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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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 YES or NO

이것은 ‘잃어버린 청춘’의 이야기

<퍼스트 라이드>

진행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이승재(한경매거진앤북 기자), 쇼박스
대담 _ 박꽃(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이우빈(씨네21 기자)

2025-11-17

영화 <퍼스트 라이드>(10월 29일 개봉)는 24년지기 사총사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붙어 다니던 네 친구 태정(강하늘), 도진(김영광), 연민(차은우), 금복(강영석)이 고교 시절에 꿈꿨던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하고, 그 사이에 태정을 짝사랑하는 옥심(한선화)까지 끼어들면서 황당한 여행기가 펼쳐진다. 어느 면에서는 누가 더 바보인지 잴 수 없는 ‘덤 앤 더머’들의 성장기는 로맨틱 코미디 <30일>(2023)로 흥행을 맛본 남대중 감독의 신작이다. <위대한 소원>(2016), <기방도령>(2019)으로 꾸준히 코미디를 시도해 왔고,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고. 단순한 코미디인 줄 알았지만, 의외로 시대의 상흔을 건드리는 반전의 매력이 있는 이야기다. 이제 천만 시장이 아닌 500만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영화 시장에서 그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관객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영화 속 청춘들과 비슷한 세대인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이우빈 씨네21 기자가 <퍼스트 라이드>가 지닌 가능성과 질문을 들여다봤다.

Q한국은 청춘영화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청춘영화’는 흥행이 어려운 장르다. 이런 상황에서 <퍼스트 라이드>가 나왔다. 기존의 한국 청춘영화들, 특히 <스물>(2015), <위대한 소원>, 올해 개봉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같은 청춘 코미디 영화와는 어떤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보나?

이우빈 씨네21 기자(이하 이우빈 기자)

개인의 견해가 크게 차이 날 만한 영화는 아니다. 다만 ‘한국이 청춘영화의 불모지’라는 것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청춘이라는 담론을 말할 때 항상 비관적인 기운이 끼어든다. 10년을 주기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스물>이 벌써 11년 된 영화다. <스물>이나 <족구왕>(2014)이 막 나올 때는 ‘88만원’ 세대 담론이 있었던 때였고, 그 영화들은 그때의 문제들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청춘영화들이었다. 지금은 구직난을 겪는 ‘쉬었음 청년’ 세대가 있다. 대중영화가 이런 사회적인 배경과 결부되지 않을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청춘 세대의 비관적인 이야기가 들어가야 되는데 그걸 코미디로 다루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족구왕>이나 <바람>(2009) 같은 독립영화들은 나올 수 있었는데, 상업영화에서는 청춘과 코미디가 잘 조율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퍼스트 라이드>를 보면서 다시 한번 했다.

국내 관객들이 대만 청춘영화들을 많이 봤고 흥행도 했다. 대만 청춘스타 왕대륙이 영화제를 통해 내한한 기억도 있고. 그런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로맨스에 약간의 판타지가 섞여 있다. 그게 한국에서는 잘 안 통하는 코드다. 한국 관객들이 로맨스를 별로 안 좋아하고 판타지도 대작들의 예외적인 성공을 빼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퍼스트 라이드>는 로맨스와 판타지를 피해 가면서 조금 다른 소재를 다뤄서 그나마 대중들의 시선을 약간 받은 게 아닌가 한다. 조금 다른 소재라는 건 ‘소중한 사람의 상실’이다. 이 부분이 평범한 청춘영화와는 조금 다른 코드이기 때문에 관객 수 60만(11월 11일 기준)에 다가서지 않나 싶다. 상실의 정서에 집중을 하면서 도리어 현실감이 느껴진다.

‘YES or NO 대담’을 하자고 연락 받은 날이 이태원 참사의 그날이었고, 사이렌이 울린다는 뉴스를 봤다. 실제로 오전에 사이렌을 들었다. 사이렌을 울리는 행위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이제 젊은 시절에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경험들이 우리에게 왕왕 벌어진다. 우리가 어떻게 그 경험을 기억하는가, 또 그 경험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는가는 이 시대에 충분히 다뤄볼 만한 담론이다.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이하 박꽃 기자)

이우빈 기자

요즘 일본에는 ‘청춘 헤라’라는 용어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서 일본도 여러 재난을 겪지 않았나. ‘청춘 헤라’는 20대라는 시절을 아예 잃어버린 일본 사람들이 그 시절을 추억하려고 문화 콘텐츠로 소비를 하는 경향을 말하는 단어다. 서브 컬처계에서 사용하는 단어이고, ‘멘헤라’라는 우울하고 침체되어 있는 세대를 말하는 용어에서 조금 변형된 단어다.

