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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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끝에 얻은 값진 결과
<노이즈> 김수진 감독
글 _ 박경희(한경매거진앤북 기자)
사진 _ 서범세(한경매거진앤북 기자)
2025-08-18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 관객 수 3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야당>(관객 수 337만 8천166명)뿐, 지난해 상반기에만 <파묘> <범죄도시4> 등 천만 영화가 두 편 나온 것에 비교하면 안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상반기를 마감하는 6월 끝자락에 한국영화는 한 줄기 희망을 봤다. 그 주인공은 6월 25일 개봉해 장기 흥행 중인 <노이즈>. 개봉 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신인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자 저예산 공포영화였지만, 개봉 18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7월 31일엔 관객 수 167만 8천193명을 기록해 <검은 소녀들>(관객 수 167만 559명)을 제치고 올해 한국 공포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제대로 반전을 이뤄냈다.
현실 공포 스릴러 <노이즈>는 정체불명의 아파트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주희(한수아)가 실종되자, 언니 주영(이선빈)이 층간소음의 원인과 동생의 행방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전 세계 117개국에 선판매되었고 7월부터 필리핀, 몽골,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했다. 그리고 시체스국제영화제, 판타지아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한국형 공포영화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노이즈>를 연출한 김수진 감독은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 땀을 쏟으며 인터뷰 장소에 왔는데도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2013년 단편영화 <선>으로 66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된 후 12년 만에 첫 장편영화 연출작을 내놓기까지의 떨림과 불안함이 좋은 성적과 해외에서의 주목으로 이미 해소된 듯했다.
올해 한국 공포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노이즈>
과감했던 새로운 시도
Q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 <노이즈>가 올해 한국 공포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관객 반응을 보면서 기분이 어떤가.
주변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이즈> 관련 피드나 스토리가 올라오면 사진 찍어서 보내준다.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느낀 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신기했다. 젊은 세대는 SNS에 <노이즈> 티켓 인증샷을 올려 입소문을 내고, 영화를 해석하고 분석한 글을 커뮤니티나 영화 후기 사이트에 공유하며 갑론을박을 하더라. 한 중년 남성은 자신의 블로그에 자녀가 <노이즈>를 추천해 가족이 다 같이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온 후기를 남겼다. 그걸 보면서 많은 사람이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정말 뿌듯했다.
Q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해외 개봉도 했다. 직접 만난 해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좋고 나쁨을 떠나 대체로 국내 관객과 비슷한 지점에서 반응이 나와 놀랐다. 12년 전,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갔을 때는 그 지점이 크게 달랐는데 말이다. 요즘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같은 콘텐츠를 동시에 즐기고 있으니까 문화의 벽이 없어진 것 같다. 다만 국내 관객이 작품을 더 세밀하게 본다. 그래서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Q단편영화 <선> 이후 12년 만에 장편영화 연출로 데뷔했다. 어떤 계기로 <노이즈>를 연출하게 되었나.
2021년 제작사 화인컷이 연출 제안을 했다. 영화 원안을 받은 당시 내게 주어진 건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에서 실종된 동생을 찾는 청각장애 언니 이야기’, ‘현실 공포 스릴러’뿐이었다. 나머지는 내가 채워 넣어야 했고, 누가 봐도 뻔한 현실 공포 스릴러가 될 것 같아 변주를 주고 싶었다.
Q어떤 변주를 주고 싶었나.
제작사와 여러 의견을 주고받다가 현실 공포 스릴러에 초자연적 공포를 넣기로 했다. 층간소음 소재로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으니까 장르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 매력적인 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귀신이 등장하고, 캐릭터가 빙의되는 장면이 나오는 현실 공포 스릴러가 관객에겐 어색할 수 있지만 결국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노이즈> 성적이 이를 증명하니까.(웃음)
<노이즈>는 현실 공포 스릴러에 초자연적 공포를 더한 새로운 시도로 관객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
생경한 소리가 주는 신선함
Q무엇보다 소리가 중요하지 않았을까?
