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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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 YES or NO

열린 물길인가 닫힌 시도인가

〈살목지〉

진행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이승재(한경매거진앤북 기자), 쇼박스
대담 _ 이화정(영화 저널리스트), 허남웅(영화평론가)

2026-04-06

<왕이 사는 남자>가 두 달 넘게 박스오피스에서 맹위를 떨친 가운데, 새롭게 눈길을 끄는 한국영화가 나타났다. 신인 이상민 감독의 상업 장편 데뷔작이자 김혜윤 주연의 공포영화 <살목지>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길로 들어가 저수지 ‘살목지’의 로드뷰를 찍어 업로드해야 하는 PD 수인(김혜윤)은 팀을 이끌고 살목지를 찾아간다. 불길하고 음습한 기운을 풍기는 저수지의 공간에서 일을 시작하려는데, 느닷없이 회사에서 연락이 두절됐다던 팀장 교식(김준한)이 나타난다. 환한 대낮, 혼자가 아님에도 이들 사이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는 살목지의 저주. 이를 그려내기 위해 다양한 화면 왜곡 이미지를 활용하며 스크린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이 영화의 공포성에 찬반이 오간다.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와 허남웅 영화평론가가 <살목지>의 외연과 깊이를 들여다보았다.

Q일단, 궁금하다. <살목지>가 무서웠나?

허남웅 영화평론가
(이하 허남웅 평론가)

무섭지 않았다. 계속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캐릭터들의 구성도 이런 방식의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대박 치는 영화들이 한국영화 산업의 어떤 면을 보여준다고들 하는데, 나는 오히려 <살목지> 같은 영화들이 현재 한국영화 산업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 영화를 둘러싼 외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로울 것 같다. 계속 눈을 뜨고 봤다.(웃음)

나도 무서운 영화를 볼 때 얼굴을 가리거나 화면을 가리고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두 눈으로 다 볼 수 있다.(웃음) 그런 면에서 새로운 무서움이 있었던 건 아닌데, 전반적으로 공포영화의 무서움을 충족시켜 줄 만한 잔잔한 충격 효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고 주는 영화다. ’즐길 만한 공포’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
(이하 이화정 기자)

허남웅 영화평론가(왼쪽)와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

Q<살목지>는 MBC <심야괴담회>의 레전드 에피소드 괴담을 영화화했다. 공포영화들이 종종 괴담을 소재로 삼는데, <살목지>가 보여주는 ‘괴담의 각색’ 방식은 어떠했다고 보나?

내용의 각색이기보다는 형식 면에서 괴담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초점을 뒀던 것 같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파운드 푸티지도 영리하게 활용했고, 전체적으로 기획 아이디어가 좋고 새로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친근한 방식이라고 본다. 요즘은 무서운 이야기를 방송이나 유튜브 콘텐츠로 많이 소비하지 않나. 그것을 끌어와서 역으로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고민에서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이화정 기자

허남웅 평론가

TV에서 많이 알려진 괴담을 영화로 옮겼을 때 그것이 갖는 메리트가 뭘까. 영화는 TV와 다르게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고, 지불할 만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각색 면에서 이 영화에 그런 면은 없다. 그렇다면 승부처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인데, 귀신의 사연이나 공간에 집중하기보다는 360도 회전 화면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방식이다. <살목지> 공개 이후 <곤지암>(2018)과 계속 비교되고 있는데, 개봉 시기도 3월 말, 4월 초(<곤지암> 3월 28일, <살목지> 4월 8일)의 봄 시기로 비슷하다. <곤지암>과 비교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낡은 방식의 이야기라는 의미 아닌가. <옥수역 귀신>(2023)도 원작 웹툰이 엄청나게 센세이셔널했는데, 영화로 만들어져서는 관객이 얼마나 봤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너무 알려진 소재를 가져오는 것은 그만큼 크게 성공하기엔 힘든 걸음을 걷는 거라고 본다.

원래 괴담이라는 건 듣고 상상하는 게 무섭고 재미있는 것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고 해서 무섭지 않다거나 영화 소재로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한 이야기라면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을 덧붙여서 영화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살목지>의 방식도 너무 게으르거나 나태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를 작가적인 상상력을 통해 한국영화의 한 부분으로 가져온 것이어서 환영할 만하다.

이화정 기자

Q괴담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 민간 신앙, 한국 물귀신에 대한 현대적 활용이나 카메라 운용에 대해서도.

