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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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❶

극장의 기억, 다시 회복할 시간

박지예 티캐스트 씨네큐브팀 팀장

글 _ 이화정(영화 저널리스트)
사진_서범세(한경매거진앤북 기자)

2026-03-09

2026년 현재 전국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은 68곳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극장현황 집계 기준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영화관 수는 547개(상영관 3천154관)로 대략 10%에 불과한 수치다. 그마저도 코로나19 이후 특색 있는 운영으로 관객을 모아오던 극장들이 경영난을 겪으며 잇따라 폐관 소식을 전하면서 극장의 위기론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외 아트영화를 관객과 꾸준히 이어오며 한자리에서 묵묵히 시간을 쌓아온 극장이 있다. 광화문 아트영화의 허브, 씨네큐브다.

2000년 12월 2일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에 문을 연 씨네큐브는 지난해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멀티플렉스의 확장으로 한국영화계의 ‘충무로’ 시절부터 있었던 인근 극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던 시기에도 씨네큐브는 아트영화 관객의 기호에 맞춘 큐레이션과 쾌적한 상영 환경으로 신뢰를 쌓아왔다. 이곳은 2026년 현재 국내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한국 아트영화의 흐름과 상영 문화를 이야기할 때 씨네큐브의 발자취를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씨네큐브는 초창기 영화 수입·배급사 백두대간의 운영을 거쳐, 2009년부터는 태광그룹 계열 티캐스트가 극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같은 건물 상층부에서는 독립·예술영화를 수입·배급하는 티캐스트팀의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지하 극장에서는 관객과 영화가 만난다. 2개 관 체제로 1관 293석, 2관 72석 규모다. 특히 1관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는 드물게 300석에 가까운 대형 상영관으로, 상징성과 물리적 규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개봉작 상영은 물론 다양한 기획전과 관객 토크 프로그램을 꾸준히 마련하며 아트영화 관객들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25년 동안 광화문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



25주년을 맞은 지난해, 씨네큐브는 1년여에 걸쳐 다채로운 기획으로 관객과 호흡했다. 4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한 25년’(이하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씨네큐브 25주년 특별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연말인 12월에는 개관 기념일을 맞아 매년 이어오던 ‘2025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통해 미개봉작을 선보였다. 그리고 25주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극장의 위기론이 거론되는 지금, 극장의 의미를 다시 묻는 옴니버스 독립영화 <극장의 시간들>을 직접 제작했다.

이종필·윤가은·장건재 감독이 만든 각각의 단편을 엮은 이 작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과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으로 화제를 모았다. 씨네필이 되어가는 청춘의 모습을 그린 이종필 감독의 <침팬지>, 촬영 현장에서 어린 배우들과 소통하는 감독의 모습을 담은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 그리고 영사기사와 청소노동자, 극장 매니저처럼 보이지 않는 스태프들의 시간을 따라가는 장건재 감독의 <영화의 시간>. 세 편의 작품이 하나로 이어지며 관객, 현장, 극장이라는 서로 다른 위치가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3월 18일 <극장의 시간들>의 개봉을 앞두고 분주한 박지예 티캐스트 씨네큐브팀 팀장을 만났다. “30주년에 할 일은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들었다는 그는, 지난 1년간의 기획과 영화 제작 과정을 통해 10주년, 20주년만큼 중요한 25주년의 무게를 새삼 체감했다고 말한다. 기획전에 보내온 관객들의 응답, 영화 제작에 기꺼이 참여한 영화인들과의 만남 속에서 확인한 것은 단 하나였다. 모두가 힘든 시기일지라도 영화와 극장, 그리고 관객은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씨네큐브의 25주년은 결국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확장하고, 다시 한번 구심점의 위치를 확인한 시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박지예 팀장과 함께 25년간 이어진 극장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지난해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기념행사,
<극장의 시간들> 제작 등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낸 박지예 팀장



Q 지난해 4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을 시작으로 11월에 기념 영화제 ‘씨네큐브 25주년 특별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그리고 영화 제작까지 25주년 기념행사가 거의 1년 동안 진행됐다. 보통 10년 단위로 기념하는 것과 달리, 25주년에 이렇게 힘을 준 게 이례적으로 느껴졌다. 씨네큐브 개관 기념에 더해, 영화계가 ‘극장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시점이라 일종의 화두를 던지려는 책임감도 읽혔다.

