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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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②

대박 아니어도 괜찮다

생존율 높아지는 중예산 영화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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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아니어도 괜찮다

생존율 높아지는 중예산 영화들의 반란

글 _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2026-03-23

올해 천만 관객을 모은 중예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제공=쇼박스)

올해 천만 관객을 모은 중예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제공=쇼박스)

텐트폴 또는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저물고 중예산 영화 전성기가 오는 걸까. 10년 넘게 한국영화 산업을 지배했던 흥행 방식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백억 원을 쏟아부은 영화들이 흥행 전선에서 패퇴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똘똘한’ 중예산 영화들이 약진하고 있다.

중예산 영화는 제작비가 중간급인 영화를 이른다. 저예산 영화와 대작 사이를 잇는다고 해 ‘허리 영화’라고 불린다. 규모 면에서 중간이라 허리라는 수식이 붙는데 영화 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 중예산 영화의 금액 규모가 정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면 대작으로 분류되던 2000년대에는 20억 원에서 80억 원가량이 중예산으로 여겨졌다. 2010년대 중반 출연료 상승과 스태프 임금의 현실화 등으로 제작비가 급등하면서 150억 원 가까이는 써야 대작 취급을 받게 됐고, 중예산 영화의 범주는 100억 원 정도까지 커졌다. 최근에는 적어도 170억 원은 되어야 대작 범주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업계가 중예산 영화를 규정하는 제작비의 폭이 더 넓어졌다. 3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대 초반 정도까지의 영화가 중예산 영화 취급을 받는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해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새로 만들면서 공모 대상 영화의 제작비 범주를 정했다. 순제작비 기준 2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 영화들을 중예산 영화로 보았다. 올해는 범위가 넓어졌다. 순제작비 기준이 2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으로 변경됐다. 중예산 영화를 규정하는 제작비 기준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중예산 영화를 최근 업계의 보편적 시각에 따라 제작비 30억 원 이상 100억 원대 초반의 영화로 보았다.

중예산 영화는 보통 극장 관객 200만~300만 명 이상을 겨냥해 만들어진다. 물론 제작비가 적을수록 목표 관객은 이보다 줄어든다. 큰 이익을 남기는 ‘대박 영화’는 아니어도 흥행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는 ‘중박 영화’를 목표로 하는 셈이다. 대자본이 들어가지 않아서 위험도가 낮고, 폭넓은 관객의 선호도를 맞추기 위해 보편성을 택하기 쉬운 대작 영화와 달리 내용이나 형식에서 더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신진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산업에 새 활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중예산 영화의 약진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순제작비 30억 원이 투입된 <만약에 우리>는 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극장가를 접수했다(제공=쇼박스)



2025년, 중예산 영화들의 다채로운 활약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순위는 중예산 영화의 강세를 실감 나게 한다. 톱 10편 중 6편이 중예산 영화다. 관객 564만 명을 모으며 흥행 1위에 오른 <좀비딸>은 텐트폴이 아니다. 순제작비 110억 원이 들어간 중예산 영화다. 덩치는 크지 않으나 제작비의 5배가 넘는 극장 매출 531억 원을 만들어냈다.

흥행 4위 <히트맨2> 역시 중예산 영화다. 순제작비 85억 원을 투여해 관객 255만 명(매출 240억 원)을 불러모았다. 5위 <보스>는 244만 명(매출 234억 원)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170만 명을 가뿐히 넘었다. 제작비가 78억 원이었기에 손익 허들이 낮아진 것이다. 순제작비 100억 원의 <승부>는 215만 명(매출 200억 원)이 관람하면서 7위에 올랐다. 9위 <노이즈>는 순제작비 35억 원으로 관객 171만 명(매출 168억 원)이라는 깜짝 흥행을 빚어냈다. 103억 원을 쓴 <검은 수녀들>은 167만 명(매출 161억 원)을 모으며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해 260만 명(매출 255억 원)이 본 <만약에 우리> 역시 중예산 영화로, 순제작비가 30억 원이다. 그에 앞선 지난해 12월 24일 극장가에 선보인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순제작비 36억 원으로 86만 명(매출 83억 원)을 모았다. 흥행 수치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아도 알짜 장사를 한 셈이다. 두 영화는 한국 청춘멜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연말연초 극장가에서 한국영화의 존재감을 새삼 드러냈다. 그리고 올해 2월 4일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한 이후 극장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왕과 사는 남자>의 순제작비는 105억 원이다. 사극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보다 으레 제작비가 1.5배 이상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사극으로 국한하면 중저예산이라 할 수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3월 6일 관객 1천만 명 고지에 오르며 오랜만에 극장가에 함박웃음을 안겼다. <파묘>(2024) 이후 2년 만에 나온 천만 영화다. 순제작비보다 10배 이상의 극장 매출(3월 12일 기준 1천206만 명, 매출 1천162억 원)을 올렸으니 영화인들의 눈길이 더 쏠릴 수밖에 없다. 한 주 차이로 2월 11일 개봉해 설날 연휴 시장을 정조준했던 대작 <휴민트>(순제작비 235억 원)의 부진(3월 12일 기준 관객 195만 명, 매출 197억 원)은 관객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의 수익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순제작비 110억 원으로 제작비 5배 이상 극장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흥행 1위에 오른 <좀비딸>(왼쪽)과
순제작비 105억 원으로 올해 천만 고지에 오른 <왕과 사는 남자>(제공=NEW, 쇼박스)



