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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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②

물량의 전쟁터에서 선택한 생존 전략

취향을 믿는 국내외 큐레이션 플랫폼의 진화

SPECIAL ②

물량의 전쟁터에서 선택한
생존 전략

취향을 믿는 국내외 큐레이션 플랫폼의 진화

글 _ 성찬얼(씨네플레이 부편집장)

2026-04-20

(제공=크라이테리온 채널 홈페이지 캡처)

(제공=크라이테리온 채널 홈페이지 캡처)

선이 사라지고 면이 넓어졌다. 2020년대 영화계를 덮친 가장 큰 변화라면 바로 영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무한하게 넓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극장이란 공간에서 주로 실시되던 관람 문화는 (텔레비전의 등장 정도는 농담으로 만들어버린) 스트리밍과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의 제한은 사라졌고, 그 대신 대중을 잡아두기 위해 양의 전쟁이 막을 올렸다. 플랫폼들은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혹은 켜켜이 쌓아온 작품을 기반으로 이렇게 많은 볼거리가 있음을 내세우며 ‘구독자 묶어두기’를 이어가고 있다. 막대한 콘텐츠를 앞장세우며 규모 겨루기에 들어간 시장의 상황, 그에 반기를 든 용감한 움직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부 소비층을 정확히 겨냥한 큐레이션 시스템, 혹은 그것을 겸비한 플랫폼들이다. 흔히 말하는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것이 있을 거야’가 아니라 ‘네가 좋아할 것 같은 것을 가져왔어’로 접근하는 이들은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취향에 맞는 이용자를 끌어들이며 문화계에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있다. 바로 큐레이션 OTT다.

알고리즘이 아닌 큐레이션의 세계 본격적으로 논하기 이전, 용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큐레이션은 보통 미술관에서 자주 접하는 용어인데, 콘텐츠를 제공하는 측에서 일종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통과한 작품을 선별해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OTT 서비스를 기준으로 이렇게 사전적인 의미에 딱 맞는 플랫폼은 정말 드물기에 보통 특정 장르·소재·주제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까지 통틀어 큐레이션의 범위에 넣는다. 서구권에선 보통 ‘부티크 스트리밍 서비스’(Boutique Streaming Service), ‘니치 OTT’(Niche OTT)라는 용어로 주로 부른다. 이 글에서는 독자들의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큐레이션 OTT’라고 명시하고자 한다.

추천하여 소개한다는 큐레이션의 개념을 떠올리면, ‘기존 OTT에도 추천 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큐레이션 OTT와 기존 OTT의 알고리즘 시스템은 정반대로 작용한다. 알고리즘은 이미 확보된 사용자의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작품을 추천한다. 그러므로 기존 이용자를 대상으로 흥미를 계속 유발하는 후속 마케팅에 가깝다. 반면 큐레이션 OTT는 그 자체가 예비 이용자를 유치하는 전략에 가깝다. 특정 취향, 지적 호기심을 가진 이용자들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인 셈이다. 물론 큐레이션을 중점으로 하는 플랫폼마다 속사정은 다 다르겠지만, 외부에서 본다면 큐레이션은 그만큼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을 노리는 기획이다.

