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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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❶

일본영화의 글로벌 전략, 심상찮다!

활기 띤 일본영화, 한일 공동제작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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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글로벌 전략, 심상찮다!

활기 띤 일본영화, 한일 공동제작의 향방은?

글 _ 이은경(미스터리픽처스 대표)

2025-11-03

올해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상일 감독의 <국보>(제공=NEW)

올해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상일 감독의 <국보>(제공=NEW)

올해는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일본 도쿄를 방문하고 있다. 방문할 때마다 일본의 지인 감독과 프로듀서, 그리고 투자, 배급, 제작 관련 주요 회사들을 돌면서 근황을 체크하곤 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영화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일본영화계의 활기다. 일본 영화관은 한국과 달리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고, 이는 <귀멸의 칼날> 시리즈를 선두로 해 <원피스> <명탐정 코난> <슬램덩크>,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자리를 대신한 ‘신카이 마코토 유니버스’까지, 단편이 아니라 시리즈로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히트 애니메이션의 해외 수출액도 어마어마하다. 이렇다 보니 매년 일본영화 흥행 톱10의 절반 이상이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일본의 실사영화를 제작하는 관계자들은 습관처럼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비교하며 실사영화 투자,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하나, 뭔가 엄살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숫자로 확인해본 일본 실사영화의 현재와 미래는 그다지 어둡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박스오피스, 자국 애니와 실사영화 강세 올해, 실사영화로는 22년 만에 일본 박스오피스 매출 100억 엔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 이상일 감독의 <국보>가 지난 6월 6일 개봉해 5개월 가까이 장기 흥행하며 신드롬이 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해외 박스오피스 자료를 보면 10월 19일 기준, <국보>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165억 엔을 향해 가고 있고, 좀처럼 꺾이지 않는 흥행세에 200억 엔 목표로 장기 상영에 돌입한다는 소문이다. 참고로, 일본 실사영화 흥행 역대 1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2003년에 개봉한 TV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의 극장판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2 -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로 173억 5천만 엔을 기록했다. 만약 <국보>가 200억 엔 목표 달성에 성공하면 일본 실사영화 흥행순위 역대 1위에 우뚝 서게 된다.

일본에서 박스오피스 100억 엔은 한국의 천만 관객과 비슷한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보통 10억 엔이 넘으면 그해 실사영화 흥행 톱10에 진입하게 된다. 올해는 <워터보이즈>(2002), <스윙걸즈>(2006)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첫 호러영화라고 할 수 있는 <돌하우스>가 6월에 개봉해 18억 7천만 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 기준으로 초저예산 호러영화라 할 수 있는 <사유리>의 이례적인 흥행(총 제작비 1억 엔 미만으로 4억 4천만 엔 흥행 수익 기록)에 힘 입은 시라이시 코지 감독의 다음 작품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사유리>의 약 5배에 가까운 제작비를 들여 지난 8월에 개봉했는데, 박스오피스 15억 5천만 엔을 기록하며 흥행에서도 전작의 거의 4배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이외에도 아직 2개월을 남겨 둔 2025년에만 벌써 10편이 넘는 실사영화가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5억 5천만 엔의 흥행 성적을 거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일본은 한국의 KOBIS처럼 박스오피스 매출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거나, 제작비 등의 정보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다. 물론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정보 공개나 공유 측면에서는 한국에 비해 많이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화제작들의 경우는 관련 정보를 기사를 통해 접하거나 ‘흥행통신’ 등의 유료 서비스, 또는 각 배급사가 극장으로부터 취합한 정보 등을 베이스로 정리한 매출 자료임을 밝혀 둔다.

일본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TOP 20

순위영화명개봉일박스오피스(억 엔)장르
1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0/10/16404.3애니메이션
2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2025/07/18367.7애니메이션
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07/20316.8애니메이션
4타이타닉1997/12/20277.7외화 실사
5겨울왕국2014/03/14255.0외화 애니메이션
6너의 이름은.2016/08/26251.7애니메이션
7원피스 필름 레드2022/08/06203.4애니메이션
8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12/01203.0외화 실사
9모노노케 히메1997/07/12201.8애니메이션
10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11/20196.0애니메이션
11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2 -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1/07/19173.5실사
12해리포터와 비밀의 방2002/11/23173.0외화 실사
13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12/02166.0애니메이션
14국보2025/06/06164.3실사
15아바타2009/12/23159.0외화 실사
16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2024/04/12158.0애니메이션
17벼랑 위의 포뇨2008/07/19155.0애니메이션
18스즈메의 문단속2022/11/11149.4애니메이션
19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2025/04/18146.6애니메이션
20날씨의 아이2019/07/19142.3애니메이션

서두에 길게 일본영화계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나열하며 설명한 이유는, 여기에 한일 국제공동제작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힌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뒷부분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자.