“30주년에는 뭘 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냐”는 반응도 많았다.(웃음) 사실 10주년, 20주년 때도 행사를 했지만 25주년만큼 크게 하진 않았다. 다만 영화계가 침체되고 ‘극장의 위기’가 계속 이야기되는 시점이라 다양한 움직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또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태광그룹이 씨네큐브를 중요한 사회공헌 사업으로 보고 있어서 가능한 기획이었다. 부담도 있지만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위축과 침체의 이야기만 반복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Q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은 어떻게 기획했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 6편이 티캐스트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나왔기에, 씨네큐브를 정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다.

첫 프로젝트였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반응이 컸다. 감독님이 영화 두 편을 준비 중이라 과연 올 수 있을까 싶었지만, 씨네큐브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기도 해서 일단 시도했다. 당시 <룩백>을 촬영 중이었는데도 “마침 3일이 빈다”는 답이 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거의 ‘한국 감독’ 같다고 할 정도로 친근감이 크다. 한국 관객들을 워낙 좋아하시고 특히 씨네큐브라는 공간을 잘 이해해 주셔서 가능했던 초청이었던 것 같다.

Q 호응은 어느 정도였나.

짧은 시간 안에 급하게 준비했는데도 반응이 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기획전도 많이 했고 꾸준히 상영돼서 더 보실 분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관객이 많이 들었다. 전작 <괴물>(2023)의 흥행이 컸고, 그 시기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도도 확 올라갔다. 한국영화인들도 고레에다 감독을 좋아해서 송강호, 이주영, 이동휘 등 영화인들이 흔쾌히 행사에 참여해 주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느낌이 있었다.

박지예 팀장은 ‘극장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시점에서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기념행사 같은 다양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25주년을 기념하는 영화 <극장의 시간들>을 제작했다. 영화 제작은 수입, 배급, 상영이라는 씨네큐브의 기존 역할을 넘어선 또 다른 시도다. 어떻게 시작된 기획이었나.

25주년을 기념하는 1년 프로젝트는 큰 그림을 미리 세웠다. 봄에 특별전, 여름에 영화 제작, 가을 부산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연말에는 25주년 기획전과 프리미어 페스티벌까지. 다만 인력이 부족해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었고, 하나 끝나면 다음을 준비하는 방식이었다. 극장 기념행사는 보통 상영 중심의 기획전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극장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또 영화 제작 자체가 침체돼 제작 편수가 줄었고 영화인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감독과 배우가 많은데 작품을 못 만드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해보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을 할 기회를 나누고 싶었다.

Q <극장의 시간들>은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리미어를 목표로 하다 보니 시간이 촉박했다. 지난해 영화제가 9월로 앞당겨져서 더 부담이 컸다. 촬영과 후반을 감안하면 단편 3편을 묶는 옴니버스가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3편이 진행될 수 있으니 가능하겠다 싶었다. 먼저 <우리들>(2016), <우리집>(2019) 등을 프로듀싱하며 한국 독립영화를 이끄는 제정주 PD를 총괄 PD로 선정했다. 제작 경험이 많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봤다.

Q 제작비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편당 후반작업까지 합하면 대략 9천만 원 정도다.

Q 세 단편을 연출한 이종필·윤가은·장건재 감독의 참여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제정주 PD와 의견이 거의 빠르게 일치했다. 이종필 감독은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제작 경험도 많고 기획력도 좋고, 알차고 빠르게 작업하는 기동성이 있다고 봤다. 제안을 드리자 흔쾌히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제정주 PD와 작업을 해 온 윤가은 감독이 합류했고, 장건재 감독이 조금 늦게 합류했다. 선정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움직일 수 있는 팀이 있는 감독’이었다. 팀이 있어야 속도가 나니까. 세 감독 모두 그게 가능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리미어라는 목표가 있으니 모든 게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오케이 하자마자 시나리오, 캐스팅, 스태프 구성, 프로덕션까지 일사천리였다.

Q 감독들에게 꼭 충족해달라고 제안한 조건은 무엇이었나.

두 가지였다. 첫째, 극장에 대한 영화였으면 좋겠다. 둘째, 한 회차는 씨네큐브에서 촬영했으면 좋겠다. 씨네큐브가 영화에 나와야 기록하고 기념하는 의미도 생긴다고 봤다. 그 외에는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각각의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의도치 않게 밸런스가 맞았다. 이종필 감독 작품은 관객이 주인공이고, 윤가은 감독 작품은 촬영 현장(배우·감독·스태프), 장건재 감독 작품은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중심이다. 세 편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프롤로그·에필로그를 만들었고, 이종필 감독이 흔쾌히 맡았다. 감독이 직접 촬영까지 하고, 배우 심해인과 함께 단출하게 진행했다. 그렇게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됐다.