허남웅 평론가

<살목지>가 보여주는 방식이 전형적이라고 보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가 캐릭터다. 공포영화에서 문제의 공간에 뭔가 불길한 기운을 더하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같은 분들이 항상 나오는데, <살목지>에도 나온다. 그 할머니 배우는 계속 불길한 할머니 역할만 제의를 받아왔다고 한다. 그 얘기는 결국 감독들이 전형적인 캐릭터만 이용한다는 거다. 그런 캐릭터가 한 명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살목지를 다녀온 후 이상해진 것 같다는 팀장 교식도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캐릭터인데, 불길함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새롭기보다는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괴담을 이미지화했을 때 TV보다 영화가 지닌 장점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살목지는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공간이라고 얘기된다. 그러면 카메라가 인물들이 갇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건 보여주지 않는다. 뭔가 두려워하는 인물들은 핸드헬드로 보여주고, 유튜버의 모션 디텍터 카메라 같은 것도 사용하지만, 카메라를 어떻게 운용할까 생각한 게 아니라 기술적인 볼거리를 삽입하는 데 그친다.

귀신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귀신이 나온다. 그래서 중반까지 가면 귀신 디자인이 반복돼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으니까. 다만 우리가 알던 K-공포물에 ’물속’이라는 새로운 공포의 보고, 물길이 열렸다는 생각을 했다. 물귀신의 영역은 민간 신앙과 한국적인 정서가 결합된 영역인데 그동안 약간 방치해 놓고 있었던 거다. <살목지>가 그 존을 하나 발굴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최근의 디지털 기술이 영화에 믹스 매치돼, 로드뷰 같은 관객에게 낯설지 않은 요소들을 활용해 관객의 접근 허들을 낮춘 공포 기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화정 기자

허남웅 평론가

공포물은 원래 ‘캐릭터의 보고’다. 유명한 공포물들은 항상 그 캐릭터가 남는다.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 <스크림> 시리즈의 웃고 있는 가면처럼. <살목지>는 한국의 물귀신을 길게 푼 젖은 머리에 하얀 소복을 입는 식으로 전형적으로 표현했다. 이미 여러 단편영화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물귀신 이미지들이 있었던 터라, 그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했다고 본다. 몇 년 후 이 영화를 얘기할 때 “어떤 귀신이었지?”라고 떠올리면 과연 기억에 남을까.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포를 주는 주체가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 것인가이다.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살목지>의 귀신들이 신기한 것은 특정 귀신 하나에만 포커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귀신들이 나오고, 개별 귀신마다의 사연은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떼로 나오는 건 사실상 좀비다. <부산행>(2016)이나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처럼 빠르거나 의식 있는 좀비들이 아니고, 과거 B급 영화의 좀비들처럼 아무 의식이 없고 배경처럼 존재하는 좀비들에 가깝다. 즉, 귀신이 주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의 심리에 중점을 둬서 클래식한 공포물과 더 닮아 있다. 그런 점이 강한 자극을 주는 것은 아니더라도 지금 세대들에게는 더 새로운 공포, 못 봤던 공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화정 기자

허남웅 평론가

영화에 물귀신이 나오게 된 사연이 등장한다. 원래 마을의 묘지가 있었는데 저수지를 만들면서 수몰됐다고. 공포영화는 그 시대가 품고 있는 공포나 불안감들을 반영해야 하는데 <살목지>에는 그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안 하고 있다고 할까. 살목지의 사연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귀신을 보여주기 위한 효과적인 방식에만 집중하니까. 이야기는 있지만 이야기의 깊이는 없다. 관객이 부담스러울까 봐 미리 생각을 재단하는 것 같다.

그 단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들이 끊임없이 관객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즐기는 데 있어서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오히려 그 부분이 이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 준 면도 있다. 한국 공포영화를 보면 가장 답답한 게 고구마식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다. 뭔가 지지부진하게 발목을 잡는 것 같고, 인물이 감정적으로 짜증과 분노를 유발한다. 대체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너무 비대하게 다뤄지면서 공포영화로서 무서움을 주는 것들에 완벽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살목지>는 인물들의 관계망이 조금 허술하지만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불필요한 존재이거나 서사에 방해를 주는 존재는 아니다. 극중에는 주인공 수인과 기현(이종원) 커플이 아닌 서브 커플 세정(장다아)과 성빈(윤재찬)이 등장한다. 굉장히 밉상이고,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는 듯한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이 커플이 예전 공포영화들에 등장하는 밉상 캐릭터들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방해를 주는 인물들은 아니다. <살목지>의 모든 인물들은 돌아봤을 때 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대처를 할 것인가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답변을 주게끔 깔끔하게 구성했다. 그렇게 빌드업했다는 게 중요한 성취다.

