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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어떻게 쓰고 책임질 것인가
한국영화 산업에 다가올 AI 저작권 분쟁
AI, 어떻게 쓰고 책임질 것인가
한국영화 산업에 다가올 AI 저작권 분쟁
글 _ 정지우(변호사 겸 문화평론가, <AI, 글쓰기, 저작권> 저자)
2025-11-17
<중간계>(제공=CJ CGV)
<중간계>(제공=CJ CGV)
생성형 AI의 급격한 침투와 법적 쟁점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GAI)은 놀라운 속도로 사회문화 거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AI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업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AI의 존재는 이미 일상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글쓰기와 검색, 이미지와 영상 제작, 음악 작곡과 편집 등 창작 전반에서 AI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언론사들은 AI를 이용해 기사 초안을 쓰고, 광고 회사들은 슬로건과 마케팅 문구를 자동 생성해 선별하며, 영상 제작자들은 AI로 컷을 추천받고 보정을 한다. 음악 분야에서는 AI 작곡가가 등장해, 인간이 만든 멜로디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곡을 생산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빠르다. CJ ENM은 AI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이미 AI 더빙과 음성 합성은 광고 등 영상 제작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을 신설해 AI를 활용한 영화들을 상영, 심사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는 AI 영상 편집 툴로 만든 숏폼 콘텐츠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확산은 단순히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창작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영화 산업이 그 대표적 사례다. 과거 영화 제작은 아이디어 구상, 시나리오 작성, 콘셉트 아트, 촬영, 편집, 음악과 음향, 배급까지 각각의 영역이 전문 인력과 고비용, 긴 시간이 필요한 복합적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제 일부 제작 현장에서는 텍스트 프롬프트 기반으로 콘셉트 이미지를 생성하고, AI가 컷 제안 및 초안 편집을 지원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나아가 영화 삽입 음악을 생성하고, 배우의 목소리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일이 가능해졌다. AI 툴 하나로 기획에서 후반까지 이어지는 작업 체계가 완전히 재구성되는 것이다.
2025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 AI 영화’
한국영화 출품작 <곰팡이>(왼쪽)와
<고해성사>(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러나 이러한 효율 뒤에는 법적 공백과 모호성도 존재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결과물의 저작권은 언제 어떻게 발생하며, 그 산출물의 주인은 누구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현재 AI 산출물에 대한 법리는 기본 틀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5년 6월 발행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를 통해서 생성형 AI의 저작권에 관한 법리를 밝히고 있다. 본 안내서에 따르면,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산출물에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저작권 등록이 불가능하다.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성을 전제로 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예외가 있다.
① 이용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프롬프트로 입력해 생성된 GAI 결과물에 그 저작물의 창작성이 나타난 경우
② 이용자가 GAI 산출물을 수정, 증감 등 ‘추가 작업’을 한 부분에 창작성이 있는 경우
③ GAI 산출물을 선택하고 배열 또는 구성한 것에 창작성이 있는 경우
위 같은 경우에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된다고 보아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단순 프롬프트로 생성한 AI 산출물에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지만, 그렇게 생성된 작품에 대해 인간이 후작업을 통한 ‘창작적인 기여’를 할 경우에는, 인간이 기여한 부분만큼은 저작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4년부터 국내 AI 영화 <AI 수로부인> 등 AI로 만들었지만 인간이 이미지, 영상, 사운드, 대사 등을 편집하는 데 기여한 경우, AI 영화 자체를 하나의 ‘편집저작물’로 인정해 저작권 등록을 받아주었다. 편집저작물이란, 개별 요소에는 저작권이 없어도 그 개별 요소들을 선택, 배열, 편집하는 방식에 ‘창작성’이 인정되면 그 전체를 하나의 저작물로 인정하는 개념이다. 즉, AI로 생성한 개별 요소인 이미지, 영상, 음악, 대사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을지라도, 그러한 요소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이상, 전체 편집물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AI를 도구로 활용해 만드는 영화는 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프롬프트 입력’ 행위 외에 어떠한 추가 행위도 하지 않은 산출물은 권리 보호가 모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인간이 여러 창작적인 변형, 보완, 편집 등 후가공 작업을 거치는 이상, 그러한 인간의 손길에 권리를 부여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AI 영화 <AI 수로부인>(제공=나라지식정보 유튜브)
영화 제작 단계별 AI 활용과 법적 문제
AI는 영화 제작의 거의 모든 단계에도 개입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쓰는 순간부터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하고, 장면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과정 등에 이르기까지 AI의 영향권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단계마다 새로운 법적 쟁점이 발생한다.