씨네큐브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영화 <극장의 시간들>
(제공=티캐스트)



Q 실제 씨네큐브의 시작부터 일해 온 영사기사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등장한다. 극영화지만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감흥을 주며 기념 영화의 의미를 더해주는데.

맞다. 홍성희 실장님은 씨네큐브가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일해오신 분이다. 1970년대부터 영사기사로 한국 아트영화 붐을 목도하신 분이시고, 70대이신데 현역으로 일하는 영사기사는 거의 실장님이 유일하시다. 장인처럼 성실하고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어서 저희도 많이 의지하는 분이기도 하고, 관객들이 영사 사고 없이 편하게 영화를 관람하게 해주시는, 씨네큐브의 중요한 스태프다. 이종필 감독님도 <침팬지> 촬영하러 왔을 때 홍성희 실장님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워낙 나서기를 싫어하시는 분이라 처음엔 부담스러워했지만 결국 설득되셨다.(웃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됐을 때도 프롤로그·에필로그에 실장님의 등장이 주는 정서적 반응이 컸다.

Q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직접 제작한 작품을 개봉하는 일은 수입·배급과 완전히 다른 과정을 겪을 텐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

감독·배우 스케줄 조정부터 물리적으로 할 일이 훨씬 많다. 다들 일정이 많아 스케줄 조율부터 난관이더라. 관객이 많이 봐주길 바라지만 옴니버스 앤솔로지 형식이 대중에게 쉬운 형식은 아니라 긴장도 된다. 다만 부산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서 공개할 때마다 반응이 아주 좋았고 빠르게 매진됐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개봉 관객들에게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Q 관객에게 극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필요할 것 같다. 작품의 기획 의도와도 맞물리는 지점일 테고.

맞다. 이 영화가 “극장이 위기다”를 외치는 방식으로 소비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극장이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곳인지 보여주고 싶다. 누구나 지닌 극장에 대한 추억과 애틋함을 다시 환기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예술영화관들과 손잡고 캠페인 성격의 프로모션도 기획하고 있다. 가령 ‘OO 극장의 시간들’ 같은 식으로 극장 이름이 들어간 포스터를 만들어 각 극장 SNS에 올리고, 그 극장에 대한 추억을 댓글로 나누게 한 뒤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극장의 시간들>을 통해 특정 극장이 관객에게 준 의미가 어떤 것인지 제안하고 함께 더 많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극장의 시간들>에서는 실제 씨네큐브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볼 수 있다(제공=티캐스트)



Q 광화문을 상징하는 극장으로서 씨네큐브가 관객들에게 가지는 의미도 크다. 기존 관객들은 중장년층 비중이 컸는데, 팬데믹 이후 젊은 관객층의 유입이 늘어났다.

중장년층 비중이 다른 극장보다 높은 건 맞고, 최근엔 관객 연령층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지난해 일본영화 <해피엔드>(2025) 흥행이 젊은 관객 유입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 우리 극장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을 대상으로 무료 관람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씨네큐브는 멀티플렉스의 번잡함을 피해서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을 찾는 관객들이 많이 온다. 다만, 팬데믹 시기에 대학을 다닌 세대는 극장 경험 자체가 적고,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예술영화관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관객도 많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와보게 만드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Q 최근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들이 백화점식 상영에서 벗어나 극장별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씨네큐브에서 특히 호응이 높았던 작품은 어떤 것이었나.

2025년에는 <콘클라베>가 가장 관객이 많이 들었고, 재작년에는 <퍼펙트 데이즈>(2024)였다. <헤어질 결심>(2022), <세계의 주인>(2025) 같은 작품도 다른 극장 대비 우리 극장에서 월등히 잘 되는 편이다. 이유를 하나로 말하긴 어렵지만 <콘클라베>처럼 작품성이 보장된 영화가 씨네큐브 관객층과 잘 맞는 편이다. 또 관객과 영화인들의 만남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도 관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 갑작스러운 ‘전원 사인’(관객 전원 사인) 같은 돌발 상황이 생겨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Q 상영 외에도 다양한 프로모션이 병행되는 추세다.

요즘 업계 사람들끼리 모이면 “영화 외에 제공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한다. 굿즈, 씨네토크, SNS 콘텐츠까지 준비할 게 폭증했다.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다 보니 실무자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도 하고 회사에도 부담이다. 관객 프로모션이 너무 과열된 측면도 있어서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크다.