일본영화 역대 흥행 톱20을 봐도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클 뿐 아니라 박스오피스 매출도 어마어마하다. 거기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 유니버스’와 같이 단편적인 흥행이 아니라 거의 모든 작품이 시리즈물로 나름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외화의 경우는 2009년 <아바타>가 가장 최신작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현재 일본에서 외화는 그해 최고 흥행작도 박스오피스 50억 엔을 넘기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최근 자국의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가 강세로, 외화는 10년 이상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 2위를 휩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왼쪽)(제공=NEW)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제공=CJ ENM)



최대 10억 엔 환급, 글로벌 촬영 허브를 꿈꾸는 일본 일본영화계의 가장 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탄탄하기 때문에 영화 역시 자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국제공동제작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상업영화나 독립영화 진영 모두 국제공동제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 원인으로는 엔저의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이 흐름의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일본 영상산업진흥기구(VIPO)의 ‘JLOX+(Japan content Localization & business transformation Plus)’라는 프로그램이다. VIPO는 2004년 일본의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등 콘텐츠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재단법인으로, 일본 정부(특히 경제산업성, 문화청)와 긴밀히 연계되어 산업과 정부를 연결하는 중간 지원기관 역할을 한다. VIPO의 주요 사업 영역으로는 국제공동제작 및 해외 진출 지원, 로케이션 인센티브, 인재 양성 및 연수 프로그램, 데이터·리서치 제공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이다.

경제산업성 산하의 JLOX+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로케이션 인센티브에 비하면 덜 알려졌지만 기획개발과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에 대한 지원도 있다. 기획개발, 프리 프로덕션 지원은 본 프로덕션 전의 기획 단계로, 기획서, 시나리오 개발, 권리 처리, 자금조달 준비 중인 콘텐츠를 지원하는데, 보조금 상한액은 건당 1천만 엔, 사업자당 최대 2천만 엔으로, 일본 내 소요경비의 50%를 지원하며 공모기간이 정해져 있어 일정 체크가 필요하다.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지원은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일본의 영상 콘텐츠(실사영화, 애니메이션 포함) 제작을 지원하는데, 보조금 상한액은 건당 2억 엔(사업자당 최대 4억 엔)으로, 역시 일본 내 소요경비의 50%까지 지원 가능하다. 역시 공모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일정 체크가 필요하고, 제작비 규모 및 자금조달이 일정 요건 이상이어야 하고 해외 시장 전개를 위한 체제, 권리 처리 등이 예정, 혹은 확보되어야 한다.

VIPO는 2024년 대표적인 지원 사례로 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 부문에 선정되고, 한국에서도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한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엔드>와 7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요코 감독의 <나미비아의 사막>을 소개했다. <해피엔드>의 경우, 2019년 경제산업성이 지원하는 ‘J-LOD’(해외용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금조달, 인재 육성 사업 지원)에서 각본, 기획개발 지원을 받고, 2020년 문화청 사업인 일본영화 해외 발신 사업(일본영화 해외 전개 강화 사업)의 단기 연수에 참가한 후 2023년 ‘VIPO Film Lab’에도 참가한 작품이다. <나미비아의 사막>은 2019년 문화청 지원사업인 ‘ndjc’ 제작 연수에 참가하고 2023년 경제산업성 지원의 ‘JLOX+ 해외용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 프로모션’ 지원에서 도항 비용을 지원받았던 작품이다.

왼쪽부터 2024년 VIPO의 대표적인 지원 사례인
<해피엔드>(제공=영화사 진진)와 <나미비아의 사막>
(제공=스튜디오디에이치엘)



인재 양성 측면에서 이렇게 좋은 결과들을 배출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역시 로케이션 인센티브다. 로케이션 인센티브는 국제공동제작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소요되는 비용의 최대 50% 환급, 상한액 10억 엔이라는 글로벌 기준에서도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제도다. 이는 캐나다(30~35%), 헝가리(25~30%), 호주(40%) 등의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도 월등하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2025년에도 제도 유지 및 강화를 발표하고 최대 환급률도 50%로 유지되었다.