우리나라도 박꽃 기자가 말한 것처럼 지난 10년간 그런 경험들이 꽤 있었다. <퍼스트 라이드>가 처음에 기획된 맥락, 그러니까 어떤 상실의 맥락, 그리고 ‘잃어버린 청춘’을 30대에 다시 찾아보겠다는 맥락에서는 매우 흥미롭고 차별화의 지점이 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의도가 코미디라는 외형과는 잘 맞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의 일본 청춘영화들,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20) 류와 비슷한 감성이 그 근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물의 차이가 크다. <퍼스트 라이드>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차이나 장르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한국영화에서는 상업적으로 이런 정서를 잘 풀어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왼쪽)와 이우빈 씨네21 기자

Q이 부분을 좀 더 얘기해도 좋겠다. <퍼스트 라이드>의 주인공들은 10대 시절에 만나 ‘24년지기가 된 사총사’다. 30대인 네 친구의 여정을 ‘한 세대의 이행(Transition)’으로 본다면, 감독은 ‘어떤 시대적 감수성’ 혹은 ‘어떤 청춘의 얼굴’, ‘어떤 세대의 경험’을 포착하려 했을까?

이우빈 기자

나는 지금 20대 후반, 정확히는 29세다. <퍼스트 라이드>의 주인공들과 한두 살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여행을 제대로 갔느냐 안 갔느냐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신종 플루가 돌았고, 중학교 2학년 때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고등학교 때는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그때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동갑이다. 수학여행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에 가지 않나. 나는 부산 출신이고 동백중학교를 다녔는데, 일본에 자매학교가 있어서 원래대로라면 수학여행을 일본으로 갈 수 있었는데 못 갔다. 고등학교 때는 4월에 세월호 참사가 나면서 우리 학교도 수학여행 예정지가 배를 타고 가야 했기에 당연히 취소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퍼스트 라이드>에서 다루는 30대 초반 인물들의 감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세대 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이 겪는 ‘공백의 10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공감을 많이 했다. 그래서 코미디 영화로 풀어내는 접근 방식이 과연 맞을까 하는 의문을 더 가질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럴 수 있겠다. ‘잃어버린 청춘’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나도 그런 맥락을 유추했다. 사람을 잃는다는 것에 대해서.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셔도, 그러니까 원래 자연의 섭리대로 먼저 가게 되어 있는 분이 떠나도 힘든 것인데, 친구 혹은 동년배 혹은 젊은 주변인을 먼저 보냈을 때의 경험은 겪지 않고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먼저 떠난 친구를 떠올리면서 마음이 매우 힘들어진 경험, ‘청춘 헤라’의 증상이 우리 젊은 세대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같은 큰 일이 벌어졌을 때 이미 약간 취약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 더 강력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감각이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본다면 그 때문에 코미디에서 유격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그 감정 덕분에 영화 속 주인공들이 친구의 부재에 대해 가지는 감정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도 있다. <퍼스트 라이드>에 100% ‘NO’를 할 수 없는 것은 이 부분 때문이다.

박꽃 기자


Q그렇다면 4명의 친구 태정(강하늘), 도진(김영광), 연민(차은우), 금복(강영석)과 홍일점인 옥심 역 한선화의 캐릭터까지, 각 캐릭터의 서사는 균형 있게 다뤄졌다고 보나?

<술꾼도시여자들> 시리즈를 비롯해서 한선화 배우가 해 온 능청맞은 코미디가 있다. 코미디 연기 면에서 임윤아 배우와 거의 동일 선상에서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옥심과 주인공 태정이 소화하는 티키타카가 웃긴다. 특히 마지막 공항 신에서 ”오늘부터 0일이야, 0일!” 할 때 극장 안 관객들이 다 웃었고 나도 그때 웃었다. 그런 티키타카는 잘된 반면, 어머니에게 삭발을 당해 출가를 하려는 금복 캐릭터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심지어는 비구니인 금복의 어머니가 자꾸 아들을 계도해서 출가시키려고 할 때마다 왜 비구니인데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나, 이 종교는 태고종인가 조계종인가 싶어 혼란스러웠다.(웃음) 청춘 코미디에서 늘 현실적인 측면만 다룰 이유는 없지만, 캐릭터들의 이런 지점들이 덜컥거린다고 느꼈다.

