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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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 YES or NO

리듬감과 유머 감각만큼은 특별한

<하이파이브>

진행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이승재(한국경제매거진 기자)
대담 _ 김도훈(영화평론가), 정시우(영화 저널리스트)

2025-06-16

<과속스캔들> <써니> <스윙키즈>의 감독 강형철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하이파이브>는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히어로물이다. 의문의 장기 기증자로부터 심장, 폐, 신장, 간, 각막, 췌장을 이식 받은 6명의 인물들이 건강을 되찾은 것은 물론 초능력까지 얻으면서 벌어지는 코믹 액션 활극으로 만들어졌다. 태권소녀 박완서(이재인), 작가 지망생 박지성(안재홍), 후레쉬 매니저 선녀(라미란), FM 작업반장 허약선(김희원), 힙스터 백수 황기동(유아인), 그리고 새신교 교주 서영춘(신구)이 그 주인공들이다. 사이비의 왕 영춘이 환골탈태한 절대자, 완벽한 빌런이 되기로 마음먹으면서 5명의 히어로와 펼치는 대결은 관객 수 100만을 넘어서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비교적 빠른 속도다. 강형철 특유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합으로 순도 높은 오락물을 자처하는 <하이파이브>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김도훈 영화평론가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가 <하이파이브>가 보여준 시도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김도훈 영화평론가

Q<하이파이브>는 코로나19 시기에 기획되고 촬영되었으나 제때 개봉하지 못한, 이른바 ‘창고 영화’였다가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 사이 장르영화를 대하는 관객의 시선과 한국영화 산업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늦은 개봉’이 <하이파이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크게 두 가지 염려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그간 히어로물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젠 마블영화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히어로 영화가 나오면 관객들이 신선하게 볼까? 두 번째는 강풀 원작의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이 앞서 한국형 히어로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하이파이브>가 그 이후 개봉한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어 보였다. 막상 영화를 보니, 할리우드 히어로물과는 완전히 결이 달라서 좋았다. 하지만 그냥 펀(Fun)한 오락 영화에 그친 것 같다. <무빙>은 회차별로 장르가 크게 바뀌었는데, 그게 작품이 두텁다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하이파이브>는 코미디만 밀고 나가니 가벼워 보이는 느낌이 강했다.

‘늦은 개봉’이 <하이파이브>에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지금 슈퍼히어로물이 잘 안 되고 있다. 최근 개봉한 마블의 <썬더볼트*>와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도 미국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DC도 부활을 꾀하는데 뜻대로 안 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히어로물은 이미 10년 넘게 만들어져서 신선함이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이 일어나면서 히어로가 더 이상 세상을 구원하는 존재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무빙>이 탁월했던 점은, 히어로물 장르에서 어떻게 한국적인 배경과 상황에 맞는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만들 것인가를 두고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 구성이 좋고 액션 장면에서 밀어붙이는 쾌감이 있었다. <하이파이브>는 오히려 가벼운 코미디 영화로 가는 것 같아서 승산 있어 보였다. 영화의 절반까지는 너무 재미있었다. 문제는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Q웹툰이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히어로물과 달리 <하이파이브>는 강형철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졌다. 그로 인한 장점 혹은 단점이 있을까?

강형철 감독은 잔재주를 잘 이용하는 감독이다. 이번엔 장르 변용이 확실하니 탄탄한 구조를 짜서 캐릭터들의 유머 감각을 실으면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실제론 각 캐릭터들이 만나는 과정이 이래도 되나 싶게 너무 쉽고 편리하게 이루어진다. 이건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원작이 있는 경우는 세계관을 매우 촘촘하게 짜고 조금씩 덜어내면서 만드니까 기본적인 구조가 살아 있다. 그런데 <하이파이브>는 ‘그냥 재미있게 갈 거야’라는 의도가 먼저 보인다.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부여된 것도 많은데, 특히 라미란이 맡은 후레쉬 매니저 선녀는 우울증으로 자살을 기도했던 과거가 있다. 왜 그렇게 비극적인 상황을 던져줬을까 싶고, 세계관이 촘촘하지 않으니 여러 설정이 있어도 배우들의 장점이 도드라지지 않았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 구조 때문에 5명의 능력이 각각 최대로 발휘되고 합쳐져서 쾌감을 줘야 하는 하이라이트가 약해진 것 같다. 초반에는 개개인의 장기가 있었는데, 팀으로 한데 뭉친 이후에는 확실히 보여주는 게 없어서 액션의 타격감도 떨어졌다.