Q 개인적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바른손이앤에이, CGV아트하우스, 판씨네마 등을 거치며 영화제, 제작, 수입·배급 업무를 통해 국내 아트영화 시장의 변천사를 체감해 왔다.

아트영화 시장은 위기가 아닌 때, 어렵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 나도 다른 곳에서 일하다 2021년 11월에 다시 씨네큐브로 돌아왔는데 그때는 말 그대로 초토화였다. 관객 수가 반 토막이 아니라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간 제한, 거리두기 등으로 극장 운영이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 2023년 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11월 개봉)부터 시장이 살아나는 걸 체감했다. 2024년에는 <크레센도> <사랑은 낙엽을 타고> <존 오브 인터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퍼펙트 데이즈> <룸 넥스트 도어> 같은 화제작들이 연달아 흥행하면서 극장으로 관객이 돌아왔다. 씨네큐브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이때 관객이 더 들었다. 그때 다시 느낀 건 결국 작품의 힘이다. 좋은 영화가 나오면 관객은 극장을 찾는다. 그렇게 좋은 극장 경험을 하면 또 발길이 이어진다. 2025년은 2024년만큼 히트작이 많지 않아 기세가 조금 꺾였지만, 또 다른 라인업을 통해서 회복하리라 믿는다. 한 작품을 보고 다른 작품 관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극장이 계속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씨네큐브는 기존 중장년 관객들에 최근 젊은 관객들의 유입이 더해지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관으로 자리 잡았다



Q 씨네큐브팀은 케이블 방송 채널 사업을 하는 티캐스트에 속해 영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씨네큐브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씨네큐브팀은 원래 5명이었다가 4명으로 줄었고, 지금은 3명이라 충원을 앞두고 있다. 인원이 많지 않다. 현재는 수입 담당도 직접 하고 있다. 칸국제영화제에 참여해 작품을 구매하고, 요즘은 줌을 활용해서 구매하기도 한다.

Q 지난해부터 메가박스 성수,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명필름아트센터 등 독립·예술영화 상영관들이 폐관하면서 아트영화 수입·배급사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씨네큐브는 극장이 있어서 그나마 버티지만, 다른 수입·배급사는 정말 힘든 시기다. 멀티플렉스 티켓 프로모션은 사실상 진행하더라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영관이나 회차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매일 실적 압박이 있고, 언제든 프로모션 규모를 줄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가 판권 시장에서의 수익도 2023~2024년부터 급감했다. 정산서를 보면 7천 원 티켓 비중이 상당히 큰데, 이동통신사 할인 등과 맞물린 문제다. 관람료가 오른 만큼의 수혜를 수입·배급사가 제대로 정산받지 못한다는 점은 구조적으로 큰 문제다. 최근 대두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데 개선이 시급하다.

Q 자체 극장을 보유한 티캐스트의 역할이 아트영화 시장에서 중요하게 인식된다.

그래서 씨네큐브는 1년에 수입작을 3~4편 정도로 최소화하려고 한다. 다른 회사의 영화들을 더 많이 상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입·배급사들이 잘 있어야 극장도 살아남는다. 또 최근 재개봉이 트렌드인데, 재개봉작은 아무래도 검증된 작품이라 관객이 더 잘 들 수 있지만, 우리는 가급적 신작에 기회를 주려 한다. 새로운 영화가 보여야 새로운 감독도 발굴되고, 수입사들도 신작을 계속 들여올 수 있다. 사실 아트영화 시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일해왔다. 그런데 시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관객은 좋은 영화를 귀신같이 알아보고 반응한다는 믿음이 있다. 영화가 ‘터지는 순간’을 보는 즐거움에 중독되어서 이 일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올해 개봉할 수입작이 2편 있다. 7월에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조디 포스터의 프랑스어 연기로 화제를 모은 <파리의 사생활>이, 12월에는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윌렘 대포, 그레타 리 주연의 <레이트 페임>이 개봉 예정이다. <히치콕 트뤼포>(2016)를 연출한 켄트 존스의 신작으로 이번이 두 번째 극영화 연출인데 완성도가 좋다. 곧 칸에 가서 내년 라인업도 봐야 한다. 당분간은 <극장의 시간들> 개봉으로 바쁠 것 같다. 영화제에서 뜨거웠던 관객들의 호응이 개봉 이후 유의미한 스코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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