독립영화에서 유니콘 기업까지, 영미권의 큐레이션 OTT 영화계에서 큐레이션 OTT라는 용어에 가장 적합한 기준을 가지고 성공한 플랫폼은 MUBI다. MUBI는 진정한 의미에서 영화 큐레이션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플랫폼인데, 매일 내부에서 선정한 영화를 한 편씩 공개하고, 이를 구독자가 30일간 시청할 수 있는 방식이다. 2007년 ‘The Auteurs’(디 오퇴르, 프랑스어로 작가를 뜻한다)라는 이름으로 설립했을 때부터 세계 어디서든 거장이나 신예 감독의 영화를 접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이념에 따라, 다른 OTT처럼 상시 이용 작품을 구비한 지금도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부터는 배급사로도 영역을 넓히고 여러 제작사를 인수했다. 2024년 최고의 화제작이라 할 수 있는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를 배급하면서 플랫폼을 넘어 ‘주목해야 할 영화사’로 명성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MUBI는 큐레이션의 영역을 오프라인까지 확장했다. 2021년부터 ‘MUBI GO’라는 요금제를 출시했는데, 기존 MUBI 플랫폼 이용에 매주 제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티켓을 하나씩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론칭한 지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북미, 영국, 독일, 아일랜드 등 일부 지역의 몇몇 도시에서만 구독할 수 있는 제한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매주 자신들이 선정한 영화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는 큐레이션의 취지를 오프라인 영역까지 넓힌 것은 선구적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프터썬>(2024), <헤어질 결심>(2022) 등 엄선된 라이브러리를 통해
큐레이션 OTT 플랫폼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 MUBI(제공=MUBI 홈페이지 캡처)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부티크 스트리밍, ‘크라이테리온 채널’(Criterion Channel)은 영화 블루레이 제작사 ‘크라이테리온 콜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에서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평소 고전영화나 예술영화 중심으로 복원·발매한 회사답게 웬만한 OTT에서도 보기 어려운 작품을 24시간 생중계 스트리밍하는 ‘Criterion 24/7’을 제공한다. 반면 장르 면에서 특화한 큐레이션 OTT는 ‘셔더’(Shudder)가 대표적이다. 셔더는 가장 다양한 범위를 포괄하는 장르 호러를 거점으로 한다. 국내엔 극장 체인으로 알려진 AMC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영화 장르 중 예산이나 소재 면에서 가장 폭넓은 호러와 스릴러를 제공하고 관련 독점 콘텐츠를 제공해 호러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예술영화와 공포영화라는, 극과 극의 영역에서 고정 소비층을 노린 플랫폼답게 양사의 추구하는 방향은 또 다르다. 크라이테리온 채널은 큐레이션한 작품을 생중계해 시청자가 ‘시청’하는 것 이상의 상호작용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라이브러리가 방대한 크라이테리온 콜렉션에서 선정한 작품이란 것 자체가 신뢰를 준다. 셔더는 호러와 스릴러라는 장르에 치중하되 자체 제작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며 그 범주 내에서도 마이너한 취향의 이용자까지 섭렵하려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시작부터 일부 소비층을 겨냥한 큐레이션 OTT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앞서 가장 크게 성공한 MUBI의 사례를 본다면, 2025년 6월을 기점으로 기업 가치 10억 달러로 평가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됐다. MUBI가 비상장기업이므로 이런 외부 평가를 통해 기업 가치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MUBI가 간접적으로 밝힌 것을 보면 전체 사용자가 2천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실제 유료 구독자 수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신규 콘텐츠보다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면 2천만이란 숫자도 예사롭지 않다. 2025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진행한 에페 차카렐(Efe Cakarel) MUBI CEO 인터뷰1)에 따르면 2019년 5월경부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전술했듯 MUBI는 스트리밍 서비스 이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제는 다시 적자 운영을 감수하고 자본을 들이붓고 있다. 2023~2024년 MUBI의 재정을 결산한 재무제표2)를 보면 늘어난 수익처럼 1년 새에 약 3배 이상 늘어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10억 달러, 한화로 1조 원 이상의 기업 역시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100억 원가량(약 535만 파운드)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건 분명 큐레이션 OTT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기업에게 여러 가지 숙제가 남겨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 Variety, ‘Is Mubi Really Worth $1 Billion? Inside Efe Cakarel’s Plan to Make the Global Streamer Cooler Than A24‘, 2025.5.14, Elsa Keslassy
2) Strategic Report, Report of the Director and Financial Statements for the Year Ended 31 December 2024 for MUBI UK LIMITED

크라이테리온 채널의 24시간 생중계 스트리밍 서비스 크라이테리온 24/7(위)과
강력한 장르 팬덤을 보유한 셔더
(제공=크라이테리온 채널 홈페이지, 셔더 페이스북 캡처)



