 이용했다. 마이크를 옷에 달 때는 그 마이크로 녹음을 했다. 그래도 기술적으로 녹음을 잘 하고 싶었다. 혼자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후반에 잡음이 많아서 자막을 달았다. 자막을 보는 게 요즘 세대에도 맞을 것 같고, 이 영화의 특성에도 맞을 것 같았다.
Q현장 연기 디렉팅의 방식도 궁금하다. 자연인 역 신운섭 배우와 란희 역 이란희 감독(<3학년 2학기>) 겸 배우는 <조난자들>에서도 함께 했던 사이인데.
처음 리딩을 하러 모였을 때 신운섭 배우가 해석한 자연인은 너무 코믹했다. 그래서 중간에 리딩을 끊고 말씀 드렸다. 자연인 캐릭터는 ‘아’ 하면 ‘어’ 하고 답하는 사람이 아니다. 웃어야 할 타이밍에 안 웃다가 갑자기 혼자 웃고,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더니, 감사하게도 캐릭터 해석을 완전히 바꿔 오셨다. 그게 지금의 자연인이다.
인공은 변재신 배우가 약간 까칠하게 해석해 왔다. 실제 성격이 영화처럼 불편한 상황에 처하면 화를 내는 단호한 성격이었다. 그래도 인공에게 관객이 호감을 가질 수 있게 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 부분이 적절히 들어가서 인공이 할 말은 하는 요즘 세대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병진은 사실 별 생각이 없는 캐릭터다. 친구 인공이 유튜브를 하니까 나도 해볼까 하면서도 열심히 하지 않고 휘둘리는 성격의 역할인데 정용훈 배우가 잘 해석해 오셨다. 중간중간 비어 있는 대사도 잘 채워주시고.
란희는 시나리오 쓰면서 가장 큰 힘을 받은 캐릭터다. 시나리오 쓰다가 막히거나 하면 낮술을 하는데, 스파클링 와인을 한 잔 마시다가 라면을 코로 먹어보자는 생각이 났다. 너무 신나서 란희 누나에게 전화했다. 스타가 되실 건데 준비되셨냐고, 하지만 평생 라면을 코로 먹는 이미지로 사셔야 되는데 괜찮겠냐고. 그리고 나중에 시나리오를 보여 드렸더니 경악하셨다.(웃음) 현장에는 3일밖에 안 계셨지만 능숙하게 잘해주셨다.
노영석 감독의 연기 디렉팅과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이 조화를 이루며
<THE 자연인>속 인물들은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게 되었다(제공=스톤워크)
Q 테이크와 테이크 사이도 혼자 정리해야 해서 짧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사이의 상황들이 어땠을 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콜 타임이 오전 9시면, 나는 촬영장인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에 새벽 4, 5시에 도착해 동이 틀 때까지 그날 찍을 분량의 미술 준비를 마친다. 이후엔 카메라 앵글을 위해 주변을 정리하는 정도만 하면 되었다. 세트장이 넓어서 찍기가 너무 좋았다. 문제는 로케이션이 바뀌는 경우다. 계곡 신의 경우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 옆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계곡에서 찍어야 했다. 숲에서 벌어지는 인공과 자연인의 추격 신, 자연인의 빙의 신은 대관령에서 찍었다.
숙소에서 세트장을 가려면 1시간이 걸리는데, 배우들을 태우고 내가 직접 운전했다. 가끔 누가 운전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한번은 병진 역 용훈 씨가 먼저 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평창역까지 갔다 오면 2시간이 걸리는데 촬영 준비는 해야 하고. 그때만 운전이 가능한 신운섭 배우에게 부탁 드렸다. 촬영보다 운전이 힘들었다.(웃음)
Q 자연인이 인공과 병진에게 먹으라고 내놓은 자연주의 메뉴들이 실소를 자아낸다. 소금잼, 토끼탕 등의 메뉴는 어떻게 만들었나?
소금잼은 카야잼에 소금 결정을 부숴 넣고 각질처럼 보이게 후추를 뿌렸다. 먹어봤더니 나쁘지 않았는데 배우들은 굉장히 맛 없었다고 하더라.(웃음) 토끼탕은 냉동된 토끼 고기를 사서 상하지 말라고 계곡 물에 담가 놨다가 깜박 잊어먹었다. 찾으러 갔더니 상해서 누린내가 났다. 일단 끓여서 비주얼은 촬영하고 버린 후, 닭으로 다시 탕을 끓여서 먹는 신을 찍었다. 병진이 토끼탕인데 닭 맛이 난다는 대사를 한 건 그래서다.(웃음)
Q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설명되지만, 실상 화면에 나오는 건 몇 개 되지 않는 자연인 가문의 보물, 담금주 병들의 정체는?
투자를 받았으면 담금주 병을 정말 방 한 가득 채우려고 했다.(웃음) 중고 거래 플랫폼에 ‘담금주 병’ 키워드를 올려놨는데, 누가 김포 쪽에서 담금주 20병을 7만 원에 파시길래, 얼른 샀다. 사와서 생각하니 술이 너무 아까웠다. 굳이 깰 필요가 있을까 싶던 차에 빈 담금주 병 20개를 수원 쪽에서 내놓은 분이 있었다. 그걸 사서 커피 가루에 물을 섞고 나뭇가지도 넣어 섞은 다음 스티커를 붙여서 만들었다.
Q 엔딩 크레디트에 빼곡히 차 있는 노영석 이름 중에 가장 웃긴 크레디트가 ‘목욕하는 란희’다. 이란희 배우에 대한 배려였나, 아니면 고육지책이었나?
이란희 배우가 직접 한다고 수영복까지 준비해 오셨다. 부담감은 있지만 본인 어깨선이 봐줄 만하다면서.(웃음) 그런데 아무래도 친한 누나가 어깨를 내놓는 게 왠지 미안하고, 그 신이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밤 신이었다. 계곡이 위험할 수 있고 한밤 중 차가운 물에 혼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고 보니 란희가 쓰는 가발이 있었다. ‘가발 쓰고 내가 들어가도 되잖아?’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일종의 스턴트를 한 셈이다. 이란희 배우가 관객과의 대화(GV) 때 이 사실이 밝혀지는 걸 매우 좋아하신다.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 촬영과 자연주의 메뉴들 제작 등을 통해
영화 속 자연인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준 노영석 감독
Q내가 찍고 싶은 영화를 나 혼자 찍는 것, 그 고통과 즐거움이 다 컸겠다. <THE 자연인>을 통해 감독으로서 더 단단해진 부분과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힘들어도 너무 즐거웠다.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새삼 느꼈다. 다음 영화를 한다면 스태프를 잘 꾸려서 서로 좋은 의견을 교환해 가면서 영화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것 같다. <조난자들> 때 상업영화 스태프들과 기싸움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Q영화를 만드는 삶을 지속한다는 건 확실히 힘든 일이다. 요즘처럼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럼에도 이 일을 지속하고 싶다면 그건 왜일까?
요리해서 남 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냥 먹기만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내가 상상하는 이야기가 세상에 나와 있으면 좋겠다. 밖에 내놓으면 꽤나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게. 내 상상을 다 꺼내 놓고 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