팬데믹 이후 텐트폴은 부진, 중예산은 선전 중예산 영화의 저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인 2022년부터 감지됐다. 1천269만 명(매출 1천313억 원)을 모은 <범죄도시2>는 순제작비 105억 원이 투여된 영화였다(<범죄도시> 시리즈는 100억 원가량 들어간 3편(2023)과 4편(2024) 역시 관객 1천68만 명, 1천150만 명을 각각 불러모았다). 같은 해 관객 333만 명(매출 329억 원)으로 한국영화 흥행 5위에 오른 <올빼미>는 90억 원으로 만들어졌다. 그해 <육사오>의 성공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제작에 50억 원이 들어간 이 영화는 198만 명(매출 198억 원)을 모으며 흥행 8위에 올랐다.

2023년에는 <30일>과 <잠>이 중예산 영화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60억 원으로 만들어진 <30일>은 216만 명(매출 212억 원)을 모으며 한국영화 흥행 순위 6위를 차지했다. 30억 원을 제작비로 쓴 <잠>은 147만 명(매출 138억 원)이 봐 흥행 10위에 올랐다. 흥행 11위를 기록한 <달짝지근해 7510> 역시 제작비 50억 원의 중예산 영화다. 138만 명(매출 134억 원)이 관람했다.

2024년에도 중예산 영화의 흥행이 눈길을 끌었다. 순제작비 98억 원의 <파일럿>은 471만 명(매출 432억 원)이 봐 한국영화 흥행 순위 4위에 올랐고, 순제작비 80억 원가량의 <탈주>는 관객 256만 명(매출 242억 원)을 모아 7위를 기록했다. 순제작비 49억 원인 <핸섬가이즈>와 순제작비 65억 원의 <시민덕희>는 각각 관객 177만 명(매출 165억 원)과 171만 명(매출 161억 원)을 기록했다. <핸섬가이즈>는 흥행 8위, <시민덕희>는 10위에 올랐다. 흥행 10위권 밖이지만 <그녀가 죽었다>의 흥행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제작비로 70억 원이 들어간 이 영화는 관객 123만 명(매출 118억 원)을 모아 흥행 14위를 차지했다.

지난 4년간 쌓여온 중예산 영화의 선전은 최근 대작 영화의 흥행 부진으로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한국영화는 2010년대 들어 산업화가 공고해지며 대마불사의 흥행 법칙이 만들어졌다. 유명 흥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대형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대작은 웬만해서는 흥행몰이에 성공하고는 했다.

천만 영화 시대를 연 <실미도>(2003)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부터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자처했다. 두 영화는 당시로서는 최대 제작비인 100억 원대에 만들어졌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제시하며 관객 1천301만 명을 모았고, 1천761만 명을 동원한 <명량>(2014)이 등장하기까지 8년 동안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유지했다.

이후 등장한 천만 영화는 대체로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들이 함께하는 텐트폴 영화였다. <왕의 남자>(2005)와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극한직업>(2019)처럼 중예산 영화가 관객 수 1천만을 넘는 대박을 터트린 경우가 있긴 했으나 예외로 여겨졌다.

각각 제작비 50억, 49억 원이 들어간 <육사오>(왼쪽), <핸섬 가이즈>의 흥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예산 영화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공=씨나몬㈜홈초이스·싸이더스, NEW)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작 불패 신화’는 무너졌다. 2022년 여름 개봉한 <비상선언>과 <외계+인> 1부, 2023년 여름 선보인 <비공식작전>과 <더 문> <1947 보스톤>이 실망스러운 흥행 기록을 남겼다. 2024년에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2025년에는 <전지적 독자 시점>이 대작 영화 잔혹사를 이어갔다. <서울의 봄>(2023, 1천313만 명)이 특별한 예외로 보일 정도로 대작 흥행 부진이 잇달았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전체 관객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흥행 성적까지 좋지 않으니 블록버스터 제작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수익은 크지 않을지라도 안정성 있는 중예산 영화에 눈길이 더 가기 마련이다. 돈을 크게 들여 위험을 감수하고 큰 수익을 노리기보다 돈을 적게 쓰고 안정적인 소액 수익을 노리는 경향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예산 규모가 커지면 위험도가 커지는데, 성공 가능성 자체가 예전보다 어렵다고 평가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대작 영화라고 무조건 기피되는 상황은 아니나 큰 예산일 경우 확실히 고민이 (예전보다) 더 되는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위험도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영화계) 전체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들어야 투자자들 접근성이 좋아지고, 제작사들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지점이 확실히 있을 것 같다”며 “중예산 영화들이 재무적인 접근 차원에서는 안정성이 있는 셈이고, 일정 투자금으로 다양한 영화에 투자하니 위험도를 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예산 영화의 수익 구조가 대작 또는 저예산 영화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극장에서 크게 성공하면 부가 판권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여느 영화와 같다. 장르 또는 스타 배우 혹은 스타 감독이 참여했냐가 제작비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영화업계는 보고 있다. 예컨대 중예산 영화라도 박찬욱, 봉준호 감독같이 해외 인지도가 높은 영화인이 메가폰을 잡으면 대작보다 판매 단가가 높아진다. 공포 영화나 액션물이 장르적으로는 해외 판매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지난해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제작비 300억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영화였지만
10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아쉬움을 남겼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진위 지원, 민간 투자의 마중물 이런 흐름에서 2025년부터 시작된 영진위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이 중예산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영진위는 2025년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지원작 9편을 선정했다. 지원한 영화 편수는 120편, 경쟁률은 13.3대 1가량이었다.

