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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소외되고 버려진 사람들의 진짜 삶 속으로
<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
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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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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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되고 버려진 사람들의 진짜 삶 속으로
<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
글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_이승재(한경매거진앤북 기자)
2026-02-09
<왕과 사는 남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종의 이야기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잘 몰랐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숙부 수양대군에게 강제 선위를 한 16세의 단종 이홍위(박지훈)는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강원도 영월에 유배된다. 영화는 단종의 유배 이후에 집중하며, 그 속의 사람들을 상상한다. 영월의 산골 마을 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가 등장한 것은 그래서다. 엄흥도는 권력 있는 대감의 유배지가 되는 바람에 살림이 풍족해진 이웃 마을 노루골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가난한 광천골을 살리기 위해 마을 옆 청령포를 유배지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정작 유배 온 이는 왕위에서 밀려나 삶의 의욕을 잃어 가는 이홍위다. 역사는 비극으로 향하지만 영화는 그 과정에서 조선 땅 깊은 산골에 사는 이들의 연대와 다정한 마음들의 온기를 붙잡는다. 지난 10여 년간 미스터리 스릴러 <기억의 밤>(2017), 농구 영화 <리바운드>(2023)를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만들어 온 장항준 감독은 신작 <왕과 사는 남자> 역시 그렇게 만들었다. 어느 시대나 권력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권력의 가장자리에는 다양한 삶의 풍경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 도전 작품 <왕과 사는 남자>
(제공=쇼박스)
Q 감독으로서는 매 작품이 어려운 숙제이겠지만, 역사가 스포일러인 시대극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겠다.
해야 되나, 많이 고민했다. 비극적인 결과가 너무 명확하게 알려진 이야기라서. 그런데 어느 순간 ‘고민할 필요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 <서울의 봄>(2023)이었다. 결과를 뻔히 알고 있어도 좋았으니까. 내게 좋은 본보기이자 위안이 되었다.
Q 단종의 마지막을 이 시대에 왜 다시 돌이켜봐야 할까? 이 이야기가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는?
단종에 대한 영화들이나 드라마들은 이미 많지만 단종이 주인공인 영화는 없었다. 대부분의 관련 영화나 드라마는 단종이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는 ‘계유정난’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그 부분이 가장 드라마틱하니까. ‘계유정난’과 관련한 연출 제안이 왔다면 안 했을 거다. 굳이 똑같은 걸 뭐 하러 해? 아니다. 200억을 준다면 했겠다!(웃음) 실은 단종의 최후까지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부분에 끌렸던 것 같다. 성공한 불의는 박수받고 인정받아야 하는가?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히고 무시당해야 하는가? 단종에게 중요한 건 세조나 한명회가 아니지 않았을까? 한때 왕이었던 인물이 최후까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까? 이런 게 더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Q 화려함 대신 소박함과 친근함을 택한 사극이다. 궁이 아닌 마을이 보이고, 왕과 관료가 아닌 백성이 보인다. 상당한 디테일이 엿보이지만, 물량공세를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사극을 볼 때 ‘때깔’을 중시한다. ‘때깔’이 좋게 하려면 궁궐과 양반집이 나와야 한다. 이 영화는 주무대가 서민들이 사는 강원도 영월의 두메산골이다. 그러다 보니 화려한 궁중 사극 미술은 거의 불가능했다. 산골 사람들의 생활감, 질감을 강조하기로 했다. 의상도 아주 작은 것까지 의상팀이 디자인해서 직접 제작했다. 화면에 나온 옷들 가운데 의상 창고에서 그냥 꺼내온 옷은 없다. 광천골과 옆 마을 노루골은 미술감독과 협의해서 세트를 지었다. 강원도는 초가집보다 너와집이 많다. 너와로 지붕을 올려 당시의 현장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불어 자연이 곧 미술이라는 생각에 로케이션 헌팅에 특히 공을 들였다. 관객들이 이홍위가 머무는 집 주변 동강 풍경을 ‘인공적인 게 아니어서 더 아름다웠구나’ 하고 느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엄흥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왕족들, 사대부들의 궁중 암투와는 다르다. 엄흥도와 이홍위의 우정, 최후를 함께하는 둘의 이야기가 심지어 두메산골의 끝에 있는, 육지 안의 섬에서 벌어진다. 애초에 설계부터 사극으로서의 결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단종의 최후까지의 이야기에 끌려
<왕과 사는 남자>를 만든 장항준 감독
Q 단종 이홍위가 노산군이 되어 강원도 영월에 유배되고 세상을 뜨기까지 1년이 채 안 된다. 그 기간에 영월 광천골 사람들과 친밀한 에피소드를 쌓아 나간다. 관객이 이 영화에 마음을 두게 하려는 회심의 지점이기도 한데.
