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inema
독립예술영화가 전해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독립예술영화가 전해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소아트시네마
소소아트시네마
- 글
- 강보라(한국경제매거진 기자)
- 사진
- 소소아트시네마
Art Cinema
소소아트시네마
소소아트시네마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은 소소아트시네마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작은(小) 공간과 작은(小) 공간을 연결해서 하나의 극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지만, 웃음(笑)과 웃음(笑)을 더해 일상에 소소하게 스며드는 문화공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전 대덕구에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문을 열었다. 대전 한남대학교 앞에 위치한 소소아트시네마다. 2016년 소소유랑극장협동조합이 생겨난 이후 대전아트시네마와 연계해 워크숍과 영화 강좌 등을 진행해 왔다. 대전아트시네마를 중심으로 직원과 관객, 관객과 관객이 쌓은 유대가 소소필름협동조합의 결성으로 이어졌고, 또 하나의 새로운 극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영화도 중요하지만 영화관도 중요하다”는 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현실로 이룬 셈이다.
소소아트시네마는 소소필름협동조합 내부에서 증자를 통해 씨앗 자금을, 기금 마련 프로젝트 '당신과 나의 오프닝 씬'으로 조합원 모집과 시민 대상의 펀딩을 받아 극장 설립기금을 마련했다. 조합원 35명과 펀딩 참여자까지 시민 117명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58석의 소소아트시네마라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영화관이 없던 대덕구의 첫 영화관으로 문화 향유 편차를 줄이고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소아트시네마는 공적 지원 없이 소소필름협동조합이 만든 민간 극장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영화산업의 어려움으로 상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개관이라 더 큰 상징성을 가진다. 시대의 흐름으로 여겨지는 OTT 서비스의 맹위에도 불구하고,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의지가 극장 개관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전 극장가는 OTT 열풍을 뚫고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지역 영화관 매출액은 전년 대비 4.2%, 관객수는 8.6% 늘었으며, 코로나19에도 문을 닫은 영화관은 단 한 곳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전국극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말 전국의 상설 영화관 수는 474곳으로 전년 513곳 대비 39곳(7.6%)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전은 2020년에도 오히려 전년 대비 2곳 증가, 지난해 2곳이 추가로 문을 열어 현재는 총 18곳의 상설 영화관이 운영 중이다.
장승미 매니저는 “대전 지역은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영화관이 대표적인 문화시설로 기능하고 있다”며 “OTT와 별개로 영화관을 찾고 즐기는 문화 생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져 향후 매출 회복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 세대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소소아트시네마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동체 극장’의 형태라는 점에서 멀티플렉스의 대안이자 극장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영화를 넘어 문화라는 큰 줄기 안에서 프로그램과 운영 방식을 모색 중이다.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적 공간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소소아트시네마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영화관 관객인 ‘청년 모델’을 탐색하고 있다. 여기서 청년은 특정 세대나 나이에 국한하지 않은 ‘영화의 새로운 관객’을 말한다. 청소년, 청년을 포함해 새로운 사람들이 영화에 진입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내고, 이 창구로 들어온 관객들이 영화예술을 익히고 재미를 느끼면서 ‘함께’ 영화를 보는 것, 이것이 영화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한 번의 인상적인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계속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생각이다.
소소아트시네마의 대표 기획전으로, 모든 세대를 어우르는 ‘패밀리데이’도 어린 시절이라는 공통분모에서 출발했다. 최초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인 신동헌 화백의 <홍길동>(1967년 작), 지금까지도 전 세대와 전 연령층에서 회자되는 <아기공룡 둘리>, 1970년대 큰 인기를 끈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등의 4K 복원판을 재상영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게 기획했다.
부모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고, 어린 세대에게는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함께 웃고 즐긴 기억이야말로 지금 어린 세대가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미래 세대의 추억으로 남겠다는 바람은 개관 1년차 극장 소소아트시네마의 야무진 꿈이다. 문화·예술 ‘소확행’으로 지역을 행복하게 만드는 소소아트시네마에 대(大)발전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문을 연 소소아트시네마의 개관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층고가 높고 면적이 넓은 현재의 극장 자리를 발견하게 되면서 예술영화관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 전체가 위축된 상황이었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 한 도시에 3개 이상의 예술영화관이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창구를 늘려서 지역에서 단단한 예술영화 관객층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죠.
