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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아닌 시행착오
<전지적 독자 시점>
진행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이승재(한경매거진앤북 기자)
대담 _ 김봉석(영화평론가), 이다혜(<씨네21> 기자)
2025-08-01
동명의 초대형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올여름 한국영화 화제작 <전지적 독자 시점>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신과 함께> 1, 2편으로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들었던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하고,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의 김병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등이 출연해 개봉 전부터 원작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온 가운데, 지난 7월 23일 개봉한 영화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포털사이트 평점 10점 만점에서 1점까지 오간다. 해외 판매 소식과 더불어 글로벌 관객들의 관심도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웹소설의 방대한 세계에 대한 영화적 구현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존재는 한국영화 산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거대한 시도를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김봉석 영화평론가와 이다혜 씨네21 기자가 웹소설와 영화의 차이 속에 <전지적 독자 시점>이 보여준 의미를 분석했다.
Q<전지적 독자 시점>의 첫 인상은 어땠나?
김봉석 영화평론가 (이하 ‘김봉석 평론가’)
재미있게 봤다. 원래 적당한 짜임새가 있으면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웃음) 연출을 맡은 김병우 감독이 영화를 못 만드는 감독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게임도 가끔 하고 게임 컴퓨터그래픽(CG)도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게임 플레이 영상도 보고, 게임에 나오는 CG 영상만 모아놓은 클립들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할 말은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비슷하다. 여름 텐트폴 영화에 대한 기대는 사람마다 다르다. 캐릭터나 이야기가 훌륭하다고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CG 부분도 이미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게임 화면처럼 보이도록 어느 정도 의도하고 연출을 했다고 생각하는 쪽이어서 일단 재미있게 봤다. 극장에서 여름 영화 한 편을 본다고 했을 때 기본적인 충족감을 주는 영화다.
이다혜 씨네21 기자 (이하 ‘이다혜 기자’)
이다혜 씨네21 기자
Q제작 단계부터 이미 원작 팬들의 우려와 기대가 엇갈렸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슈퍼 지식재산권(IP)인 원작을 얼마나 잘 각색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할 수밖에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 대한 원작 팬들의 반응을 보면 굉장한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제목부터 ‘메타 픽션’의 성격이 드러나는데, 성좌, 시나리오 등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다 빠진 채로 각색되어 ‘메타 픽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웹소설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 어려울 수 있어서 각색되었을 텐데, 그래도 원작이 지닌 결을 무시하고 너무 많이 각색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다혜 기자
김봉석 평론가
팬덤이 강한 작품은 필연적으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웃음) 욕먹지 않는 유일한 경우는 만드는 사람이 팬일 때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그랬다. 사실 <반지의 제왕>이라는 고전을 거의 100년 가까이 영화로 만들지 못한 이유도 첫째, 원작의 팬덤이 너무 강했고 둘째, 원작이 담고 있는 시간을 영화로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도 원작이 매우 길다.(2018년부터 2020년까지 551화로 연재가 완결되었다. 외전도 있다. - 편집자 주) 그걸 영화로 세 편으로 만드느냐, 다섯 편으로 만드느냐를 정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어려운 일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식으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나. <전지적 독자 시점>은 회당 연재되어 있어 명확히 묶어서 영화화하기도 어렵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영화화 기획 자체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김병우 감독이 어느 정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
역시나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와 팬덤을 가진, 한국 웹소설에서 이정표를 삼을 작품 가운데 하나인 <나 혼자만 레벨업>의 경우는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영상화를 했다.(이후 변우석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이 결정되었다. – 편집자 주) 웹소설 가운데 현대 남성향 판타지 성좌물이 2차 매체로 옮겨갈 때는 당연히 웹툰을 첫 번째로 선택하고, 그다음에 애니메이션이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냐 영화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다. 영화로는 제대로 성과를 본 작품이 없었는데, <전지적 독자 시점>이 나왔다. 어깨에 너무 큰 짐을 얹은, 너무 큰 타이틀이 등장한 것이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입장에서는 영화 <신과 함께>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지닌 이타심이라는 테마는 더 넓은 관객을 끌어안으려는 제작사의 계산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 부분이 원작 팬들에게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이다혜 기자
김봉석 평론가
<신과 함께> 웹툰은 나이든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소재여서 확장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애초에 그런 작품이 아니다. 게임을 하는 40대까지는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5060세대까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60대에게 게임 상태창 이야기를 하면 잘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사는 영화화를 위해 무려 300억의 제작비를 들였다. ‘천만 영화’에 가깝게 가려면 당연히 60대까지 관객층을 확장해야 한다. 그래서 이타주의를 지향하는 주인공으로 설계를 바꿔야만 했을 거고, 그렇게 주인공을 바꾸니 필연적으로 원작의 주요 요소와 캐릭터를 좋아했던 팬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웹소설을 웹툰화할 때도 이런 일들이 꽤 있다. 원작 웹소설 팬들의 각색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 결국 웹소설이라는 콘텐츠 IP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를 얘기할 때 ‘어디까지 각색이 가능한가’라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판타지 성격이 강한 작품일수록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웹소설에서 판타지 시대극 쪽의 작품들이 훨씬 많고 규모도 크다. 여성향의 로맨스 판타지, 남성향의 중세 판타지들이 그렇다.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재혼황후>의 드라마 버전은 원작 그대로 드라마화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지적 독자 시점>과 <재혼황후> 같은 작품들의 성공 여부가 얼마나 많은 웹소설 IP를 더 실사화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기준이 될 거라고 본다.