우선, 살펴볼 것은 시나리오 단계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챗GPT나 클라우드, 노벨AI 같은 언어 모델을 이용해 아이디어와 자료를 얻거나, 줄거리와 대사 초안, 플롯 구조를 작성한다. 기본적으로 아이디어와 자료를 얻는 데 AI를 활용했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도 아닐뿐더러, 결국 AI를 통해 얻은 자료의 신빙성이나 정확성 등에 대해서는 작가가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미국작가조합(WGA)이 파업을 통해 AI 툴을 사용해 각본 쓰는 것을 막고자 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사측이 작가에게 AI 사용을 강요하는 걸 금지하는 등 성과는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런 협의가 없었을뿐더러, 현재 AI 자체에서 대사나 대본 생성 등을 막아 두고 있지도 않기에, 사용자인 작가의 재량에 달린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작품에 있는 대사들이 지나치게 유사하게 생성되어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적인 대사 일부가 기존 작품과 유사하다고 해서 곧바로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침해가 되려면 한두 개의 대사 유사성을 넘어서, 상당한 분량의 대사가 ‘실질적으로 유사’해야 한다. 나아가 전체 대본 자체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작품 전체의 줄거리, 구조, 인물 구도 등 ‘비문언적’ 요소까지 고려해 대본 전체의 실질적 유사성을 따져야 한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대본이 이처럼 다른 대본과 실질적으로 유사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결과적으로 시나리오 단계에서 작가가 AI에게 ‘통째로’ 대본 작성을 맡기고, 아무런 후속 작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대본과 실질적 유사성까지 생기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그런 경우가 흔치는 않을 것이므로, 시나리오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얻거나 대본 초안을 작성하게 하며 교정과 수정 작업을 맡기는 행위 등이 당장 저작권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촬영 단계로 넘어가면, 배우의 초상과 음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미국배우조합(SAG-AFTRA)이 총파업을 벌이기도 했으며, AI의 배우 대체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도 네덜란드 AI 제작사 파티클6(Particle6) 산하 스튜디오 시코이아(Xicoia)가 만든 AI 배우 ‘틸리 노우드’의 탄생에 대해 미국배우조합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문제를 제기한 AI 배우 틸리 노우드
(제공=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법적으로 보면, AI를 배우의 이미지나 음성 등에 활용하는 건 여러 문제를 낳는다. 특히, 기존 배우로 식별 가능한 이미지를 생성해 사용하는 것은 초상권이나 퍼블리시티권(성명, 초상 등 식별 표지를 상업적으로 이용,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이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배우 이미지나 음성을 사용해 ‘2차적 저작물’을 만드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 경우에는 배우의 사진을 찍은 저작권자의 저작권이나 음성을 녹음한 배우의 실연권 등 저작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I로 배우 이미지나 음성을 생성, 합성, 변조할 때는 반드시 배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 없이 특정 배우가 식별 가능한 이미지나 음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초상권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가장 문제 되고,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영화 제작의 각종 편집 단계에서도 AI 기술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색 보정, 컷 편집, 자막 생성, 음성 정리, 배경 합성까지 AI가 보조한다. 2024년 공개된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는 생성형 AI를 탑재해 각종 작업에서의 활용을 도와준다. 그 밖에도 수많은 AI 툴이 영상 편집에 도움이 되는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많은 영상 제작에 이를 활용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작업에서 AI를 도구로 활용했다고 해서, 법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AI로 생성한 영상을 AI에만 의존해 편집하는 등 인간의 창작적인 기여가 상당히 적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최종적으로 그 사용자에게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만, 영상 플랫폼이나 영화제 규정에 따라서 AI를 통해 생성한 장면이 있거나 AI를 편집 도구에 활용할 경우, 이를 표시 의무화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배경 생성 등의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이미지를 생성한다면, 이는 기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될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 이는 모든 AI 생성이 마찬가지인 부분으로, AI를 활용한 생성에서는 항상 최종적으로 기존 저작물과의 유사성을 검토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15일 개봉한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영화 <중간계>(제공=CJ CGV)
AI를 둘러싼 법적 분쟁의 미래
AI가 창작 생태계에 들어오면서, 관련 법적 문제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과거 영화에서 법적 문제의 중심은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제작사였다면, AI 시대의 영화는 당장 데이터 제공자에서부터 알고리즘 설계자, AI를 이용하는 기술자 등이 얽힌 복합적인 법적 문제를 끌어안게 되었다.