극장 예정지가 대전의 다섯 개구 가운데 유일하게 영화관이 없었던 대덕구에 위치해 문화 소외 지역에서 문화 거점 역할을 하기 바라며 조합원들이 씨앗 자금을 모았습니다. 이후 증자와 시민 펀딩을 통해 극장 설립기금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소소아트시네마는 영화 관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시민들이 함께 만든 ‘우리 모두의 극장’이기도 합니다.
개관 기획전 ‘소소한 오프닝’에서는 어떤 작품이 상영됐나요?
소소아트시네마라는 극장의 의미와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전에 세 개의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예술영화관으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영화관만의 매력을 어필하며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극장이라는 점을 부각했죠.
영화관 경험을 극대화한 ‘시네마 천국’ 섹션에서는 <메모리아>(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연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스탠리 큐브릭 연출), <자객 섭은낭>(허우 샤오시엔 연출) 등의 작품을 상영했습니다. 독립영화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의 젊음’ 섹션에서는 <12하고 24>(김남석 연출), <멜팅 아이스크림>(홍진훤 연출), <지옥만세>(임오정 연출) 등의 작품을 상영했어요. 특히 김남석 감독의 경우에는 새로운 극장의 개관을 축하하며 상영료를 후원해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극장이 만들어진 기반을 뜻하는 ‘연대와 우정’ 섹션에서는 <나의 아저씨>(자크 타티 연출), <퍼스트 카우>(캘리 라이카트 연출) 등이 상영되었습니다.
전국적인 영화관 폐업 현상(코로나19, OTT 등의 영향으로)이 일어날 때 대전에서는 신규 영화관이 문을 열었고, 관객 수도 증가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대전은 인구 수로는 전국에서 13번째이지만 영화관 좌석 점유율은 전국에서 7번째에 속할 정도로 인구 대비 영화 관람율이 높은 편입니다. IMAX, ScreenX, 4DX 등 특별관들도 있고, 최근에는 돌비 시네마관도 오픈을 했죠. 예술영화관 두 곳과 독립영화관 한 곳이 있어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영화 생태계가 구축돼 관람객들을 유지하고 증가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대전에는 21개의 대학이 자리해 청년층이 두터운 편입니다. 청년 관객은 코로나19의 공백을 극복하며 오프라인으로 빠르게 돌아올 수 있었고, 그동안 억눌렀던 활동적인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입니다.
세대를 어우르는 ‘패밀리데이’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키즈존’이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상황이라 소소아트시네마에서만큼은 아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해외 영화는 더빙판을 우선으로,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인지 고려하죠. 제작 국가를 다양하게 편성하고, 인종과 젠더에 관해 차별적인 시선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의 제안으로 복원작업을 마친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도 함께 상영하는데요. ‘패밀리데이’를 통해 다양한 세대들이 공감하며 소통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더 세심한’ 배려도 돋보입니다.
사운드를 평소의 1/2로 낮추고, 상영 중에도 완전 소등 대신 낮은 조도를 유지합니다. 아이들이 보채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상영관 입구에 베이비 시트와 기저귀 교환대를 준비했습니다. 실제로 일반 상영관은 어둡고 소리가 커서 방문하지 못했는데, 저희 안내 사항을 읽고 방문했다는 관람객이 있었죠. ‘패밀리데이’ 상영작인 <고 녀석 맛나겠다>에서 육식 공룡이 초식 공룡을 잡아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귀여운 그림체라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한 아이가 무섭다고 엄마를 졸라 잠깐 나가는 일도 있습니다.(웃음) 생각보다 다양한 반응이 나와서 어린이 관객을 위해서는 더 섬세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소아트시네마를 이용하는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소소아트시네마는 일 년 동안 크게 3개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패밀리데이’와 영화와 음악을 결합하여 영화관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소소한 시네콘서트’, 그리고 지역의 시네필들을 위해 동시대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우리의 21세기’ 기획전입니다. 적은 객석이지만 알차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지난 1년간 소소아트시네마 상영관을 나서며 관객들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가 기억납니다. 앞으로도 그 즐거움이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