현실 공포 스릴러나 초자연적 공포 모두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지만, 성격이 달라 균형 있게 풀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로 해결하려고 했다. 층간소음 소재 영화인 만큼 현실의 층간소음에 미지의 초자연적 소리를 자연스럽게 더하는 게 중요했다. 예를 들어 주희가 층간소음 때문에 화내는 오프닝 장면은 층간소음 속에서 초자연적 소리가 느껴지도록 사운드를 디자인했다.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건지 알 수 없어 귀를 기울이는 관객을 단번에 극에 집중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Q청각장애 캐릭터 주영이 듣는 소리도 생경했다.
주영은 전문가 자문을 받아서 상대가 귀에 대고 말을 해야 들을 수 있고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청각장애 4급으로 캐릭터를 설정했다. 주영이 주희가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음성파일과 지하실에서 나는 초자연적 소리를 듣고 놀라는데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을 반영한 것이다. 어느 날 대낮 공원에서 동시녹음을 하다가 껐던 녹음기를 다시 켰는데, 정체 모를 언어로 말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라디오 음질로 들리는 게 무섭고 생경했다. 알고 보니 지향성 마이크가 받아들이는 주파수가 있는데, 가끔 다른 소리의 주파수가 맞아서 기계로 들어올 때도 있던 거였다. 이걸 주영이 착용하는 보청기에 초자연적 소리가 들리는 설정으로 풀어내게 되었다.
Q 장편영화 연출 데뷔 전 동시녹음 일을 한 게 도움이 되었나.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시나리오 쓸 때는 동시녹음 사운드와 후시녹음 사운드를 배합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후반작업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소리 자체는 후반작업에서 믹싱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다만 동시녹음 콘셉트가 영화에 등장한다. 기훈(김민석)이 처음 등장할 때 지향성 마이크를 들고 주변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지향성 마이크는 지향하는 곳의 소리를 집중적으로 딴다. 주영과 기훈이 지하실에서 지향성 마이크를 단 캠코더를 들고 가는 것도 소리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연출이었다. 원래 지향성 마이크, 주파수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화 완성도를 위해 편집한 건 아쉬웠다.
층간소음과 초자연적 소리의 사운드 디자인에 집중해 공포를 극대화한 김수진 감독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
Q단편영화 <선>에 이어 이번에도 아파트가 주 배경이다. <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선(Line)에 대해 말하는데, <노이즈>도 아파트 층간소음을 소재로 그 선을 넘는 사람들에 주목하고 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높은 밀도로 아파트라는 한 공간에 있는데,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잘 모른다. 나도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소음이 들리면 화가 나지만 ‘누가 위에 살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 주체를 찾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았고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Q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후반부 아파트 지하실에서 주영과 정인(전익령)이 싸우는 장면에서 화면이 180도 돌아가거나 아파트의 전경을 담을 때 층층이 다 보이게 한 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층간소음 피해로 고통받는 주희, 근배(류경수)를 보면 본인들이 더 큰 소리를 내고, 심지어 밖에서 고성을 지르기도 하지 않나. 결국 층간소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아파트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계속 바뀌는 것이다.
Q선한 줄 알았던 캐릭터가 본색을 드러내고, 주영을 괴롭혔던 캐릭터가 조력자가 되는 것은 어떤 의도였나.
캐릭터의 양면성을 담아내려고 했다. 주영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인물로 누가 좋을까 생각했을 때 주영에게 날을 세웠던 부녀회장(백주희)이 좋겠더라. 그래서 부녀회장에게 청각장애 아들이 있다는 설정을 넣어 주영과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했다. 주영이 처음 봤던 정인은 딸을 아끼는 엄마였다. 하지만 실체를 알고 나서 잘못된 모성이 복수로 어긋났다는 걸 깨닫는다. 정인은 교통사고로 딸을 잃고 그 원인을 아파트 주민들에게서 찾는다. 이런 설정을 통해 정인도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노이즈>에 등장하는 아파트 주민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모습을 드러낸다
실감 나는 현실 공포 그리기
Q아파트와 지하실의 분위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이에 맞는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을 것 같다.
