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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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객’ 시리즈 ❼

70대의 요즘 영화 생활

글 _ 김선아(한경매거진앤북 기자)

2025-11-18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성시대, 유튜브 10초 영상에 익숙한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찾는다. 1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별 관객들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 관객’ 시리즈는 각기 다른 삶의 리듬 속에서 영화를 보고, 고르고, 느끼는 다양한 연령대 관객들의 영화 생활을 기록한다.

Q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와 그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과 고기>를 봤습니다. 나이 든 배우들이 주인공이라 반가웠어요. 인생의 끝자락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제 또래에게 큰 위로가 되더군요. ‘그래, 우리도 아직은 살아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종길(72세, 은퇴 공무원)

<바람이 전하는 말>이요. 작곡가 김희갑 선생님의 음악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그의 멜로디 속에 흐르는 세월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올 때마다 제 젊은 시절이 떠올라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음악이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는 걸 다시 실감했어요.
이정화(74세, 주부)

<건국전쟁 2>를 봤습니다.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직전까지, 우리가 교과서에서 자세히 배우지 못했던 좌익과 공산주의의 흐름을 미국 정부의 문서와 기록 필름을 통해 보여주더군요. 단순한 역사 다큐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윤명호(70세, 전 대기업 임원)







Q 좋아하는 극장이 있나요? 어떤 극장을 주로 찾아가나요?

롯데시네마 청량리요. 접근성이 좋고 좌석 간격이 넓어서 편합니다. 나이 들수록 의자 편한 게 제일 중요해요.
박종길

메가박스 강남이에요. 평일 낮 조조 상영이 많아서 한산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아요. 영화 끝나고 근처에서 점심 먹는 재미도 있죠.
이정화

CGV 용산아이파크몰이요.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맛이 있습니다. 특히 블록박스터 장르를 볼 때는 몰입도가 다르더라고요.
윤명호

Q 극장에서 보는 영화, OTT로 보는 영화를 구분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나요?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는 극장에서, 인물 중심의 드라마나 느린 영화는 OTT로 봅니다. 극장은 감정의 밀도가 다르죠.
박종길

손주들과 볼 영화는 OTT로 봐요. 손주들이 알아서 잘 틀고, 리모컨으로 잠깐 멈추고 간식 챙겨 오는 여유가 좋거든요. 대신 남편과 둘이 보는 영화는 극장에서 봐요. 그게 저희에겐 데이트처럼 느껴져요.
이정화

젊은 배우들이 나오는 상업영화는 극장, 예전 배우들이 나오는 인생 영화는 OTT로 찾아봅니다. 집에서 조용히 집중하기에 더 어울리거든요.
윤명호

Q 지금도 ‘극장에 불 꺼지고 스크린이 켜질 때’ 설레시나요?

그건 여전하죠. 조용히 불이 꺼지고 첫 장면이 뜰 때 그 순간의 긴장감이 아직도 좋습니다. 젊은 시절 데이트하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해요.
박종길

네, 지금도 그 순간이 제일 좋아요. 영화가 시작되면 세상 걱정이 잠깐 멀어지는 느낌이에요. 2시간 정도 현실을 잊고 ‘이야기 속 사람’이 되는 게 참 좋아요.
이정화

나이 들어도 설렘은 그대로예요. 다만 이제는 팝콘보다 안경닦이가 필수죠.(웃음) 스크린 속 풍경을 또렷하게 보는 그 순간이 아직도 짜릿합니다.
윤명호

Q 요즘 영화, 예전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예전엔 영화가 ‘이야기’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작품이 많아요. 처음엔 낯설었는데, 이젠 그런 미묘한 표현이 더 좋습니다.
박종길

시대가 달라지니 소재도 달라졌죠. 젊은 세대 이야기가 많지만, 요즘은 노년을 다루는 영화도 늘어나서 반갑습니다. <사람과 고기> 같은 작품이 그런 예죠.
이정화

기술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예전엔 상상으로 그리던 장면들을 이제는 그대로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만큼 이야기의 힘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윤명호

Q 2025년 내 마음속 ‘최고의 영화’는?

<사람과 고기>요.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는 영화입니다. 우리 세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박종길

<바람이 전하는 말>이요. 작곡가 김희갑 선생님과 작사가 양인자 선생님의 노래들은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그가 만들어낸 노래들이 제 인생의 한 시절과 맞닿아 있어서, 한 곡 한 곡이 추억처럼 스쳐갔어요.
이정화

<어쩔수가없다>입니다. 인물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는 이야기라 깊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현실의 벽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으로 흔들리는지 잘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보고 나서도 오래도록 마음에 무겁게 남았어요.
윤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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