크라이테리온 채널 역시 비상장기업의 서비스로, 정확한 매출은 파악하기 어렵다. 기업 크라이테리온 콜렉션 관련해서 대략적인 수치를 볼 수 있으나 서비스의 일부인 큐레이션 채널은 가입자 수나 수익을 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전신이었던 ‘FilmStruck’(크라이테리온 콜렉션과 터너 클래식 무비의 합작 스트리밍 서비스)의 서비스 종료 직전 사용자 수, 크라이테리온 채널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 모두 10만 명을 기록했기에 약 10만 이상으로 추산할 수 있다. 셔더는 AMC 네트워크의 2024년 2분기 결산3)에 따르면 구독자가 280만 명으로, 북미 지역으로 제한을 둔 서비스임에도 상당한 구독자를 자랑하며 정확한 타깃 마케팅의 유효성을 보여준다. 두 회사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지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정확한 이용자 타기팅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 AMC NETWORKS INC. REPORTS SECOND QUARTER 2024 RESULTS

자생과 생존의 전략, 한국의 큐레이션 OTT 그렇다면 지금 한국 문화계의 큐레이션 OTT는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을까. 국내 기준으로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는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지난 3월에 ‘다달’이란 서비스가 영화 큐레이션에 도전했다. 배급사 시네마 달이 론칭한 다달은 매월 자사의 작품을 큐레이션해 구독자들에게 한 달간 제공하는 서비스로, 일전에 시도된 바 없는 참신한 도전으로 시네필들에게 눈길을 끌었다. 다달의 구성은 이달의 선정작과 같이 읽으면 좋은 읽을거리로, 매월 구독자의 이메일로 발송한다. 여기서 주목할 건 OTT나 스트리밍 개념이 아니라 뉴스레터 형식을 빌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프라를 유지하거나 개발하기에 녹록지 않은 독립영화사로서 할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 방식으로 보인다. 3월 론칭 때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극장 개봉은 하지 못한 <사당동 더하기 22 디렉터스 컷: 별동네 이야기>와 <사당동 더하기 33>을 강하라 시인의 글 <우리가 서로를 오역하는 동안에>와 함께 제공했다. 다달을 서비스하는 시네마 달의 김명주 팀장은 “거대 자본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기존 OTT 시장은 관객을 익숙한 취향 안에만 머물게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 “오직 시네마 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라이브러리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거기에 “시의적절한 주제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구독자에게 매번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는 본질에 따라 내부에서도 고심하며 상영작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달은 또한 ‘이달의 감상’이란 게시판을 열어 “개별 시청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영화를 통한 연결의 감각을 제공”하는 것을 현재 최우선 목표로 삼으며 “영화를 둘러싼 사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영화산업의 위기 속에서 우리가 선택한 생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다달의 3월 라인업인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시리즈와
강하라 시인의 글 <우리가 서로를 오역하는 동안에>(오른쪽).
영화를 둘러싼 사유의 장을 마련하는 이들만의 생존 전략을 보여준다(제공=시네마 달)



그 외에 앞서 말한 큐레이션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의 부티크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애니메이션만을 본격적으로 제공해 한국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등대로 떠오른 ‘라프텔’(Laftel)이 있다. 라프텔은 심지어 초창기에 ‘광고 시청 시 무료’라는 파격적인 형태로 마니아의 눈길을 끌었다. 현재는 여느 OTT 플랫폼처럼 월정액제만 남았지만 그럼에도 애니메이션 특화라는 특징을 유지하며 고유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라프텔은 큐레이션 OTT라는 영역을 넘어 이른바 ‘중소 OTT’ 계열에서도 가장 성공한 사례다. 2016년 당시엔 설립된 후 애니메이션 전문 OTT라는 방향성에 가능성을 엿본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고, 2019년 리디북스 운영으로 유명한 리디주식회사에, 그리고 2022년에 애니플러스에 인수됐다. 지금은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모기업 애니플러스가 2026년 3월 16일 게시한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라프텔은 지난 2025년 누적 가입자 수가 600만 명을 돌파했으며, 또 월간 활성 사용자 역시 월평균 130만 명을 달성했다.