이화정 기자

Q<살목지>가 비교적 다양한 방식의 시각적 공포 이미지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에 비해 청각적 공포 효과는 어떤가? 이 부분이 오히려 <곤지암>과 가장 비교되는 듯한데.

확실히 <살목지>와 <곤지암>은 공간과 배경의 차이 때문에 사운드의 차이가 있다. 모든 공포가 사운드에 중점을 둘 필요는 없지만 공포영화에서 청각적 효과는 확실히 중요하다. 특히 <살목지>는 음악이 너무 앞서 나가거나 강렬하지 않아서 오히려 감상을 방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젊은 감독들은 그 부분에 대한 인지가 있는 것 같다.

이화정 기자

허남웅 평론가

<살목지>는 사운드에 대한 고민이 사실상 크게 없다. 모든 영화의 사운드가 그렇지만, ‘사운드 없음’도 매우 중요한 사운드가 될 수 있는데 <살목지>에서는 음악, 효과음, 배경음이 다 기존의 공포영화들이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수몰된 귀신들의 사연이 있을 테고 그들이 말을 할 수 없다면 ‘말할 수 없음’에 대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Q이 영화는 ScreenX와 4DX로 개봉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별 포맷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까?

허남웅 평론가

요즘 ‘체험형 영화’를 많이 얘기하는데, 한국영화는 항상 기술로 ‘체험’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체험’은 캐릭터에 공감하거나 어떤 캐릭터의 일원으로 내가 들어갈 수 있게 공감할 수 있는 빈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목지>의 인물들은 기능성에만 맞춰져 있어서 영화 속 일행 가운데 한 명으로 참여하고 싶어도 그게 안 된다. 4DX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파운드 푸티지 화면들을 보여준다고 해서 “이거 사실적이야, 진짜 같아”라고 느끼는 시대는 아닌 거다. 4DX 마케팅은 지금 극장이 영화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먼저 영화를 중심에 두고 영화에 맞는 것들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한국영화는 영화 외적인 부분을 더 중시한다.



언론 시사 때 4DX로 보긴 했지만 상영관의 오른쪽 앞줄에서 봤다. 3면 스크린을 잘 느끼기에는 자리가 안 좋았다.(웃음) 측면 스크린에는 배경만 나오고 귀신을 3면에서 등장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영화 자체가 극장 환경에 맞게 더 정교하게 개발되지 않으면 관객이 더 큰 공포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손석구 주연의 단편 <밤낚시>(2024)가 자동차 블랙박스 카메라와 후방 카메라를 활용한 시점 샷을 영화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관객이 반응하게 만든 것처럼, 영화의 내용 안에서 시도하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 전형적인 것들을 민간 신앙과 엮어서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조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화정 기자



Q전반적으로 매우 상반된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장면이 있다면?

이상하게 귀신이 무섭지는 않았다. 귀신 얼굴들을 두 눈 뜨고 똑바로 봤으니.(웃음) 아무래도 귀신은 구석에서 나와야 무서운 것 같다. <링>(1998)은 TV 안에서, <주온>(2002)은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나. 이게 아시아 공포의 특기이면서 원초적인 공포다. <살목지>에서는 차 밑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세정을 도와주려고 기현이 몸을 굽혀서 눈을 마주치는데 확 끌어당기는 장면, 예상은 했지만 충격이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검은 물 밑에서>(2003)처럼 집에 돌아가서도 한 달, 두 달, 1년이 지나도 혼자 있을 때면 찾아오는 공포감을 주는가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분들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기초 레벨’ 수위의 공포영화라고 생각한다.