Q장기 이식을 받은 6명은 5명의 ‘소시민’ 히어로들과 1명의 빌런 캐릭터로 나뉘게 된다. <하이파이브>의 ‘소시민’ 히어로들이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고 느끼나?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히어로도 빌런도 그 출발은 같다. 그들 모두 다 장기 이식을 받았는데, 왜 누군가는 히어로가 되고 누군가는 빌런이 되었을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유의지다. 신구가 맡은 새신교 교주 영춘의 경우, 장기 기증자로부터 췌장을 이식 받고 불로장생을 원하면서 빌런이 된다. 5명의 ‘팀 하이파이브’는 각자 얻은 초능력을 쓸 때도 누군가 힘들게 끄는 리어카를 뒤에서 슬쩍 밀어준다든가 신호등을 전자파로 바꿔서 시각장애우가 지나갈 때 도와주는 식이다. 그런 방식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드는 의문은 한국의 히어로들은 왜 다 소시민인가 하는 점이다.

맞다. 너무 중요한 포인트다!(웃음)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 <염력>, 시리즈 <무빙>도 그렇고, 한국의 슈퍼히어로는 왜 다 가난하고 소시민이어야 할까. 감독들이 다른 관점에서 한국의 히어로를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 소시민 캐릭터는 신파나 감동 코드를 넣기 유리한 것 같은데, 사실 관객이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를 좋아했던 건 소시민이어서가 아니라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색다르다고 느꼈으니까.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 한국 감독은 한 명도 없고, 여전히 소시민 히어로만 만들고 있다는 건 약간 안타깝다.

한국영화도 이제 뻥을 과감하게 쳐야 한다. 너무 겸손하다.(웃음) 중국은 옛날부터 뻥을 잘 쳐 왔고 일본도 자기들 세계 안에서 뻥을 이룩했다. 고질라와 울트라맨이 있지 않나. 한국영화는 어느 정도 리얼리티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된다는 강박이 있다. 한국에서는 ‘기업인=나쁜 놈들’이라는 마인드도 다소 있어서 갑자기 재벌 회장이 토니 스타크처럼 나온다면 거부감이 있을 거다. 게다가 한국은 서민이 아닌 사람들도 스스로를 서민이라고 부르는 나라다. 그런 시대정신이 바뀌지 않으니 영화의 소재나 설정도 한쪽으로 함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를 보면 할리우드도 기업인 히어로 캐릭터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할 거 같다.(웃음)

김도훈 영화평론가

Q그럼 이 시대의 히어로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교…황?(폭소)
강형철 감독의 최고 장점은 유머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웃기는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든다. 심지어 실패작이라고 할 전작 <스윙키즈>에서도 특유의 엇박자 유머 감각과 유머를 어떻게 캐릭터의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게 하는가에 대한 설계가 너무 잘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기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잠재력을 굉장히 잘 뽑아낸다. 작가지망생 백수 박지성 역을 맡은 안재홍의 능력이 특히 훌륭하다. 다른 배우가 하면 안 웃길 수 있는 장면인데 기가 막히게 살려낸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유아인의 경우도 새삼 다시 봤다. 그만의 ‘간지’가 있다. 힙스터 백수 황기동 역을 다른 배우가 했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거다. 특히 첫 등장 때 강형철 특유의 편집과 리듬 속에서 기동이 핑거 스냅을 하면 의상이 계속 바뀌는데, 워낙 스타일리시한 배우가 그런 몸짓을 하니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이파이브>는 ‘유아인 리스크’보다 ‘유아인의 스타성’이 더 보인다. ‘유아인 리스크’는 사실상 <승부>에서 끝났다. 강형철 감독이 유아인의 장면을 거의 덜어내지 않았다는데, <하이파이브> 촬영 때만 해도 유아인은 톱스타였던 걸 생각하면 분량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아인의 기동을 보면서 확실히 스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영화나 할리우드영화나 스타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톰 크루즈를 최후의 무비스타라고 하는데 진짜 그런 것 같다. 자기 이름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유아인은 타고난 스타 같은 느낌이 있다. 캐스팅은 전반적으로 잘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새신교 교주 영춘은 신구가 연기할 때 너무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초능력으로 젊게 변한 후에는 박진영이 맡았다. 물론 연기를 잘 하는 아이돌 출신이고 해외 시장을 겨냥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구는 특유의 애티튜드가 있지 않나. 젊은 모습도 그것을 살려줘야 하는데, 바이브가 잘 나오지 않았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Q강형철 감독이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연출 스타일을 떠올렸을 때, <하이파이브>는 어떤 지점에서 연속성이 있거나 달라졌다고 볼 수 있을까?