라프텔은 ‘덕질’과 ‘앱’의 일치를 내세워 애니메이션 마니아층을 사로잡으며
지난해 월간 활성 사용자(MAU) 130만 명을 확보했다(제공=라프텔 홈페이지 캡처)



이 외에 배급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큐레이션 OTT 플랫폼도 있다. 엠엔엠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콜렉티오’(Collectio)로, 자사의 배급작을 비롯, 타 수입사와의 연계로 고전영화나 거장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해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양질의 영화를 합법적으로 볼 플랫폼을 원했다”4)는 임동영, 이마붑 대표가 뜻을 모아 2023년 11월 론칭했다. 올해 1월부터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작품들을 콜렉티오에서 서비스하며 큐레이션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콜렉티오는 “대형 OTT와 배급사 간의 계약은 주로 단매가 아닌 수익 배분 형식(RS, Revenue Share)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합리한 구조”5)를 타파하기 위해 적은 금액이라도 콘텐츠에 확실하게 수익을 분배할 수 있는 단매 계약으로 작품을 확보했다. 동시에 콜렉티오는 지속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자체 인프라 형성 대신 IT 기업과의 협업으로 예술·독립영화 소개라는 내실에 집중했다. 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버스터 키튼 등 거장의 작품전을 오프라인으로도 개최해 극장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그런가 하면 거의 10년 넘게 서비스 중인 여성영화 전문 OTT 플랫폼 ‘퍼플레이’(Purplay)가 있다. 영화제 스태프로 오랜 시간 일한 조일지 대표를 중심으로 2019년 론칭한 후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현재는 ‘3.0’으로 서비스 중인 퍼플레이는 여성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장편과 단편 모두 소개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소수 인원이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자본을 모아 베타 서비스부터 차근차근 발전한 자수성가형 OTT인데, 2021년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2022년 8월 서울시 선정 사회적기업 8곳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공적 부문에서 인정을 받아 독자적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정동진독립영화제·한국퀴어영화제·디아스포라영화제 등 영화제와 협업을 진행한 바 있고 여성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인터뷰를 담은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그려서 만든 세상’ 등을 공개했다. 퍼플레이가 유지하는 기조는 유통 시장에 소외된 영화 발굴 및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 2025년 세계여성의날 비대면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며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는데,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4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4) 씨네21, ‘[인터뷰] OTT 콜렉티오 등 여러 활로를 모색한다, 이마붑, 임동영 엠엔엠인터내셔널 공동대표’, 2024.6.28, 최현수
5) KOBIZ, ‘중소형 OTT 플랫폼, 죽었니 살았니? 살았다!’, 2024.5.21, 최현수


예술영화의 합법적 유통을 지향하는 콜렉티오(위)와 여성영화 발굴에 힘쓰는 퍼플레이.
대형 OTT가 놓친 수작들을 큐레이션하며 시네필과 호흡하고 있다
(제공=콜렉티오, 퍼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앞서 영미권 큐레이션 OTT와 한국 큐레이션 OTT를 비교하면 먼저 타깃이 되는 시장 규모부터 차이가 나니, 영미권처럼 정공법으로만 사업을 유지하기엔 한계가 명확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대신 한국의 큐레이션 OTT는 하나의 커뮤니티로 거듭난 ‘취향인’들을 정확히 겨냥하는 것으로 그 한계를 상쇄하고 있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이런 플랫폼의 도전적인 시도가 잇따르는데, 뒷받침할 제도는 부실하다. 콜렉티오를 운영하는 엠엔엠인터내셔널의 이마붑 대표는 “영화를 공부하는 관객들이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외화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고전영화나 마스터피스 등을 상영하는 플랫폼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며 “우리가 영리법인이라지만 작은 회사로서 앱 개발이나 홍보, 작품 확보, 심의 비용 등(재정 면에서)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분명 우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다”며 플랫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저작권의 사각지대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난제 속에서도 이용자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큐레이션 OTT는 각 기업의 생존 전략임과 동시에,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투영돼 있다. 다달 론칭 후 “새로운 배급 모델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감을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는” 반응을 받았다는 김명주 시네마 달 팀장의 말을 듣자면, 분명 영화계나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 관객들은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를 기대해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준비하는 데 몇 년이 걸리고, 사비로 하느라 대출도 받았다”는 이마붑 엠엔엠인터내셔널 대표의 말에선 좋은 영화를 소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환경이 지속된다면 이용자나 플랫폼에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가 소수 인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노력에 의존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플랫폼들을 독려하고 여러 방면에서의 지원을 검토하는 것 또한 문화강국으로 거듭난 우리가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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