이화정 기자

허남웅 평론가

무서움과 놀람을 구분해야 하는데, <살목지>는 무섭게 하는 게 아니라 놀라게 했을 뿐이다. 좋은 아시아 공포영화들은 ‘논리 없음’을 통해 주는 공포가 있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데 툭 튀어나오는 것들이 주는 충격이 크다. <살목지>는 단순히 놀라움이나 자극 효과를 주는 데 그친다. 할머니의 딸이 방문을 휙 닫고 문을 닫는 손이 보이는 장면은 그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숏폼에 너무 어울리는 형태다. 한국영화의 편집이 언제부터인지 이야기나 캐릭터에 맞는 편집이 아니라 그런 장면들만으로 이루어진 숏폼 편집이 돼가고 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관객의 접근을 용이하게 했던 부분이 캐스팅 같고, 그 부분을 주요하게 봤다. 이상민 감독은 신인 감독이고, 이 정도 규모의 공포영화면 배우들도 완전히 신인으로 세팅하기 마련인데 <살목지>는 상당히 A급 캐스팅이다. 주인공 수인 역의 김혜윤은 드라마에서 여러 번 주연을 맡은 배우고, 교식 역의 김준한은 상업영화와 드라마에서 굉장히 많이 나오는 배우이며, 수인의 전 연인인 기태 역 이종원도 라이징 스타다. 이런 사이즈의 공포영화에 비하면 사실상 오버 캐스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살목지>의 허술한 부분도 분명 김혜윤의 연기력이 채워준 부분이 있다고 보고, 다른 배우였다면 이 정도로 끌고 나갈 수 있었을까 싶다.

이화정 기자

허남웅 평론가

수인이라는 캐릭터가 매우 아쉽다. <불도저에 탄 소녀>(2022)나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2024)를 보면 김혜윤은 굉장히 단단하고 역경이 와도 이겨내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살목지>에서의 수인은 그 이미지를 가져오면서도 좀 더 발전시키거나 새롭게 할 수 있는 여지들이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김혜윤이 연기를 잘하는데, <살목지>를 보고 정말 연기를 잘한다고 느낄 수 있나? 러닝타임이 1시간 반을 살짝 넘는데, 그 짧은 시간 때문인지 안 풀린 서사의 고리가 너무 많다. 러닝타임을 짧게 가기 위해 무서워 보이는 장면을 남기고 캐릭터의 전사에 해당하는 장면들은 다 잘라내는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싶다.

Q<살목지>는 95년생 이상민 감독이 <돌림총>(2021), <함진아비>(2023) 등 단편영화를 만들고 첫 상업 장편 데뷔를 한 작품이다. 90년대생 감독과 동세대 배우들이 만든 영화가 기존 한국 공포영화와는 다른 세대적인 특성을 보이는 부분도 있을까?

과거엔 한국영화가 서구적인 소재나 스타일에서 답을 찾은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 한국영화계에 진입하는 감독들이 영화의 소재를 한국적 전통 속에서 끄집어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새로운 세대이기 때문에 과거를 돌아보고 새롭게 끄집어내는 게 아닐까. 연출자들이 예전에는 트렌디하지 않다, 새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에 K라는 대문자가 붙으면서 그런 것들을 충분히 더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을 뜬 것 같다. 한국적 토양이나 민간 신앙 측면에서 소재로 가져올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이화정 기자

허남웅 평론가

전통적인 부분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것에는 확실히 관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시도를 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경우, 그걸 해답으로만 보는 것 같다. <살목지>도 그래서 이상민 감독의 연출적 특징이나 세대적 특징이 이렇구나 하고 잡을 수 있는 게 없었다. 1970~80년대 한국 공포영화의 메인 귀신은 다 여성이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은 것들이 있고, 그 한 때문에 죽어서도 귀신이 돼 그 한을 못 잊는 것이다. 그런데 <살목지>에 나오는 귀신들은 그 의미와 이유를 모르겠다. 영화에 관객이 해석할 여지, 여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Q결국, <살목지>는 YES인가 NO인가?

이화정 기자

YES.

<살목지>는 이 정도 규모의 공포영화에서 새로움을 주기 위해 더 활용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준 영화다. 제목도 공간성을 상상하게 해서 좋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한국 공포영화의 모든 빌런 같은 요소들과 이별했다고 생각한다. 고구마 캐릭터, 과장된 음악, 깔끔하지 못한 전개와 잠정적인 이별을 하는 길목에서 나온 영화다. 또 다른 한국 공포영화들을 만들어갈 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NO.

<살목지>는 영화에 대한 내적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한국영화 산업이 지닌 문제를 예상 가능하게 보여준 영화다.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흥미로워야 한다. 영화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가져와서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살목지>는 성공적인 공포영화라고 하기 어렵다.

허남웅 평론가



살목지 이상민감독 김혜윤 이종원 김준한 김영성 오동민 윤재찬 장다아 공포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