단, 로케이션 인센티브의 경우 파격적인 조건 뒤에는 조금 까다로운 신청 자격 조건이 있다.
  - 일본 내 소요 비용이 5억 엔 이상
  - 전체 제작비가 10억 엔 이상이고 일본 내 소요 비용이 2억 엔 이상
  - 10개국·지역 이상에 배급될 예정이며, 일본 내 소요 비용이 2억 엔 이상

이는 최소 촬영 5일 이상, 한국 내 집행액 8억 원 이상일 경우 25%, 1억~8억 원일 경우 20%를 환급하는 한국의 로케이션 인센티브와는 달리, 일본 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2억 엔 이상으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국영화보다는 한국 드라마가 해당 가능성이 더 높고 일본 비중이 아주 큰 작품이어야 하기에 많은 작품이 해당되지는 않는다. 신청 자격이 이렇다 보니 2023년, 2024년 지원작 리스트를 보면 미국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3년, 2024년 VIPO ‘JLOX+ 프로그램’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작 리스트(제공=VIPO)



한일 공동제작, 협력의 방향은? 지난 10월 21일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의 내각이 발표되었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JLOX+는 조건 변경 없이 유지될 거라고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VIPO는 산업, 정부, 지역의 연결자 역할을 하며 단순히 지원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 해외 세일즈, 국제공동제작,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모두 아우르는 ‘국제 게이트웨이’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 일본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와 국제공동제작을 추진하는 핵심 허브가 되고 있다.

JLOX+는 한국의 인센티브 지원제도와 마찬가지로 일본법인의 신청이 필수이기 때문에 일본 파트너(회사, 담당 프로듀서)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파트너는 단지 지원금 신청만을 위한 파트너가 아니다. 실제 로 국제공동제작을 위한 기획개발부터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까지의 지원을 잘 활용해 리 스크를 줄이면서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조가 중요하고, 특히 이는 비즈니스에서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본 특성상 처음 관계를 맺고 함께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이 꽤 소요되나 한 번 좋은 관계가 형성되면 두 번째, 세 번째는 당연히 조금 더 수월하다. 이건 어느 국가에나 통용되지만, 한국과 비교할 때 초기에 비교적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국가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편이 좋다.

한국영화계가 일본과의 공동제작을 염두에 둘 때, 일본의 강점은 첫째, 시장 규모와 안정성이다. 일본은 여전히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권의 극장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며 극장 소비 충성도가 높은 젊은 관객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전 메인 관객층이었던 40대 이상의 자리를 최근 1030세대가 대신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사영화도 로컬 스타 배우와 감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팬덤이 존재해 일정한 관객을 확보할 수 있고 장르 다양성에 대한 수용도도 높다.

둘째, 만화와 애니메이션 원작 등을 활용한 글로벌 확장력이다. 국제공동제작 시 원작, 캐릭터 기반의 해외 세일즈에 강력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최근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일본영화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아시아권에서 브랜드 파워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공동제작 시에 ‘아시아 공동제작’으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제도적 장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VIPO의 로케이션 인센티브를 시작으로, 문화청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KOFIC 역시 다양한 지원제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서 이 부분을 잘 활용하면 리스크를 낮추며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거라 생각한다.

넷째, 산업 인프라와 인력이다. 일본의 경우 도호, 쇼치쿠, 도에이, 니카츠 등 전통적 대형 스튜디오와 촬영소 인프라가 안정적이다. 애니메이션, 시각특수효과(VFX) 분야의 수준이 높고, 기술진도 노련하다. 한국도 대작 경험이 많은 장점이 있고, 촬영과 후반작업 인력 퀄리티가 국제적 수준으로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일본영화의 작품성을 전 세계에 알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제공=트리플픽쳐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문화적 메리트가 있다. 일본 자국 시장에서 일본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팬덤과 K-팝, K-드라마의 인기로 형성된 K-컬처를 활용해 한일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결합하면 캐스팅 자체로도 해외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한일은 생활문화, 정서적 공통점이 많아 스토리텔링 면에서 서구권보다 공동제작 접목이 자연스럽고, 여전히 일본에 강하게 존재하는 한류와 한국 MZ(밀레니얼+Z) 세대들의 일본 문화 수용도가 적극적이어서 양방향 시장 개방성을 통해 극장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흥행의 여지도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 국제공동제작은 이렇게 언어와 정서적 공감대가 높다는 문화적 동질성과 제작의 효율성, 시장 확장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북미, 동남아와의 협업 경험보다 적었고 성공 사례도 많지 않다. 올 12월 제주도에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한 일본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일 국제공동제작의 향후 가능성에 대해서 물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영화대학(JIMI)과 도쿄예술대학대학원 영상연구과에 한국 유학생은 사라졌고, 중국 유학생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국제공동제작의 키는 역시 회사보다 사람에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영화와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한국의 프로듀서가 있고, 반대로 한국영화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일본의 프로듀서가 있다면 확실히 국제공동제작의 진행 속도는 빨라진다.