강형철 감독은 팝 컬처 감각이 뛰어나다. 특히 음악을 잘 쓴다. <하이파이브>의 야쿠르트 카트 추격 신에서는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Up’을 썼다. 그 장면에 그 노래를 쓰려고 생각하는 감독이 별로 없을 거다. 사실 해외 대중문화의 수혜를 받고 자란 세대 가운데 그걸 영화 속에서 잘 풀어내는 한국 감독이 거의 없다. 강형철 감독은 그 부분에서 특별하다. 기동의 초능력 때문에 야쿠르트 카트 추격 신에 ‘Never Gonna Give Up’이 흐르고 릭 애슬리의 뮤직비디오가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의 휴대전화 화면에서 나온다. 이 노래는 미국에서는 오래된 노래로 밈이 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하이파이브>가 해외에 판매되거나 이후 넷플릭스에 공개된다면 이 노래 하나로 전 세계 사람들이 엄청나게 공감할 수 있는, 인터내셔널한 장면이 되는 거다. K-팝 ‘뿜뿜’을 쓴 것도 그렇고, 강형철 감독은 음악을 쓰는 감각 자체가 다르다. 리듬감도 정말 좋다. 편집으로 박자를 쪼갠다. 설정상 아쉬운 부분도 캐릭터와 유머 감각과 특유의 편집 리듬으로 상쇄한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 리듬이 강형철의 특징이고, 그게 묻어나서 영화 중반까지는 너무 재미있게 보게 된다. 그 이후가 문제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으나 그래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요새 극장에서 볼 영화와 집에서 볼 영화가 극명히 나뉘고 있지 않나. <하이파이브>는 앞서 말한 장점들 때문에 극장에서 즐길 만한 영화다. 그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김도훈 영화평론가



Q각 초능력자들이 능력을 모아 집단 액션을 선보이는 장면에서의 시각효과는 어떻게 보았나?

중반 이전의 몇 장면들은 탁월하다. 팀 하이파이브가 선녀의 야쿠르트 카트를 타고 영춘의 수하들에게 쫓기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장면은 특수효과가 완벽하지 않아도 스피드 조절이 훌륭하다. 그 신의 설계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초반에 이 정도라면 마지막은 끝내주겠다는 기대를 가질 정도였다. 그런데 중반 이후 사이비 종교인 새신교 회당 안에서 일이 벌어진다. 즉, 세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상하다. 이런 소시민적인 한국 슈퍼히어로물이라면 배경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져야 재미있는 것 아닐까. 아쉬움이 크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후반부 회당 안에서의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익히 아는 사이비의 방식, 아픈 사람을 치유해주고 사람들이 “와!!” 하고 광신도가 되는, 딱 거기에 그친다.

태권소녀 완서는 액션을 상당히 잘하고 재미있는데, 그럴 때 한국적인 상황을 끼워 넣으면 우리가 아무리 <무빙>을 먼저 봤어도 여전히 신기했을 거다. ‘저기 부산인데? 저 도로에서 저런 액션을? 재밌는데?’라는 식으로. 그런데 새신교 회당 세트로 들어가면 어떤 액션을 해도 가짜로 느껴진다. 유머도 힘을 잃는다. 후반부에 팀 하이파이브 각각의 능력을 모아주는 캐릭터가 라미란이 연기한 선녀다. 그런데 선녀는 지금껏 라미란이 한 역할 중에서 가장 매력이 약하다. 마지막에 이들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약간 손을 놨다는 느낌이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라미란처럼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제공받지 못한 느낌이다. 홍보 과정에서도 라미란 캐릭터의 능력을 숨겼는데 더 힘을 실어줘야 했다. 액션이나 초능력의 규칙 같은 것도 다 설명하면 늘어질까 봐 감독이 뺏을 수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규칙은 있어야 관객들이 보고 타격감을 느끼는데, 너무 뺀 것 같다. 중반까지 달려올 때의 기대감이 커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끝은 안일했다.

<하이파이브>는 여러 액션 장면을 재미있게 잘 만들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르 디테일이 떨어진다. 할리우드는 장르영화를 만들 때 정말 손가락만 한 도구가 하나 나와도 이게 어떤 도구인지 초반부터 다 챙겨서 보여준다. 히어로 본부가 나온다면 그 본부가 그 모습으로 거기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하이파이브>에서는 영춘의 부하들이 기동, 선녀, 지성을 잡아 와서 컨테이너에 가둬 놓는다. 컨테이너의 색깔을 다 다르게 해 놓고. 이건 007 제임스 본드 영화의 블룸펠트 기지가 아니지 않나. 그럴 필요가 없는데 그냥 예뻐 보이니까 해보는 식은 정말 지양해야 한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Q최근 K-콘텐츠의 스토리는 사회적 피해를 반영하는 현실적 설정들이 많다. <하이파이브>에서도 ‘초능력’과 ‘사이비 종교’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연결했다. 그 시도가 이야기에 힘을 보탰을까?