박꽃 기자

이우빈 기자

많이 공감한다. 기본적으로 태정과 도진은 슬픈 캐릭터다. 도진은 상실의 트라우마를 가장 크게 겪은 친구이기 때문에 희화화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태정은 트라우마도 겪고 있지만 지금 사회에서 각박하게 사는, ‘지금 30대 청춘’의 일면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그러니, 이 친구도 마냥 웃기게 만들기 어렵다. 그럼 남은 게 한선화 배우의 옥심과 강영석 배우의 금복이다. 그 두 캐릭터가 코미디에 대한 부담을 떠안은 것 같다. 금복은 거의 웃음을 위해서 희생되는 캐릭터다. 주인공들이 옥심을 “이것저것”이라고 부르는 것도 조금 문제적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옥심은 결국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티키타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캐릭터다. 이 대담을 준비할 겸 주말 프라임 타임에 극장을 찾았는데, <30일>보다 확실히 웃음 타율이 낮았다.

Q배우들의 실제 나이, 커리어, 이미지가 캐릭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현실감’과 ‘스타성’의 균형은 잘 맞았을까?

일단 잘 안 맞았다는 쪽에 한 표다.(웃음) 남대중 감독과 강하늘 배우가 일단 뗄 수 없는 인연인 것 같다. <30일>이 워낙 잘되었고, 강하늘 배우는 원래도 연기를 잘하는데 <스물>이라는 필모그래피까지 가지고 있으니 캐스팅할 때 워낙 탐이 났을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연기를 잘하고 농익어서 태정은 그가 하기엔 너무 젊은 역할처럼 느껴졌다. 그건 도진 역을 맡은 김영광 배우도 마찬가지다. <퍼스트 라이드>를 보면서 배우의 물리적인 나이는 캐릭터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선화 배우도 <술꾼도시여자들>에서 이미 어느 정도 커리어도 있고 술도 좀 먹을 줄 아는 캐릭터까지 갔는데, 다시 청춘영화에서 그저 푼수 같은 역할을 맡긴다는 건 아쉽다. 배우들이 가진 자질이 있기에 안전한 캐스팅이지만 청춘영화의 틀 안에서 봤을 때는 다들 배역보다 무겁다.

박꽃 기자

이우빈 기자

<퍼스트 라이드>의 캐스팅을 보면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지구가 끝장 나는 날>(2013)이 생각났다. 왕년의 고향 친구들이 20년이 지나서 다시 모이는 이야기였다. 지금 <퍼스트 라이드>의 캐스팅도 유년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함께한 한때의 친구들이 15년에서 20년이 지난 후 다시 모이는 느낌에 더 가깝다.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배우들이 각 캐릭터를 정말 열심히 소화했고, 남대중 감독 역시 캐스팅을 적절하게 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해 왔다. <위대한 소원>에서도 세 친구로 나온 류덕환, 김동명, 안재홍 배우가 잘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퍼스트 라이드>의 캐스팅이 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캐릭터들의 나이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확실하다.

대만 청춘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젊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매력이 있다. 이건 청춘영화가 거부할 수 없는 장르적 특징이다. 그리고 우리가 청춘영화를 생각할 때 주인공들의 연령대를 어느 정도까지의 범위로 볼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년 복지 혜택을 줄 때 청년 나이를 만 19세에서 34세, 혹은 19세에서 39세까지로 하는 정책이 많다. 만 34세면 대략 36살까지다. 내가 딱 그 나이다. 그럼 나도 20대 친구들과 같이 청년 혜택을 받는 건가, 애 낳고 결혼 생활을 하고 그런 것도 다 청년의 삶 안에서 똑같이 묘사해도 무리가 없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퍼스트 라이드>의 주인공들은 사실상 30대 후반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영화를 ‘청춘영화’의 범주에 넣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기억 때문에 흔들리고 힘들어하는 일반적인 드라마로 봐야 할까 하는 혼란이 조금 있다.