이다혜 기자
Q이런 상황에서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더 애매하게 다가온다.
‘전지적 독자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같은, 그러니까 우리가 문학사에서 배워서 알고 있던 용어가 웹소설이라는 장르와 만나면서 많은 의미를 담게 되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제목이 왜 ‘전지적 독자 시점’인지 알 수 없어지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다혜 기자
김봉석 평론가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은 10년간 연재된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하 <멸살법>)의 유일한 독자이고, 이름 자체도 ‘김독자’다. 그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연대할 때 쓰는 스킬들이 ‘전지적 독자 시점’, ‘제4의 벽’ 같은 것들이다. 문학 기법들을 스킬로 사용한다. 원작에서 ‘김독자’는 소설 속 상황이 현실이 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스킬을 써서 <멸살법> 작가가 상태창에 넣어준 시나리오 파일들을 순식간에 읽고 대처 방안을 찾는다. 아무리 애독자였어도 10년간의 소설 연재분을 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독자’가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할 때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제4의 벽’이라는 스킬을 써서 그 상황에 거리를 두고 감정을 뛰어넘는다. 영화 초반에도 이런 설정이 나와줘야 하는데, 실제로 영화에서 ‘김독자’(안효섭)가 처음 쓰는 스킬은 마블 영화에 나오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원작 팬들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이다혜 <씨네21> 기자
Q영화 속 거대한 세계의 주인공 ‘김독자’ 캐릭터에 대한 설계는 어떤가?
영화에서 ‘김독자’는 자신이 10년간 읽어 온 소설의 작가에게 “이 결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일종의 악플 같은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한다. 그러면 ‘tls123’이라는 아이디의 작가가 당신이 원하는 엔딩을 한번 만들어보라고 답을 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김독자’와 작가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적대적으로 바뀐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작에서 ‘김독자’는 소설 <멸살법>이 10년 만에 연재가 종료되자 마지막까지 나만을 위해 소설을 써준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긴다. 그에 대해 <멸살법>의 작가 ‘tls123’이 응답을 하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김독자’와 작가가 서로 이해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작가가 ‘김독자’를 도와준다는 느낌이 있다. 둘의 관계성 자체가 다르다.
이다혜 기자
김봉석 평론가
영화의 ‘김독자’는 이타주의적인 지방대 비정규직 청년이다. 그런 인물이 소설의 세계 속에서 타인과 연대를 이루어 함께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원작의 ‘김독자’는 소극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동시에 대단히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가 딱 좋아할 만한 유형이랄까. 원작은 약삭빠르면서 손해 보기 싫어하는 성향의 ‘김독자’가 점점 사회성을 갖춰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영화에선 ‘김독자’가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 유형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 가장 많이 갖는 불만이다. 주변 캐릭터들도 잘 살아나지 못한다. 지하철 안에서부터 ‘김독자’ 옆에 있던 ‘유상아’나 군인 출신 ‘이현성’이 어떤 캐릭터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불만이 쇄도한 것이 여학생 ‘이지혜’다. 원작에서는 ‘충무공 이순신’이 배후성이라서 검을 쓰는 캐릭터인데, 왜 검을 총으로 바꿨느냐, 왜 연기력 논란이 있는 배우 지수를 캐스팅했느냐 등등.
