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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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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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한국영화를 ‘이렇게’ 지켜라

한국 주도형 협업 리메이크 <부고니아>를 완성하기까지

글 _ 이선필(오마이뉴스 영화전문기자)

2025-11-17

“영화는 죽지 않는다. 단지 다른 형태로 변화할 뿐이다.”
-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올해로 82세,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받으며 강조한 말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위시한 플랫폼의 다변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영화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대에 그의 대답은 이미 숱한 실증이 있기에 가능한 말 아니었을까.

여기서 11월 5일 국내 개봉한 <부고니아>를 떠올릴 수 있다. 무려 22년 전, 당시 신인이던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2003)를 리메이크한 해당 영화는 지난 8월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세계 관객 앞에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소의 사체에서 벌이 자연 발생한다고 믿으며 행해진 의식’을 뜻하는 이 단어가 그리스어이고, 마침 그리스 출신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연출을 맡았다는 건 기막힌 우연일 것이다.

원작에선 남녀 커플 이병구(신하균)와 순이(황정민)가 외계인임을 숨긴 채 지구를 점령하러 왔다는 이유로 강 사장(백윤식)을 납치한다. <부고니아>는 사촌지간의 두 남성 테디(제시 플레먼스)와 도니(에이든 델비스)가 유망한 바이오 회사 여성 대표 미셸(엠마 스톤)을 감금해 그녀가 외계인임을 밝히려 한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공개 직후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고, 현대 사회의 음모론을 기이한 묵시록처럼 묘사했다는 호평이 있었다. 현재는 86%로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지난 10월 24일 북미 개봉 직전까지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할리우드에서 <부고니아>로 새롭게 탄생했다(제공=CJ ENM)



CJ ENM과 아리 애스터의 조우 원작 영화를 투자·배급했던 CJ ENM은 2018년부터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2003년 개봉 당시엔 전국 기준 7만 3천 명의 관객 동원으로 흥행에 실패했지만, 당시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감독에게 신인상을 안겼던 비운의 작품을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재탄생하게 하려는 야심 찬 계획은 7년이 지나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10월 24일 북미 17개 극장에서 우선 개봉한 <부고니아>는 11월 첫째 주 기준 북미에서 2천43개의 상영관을 확보했다. 개봉일 스코어는 70만 9천848달러. 상영관당 평균 수익으로 환산하면 4만 1천755달러로 올해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 중 5위를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2019년 10월 19일 북미에서 개봉했던 <기생충>이 단 3개 극장으로 시작해, 5주 차에 604개까지 확대하며 오스카(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이스를 이어간 것과 같은 전략이다. 실제로 현지 언론에서 <부고니아> 출연 배우들과 감독을 오스카상 주요 후보로 언급하며, 기대감을 돋우고 있기도 하다.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는 원래 미국 기준 3천만 달러(약 430억 원) 미만의 저예산 프로젝트였다. 원작자인 장준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전제로 2018년 초부터 사전 기획이 되었는데, 아리 애스터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급물살을 탔다. 특유의 기괴함, 오컬트 요소를 가득 반영한 <유전>(2018), <미드소마>(2019)로 널리 알려진 아리 애스터는 한국영화에 깊은 애정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미드소마>가 <지구를 지켜라!>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CJ ENM과 아리 애스터의 만남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2018년 8월경 진행된 특별전 덕이다.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2017)과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상영 프로그램에 포함되었고, 후자를 아리 애스터 감독이 직접 소개하는 행사가 있었던 것. 이 소식을 접한 CJ ENM 관계자가 협업을 제안했고, 그가 수락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아리 애스터와 오래 일해 온 덴마크 출신 제작자 라스 크누센이 합류했고, HBO 드라마 <석세션> 일부를 집필한 윌 트레이시가 각본을 맡게 된다.

