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독립영화 부활의 조건을 찾아서
하반기 한국 독립영화시장 지형도
- 글
- 이우빈(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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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 독립영화시장 지형도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도는 요즘 ‘한국 독립영화’엔 위기라는 말로 부족할 정도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독립영화라는 형태의 존속이 위태위태한 수준이다. 독립영화 관객이 꾸준히 줄고, 독립영화에 대한 각종 지원제도까지 축소되고 있다. 독립영화 제작과 상영을 비롯해 산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제도적 보완 등을 통해 독립영화 시장의 활로를 뚫으려는 영화인들의 활동이 최근 이뤄지고는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도출하기엔 여러 고충이 잇따르고 있다. 독립영화는 얼마나 침체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해결책은 있을까? 한국 독립영화의 내막을 자세히 살피고 커다란 전환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독립영화 시장의 어려움을 분석하기 위해 먼저 살펴볼 지표는 관객 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독립·예술영화 총 관객 수는 114만 8117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한국영화 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2019년 총 관객 수인 290만 3197명의 40% 수준이다. 2020년 76만 5325명, 2021년 124만 8527명, 2022년 125만 2103명으로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며 독립영화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2024년 상반기 한국영화의 매출액이 2017~2019년 동 기간 대비 매출액 91.2%, 관객 수 78% 수준으로 반등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독립영화의 상황이 유독 좋지 않은 것이다(영진위,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올해도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72만 2587명(7월 30일 기준)의 관객을 모으며 지난해와 비슷한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연도별 총 관객 수만으로 독립영화 시장의 상황을 절대적으로 비교할 순 없다. 매해 개봉하는 독립·예술영화의 편수가 다를뿐더러 2019년 115만 7949명을 모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 같은 큰 흥행작 한 편의 유무가 해당 연도의 전체 흥행 수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대신 독립·예술영화 개봉작 수를 함께 살피면 한국 독립·예술영화 시장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더 자세히 가늠할 수 있다. 2019년 한국 독립·예술영화 개봉작 수는 393편이었다. 2022년엔 426편, 2023년엔 180편이었다. 재개봉작의 편수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체 관객 수는 개봉작 수의 규모와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고 꾸준히 준 것이다. 즉, 한국 독립영화의 관객 모수가 실제 개봉하는 독립영화의 품질이나 편수와 무관하게 정체되어 있으며 시장의 활력이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비 오르고 관객 수 줄고반면에 다소 긍정적인 지표도 있어 보인다. 바로 1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독립영화의 수다. 국내 독립영화 시장이 자리를 잡은 2008년 무렵부터 ‘1만 관객이란 숫자는 통용되는 흥행 스코어’1)였다. 2019년엔 34개의 작품이, 2023년엔 26개의 작품이 1만을 넘기며 성과의 차이가 크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관객을 넘은 작품의 관객 수 중 50%가량이 티켓 프로모션으로 잡힌 경우’2)가 있을 정도다. 즉, 실질적으로 흥행 지표가 되지 못하는 1만이란 숫자마저 티켓 프로모션 마케팅 등이 없으면 달성하기 어렵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1만 관객 수를 돌파한 독립영화는 현재(7월 30일 기준) 8편에 불과하다.