‘유중혁’(이민호) 캐릭터도 너무 하는 일이 없다. 이민호 배우에게 호감이 있고 ‘유중혁’ 캐릭터에 대해서는 더더욱 호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처한 느낌을 받는다. ‘유중혁’은 원작 <전지적 독자 시점> 속 소설 <멸살법>의 주인공인 동시에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원작의 엔딩에 이르면 ‘김독자’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그러니 그의 존재감은 등장하는 순간 모두가 느낄 수 있게 연출되어야 한다. 원작에서 ‘김독자’는 이미 ‘유중혁’의 존재를 알고 있고, 그가 처음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을 기다린다. 그 순간의 기대감이 읽는 사람에게도 엄청나게 증폭된다. 영화에서는 ‘김독자’가 처음 지하철 옆 칸에 있는 ‘유중혁’을 볼 때 그런 기대감이 전달되지 않는다. 그에게 뭘 기대해야 할지도 미지수다. 반면, 나나가 연기하는 ‘정희원’ 캐릭터는 좋았다. 나나가 이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원작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인데, 영화를 보고 더욱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되었다.
이다혜 기자
Q원작의 복잡한 초반 설정을 쳐낸 <전지적 독자 시점>을 원작을 안 본 사람들이 편하게 볼까?
그게 좀 궁금하다. 이렇게까지 각색했을 때는 웹소설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포인트였을 텐데. 결과물로 봐서는 약간 물음표다.
이다혜 기자
김봉석 평론가
사실은 그 지점에서 매우 취약하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김독자’를 움직이는 힘이 ‘그렇다면 결말을 내가 바꾸겠어’라는 것이다. 감독은 이를 위해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게 잘 안 보인다. 이를 테면 그린 존이 나오는 시나리오에서 ‘김독자’가 살려고 그린 존 위에 혼자 서 있다. 갑자기 ‘왜?’, 말이 안 된다. 판타지에서는 설정이 복잡하면 인물은 단순해야 하고, 설정이 단순하면 인물이 복합적이어야 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이미 이야기가 복잡하기 때문에 인물을 심플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김독자’는 뭘 하고 싶은 건지 불분명하다. 원작의 ‘김독자’는 자신이 사랑했던 이야기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더더욱 이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웹소설에서 ‘이야기의 완성’이라는 게 또 굉장히 중요하다. 매번 이야기의 완성이 ‘김독자’에게 쌓여서 이 인물이 성장하는 것이다. 영화가 그런 과정을 단순화시키기로 한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그 선택을 잘 살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화룡의 불에 타 죽은 유중혁을 되살렸을 때도 큰 감흥이 없는 거다.
웹소설 작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하는 게 주인공의 목적이다. 흔히 얘기하는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 작품들에서 주인공은 자기가 후회했던 삶을 다시 살면서 바꾸고 싶다는 목적이 매우 분명해야 한다. 그 목적이 있으면 아무리 복잡한 설정, 복잡한 이야기라고 해도 읽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가는 방향을 따라갈 수 있다. 주인공이 설령 다른 길로 빠진다고 해도 원래의 길로 찾아갈 수 있다는 확신도 갖게 한다. 주인공의 목적이야말로 수백 회에 달하는 분량의 웹소설들이 독자들을 끌고 가게 하는 힘이다.
영화이든 문학이든 기존의 콘텐츠가 만들어낸 이야기 세계에서는 주인공이 처음에 지닌 목적이 끝까지 유지된다는 것에 대해서 독자들이 별 매력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은 변화하면서 성장해야 하니까. 웹소설 문법에 단련되어 있는 독자들의 경우는 오히려 반대를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중간 중간 사이다를 계속 주는 방식을 식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열려 있고 가능성이 있으며 주인공이 계속해서 고구마스럽게 고생 고생하다가 결국 알 수 없는 곳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게 더 재미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웹소설의 문법을 보면 지금 이야기를 소비하는 젊은 층의 문화 자체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다혜 기자
Q이야기는 중반 이후 코인과 그린 존 등이 등의 요소 때문에 계급 갈등이 강해진다. <오징어 게임> 류의 시리즈들이 보여준 사회 비판적인 설정이 연상되면서 많이 본 이야기 같다는 인상도 준다.