2020년 5월경 아리 애스터와 라스 크누센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젊음의 자유분방함,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황당한 슬랩스틱, 음울한 공포, 그리고 깊이 느껴지는 비극적 감정 사이를 오가는 <지구를 지켜라!>는 한국에서 나온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 중 하나”라며 “장준환 감독이 이 상징적인 작품을 다시 다루고, 미국에 가져와 오늘날 세상의 혼란을 반영하도록 업데이트하는 데 열정적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일에 참여할 기회를 바로 잡았다. CJ ENM, 훌륭한 장(준환) 감독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부고니아>.
왼쪽부터 엠마 스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에이든 델비스,
제시 플레먼스
(제공=CJ ENM, 포커스 피처스/프레멘틀)



요르고스 란티모스, <부고니아>를 완성하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등장한 건 장준환 감독이 건강상 이유로 하차하면서다. <더 랍스터>(2015), <킬링 디어>(2018)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과 각본상을 받으며 거장 반열에 오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아리 애스터 제작의 <부고니아>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더해 윌 트레이시가 <석세션>으로 에미상을 받으며 해당 시나리오가 업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고경범 CJ ENM 상무에 따르면 현재의 제작진이 합류하고 윌 트레이시가 에미상으로 급부상하며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여성 배우들이 먼저 출연 의사를 보여 왔다고 한다. 결국 오스카 여우주연상 2관왕에 빛나는 엠마 스톤이 공동 제작자이자 주연으로 낙점,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시 플레먼스 등이 합류하며 중규모 예산 프로젝트로 확장되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체제가 되며 자연스럽게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가 주연으로 언급되는 과정이 있었다. 엠마 스톤은 감독의 전작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9), <가여운 것들>(2023)로 호흡을 맞췄고, 제시 플레먼스 또한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2024)에 출연하며 이미 서로의 세계를 공유한 바 있다. 특히 제시 플레먼스의 경우 외계인 신봉론자 테디 역을 위해 실제로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있는 자신의 친구를 여러 차례 만나 외계인의 역사나 관련 이론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원작에선 순이 캐릭터로, 주인공 병구의 납치극을 돕는 캐릭터의 발탁은 좀 더 극적이었다. <부고니아>에서는 테디의 사촌으로 소개되는 도니 역할로, 실제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가지고 있는 에이든 델비스가 캐스팅된 것. CJ ENM 측에 따르면 에이든 델비스는 일종의 길거리 캐스팅으로 발견된 경우였다. 감독은 실제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처럼 연기하길 원치 않아 했고, 당시 17세였던 에이든 델비스는 교내 게시판에 붙은 공고를 보고 영상을 찍어 보냈다가 발탁되었다. 고경범 상무는 “설정상 장애인이 비장애인인 척 연기했어야 했는데 에이든 델비스의 연기를 보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한국 및 해외 매체들과 한 공식 인터뷰에서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과 같다”며 “영화를 보다 보면 누굴 응원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게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음모론과도 같다”고 답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음악 또한 독특하게 사용했는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가여운 것들>을 함께한 음악감독 저스킨 펜드릭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고 몇 가지 단어만 알린 채 작곡하도록 한 것. 장면에 음악이 녹아드는 게 아니라 각 장면과 음악이 충돌하도록 설계한 셈이다. 즉, 음악 사용에 있어서도 기존 영화들과 차이점이 있었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에 이어 <부고니아>로 다시 만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엠마 스톤, 제시 플레먼스
(제공=CJ ENM)



<부고니아>, 할리우드 진출의 새로운 모델 사실 <부고니아>의 등장은 당시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변화기와도 맞물려 있다. 고경범 상무는 “2018년 당시 미국 스튜디오 상황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퇴장하고 그 자리를 마블 영화 같은 대형 기획 영화와 A24, 네온 같은 소규모 제작사들이 만든 <유전>, <문라이트>(2016) 같은 영화가 채우고 있었다”며 “후자 같은 영화들이 오스카에서 상을 받는 걸 보며 <지구를 지켜라!>의 독창성과 기발함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겠다 싶었다”고 회고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실미도> <장화, 홍련> 등 당대 명작이 쏟아지며 한국영화 르네상스로 기억되는 2003년. 그 틈에서 <지구를 지켜라!> 같은 B급 SF 소동극은 너무 빨리 도착한 불청객 취급을 받았던 게 사실이었다. 결국 <부고니아>는 담당자의 명민한 산업 동향 파악과 CJ ENM의 추진력, 여기에 다소의 운이 더해진 결과물인 셈이다.