해외 초자연적 공포영화를 보면 외딴곳에 주인공이 으스스해 보이는 건물에 들어가 산다. 그 건물에 저주가 걸려 있고 기괴한 사건이 벌어진다. 우리나라와 주거 생활에 차이가 있으니 <노이즈>에선 도시 한복판에서 멀리 떨어진 아파트 단지였으면 했다. 재건축 설정이 있으니 적당히 허름한 아파트여야 했고, 여러 층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기 위해 최소 10층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도 세웠다. 그 기준에 맞는 아파트를 찾느라 제작팀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고생 많이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파트 외관은 충북 천안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촬영을 했고, 지하실은 전북 군산시에서 쓰레기 20톤을 직접 가져와 채워 넣고 찍었다.
Q아파트 주민들에게 어떤 영화인지 말하고 협조를 구했을 때 반응이 궁금하다.
영화의 내용이 밝진 않지만 주민들이 항의하거나 촬영을 방해하지 않았다. 촬영 막바지에는 주민들과 배우들이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내가 모르게 제작팀이 뒤에서 많이 노력한 것 같다. 영화에서 504호에 사는 근배가 한밤중 칼을 들고 주영이 있는 604호를 찾아가 층간소음을 내지 말라고 고성을 지르지 않나. 그 장면을 촬영할 때 류경수 배우가 “이 시간에 소리 질러도 되냐”고 지레 겁을 먹더라. 협조를 구해 진행한 촬영이지만 배우들도 신경 쓰였을 거다. 덕분에 배우들이 연기에 잘 집중해 NG를 많이 내지 않았다.
Q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이선빈 배우는 연기력이 ‘튼튼’한 배우다. 표현력이 정말 좋더라. 604호 대문에 붙은 흰 종이를 떼어냈을 때 문을 칼로 긁어 글을 써 놓은 걸 주영이 보는 장면이 있다. 나는 집 안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이선빈 배우가 갑자기 놀라는 소리를 냈다. 리허설인 줄 모르고 실제로 무슨 일이 있나 했다. 그 정도로 리액션을 실감 나게 했다. 김민석 배우는 기훈 역할을 ‘해 줄까?’ 싶었다. 기훈이 평면적이라 돋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평양냉면 같은 캐릭터를 잘해야 정말 맛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면서 출연 제의를 수락했다. 정말 행운이었다. 한수아 배우는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했다. 나는 배우 오디션 때 지정 시나리오의 설정을 바꿔 연기를 부탁한다. 한수아 배우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해낸다. ‘천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인 역할에는 연기력이 탄탄하고 의외의 면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여러 배우를 찾다가 전익령 배우를 만났다. 워낙 베테랑이어서 그런지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같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Q류경수 배우와는 같은 대학교 선후배 관계이지 않나.