박꽃 기자

이우빈 기자

청춘 코미디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요즘은 사실상 예능을 본다. tvN <콩콩팥팥> 시리즈나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리즈 같은. 차라리 그런 예능들을 보는 편이 청춘 코미디의 이미지적인 감각을 대리만족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에서 굳이 그것을 재현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남대중 감독이 영화의 시작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청춘들의 영상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시작하셨다고 하니 아마 그래서 연결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남대중 감독을 생각하면서 성별 리버스를 하면 떠오르는 감독이 <가장 보통의 연애>(2019)와 <파일럿>(2024)의 김한결 감독이다. 두 감독님의 스타일이 똑같다.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보는 사람이 전혀 불편하지 않게, 전혀 모나지 않게, 아무에게도 디스 당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심심하고 맹숭맹숭하다. 물론 상업적인 측면에서 이 감독들의 역할은 필요하다. 모두가 뾰족할 이유는 없으니까. 맹숭맹숭하다는 건 사실 다른 사람 기분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게 미덕일 수도 있다. 더 많은 관객을 노리고자 할 때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기 할 말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갈고 닦는 건 중요하니까. 그래서 남대중 감독 같은 포지션의 감독들이 30억에서 100억 안의 예산으로 그 시도를 계속 하는 거라면 다음 영화는 더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성과가 따라주면 더 좋을 테고. 이런 분들의 영화에는 매 작품 건드리는 메시지가 뚜렷하진 않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분들이 언젠가는 뾰족함을 드러내서 하나의 점을 찍어야만, 관객에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 수 있을 거다.

박꽃 기자



이우빈 기자

일단 답을 하자면 정말 필요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30억에서 100억짜리의 중급 규모 영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 규모의 작품을 소화해줄 감독이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한다. 과거를 기억해보면 <국제시장>(2019)의 윤제균 감독도 <색즉시공>(2002)과 <두사부일체>(2001)를 찍은 시기가 있었다. 김성훈 감독도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을 찍고 <끝까지 간다>(2014), <터널>(2016), <비공식작전>(2023),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같은 대작까지 올라간 거고. 그렇게 필모그래피를 쌓아 가지고 대작까지 나아갈 수 있는 그런 흐름이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남대중 감독 같은 포지션과 그런 포지션의 영화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 4~5년 동안 가장 문제였던 게, 그 단계를 이미 거쳐서 한 번 크게 성공하셨던 분들이 다 실패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그 단계를 다시 밟아줄 감독들이 필요한 것은 맞다.



Q결국, <퍼스트 라이드>는 YES인가? NO인가?

박꽃 기자

YES

그래도 YES다. 미덕이 하나라도 있으면 YES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것은 많지만, <퍼스트 라이드>가 그래도 60만을 모았다는 것은 아주 실패의 수치는 아니므로 그 정도의 미덕이 있다고 본다. 관객을 설득하기 어려운 청춘영화라는 테마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들 기억하는 상실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도전했다.

NO

비슷한 맥락이지만 나는 NO다. 양가적인 마음이 있다. ‘잃어버린 청춘’이 사실 매우 시의성 있고 누군가는 꼭 다뤄야 하는 주제다. 남대중 감독이 캐치를 잘 해줬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결과물이 아쉽게 나온 걸 보니 아쉬운 마음이 더 곱하기가 된다. 애초에 아이템 자체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영화의 결과물이었다면 오히려 덜 할 텐데, 이 아이템에 애정이 있다 보니 결과물을 보며 더 큰 이질감과 아쉬움을 느낀다. 뭔가 살짝 ‘사랑의 매’ 같은 느낌의 NO다.(웃음)

이우빈 기자

박꽃 기자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스즈메의 문단속>(2023)도 매우 큰 비극을 다루고 있으면서 매우 큰 성공을 하지 않았나.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내한해서 한 얘기가 생각난다. <너의 이름은.>(2017)과 <날씨의 아이>(2019)를 거치면서 자기 기술을 가장 잘 갈고 닦았을 때, 즉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과 애니메이션을 가장 주목할 때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를 했다고. 제작사와 투자 얘기도 어느 정도 끌어낼 수 있는 입지에 다다랐을 때, 내 기술을 정말 잘 갈고 닦았을 때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그때는 그 이야기가 관객에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대중 감독을 비롯한 감독들이 다음 작품을 할 때 자신의 장점 하나를 확실하게 밀고 나가서 그 안에서 할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 안전하게 뭉뚱그려서 섞는 것보다는.

<스즈메의 문단속>과 관련한 얘기가 너무 유효한 것 같다. 일본영화계는 독립영화 쪽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나 미야케 쇼 같은 감독들이 <드라이브 마이 카>(2021) 등으로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메이저에서는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작품이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장르로,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로 풀어내고 있다. 독립영화와 메이저 시장 모두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일본이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니라, 우리도 지금의 시대 정신에 대한 고민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그런 시너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도 어떻게 보면 안전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개봉 당시 일본 현지에서 비판도 많이 받았다. 인재로 일어난 사건을 가공의 괴물이 일으킨 것처럼 묘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뾰족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리스크를 안고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 청춘들의 트라우마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다루는 영화가 있다면 지금의 20~30대들에게 소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우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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