물론 CJ ENM의 할리우드 진출 사례는 <부고니아>가 처음이 아니다. <어거스트 러쉬>(2007), <설국열차>(2013) 등을 떠올려볼 수 있다. 멀게는 CJ ENM이 1995년경 드림웍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2000년도 초반부터 해외 진출 초석을 다져 온 일을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차별점이 존재한다. 고경범 상무는 “<부고니아>는 CJ ENM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주도해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를 중급 이상의 예산으로 메이저 스튜디오(유니버설 스튜디오 산하 포커스 피처스 - 기자 주)를 통해 월드와이드 배급을 한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9회 런던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부고니아> 팀.
여러 영화제에 초청된 <부고니아>는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이 유력하다
(제공=CJ ENM, 포커스 피처스/프레멘틀)



정리하면 그간 CJ ENM의 할리우드 진출은 리메이크 판권만 판매하거나 <어거스트 러쉬>처럼 기존 할리우드 프로젝트에 국내 배급권 확보를 위한 부분 투자, 혹은 <설국열차>처럼 투자배급사로서 해외에 직접 판매하는 경우가 주였다. <부고니아>는 직접 제작 주체가 되어 할리우드 제작 및 유통 시스템에 접근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원작 <지구를 지켜라!> 당시 제작사 싸이더스 소속 PD였던 김선아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교수는 “당시엔 CJ ENM도 선뜻 투자하기에 주저했던 걸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있었던 건 이런 영화들을 과감하게 만들어서가 아닌가 싶다”며 “이번 <부고니아> 사례는 원작의 콘셉트가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영화의 팬덤 현상이 해외에서 오래 축적된 결과이기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경범 상무는 “이런 합작 형태가 처음이다 보니 성공한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맨땅에 부딪혀가며 도전해야 했고 시장 변화가 만들어내는 기회를 포착해야 했다”며 “시장이 안정적이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되지만, 기회를 만들어내야 했기에 기존 로컬 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아리 애스터 같은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필수”라고 귀띔했다.

<부고니아>는 CJ ENM이 리메이크 판권 판매, 할리우드 프로젝트 국내 배급권 확보 등의
할리우드 진출 방식에서 더 나아가 직접 제작 주체가 된 첫 사례다(제공=CJ ENM)



한국 주도형 할리우드 협업,
가능성과 과제들

<부고니아>를 기점으로 최근 한국영화, 영화인들의 할리우드 진출 사례가 부쩍 가시화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더 홀>, 배우 마동석이 제작자이자 주연으로 나선 <피그 빌리지>, 밀라 요보비치가 액션 연기를 소화한 <프로텍터> 등이 대표적이다.

<더 홀>은 편혜영 작가의 소설 <홀>을 미국 에이전트가 직접 판권을 구매한 뒤 김지운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하면서 영화화가 성사된 경우다. 미국인 교수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장모의 간병을 받으면서 결혼생활의 진실과 마주하는 심리 스릴러 장르로, 스릴러영화 <디 액시덴탈 겟어웨이 드라이버>(2023)를 쓴 크리스토퍼 첸 작가가 초고를 담당했다. 출연 배우는 HBO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로 알려진 테오 제임스, 그리고 정호연, 염혜란이다.

최근엔 아마존 MGM 산하 오라이온 픽처스가 전 세계 배급을 담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더 홀>이 국제 프로젝트임을 확인한 바 있다. 제작 주체는 총 세 곳으로 TV 드라마 <미스터 로봇> 제작사인 에스마일 코퍼레이션,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를 제작한 K 피리어드 미디어, 그리고 한국의 앤솔로지스튜디오다. 제작비 규모는 약 1천200만 달러로 미국 기준 저예산 영화에 해당한다. 이로써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2013)에 이어 두 번째로 할리우드와 작업하게 되었다.