미래의 분쟁은 지금도 존재하는 분쟁의 연장선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AI 학습 데이터의 정당성’이다. 대규모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영화, 대본, 영상, 음악, 이미지를 무단으로 수집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제작 단계에서 책임 소재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 이루어진 게티이미지와 스테이빌리티AI의 소송은 학습 데이터 무단 이용을 저작권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상표권 침해 등 다양한 권리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밖에도 AI 스타트업 엔스로픽이 자사 AI 챗봇 ‘클로드’ 개발에 수십만 권의 저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는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2025년 9월 작가들에게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합의에 도달한 ‘엔스로픽 사건’ 등 데이터 무단 학습과 관련해 거액의 합의금이 오가는 해외 사례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한국 역시 AI 기업들이 영화, 예고편, 뉴스 영상을 크롤링해 학습시켰을 가능성이 커, 향후 유사한 소송이 이루어질 수 있다. 데이터셋(AI 모델을 훈련, 검증, 테스트하는 데 쓰이는 구조화된 데이터의 집합)이 불법이면 그 위에서 만들어진 영화의 법적 안정성도 흔들린다.
둘째는 ‘AI 산출물의 법적 보호 여부’다. 현재 법리는 인간의 창작 개입이 없는 결과물은 저작권법상 ‘저작물’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영화사 입장에서 AI로 만든 장면이나 음악은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불안정성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AI 공동저작’ 모델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인간이 결과를 선택, 편집, 수정하는 최소한의 개입이 필요하다. 산업적으로는 AI가 초안을 만들고 인간이 수정 보완해 확정하는 형태라는 이중 구조가 표준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을 입증할 수 없다면, 권리 관계가 불투명해져서 투자자나 배급사는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작품 배급을 꺼릴 수 있다.
셋째는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의 확장 문제다. 이미지와 음성 AI 생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히 기존 유명인 등으로 식별 가능한 이미지와 음성 보호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지금 법리 체계 안에서도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을 통한 보호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법적으로 데이터 학습 단계에서부터 생성까지 이러한 보호가 명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배우, 성우, 실연자에 대한 보호는 사전 동의, 별도 보상, 사용 범위 명시가 국제 표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사망한 배우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활용하는 ‘디지털 유산’은 고인의 명예와 상속인의 동의를 둘러싼 새로운 층위의 분쟁을 낳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퍼블리시티권 자체는 상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현재도 관련 분쟁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을 앞두고 AI로 배우 대사를 보정해 논란에 휩싸였지만
오스카 3관왕을 차지한
<브루탈리스트>(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넷째로 플랫폼과 영화제는 ‘표시 의무와 적격성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실과 혼동될 수 있는 합성이나 생성 장면의 라벨링, 광고 심의 및 등급 분류 단계에서의 AI 사용 고지가 배급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 갈 것이다. 라벨 위반은 단순 약관 위반을 넘어 기망이나 표시광고 규정 위반 문제로 비화할 수 있고,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 AI 활용을 증명하는 메타데이터 표시가 사실상 납품 요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 산업의 제작 생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 AI 학습 라이선스 시장이 생기고, AI 사용의 기록 및 투명성 인증 제도가 등장하며, 창작자와 실연자 보상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정립되어 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음악 산업의 저작권 징수 구조처럼, AI 훈련용 데이터 이용료를 집단 관리하는 ‘AI 저작권 신탁’ 시스템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변화하는 각종 규정이나 국제적인 규제를 체크하며 따라갈 필요가 있게 된다.
당장 법의 속도는 여전히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다. 생성형 AI의 성능은 매달 새 버전이 등장할 정도로 가속되고 있지만, 저작권법 등 AI 관련 법령 개정 등은 절차적 검토와 이해관계 조정에 발이 묶여 있다. 그 사이 영화 현장은 사실상의 ‘자율 규제’로 움직이고 있다. 영화제들은 AI 사용 여부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제작사들은 내부적으로 사용 로그를 보관하며, 일부 업체들은 AI 보조를 거친 장면에 ‘AI 처리 컷’ 표시를 남긴다. 아직 법적 의무까지는 아니지만,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이 곧 신뢰의 척도가 되고 있다.
AI는 이미 영화의 언어 안으로 들어왔다. 금지할 수 없는 도구라면, 사용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 향후 한국영화가 직면할 분쟁의 본질은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쓰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다. 산업은 기술을, 법은 권리를, 예술은 의미를 지킨다. 이 셋이 균형을 잃는다면 AI는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 분쟁의 기계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균형을 잡는다면, AI는 오히려 영화의 한계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협업자이자, 인간 창작자가 스스로의 창의성을 더 깊이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영화의 시작부터 그랬지만, 예술의 역사는 기술이 예술을 대체하기보다는, 기술이 예술을 진화시키며 함께 나아가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AI 시대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AI라는 도구를 적법하게 활용하며 예술이 진화하는 길목에 우리는 서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