올해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100억 원 늘어난 198억 6천만 원으로, 18편 내외의 지원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1편당 지원 금액은 순제작비의 40% 혹은 25억 원 중 더 낮은 금액 범위 내에서 심사위원회 또는 영진위 결정에 따라 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1편당 지원 액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원한 영화 편수는 334편이다.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원 대상의 확대, 지원작 편수와 지원 액수의 증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39편이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결정 심사를 거쳐 3월 말 또는 4월 초 선정작들이 공지된다.

영진위는 중예산 영화가 한국영화 산업 생태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사업 실시 전인 2024년 9월 30일 발행된 영진위 현안 보고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 파급효과’는 “산업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균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예산 영화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중예산 영화는 대규모 블록버스터와 독립·예술영화 사이에 예술성과 상업성을 조화롭게 하며, 실험적인 스토리텔링이나 다양한 장르, 주제 등을 통해 한국영화의 창의적 경계를 넓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영화들은 제작에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영진위 지원 금액이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고 해도 제작까지는 험로가 이어진다. 지난해 선정된 지원작 9편 가운데 6편만 제작 중이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영화 중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의 제작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미 완성돼 지난 2월 열린 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돼 세계 첫 상영회를 열었다. 오는 4월 개봉 예정이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 김정훈 감독의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장훈 감독의 <몽유도원도>는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다. 세 영화 모두 올해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몽유도원도>는 추석 연휴 개봉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경 감독의 <파문>과 김정구 감독의 <감옥의 맛>은 촬영 중이다. 두 영화는 2027년 개봉이 유력하다.

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된
영진위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내 이름은>(제공=CJ CGV, 와이드릴리즈)



당초 지원작으로 선정됐던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과 허인무 감독의 <집밥>, 김용균 감독의 <용수철>, 박대민 감독의 <개들의 섬>, 김선경 감독의 <안동>은 민간 투자 유치 실패 등으로 지원을 자진 취하했다. 특히 <가능한 사랑>은 민간 투자 유치 실패 후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으면서 결국 지원을 자진 취하한 경우다.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영화는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사랑>은 후반 작업 중이며 올해 가을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예비로 추가 선정된 변영주 감독의 <당신의 과녁>과 이상철 감독의 <훈맹정음>, 김초희 감독의 <숨 가쁜 연애>, 김지훈 감독의 <악으로부터> 또한 민간 투자 유치 실패로 지원을 자진 취하했다. 선정작들은 선정 3개월 이내에 메인 투자사를 통해 전체 제작비 조달을 마쳐야 하는 까닭이다. 추가 선정된 영화 중 제작이 진행 중인 영화는 <도라>가 유일하다.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들의 민간 투자 유치 실패는 얼어붙은 영화계 투자심리에서 비롯됐다. 영진위 지원 금액이 있다 해도 스타 배우나 스타 감독이 함께하지 않으면 투자받기 쉽지 않은 상황을 보여준다. 지원 자진 취하를 한 영화의 한 관계자는 “섭외했던 유명 배우의 캐스팅이 성사되지 않아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배우들이 출연료를 더 받을 수 있는 드라마를 선호한다”며 “OTT 시리즈는 시청률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잘되지 않아도 여파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천만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중예산 붐 일으킬까 올해 개봉하는 중예산 영화가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으면 중예산 영화 제작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프>(순제작비 550억 원 추정)와 <군체>(순제작비 170억 원 추정), <국제시장2>(순제작비 170억 원 추정)를 제외하면 올해 선보일 한국 상업영화들은 대부분 중예산 영화로 보면 된다. <살목지> <폭설> <정가네 목장> <와일드 씽> <경주기행> 등이 중예산 영화의 반란을 꾀하고 있다.

순제작비 170억 원으로 추정되는 5월 개봉 예정작 <군체>(제공=쇼박스)



극장 전체 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2억 2천688만 명)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1억 명 규모의 상황에서 중예산 영화 제작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크기가 작아진 현실에 맞춰 제작비를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중견 영화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제작비를 줄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도저히 없다. 신진 배우를 캐스팅하든 촬영 기간을 줄이든 제작비 절감 방식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한국 영화인들은 중예산 영화 제작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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