대학 졸업 후 단편영화를 찍고 있을 때, 후배 중에 연기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추천받아 류경수 배우를 처음 만났다. 그 이후로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친분이 있는 김주환 감독이 <청년경찰>(2017) 캐스팅을 진행하면서 경찰학교 조교 역할로 괜찮은 배우 있느냐고 물었다. 여러 배우 프로필을 보냈고, 김주환 감독이 그중 류경수 배우를 궁금해해서 추천했다. 한준희 감독과도 오래 알던 사이인데, <뺑반>(2019) 오디션이 진행 중일 때 류경수 배우가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연락했다. 그래서 한준희 감독에게 류경수 배우를 소개해줬다. <노이즈>를 만들기까지 12년 공백기 사이 류경수 배우는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았다. 이미 센 캐릭터를 많이 맡아 와서 류경수 배우에게 근배 역할을 부탁하기 미안했다. 큰 기대 없이 연락했는데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하겠다고 하더라. 정말 고마웠다. 그래도 회사 입장이 있으니 시나리오를 읽어보라고 했다. 회사 컨펌을 기다리는 이틀 동안 정말 초긴장 상태였다.(웃음)
김수진 감독의 목표는 꾸준하게 작품을 내는 것,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나’를 채운 소중한 시간
Q평화롭게 보이는 밤하늘의 별인 줄 알았던 것이 흡음재라는 게 드러나고, 그 흡음재를 주희가 찢으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단숨에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소리만큼 시각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흡음재를 클로즈업해서 봤더니 반짝거리는 게 밤하늘의 별처럼 보였다. 그 밤하늘이 사실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도구이고. 주희가 흡음재를 찢고 층간소음에 괴로워하면서 평화롭던 순간이 깨질 때 관객들은 ‘무슨 일이지?’ 하며 영화에 바로 집중하지 않았을까 싶다. 604호 대문에 붙은 쪽지의 글씨체, 맞춤법도 신경을 썼다.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덩치도 크고 성격도 괄괄한 한 사람이 자신의 오토바이에 붙은 주차 관련 경고성 쪽지를 보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더라. 맞춤법이 하나도 안 맞고 글씨체도 심하게 모가 나 있고. 그 이야기가 <노이즈>를 만들 때 떠올라 넣게 되었다.
Q캠코더 영상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자동 저장되는 기능, 인공지능(AI) 음성인식을 활용해 주영이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주변 소리를 알아채는 것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캠코더에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 자동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플래시백 영상을 보여줄까 하다가 이 기능을 활용하면 훨씬 더 현장감 있을 것 같았다. AI 음성인식은 실제로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사용한다. 부모님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같이 서울 구경을 했을 때 앱으로 택시를 부른 적이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앱에 ‘지금 도착하시는 기사님은 청각장애가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안내문이 떴다. 앞자리에 타고 있었는데 대시보드에 붙은 아이패드 같은 기계에 부모님 대화가 음성인식으로 뜨고 있었다. 중간중간 이상하게 인식되는 걸 보면서 기분이 묘했다. 이걸 영화 만들 때 활용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노이즈>에 넣게 되었다.
Q장편영화 데뷔까지 12년을 기다렸다. 그 사이 무엇을 하며 버텼나.
동시녹음뿐만 아니라 입시학원 강의 등 여러 일을 했다. 그 경험은 <노이즈>와 앞으로 만들 작품 이야기에 쓰일 아이디어가 되었다. 솔직히 힘들었다. 한준희, 김주환 등 친한 감독들이 장편영화 데뷔를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생각하며 스스로 답답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12년은 ‘나’를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반영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12년 동안 관객에게 전할 이야기를 쌓아 갔으니까.
Q차기작은 준비 중인가.
현재 오컬트와 추리 관련 작품, AI를 소재로 하면서 실제로 AI를 활용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노이즈>에 참여할 때부터 개봉까지 4년 걸렸기 때문에, 하루빨리 다음 작품을 내놓으려고 한다. 최대한 기동성 있게 완성하고 싶다.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길 원하니까. 김주환 감독은 항상 한 작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다른 작품을 구상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작품 하나 끝내고 한참 뒤에 다음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미리 하고 있어야 감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Q<노이즈>를 통해 얻은 건 무엇인가.
항상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생각했다. 답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공감대 형성이었다.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사운드·긴장감·스토리, 큰 스크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영상 퀄리티에 대한 깊은 고민이 <노이즈>에 그대로 담겼다. 다행히 많은 관객이 영화를 신선하게 바라봐주고 공감해줘서 감사했다. 커뮤니티나 영화 후기 사이트에서 ‘<노이즈>, OTT 뜨면 볼까요?’라는 물음에 ‘극장에서 봐야 해요’라는 댓글을 여러 개 봤다. 관객들이 <노이즈>를 극장에서 즐길 만한 영화로 인정해준 것.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