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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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부터 70대까지, 마음의 파동을 찾아서

<요즘, 관객> 연말 결산

글 _ 김선아(한경매거진앤북 기자)

2025-12-15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더 빨라지고, 스크린은 더 커졌다. 취향은 잘게 쪼개지고, 극장은 조용한 휴식처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한 해, 10대부터 70대까지의 ‘요즘 관객’은 각자의 속도와 사정 속에서 다시 영화관으로 향했다. 웹매거진 한국영화가 5월부터 11월까지 기록해 온 <요즘, 관객> 시리즈를 통해 각 연령대가 공개한 2025년 영화 취향을 한곳에 모았다. 매월 세대를 달리해 하나의 연령대를 중심으로 조사한바, 전체 박스오피스나 올해 관객의 트렌드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2025 세대별 영화 취향, 한눈에 보기

10대 — 감각의 세대 ① 선호 장르: 애니메이션, 웹툰 원작 영화, 청춘물
② 극장 선택 이유: 집보다 집중이 잘됨/ 친구들과 함께
③ OTT 활용: 드라마·로맨스 위주
④ 관람 기준: 스케일·무서운 영화는 극장
⑤ 관람 태도: 감각적·즉각 반응형/ 예고편 영향력 큼
⑥ 주요 선택 작품: <플로우><명탐정 코난: 14번째 표적><괴수 8호: 미션 리컨>

20대 — 취향의 실험실 ① 선호 장르: 로맨스, 히어로물, 한국 신작
② 극장 선택 이유: 데이트·혼영(혼자 영화 보기)
모두 익숙/ 접근성
③ OTT 활용: 하루 루틴 속 자연스럽게 소비
④ 관람 기준: 스포일러 위험 있으면 극장, 나머진 OTT
⑤ 관람 태도: 취향 탐색형/ 영화 선택에 신중
⑥ 주요 선택 작품: <하이파이브><야당>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30대 — 쉼을 찾는 시기 ① 선호 장르: 가족 영화, 휴먼 드라마, 사회적 메시지 영화
② 극장 선택 이유: 육아 공백 시간 확보, 집 근처 위주
③ OTT 활용: 혼자 쉬는 시간의 힐링용
④ 관람 기준: 아이와 함께 볼 영화는 극장, 본인 취향은 OTT
⑤ 관람 태도: 극장은 작은 이벤트/ 혼영 힐링 증가
⑥ 주요 선택 작품: <드래곤 길들이기>
<하이파이브>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40대 — 가족과 추억 사이 ① 선호 장르: 판타지·액션 대작/ 리마스터·재개봉작/ 익숙한 IP
② 극장 선택 이유: 큰 화면·좋은 사운드에 대한 선호
③ OTT 활용: 가족과 편안하게 보는 영화 중심
④ 관람 기준: 스케일 큰 영화는 극장, 정서적 영화는 OTT
⑤ 관람 태도: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을 우선 고려하는 편
⑥ 주요 선택 작품: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좀비딸><F1 더 무비>

50대 — 몰입의 기술을 안다 ① 선호 장르: 스릴러, 인생 영화, 연기 중심 작품
② 극장 선택 이유: 집중·몰입감 위한 선택
③ OTT 활용: 일상 배경의 ‘생활 영화’ 소비
④ 관람 기준: 감정 몰입형은 극장에서/ 가벼운 건 OTT
⑤ 관람 태도: 조용히 몰입하고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 선호
⑥ 주요 선택 작품: <퇴마록><좀비딸><전력질주>

60대 —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보기 ① 선호 장르: 인생극, 다큐멘터리, 사회·역사성 작품
② 극장 선택 이유: 조용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선호
③ OTT 활용: 반복 감상/ 손주와 함께 보기
④ 관람 기준: 무거운 주제, 집중 필요한 영화는 극장
⑤ 관람 태도: 영화를 통해 삶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는 감상 스타일
⑥ 주요 선택 작품: <어쩔수가없다><파과>
<F1 더 무비>

70대 — 설렘을 잃지 않은 세대 ① 선호 장르: 노년 서사, 전통적 드라마, 음악·예술 다큐, 역사를 다루는 작품
② 극장 선택 이유: 여전히 ‘특별한 외출’로 느껴지는 경험
③ OTT 활용: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편안한 감상용으로 활용
④ 관람 기준: 신작, 취향에 따른 선택은 극장/ 편하게 다시 보기는 OTT
⑤ 관람 태도: 조용히 감정을 따라가며 여유 있게 즐기는 스타일
⑥ 주요 선택 작품: <사람과 고기><바람이 전하는 말><어쩔수가없다>