영화 제작은 비교적 큰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동시에 제작에 대한 의지가 강한 프로듀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영화와 영화 시장을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이 많아지다 보니 10년 후를 상상해보면, 일중 공동제작이 훨씬 활발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영화 시장이 떠오르면서 한국의 프로듀서들이 동남아와의 국제공동제작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일본과의 공동제작을 희망하는 한국의 프로듀서들에게 제언하고 싶은 것은 ‘일본영화와 시장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때 국제공동제작에 대한 의지는 높아진다. 담당 프로듀서의 의지가 높을 때 그 프로젝트의 성사 가능성도 높아진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와 일본의 KDDI의 업무협약으로 주목받은
전종서, 한소희 주연의 <프로젝트 Y>(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한국, 국제공동제작 전문 인력 키워야 앞에서는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준으로 일본영화 시장의 특성을 살펴봤는데, 한국과 차별되는 일본영화 시장의 저력은 사실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에서 찾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아사코>(2019), <해피 아워>(2021), <드라이브 마이 카>(2021), <우연과 상상>(2022),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4) 등으로 연타를 치며 한국에 막강한 팬덤을 형성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현재 제작비의 70~80% 정도를 유럽에서 조달해 신작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네오 소라 감독은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2023)가 한국에서 흥행하고, 일본과 미국의 공동제작인 차기작 <해피엔드>도 한국에서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독립영화는 아니지만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소개된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어 페일 뷰 오브 힐즈>는 일본, 영국, 폴란드 공동제작 작품이고,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미아케 쇼 감독 연출, 심은경 주연의 <여행과 나날>도 일본, 프랑스 공동제작 작품이다. 국제공동제작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백그라운드에는 VIPO의 JLOX+의 영향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독립영화의 비즈니스 측면에서 대표적인 작품은 300만 엔으로 제작되어 2개 관에서 300개 이상으로 상영 규모가 확대, 박스오피스 31.2억 엔을 기록한 2018년 일본영화 흥행 7위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다. 여기에 2024년 2천600만 엔으로 제작한 <사무라이 타임 슬리퍼>는 한 관에서 상영을 시작, 입소문을 통해 확대 개봉되어 박스오피스 10억 엔을 돌파하고 그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유수의 상을 휩쓸며 2024년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독립영화 배급 시스템과 비교할 때 일본은 조금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그들 만의 차별화된 배급 시스템과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는 듯하다. 이에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 한일 공동제작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업계의 목소리도 많다. 독립영화는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와 의사결정 구조가 심플하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에 성사될 확률이 높고,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지원제도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이미 한일 크리에이티브 인력의 결합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일본 감독을 만나면 한국에서 연출 의뢰가 왔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고, 일본의 작가감독이나 장르감독과 공동제작을 희망하는 한국의 프로듀서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한일 배우들은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훨씬 더 교류가 많아져서 일본영화에서 한국 배우를 만나거나, 한국영화에서 일본 배우를 만나는 일은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익숙한 일이 되었다. 아직 한일 공동제작은 영화보다는 드라마 쪽이 더 활발한데, 드라마는 주로 대기업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영화는 아직 편수가 많지는 않으나 향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공동제작의 경우도 작품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 성과가 있을 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패 사례가 많아지면, 시장에서 파트너를 찾아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쉽지 않다.

미아케 쇼 감독 <여행과 나날>에 출연한 심은경(제공=엣나인필름)

카사마츠 쇼, 히이라기 히나타 등 일본 배우들이 출연한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실패 사례가 결국은 성공 사례로 이어지는 발판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첫 술에 배부르기를 바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꾸준히 시도해보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겠다. 자본과 비즈니스가 움직이지 않는 인력만의 결합으로는 제대로 된 국제공동제작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국제공동제작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인력의 양성이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든다.

최근 한일 국제공동제작 프로젝트

한국 기업일본 파트너작품/프로젝트형태·세부 조건
CJ ENMTBS Group드라마·영화 다수(제목 미공개)3년간 전략 제휴, 공동제작·배급·포맷 교환
Studio DragonTBS / Netflix JP / Amazon JP<첫사랑Dogs> <소울메이트> <내 남편과 결혼해줘>(일본판)일본 오리지널 드라마 3편, 영화 2편 공동제작 계약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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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EntertainmentBabel Label (日)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신작 공동개발2025 파트너십, 한국 웹툰/웹소설 IP → 일본 드라마/영화 공동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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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 일본박스오피스 한일공동제작 국제공동제작 VIPO JLOX+ 일본정부지원 글로벌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