많은 한국영화와 드라마에서 사이비 종교가 지나치게 많이, 편리하게 악역으로 소비된다. 기독교를 정면으로 다루기 힘드니 사이비 종교를 많이 가져온다. 사이비 종교 집회 신에는 많은 수의 조연과 엑스트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연기 톤은 드라마나 영화나 똑같다. 이왕 사이비 종교를 다룰 거라면 더 취재해서 보여줘야 했다. 시나리오가 헐겁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건 시기의 문제도 있다. <하이파이브>가 창고에 머물던 사이, 한국은 대선 후보가 손바닥에 왕(王) 자를 그리고 나오기도 했다. 지금도 사이비 종교가 정치에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이게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데, 영화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이전에 했던 것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Q코로나19가 한국영화 산업에 미친 영향을 엔데믹 직후보다 지금 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산업을 아예 황폐화시켰다. 넷플릭스의 영향도 큰 것 같다. 한국 문화가 넷플릭스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폭발한 것은 알겠는데, 그게 허영만 안겨주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요즘 영화 만드는 이들이 어느 정도 안 될 것 같으면 넷플릭스로 넘기고, 괜찮을 것 같으면 개봉하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비슷한 영화들이 계속 나온다. 넷플릭스도 프로듀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것 같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들이 3년 전에 비해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그런 부분들이 지금 한국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프로듀싱의 힘이 거의 바닥이다.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한 25년’으로 내한했을 때 일본영화의 경우 신인 감독들이 여럿 발굴되고 있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일본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있더라도 여전히 영화를 지키는 팬도 있고 감독도 있는데, 한국은 영화 인력과 팬이 대부분 OTT로 가면서 영화를 지키는 이들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밖에서 더 정확하게 한국영화의 문제를 짚은 것 같아서 매우 공감했다.

일본은 <해피엔드>처럼 새로운 영화가 나오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하이파이브> 같은 한국영화가 잘되길 바란다. 향후 원천 지식재산권(IP)이 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성공한 한국영화들 가운데 IP화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는 <범죄도시> 시리즈밖에 없다. 마동석이 IP다. 일본은 100년 동안 쌓인 대중문화 IP 콘텐츠가 너무 많다. 그런데 한국은 많지 않다. 한국영화는 더더욱. 박찬욱, 봉준호 영화는 IP 콘텐츠가 되기 어렵다. 한국영화는 장르영화와 대중영화와 아트하우스 영화가 합쳐져 있고, <기생충>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희한한 시장이었다. 그게 해외에서 보면 크리에이티브하고 예술적인 느낌이어서 감독의 이름은 계속 남았지만 IP가 되지는 못한 거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할리우드도 일본도, 그리고 한국도 속편을 만들거나 코믹스, 웹툰, 웹소설에서 이야기를 다 가져다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가 나왔는데, 이게 흥행이 안 된다면 역시 원작 없는 영화는 관객들이 안 본다는 나쁜 선입견이 생기고, 아예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지 말고 원작만 사서 쓰자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될 것도 같다. <하이파이브>가 그런 면에서는 중요한 포인트에 서 있다. 어쨌든 감독이 오리지널 스토리로 승부를 거는 작품이기 때문에.

Q결국 <하이파이브>는 Yes인가 No인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영화라서 YES다.

후반부가 아쉽지만 중반까지는 기대치를 채운다. 야쿠르트 카트 추격 신 외에도 완서가 태권도장 관장인 아빠(오정세)와 영춘의 부하들이 싸울 때 아빠 뒤에서 초능력으로 도와주는 신이 무척 재미있었다. 다른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장면들이 있으니 극장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영화라서 YES다.
후반부가 아쉽지만 중반까지는 기대치를 채운다. 야쿠르트 카트 추격 신 외에도 완서가 태권도장 관장인 아빠(오정세)와 영춘의 부하들이 싸울 때 아빠 뒤에서 초능력으로 도와주는 신이 무척 재미있었다. 다른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장면들이 있으니 극장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No.

강형철의 신작이고 이 영화의 콘셉트에 기대를 많이 했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영화 블록버스터 한 편의 성공이 정말 중요하다. 지금 가라앉아 있는 영화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가리키기 때문이다. 강형철, 조성희, 연상호 이후 장르영화를 좋아하는 다음 세대 감독이 없다. 그러니 책임감을 갖고, 과거의 태도를 버리고 다음을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래서 No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영화 속에서 초능력을 상징하는 등장인물의 문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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