1) 씨네21, ‘[기획] 독립영화는 왜 1만의 꿈을 꾸는가?-1만 관객의 허상에 얽힌 배급·개봉 문제, 티켓 프로모션의 실효성과 위험성까지’
2) 1)과 동일
순위 | 영화명 | 개봉일 | 매출액(원) | 매출액 점유율 |
관객수(명) | 스크린수 | 상영횟수 |
---|---|---|---|---|---|---|---|
1 | 소풍 | 2024-02-07 | 3,141,687,943 | 48.6% | 354,956 | 729 | 24,558 |
2 | 길위에 김대중 | 2024-01-10 | 1,103,053,609 | 17.1% | 115,104 | 414 | 9,867 |
3 | 기적의 시작 | 2024-02-22 | 217,415,752 | 3.4% | 25,033 | 137 | 1,623 |
4 | 땅에 쓰는 시 | 2024-04-17 | 206,193,915 | 3.2% | 23,135 | 50 | 1,643 |
5 | 바람의 세월 | 2024-04-03 | 161,781,844 | 2.5% | 17,651 | 47 | 924 |
6 | 목화솜 피는 날 | 2024-05-22 | 199,655,147 | 1.9% | 12,522 | 98 | 945 |
7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 2024-02-28 | 110,860,310 | 1.7% | 12,044 | 73 | 1,178 |
8 | 세기말의 사랑 | 2024-01-24 | 98,588,958 | 1.5% | 11,831 | 123 | 1,378 |
9 | 아가씨(확장판) | 83,895,000 | 1.3% | 8,927 | 38 | 459 | |
10 | 판문점 | 2024-06-19 | 83,116,299 | 1.3% | 8,869 | 82 | 785 |
그런데 국내 독립·예술영화 시장 전체가 완전히 위축된 것은 아니다. 한국 독립·예술영화와 달리 해외 독립·예술영화는 흥행과 화제성 면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추세를 거의 회복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영진위의 ‘2024 상반기 한국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독립·예술영화 흥행작 상위 10위’에서 1위는 43만 관객을 이끈 재개봉작 <남은 인생 10년>이며,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16만 1954명으로 3위, <가여운 것들>이 15만 6159명으로 4위에 올랐다. 상위 10위 중 한국 영화는 2편으로 <소풍>이 2위,
<길위에 김대중>이 6위를 차지했다. <소풍>이 대형 배급사인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작이며 나문희 등 배우가 출연한 설 연휴 영화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통상적인 한국 독립영화는 10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순위 | 영화명 | 배급사 | 개봉일 | 국적 | 스크린수 (개) |
매출액 (백만원) |
관객수 (천명) |
---|---|---|---|---|---|---|---|
1 | 남은 인생 10년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 2023-05-24 | 일본 | 203 | 4,252 | 425 |
2 | 소풍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 2024-02-07 | 한국 | 729 | 3,133 | 353 |
3 | 존 오브 인터레스트 | TCO(주)더콘텐츠온 | 2024-06-05 | 미국 | 392 | 1,618 | 162 |
4 | 가여운 것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유한책임회사 |
2024-03-06 | 미국 | 471 | 1,562 | 156 |
5 | 괴물 | (주)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 2023-11-29 | 일본 | 647 | 1,501 | 150 |
6 | 길위에 김대중 | (주)아이오케이컴퍼니, (주)명필름,(주)시네마6411 |
2024-01-10 | 한국 | 414 | 1,099 | 115 |
7 |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 (주)쇼박스 | 2024-05-22 | 대만 | 635 | 1,072 | 112 |
8 | 추락의 해부 | (주)스튜디오디에이치엘 | 2024-01-31 | 프랑스 | 236 | 1,016 | 103 |
9 | 악마와의 토크쇼 | 주식회사 올랄라스토리 | 2024-05-08 | 호주 | 254 | 973 | 100 |
10 | 아기상어 극장판:사이렌 스톤의 비밀 | (주)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 2024-02-07 | 미국 | 578 | 928 | 105 |
관객 수뿐만이 문제가 아니다. 최근 극장 관객의 소비층이 한국 독립영화보단 해외 아트하우스 영화를 주로 선호한다는 인식의 문제가 함께 거론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추락의 해부>(8위, 10만 3393명) 등 해외 유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아트하우스 영화의 흥행 사례를 두고 영진위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를 비롯해 올해 상반기에 영화제 및 시상식 수상작이 흥행했는데, 이들 영화의 경우 20~30대 관객층 비중이 높아 (중략)
예술영화 시장으로 젊은 관객층이 유입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읽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시네필리아’가 아닌 ‘아트필리아’로 불리며 영화를 포함한 문화예술 전반의 소비자가 되는 젊은 층의 관심이 주로 해외 아트하우스 영화에 쏠린다는 의미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포함 4관왕,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및 올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정홍 감독의 <괴인>처럼 평단의 지지를 받는 독립영화가 관객 수 1만 3000명에 불과한 일이 해외 아트하우스 영화로의 쏠림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독립영화의 화제성 부진은 2019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더 뚜렷해진다. 2019년엔 <벌새>(14만 4255명) <윤희에게>(11만 7019명) <우리집>(5만 6087명) <메기>(3만 8108명) 등이 흥행과 동시에 독립영화 진영의 약진을 도모하며 주목받았고 김보라·임대형·윤가은·이옥섭 감독 등 독립영화계 스타 감독이 양성되었다. 하지만 2020년 이후론 <소풍> 등 주요 배급사의 배급 작품이나 <문재인입니다> <길위에 김대중> 등 정치인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곤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이끌거나 전방위적 화제에 오른 독립영화가 없다시피 하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했던 2023년 개봉작 <다음 소희>(11만 8899명)가 유일한 수준이다.