한눈에 보는 세대별 영화 소비 패턴

세대선호 장르극장 이용 이유OTT 활용관람 기준관람 태도대표 작품
10대 애니메이션·웹툰 원작·청춘물집중 잘 됨 / 친구와 함께 드라마·로맨스 위주 소비 스케일 큰 영화·무서운 영화는 극장 감각적·즉각 반응형 / 예고편 영향력 큼 〈플로우〉 <명탐정 코난: 14번째 표적> <괴수 8호: 미션 리컨>
20대로맨스·히어로물·한국 신작 접근성 좋음 / 혼영·데이트 모두 익숙 루틴 속 자연스러운 소비 스포 위험 있으면 극장 취향 탐색형 / 선택에 신중한 관람 스타일 〈하이파이브〉 〈야당〉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30대 가족영화·휴먼 드라마·사회적 메시지 육아 공백 활용 / 집 근처 극장 선호 혼자 쉬는 시간의 힐링용 아이와 보는 영화=극장 / 본인 취향=OTT 극장은 작은 이벤트 / 혼영 힐링 증가 <드래곤 길들이기> <하이파이브>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40대 판타지·액션 대작·IP·리마스터 작품 큰 화면·좋은 사운드 / 가족과 함께 가족과 편안하게 보는 재시청 스케일 큰 영화=극장 / 감성 영화=OTT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을 선호하는 가족 중심 관람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좀비딸> <F1 더 무비>
50대스릴러·인생극·연기 중심 작품 조용하고 집중·몰입 잘 되는 환경일상의 ‘생활 영화’ 중심 소비 감정 몰입형=극장 / 가벼운 작품은 OTT 조용히 흐름을 따라가는 집중형 감상 스타일 <퇴마록> <좀비딸> 〈전력질주〉
60대 인생극·사회극·역사극·다큐멘터리조용하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반복 감상 / 손주와 함께 보기 무거운·집중 필요한 영화는 극장 영화를 통해 삶의 순간을 다시 떠올리는 감상 방식 <어쩔수가없다> <파과> <F1 더 무비>
70대 노년 서사·음악·예술·역사물 극장은 여전히 ‘특별한 외출’로 느껴짐편안한 감상·다시 보기 중심 신작·보고 싶은 영화=극장 / 익숙한 영화=OTT 조용히 감정을 따라가며 여유롭게 즐기는 감상 태도 <사람과 고기> <바람이 전하는 말> <어쩔수가없다>



속도는 달라도 찾는 것은 같다 <요즘, 관객> 시리즈를 세대별로 다시 펼쳐보면, 각기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영화를 대하는 마음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10대는 이미지와 감각에서 감정을 끌어내고, 20대는 취향을 실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감정선을 찾아갔다. 30대는 조용한 이야기 속에서 묘하게 오래 남는 정서를 발견했다. 40대는 작품의 규모와 완성도를 기준으로 극장과 OTT를 실용적으로 구분하며 감상을 이어갔고, 50·60대는 인물의 내면과 감정 흐름을 따라가는 집중의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불 꺼지고 첫 장면이 뜨는 순간’의 설렘을 잃지 않는 70대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조용히 마음의 결을 따라가며 영화를 마주했다.

세대마다 감정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결국 모두가 영화에서 찾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극장에서 만난 2025년의 관객들은 화려한 스펙터클보다, 극장을 나와 한동안 생각을 붙들어 두는 정서적 잔상을 더 중시했다.



세대별로 달라진 OTT와 극장의 의미 모든 세대는 OTT를 편리함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그 편리함이 어떤 기능을 의미하는지는 세대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10·20대에게 OTT는 취향을 탐색하고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감각과 취향의 실험실’이었다. 30·40·50대에게 OTT는 일상 속 빈틈을 메우는 ‘생활 감상 플랫폼’에 가까웠다. 반면 60·70대에서는 OTT가 손쉽게 다시 볼 수 있는 ‘반복 감상 도구’로 사용되었다.

극장은 세대마다 전혀 다른 의미로 남아 있었다. 젊은 세대에게 극장은 집에서는 얻을 수 없는 ‘체험의 장소’였고, 40·50대에게는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60·70대에게 극장은 지금도 ‘특별한 외출’이자 마음의 흐름을 바꿔주는 자리가 되고 있다. 결국 ‘OTT는 생활의 편리함, 극장은 마음의 전환’이라는 공통 인식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었다.



삶의 방식과 리듬을 반영하는 취향 <요즘, 관객> 시리즈에서 드러난 세대별 취향을 다시 모아보면, 선택의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연령대별 선호 방향은 매우 뚜렷하게 나뉜다. 젊은 세대는 우선적으로 장르적 재미와 기술적 쾌감을 쫓았다. <퇴마록>이나 <좀비딸>처럼 속도감과 시각적 자극이 강한 작품, 혹은 애니메이션·웹툰 원작·세계관 기반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반면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현실과 닿아 있는 이야기에 더욱 깊게 반응했다.
<어쩔수가없다> <사람과 고기>처럼 사회적 맥락이나 생활의 감정선을 담은 작품들이 이들의 선택을 이끌었다.

이 세대적 흐름 안에서도 세부 취향은 조금씩 달라졌다. 10·20대는 감각적·즉각 반응형 콘텐츠를 선호한 반면, 40대는 익숙한 IP나 리마스터링 작품을 통해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체험을 재확인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았다. 60·70대는 노년 서사, 음악·예술 다큐, 역사적 배경을 가진 영화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의 결과 맞닿은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국 세대별로 ‘무엇을 보느냐’는 달랐지만, 그 선택에는 각 세대가 처한 감정의 방식과 삶의 리듬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그리고 취향의 방향은 세대별로 확실히 갈렸지만, 그 작품들이 결국 모여서 그리는 지도는 2025년 관객이 ‘감정이 남는 영화’를 자연스럽게 우선하고 있다는 단일한 흐름을 보여준다.



영화는 앞으로도 우리를 이어줄 것이다 2025년 관객들의 누군가는 스크린의 속도에 반응했고, 누군가는 조용한 여운을 오래 붙들었지만 결국 모두가 영화라는 한 장면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요즘, 관객> 시리즈가 보여준 것은 세대별 취향의 차이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공통된 감정’의 구조다. 삶의 리듬은 달라도, 영화를 통해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기억한다는 점은 모두 같았다.

2025년의 요즘 관객을 만나 온 결론.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영화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관객이라는 우리를 이어주는 언어다.” 내년에는 또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고, 새로운 세대가 그 작품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겠지만, 그 기록은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모일 것이다.
<요즘, 관객> 시리즈는 바로 그 흐름을 따라가며 영화가 우리 사이를 어떻게 연결해 왔는지를 바라본 작은 연대의 아카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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