최재원 앤솔로지스튜디오 대표는 “원작 판권을 산 에스마일 코퍼레이션이 초기에 개발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초고를 우리가 각색하면서 주인공의 아내를 한국 사람으로 바꾸는 데에 동의를 받았다. 기존 다른 합작영화라고 하면 한국이 일종의 외주 개념으로 참여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더 홀>은 한국 스태프와 배우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실질적인 공동제작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더 홀>은 지난 3월 중순 촬영을 시작해서 6월 1차 촬영이 끝난 상태로 11월 중 나머지 2차 촬영을 진행한다.

한편 <프로텍터>는 한국에서 직접 지식재산권(IP)을 개발해 할리우드에 역제안한 경우였다. 각본을 집필한 문봉석 작가의 아낙시온 스튜디오, 매니지먼트 및 콘텐츠 개발사인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올바른 컴퍼니 등 세 개의 한국 회사가 공동 기획·개발을 했다. <람보: 라스트 워>(2019)의 애드리언 그린버그 감독이 연출자로 나선 <프로텍터>는 지난 2월 촬영을 마친 뒤 2026년 2월 미국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이다.

<프로텍터>(왼쪽 사진)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애드리언 그린버그 감독과 밀라 요보비치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주방옥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국내 시장이 너무 어려워서 평소 할리우드 쪽과 네트워크를 쌓아 온 문봉석 작가와 의기투합해 그들을 설득하고 다녔다”며 “IP 자체를 뺏기거나 외주제작화해 버리는 넷플릭스 사례가 아닌 우리 창작자들이 주도할 수 있는 합작 사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한화로 250억 원에서 300억 원 규모의 저예산으로 시작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개발하는 중인데, 어려운 한국영화 산업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이 세 개의 회사는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 폴 W.S. 앤더슨 감독의 신작을 비롯, 포켓몬스터 총괄 프로듀서가 참여하는 애니메이션 등 여러 해외 합작 영화를 준비 중이다.

<피그 빌리지> 또한 한국영화 산업 침체기와 맞물려 자구책을 마련한 경우로, <프로텍터>와 궤를 같이한다. 배우 마동석이 속한 빅펀치픽쳐스와 노바필름, B&C콘텐츠 등 국내 세 회사가 합작한 작품으로 프로 복서와 서로 다른 목적이 있는 범죄자들이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대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길 그린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이상용 감독이 연출을, 차우진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여기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 욘두 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루커를 비롯, 콜린 우델, 리제트 올리베라, 알리 안, 아브라함 푸풀라 등 해외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빅펀치픽쳐스 관계자는 “한국영화 산업의 장기 침체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한국 자본과 시스템으로 제작했기에 큰 예산이 드는 글로벌 영화보다 합리적인 예산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이 관점에서 한국영화 제작이 새롭게 확장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 회사 빅펀치픽쳐스, 노바필름, B&C콘텐츠가 합작한
마동석 주연의
<피그 빌리지>(제공=빅펀치픽쳐스)

기존 IP를 주도적으로 할리우드 시스템에 이식시키든, 직접 개발한 IP를 가지고 나가 역제안을 하든, 또는 외주 수주가 아닌 할리우드와 동등하게 공동제작으로 나서든 위의 사례들로 한국 영화인들의 위상이 새삼 달라졌음은 분명해 보인다. 주방옥 대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있고, 봉준호·박찬욱 감독님 등 한국 창작자분들이 이미 쌓아 놓은 게 있어서 확실히 다들 협업에 열려 있다”며 우호적인 현재 분위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할리우드 또한 주류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환경이 급변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고경범 상무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도 호평임에도 손실을 보는 중이라 그런 대형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이 틈에서 한국 창작자들에게 상대적인 기회는 열려 있다고 본다”며 “동시에 한국 사업자로서 할리우드든 다른 나라이든 해외 협력 시 A부터 Z까지 주도하고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주도권을 가져가더라도 기능적인 부분을 택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이런 협업 모델이) 시작 단계라 경험치 축적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국영화 부고니아 지구를지켜라! 요르고스란티모스감독 엠마스톤 제시플레먼스 장준환감독 CJENM 리메이크 프로텍터 더홀 피그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