큰 징검다리로 생각했던 것들은 이홍위가 영월 청령포 육육봉 위에서 달려드는 호랑이를 활로 쏴서 광천골 사람들을 구하는 장면, 이후 그들과 밥을 먹는 장면이다. 광천골 사람들은 처음에는 귀한 분이 오셨다고 생각하다가, 다음엔 걱정하다가, 호랑이 사건 이후 태도가 달라진다. “진짜 왕이다”라면서 약간 경외심을 갖는다. 이 경외심이 드는 존재가 어느 날 쌀밥을 나눠준다. 한국인은 밥을 같이 먹는 것을 굉장히 친밀한 행위로 생각하지 않나. 그리고 조선시대 때 쌀은 강원도 영월 끄트머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먹어본 이가 한두 명 될까 말까 하는 귀한 음식이었을 거다. 쌀밥을 나눠준다는 건 모든 걸 주는 것과 흡사한 행위다. 심지어 같은 밥상을 사이에 두고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당시 신분제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관객이 그 수평의 관계 안에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워졌구나’ 하고. 엄흥도의 아들 태산(김민)이 이홍위에게 가르침을 받아 과거 시험을 보고 싶다면서 희박한 확률이지만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홍위는 태산이 과거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즉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 되도록 협력하는 셈이다. ‘이홍위가 이후에 다시 한양으로 돌아갔다면 정말 권위주의를 벗어 버리는 성군이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기를 바랐다. 그런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Q 노산군 이홍위를 찾아온 사람들이 저 멀리 강 건너편에서 다양한 물품들이 들어 있는 짐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궁금하다.
그런 행위들이 있었다는 기록이 야사에 나와 있다. 세조는 정통성이 없는 정권이다. 반면 노산군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진짜 애도하는 백성들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 초반에 황해도의 양반들이 노산군을 만나러 오는데, 천리길을 왔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했다. 세조를 지지하지 않는 사대부들이 이홍위를 어찌 생각하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Q 그 이후 광천골 사람들이 강에 던져진 짐을 건져 올려 나누면서 해맑게 좋아한다. 비극적인 결말을 향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유머들이 있었던 것 같다.
유머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곱 개의 신으로 이루어진 시퀀스가 있는데, 모든 신이 다 슬프면 보는 사람은 힘 빠지고 재미없다. 전혀 슬프지 않다. 전체적으로 보면 무지개, 가까이에서 보면 ‘빨주노초파남보’가 되어야 그 시퀀스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Q 광천골 촌장 엄흥도와 단종 이홍위의 관계는 실록과 야사와 상상을 고루 뒤섞어서 만들었나?
엄흥도에 대한 기록은 몇 줄 없다. 단종의 죽음에 대한 기록은 많고, 실록마다 다르다. 우리는 <연려실기술>에 적힌 단종 이홍위가 목이 졸려 죽은 기록을 취하되, ‘당시 이홍위를 옆에서 모시고 있다가 목을 조른 통인(편집자 주 – 조선시대 수령 혹은 관청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사람)과 그 시신을 수습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면?’ 하는 가정에서 시작했다. 같은 사람이라는 기록은 없었는데, 거기서부터 많은 극적 요소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황성구 작가님이 쓰신 시나리오에 그런 지점들이 살아 있었다. 확실히 대가는 다르다. 내가 그 시나리오를 보고 연출을 수락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연려실기술>에서 가져온 단종의 죽음 장면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엄흥도와 이홍위가 함께할 수 있는 관계지만 하나씩 떼 놓고 보면 도무지 퍼즐이 안 맞춰진다. 그래서 더 진실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수 있다.