그게 한국영화가 가지고 있는 다이내믹함의 일부이자 장점이기는 하다. 어떤 장르에도, 심지어 로맨스와 액션 스릴러를 해도 리얼리즘의 전통 아래에서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들어가니까. 그런데 <전지적 독자 시점>처럼 세계관이 분명하게 서 있고 그것만 따라가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사회 비판적인 요소까지 넣어서 뭔가 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김독자’가 이 소설을 직접 경험하는 것에 대한 메타 픽션적인 요소가 다 빠지고, 불평등과 승자 독식에 불만이 있는 ‘김독자’가 소설의 결말을 바꾸고 싶어 한다면서 확 달라지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이다혜 기자
김봉석 평론가
그게 어떻게 보면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방식일 수는 있다. 요즘 성장물도, 서바이벌물도 계속 사회 비판적인 요소들을 끌어들이니까. 그래서 주인공의 목적이 더욱 중요하다. 일본 만화 <원피스>를 보면 사실 인물들이 여기 갔다가 저기 가면서 시나리오만 완성하는 식인데, 그걸 보는 사람들은 그냥 그게 재미있어서 본다. 주인공이 어떤 인물이고 뭘 원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는 기본적으로 먼치킨물과 사이다물을 주로 원한다. 성장하기 위해서 힘든 일을 겪는 ‘고구마스러운’ 것을 정말 싫어한다. 대신 이야기 구조는 별 게 없어도 된다. 그냥 시나리오대로 적이 계속 나오면 부수고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기만 해도 상관없는 거다.
맞다. 기성세대는 이걸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들에게 많은 웹소설 성좌물, 상태창이 나오는 게임 시나리오 같은 건 거의 다 똑같아 보인다. 그런데 그게 똑같지가 않은 거다. 매번 고비를 넘어가는 것을 재미있게 수백 번 볼 수 있는 세대와 그런 건 한 번 봤으니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는 세대는 이야기를 소비하는 패턴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이쯤에서 말하고 싶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이런 영화를 만들지 말자’고 할 것인가? 판타지 요소가 강한 웹소설을 영화로 만들면서 처음부터 완벽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첫 시도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그냥 애니메이션이나 해”, “그냥 웹툰이나 잘 만들어”라고 얘기해도 되는 걸까. 이 작품에 대한 원작 팬들의 지나친 원성도 아쉽다.
이다혜 기자
김봉석 평론가
판타지는 할리우드도 잘 만들기 힘들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성공했지만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실패하지 않았나. <어스시의 마법사>는 실사화하지도 못하고 있고. 그들도 어려운 것이다. 한국영화 <퇴마록>도 실패했지만 매우 중요한 시도로 남아 있다.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원래 TV 시리즈로 만들려다가 잘 되지 않자 작업했던 걸 모아서 극장판으로 만든 거였지만, 그래도 이런 시도는 매우 필요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애니메이션 <퇴마록>을 보고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면서 느낀 게 주요 인물들의 파티 구성이 정말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여자와 아이를 꼭 끼워 넣는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한국영화 프로듀서들이 더 젊은 감각을 갖추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올드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가 이렇게나 재미없어졌다고 생각한다.
동의한다. 덧붙이고 싶은 게 전문 작가, 특히 각색 전문 작가의 문제다. 한국영화에 각색 전문 작가가 정말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웬만한 웹소설들은 다 영상화 판권이 팔리고 있다. 그런데 얼마나 효율적으로 각색되고 있을까. 드라마는 영화보다 작가 크레디트가 훨씬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고, 이야기도 길게 펼쳐질 수 있으니 각색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영화로 가면 어려워진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각색본도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판타지 성격을 가진 작품에서 각색을 담당하는 작가의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 한국영화 산업에서 프로듀서들의 새로운 역량만큼이나 성장하지 못한 부분이 각색 분야라고 느낀다.
이다혜 기자
김봉석 평론가
한국영화 제작사들이 오리지널 시나리오 개발에도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작가와 PD가 괜찮은 아이디어를 떠올려서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를 개발하는 초기에 200만~300만 원을 지불하는 것도 아까워한다. 그러면서 웹툰, 웹소설 판권을 사올 때는 200만~300만 원을 훌쩍 쓴다. 인기작이 아닌 웹툰, 웹소설의 판권은 그 정도면 살 수 있고, 그것도 전액 지불하는 게 아니라 50%만 주고도 판권 계약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판권들을 사와서 묵힌다. 영화에 맞게 바꿔야 하는데 쉽게 잘 안 되니까. 이 과정이 반복되고 있어 문제다.
Q결국 <전지적 독자 시점>은 YES인가, NO인가?
김봉석 평론가
당연히 YES.
관객 수가 최소한 300만까지는 갔으면 좋겠다. 아쉬운 면이 있지만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시도에 대해서 인정을 해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시행착오라는 게 있지 않나. 시행착오는 다음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이런 걸 잘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시행착오가 아닌 그냥 실패는 다음이 없다. 그렇게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OTT보다는 극장에서 보는 게 훨씬 좋은 것도 맞다.
그래서 YES다.
이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