Q 엄흥도 역의 유해진 배우는 관객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는, ‘배반하지 않는 연기’를 한다. 이홍위 역의 박지훈 배우는 ‘노산군 이홍위’를 충분히 이해시키는, ‘사무치는 연기’를 한다. 감독으로서 배우들의 몰입을 해치지 않으면서 연기가 과하지 않게 하는 문제가 중요했겠다.
각자 캐릭터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했고 그 둘이 만나면서 계속 변화한다. 처음에는 유배지를 관리하는 보수주인(조선시대 유배 온 죄인의 거처와 음식을 마련하고, 죄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던 책임자)과 유배 오시는 귀한 손님의 관계였다가 나중에 화근덩어리와 감시자가 된다. 그 이후 같이 밥 먹는 친구가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엄흥도가 아버지의 심정으로 강에서 아들 같은 이홍위의 시신을 끄집어낸다. 그러려면 애초에 두 인물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을지 설계해야 하는데, 시나리오로 길을 만들기는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그려질지는 불확실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영화가 지닌 설득력의 대부분인데, 다행히 유해진, 박지훈 두 배우가 너무 잘해줬다. 둘은 촬영 기간 내내 서로 존중하고 의지했다. 끊임없이 대화하며 좋은 토대를 깔아주는 게 내 일이었고. 유해진 배우는 모든 단계에서 너무 몰입해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했다. 배우들이 그러면 가끔 혼자 앞서 가는 경우가 있다. 유해진 배우는 몰입된 상황에서도 전체를 잘 보더라. 배우가 그런 균형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장항준 감독은 유해진, 박지훈의 케미가 엄흥도와 이홍위의 관계를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제공=쇼박스)
Q 한명회를 실질적인 악의 축으로 그렸다. 심지어 한명회가 영월에 여러 번 출몰한다.
실제로는 한명회(유지태)가 그렇게 여러 번 영월에 오지 않았다. 금성대군(이준혁)의 단종 복위 운동이 각색 과정에서 확 도드라지고 군사들의 움직임이 생기면서, 후반에 모든 긴장과 갈등은 금성대군 대 한명회, 힘과 힘의 충돌로 촉발된다. 그 사이에 놓인 이홍위와 엄흥도는 연약한 인물들이다. 외부적인 힘과 힘의 충돌 안에 엄흥도와 이홍위가 있어야 하기에, 한명회가 전면에 나와서 누구보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되어야 했다.
Q 이홍위의 죽음을 다룰 때도 죽는 방법뿐 아니라 죽음을 맞는 태도나 그 죽음을 둘러싼 정서가 중요했겠다. 깊은 슬픔을 배우의 연기를 바탕으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진짜 어렵다. 앞에서부터 감정이 축적되지 않았다면 배우에게 절대 그런 연기를 부탁할 수가 없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쓴다고 하더라도 캐릭터가 지닌 감정 자체는 결국 배우가 보여줘야 한다. 유해진 배우는 이홍위의 죽음 장면을 찍을 때 가까이 갈 수도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말도 못 걸었다. 너무 몰입하고 있어서. 분장을 하는 중간에도 울었다. 그 슛 들어가는 날에는 아침부터 울었다. 지금도 가끔 운다. 배우는 그렇게 참 힘든 직업이다. 박지훈 배우는 성격도 진중하면서, 20대답지 않게 대단한 완숙함을 보여줬다.
Q 이홍위 옆을 지키는 궁녀 매화 역의 전미도 배우는 사극에서 주로 왕의 곁을 지키는 내관보다 훨씬 말이 없다. 거의 리액션에 가까운 연기를 소화한다.
궁녀 매화는 엄흥도와 이홍위가 조금 서먹서먹할 때, 어느 정도 가까워질 때, 이홍위가 가장 불안하고 두려워할 때, 그걸 모두 지켜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사는 많지 않지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전미도 배우에게 그냥 미친 척하고 시나리오를 줬는데,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앞으로도 배우들에게 미친 척 시나리오를 주려고 한다.(웃음) 전미도 배우와는 계속 일하고 싶다.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고, 아직 보여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한명회, 엄흥도와 이홍위 사이를 조율하는 매화.
유지태, 전미도가 맡은 캐릭터들은 영화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제공=쇼박스)
Q <기억의 밤> 이후부터 미스터리, 스포츠, 사극까지 점점 장르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전혀 게으르지 않은’ 선택을 해 오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원래 집에 있으면 주로 누워 있는데, 작품을 하면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웃음) 성격과 관련 있는 것 같다. 내가 싫증을 잘 낸다. <기억의 밤>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해봤더니 다시 하기 싫었다. <리바운드>로 농구 영화를 찍고 나니 솔깃한 스포츠 영화 제안이 몇 편 들어왔지만, 앞으로 스포츠 영화는 죽을 때까지 안 할 거라고 했다.(웃음) 사극도 하다 보니 ‘사극의 재미’를 알게 되었는데, 너무 신경 써야 할 게 많더라. 돌아보니 필모그래피가 ‘김밥천국’처럼 되어 버렸다. 순두부찌개도 있고 라면도 있고 떡볶이도 있고. 그래도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 같다. 나는 관객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나의 행복도 중요하다.
Q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보는 사람도 즐거운 법이다. 그렇다고 만들 때 돈을 마구 쓰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왕과 사는 남자>의 화면을 보고 있으면 규모의 경제가 읽힌다.
나, 예산을 너무 너무 아껴 쓰는 타입이다.(웃음) 스태프들, 프로듀서와 함께 반드시 써야 하는 예산만 썼다. 무엇보다 삭제 신이 없다. 보조출연자 300명을 썼는데, 나중에 그 신을 날리면 손해가 얼마인가. ‘버릴 신은 아예 찍지 말자’는 주의였다. 액션 신, 추격 신은 당연히 컴퓨터그래픽(CG)의 도움을 받는데, 화면에서 보이는 건 어느 정도면 좋겠다, 우리 현장에는 이 정도밖에 없다는 것을 잘 파악하고 촬영했다. 촬영 회차도 다 돈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액션 신을 자세히 보면 저 뒤쪽에 죽어 있던 사람들이 다시 뛰어온다.(웃음) 앞쪽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더미로 대신했다. 그런 점이 최영환 촬영감독과 잘 맞았다. 왜 많은 감독들이 130%를 찍어서 30%를 날릴까. 그럴 거면 애초에 의상에 돈을 더 쓰고, 보조출연자를 더 부를 수 있었는데. 아… 이게 소문나면 많은 제작자들이 나를 쓸 것 같다.(웃음)
Q 한국영화는 지금 제작비 절감, 투자 위축, 객단가, 홀드백 등 다양한 문제들이 거론된다. 하지만 결국 좋은 기획, 좋은 이야기를 관객과 잘 만나게 하는 방법이 중요한데,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지 않은지?
한국 상업영화가 지금은 어렵지만 10년, 20년 후엔 회복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 독립영화가 육성되지 않으면 다시 좋은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살릴 플레이어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면 한국영화는 정말 사라진다. 요즘 일본영화는 소규모의 가치 있는 영화들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렇게 육성된 창작자들이 결국 일본영화를 다시 부흥시킬 거다. 영화계를 위한 예산들이 그간 필요한 곳에 잘 쓰이지 못했고, 예산 자체도 많이 축소되었다. 물론 지금 한국 상업영화에 대한 지원도 상당히 중요하다. 눈앞의 전투이니까. 하지만 한국 독립영화 육성, 시나리오에 대한 지원은 국가에서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 세대의 경쟁력이 될 수 있으니까. 애들이 “나도 영화감독 하고 싶어. 작은 영화도 가치 있구나”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야, 영화계 망하니까 우리 장사나 하자” 하면 그건 종말이다.
Q 한국영화 한 편 한 편의 성과가 중요해서 많은 영화인들의 어깨가 더 무거운 시절이다. 이런 상황에서 <왕과 사는 남자>가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가길 바라나?
<왕과 사는 남자>는 권력자들이 주인공이 아니다. 소외당하고 버려진 사람들, 역사의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진짜 삶, 투쟁의 모습들을 보여준 영화로 기억되면 좋겠다. <만약에 우리>가 200만 넘는 관객을 모으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 우리 영화도 손익분기점 260만 명을 넘어서 2026년 한국영화의 상황이 반등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