지원 축소와 제도적 난제한국 독립영화는 왜 부진한가? 단순히 한국 독립영화의 품질이나 작품적 완성도가 해외 아트하우스 영화보다 부족하다는 설명으론 추상적인 분석밖에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산업, 제도적 측면에서의 어려움이 한국 독립영화의 제작부터 상영까지 악영향을 미쳤음은 위에서 언급한 객관적 지표의 변화만 보더라도 부정하기 어렵다. 더 깊은 차원에서 한국 독립영화가 왜 난항을 겪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선 독립영화에 얽힌 각종 제도적 한계를 언급하는 일이 필수다. 멀티플렉스 독과점 상영 구조가 일반적인 국내 영화 산업의 지형도에서 일반적인 독립영화는 손익분기를 넘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우며, 대부분의 제작·개봉 과정이 각종 지원사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
독립영화의 가장 큰 지원 모델은 영진위의 각종 지원사업이었지만, 2021년 이후 영진위 사업비 예산이 꾸준히 감소하고 2024년엔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및 영화제, 지역영화 관련 지원사업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폐지되었다. 영화 제작에 관련된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사업은 2023년 117억 3000만 원에서 70억 원으로 40%가량 삭감되었다. 영화제 지원 예산은 2023년 52억에서 25억으로 절반 수준의 감축이 이뤄졌다. 2023년 42개였던 지원 수혜 영화제 수는 2024년 11개로 줄었다. 영화제 축소의 여파는 독립영화 진영에 이어질 예정이다. 영진위가 2018년 발표한 ‘한국 독립영화·독립영화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영화 창작자의 83%는 ‘영화제 상영’을 작품 상영의 핵심 경로로 답변했다.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는 독립장편영화나 한 해 1000편 넘게 제작되는 단편영화의 상영 창구가 대개 영화제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영화제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되던 각종 영화제의 사업은 물론, 2024년 지역영화 관련 사업의 폐지로 인해 독립영화의 생태계는 위태롭다.
더군다나 지난 3월 27일 정부가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독립영화계의 근심은 한층 커졌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제도는 영화관 입장료 단가의 3%를 관객에게 거두는 제도로 2007년 7월 1일부터 한국영화 산업의 부흥을 위해 도입되었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한다는 것은 영진위 예산에도 타격이 있음을 의미한다. 영진위 예산의 주요 재원이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수익으로 조성되는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 수 축소로 인해 영발기금은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8월 1일 국회에서 진행된 ‘영화발전기금 2025년 예산안 긴급점검 토론회’의 발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영진위의 영발기금 순조성액은 840억 원가량이다. 영진위 운영비를 제외한 사업비 총액은 2021년 1053억, 2023년 729억이었다. 즉, 지금의 영발기금 잔액으로는 한 해 영진위 살림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까지 겹친 것이다.
영진위 지원사업의 축소 외에도 여러 제도적 미비점이 산적해 있다.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의 부족으로 인해 일반적인 독립영화는 30개 내외의 상영관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극장 사업에 일괄 적용되는 소방법 관련 법률의 제한으로 한국에선 작은 극장을 자유롭게 꾸리기도 어렵다. 영진위 지역영화 관련 사업이 폐지되면서 지역의 커뮤니티 시네마, 공동체 상영 등 작은 독립영화 상영의 창구가 되던 활동들도 대거 축소되었다.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제도가 독립·예술영화관에도 적용되면서 작은 영화관들이 유동적인 상영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점도 함께 언급된다.
관객의 권리를 중심으로밝은 미래를 점치기 어려운 독립영화의 침체 속에서 “독립영화인들은 그저 버티는 중”(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3)이다. 한편 제도적 개선을 위해 영화인들이 힘을 모으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공표가 있던 지난 3월 이후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등은 손을 잡고 영화 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를 구성해 독립·예술영화의 구조적 문제 극복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독립·예술영화, 영화제 지원 예산 복구의 필요성과 영화 산업 내 불공정 사례의 개선, 부과금 폐지 철회 등을 요구한 이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여러 차례의 국회 토론회를 통해 관련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3) 씨네21, ‘[기획] 2024 상반기 위기의 독립영화에 던지는 질문들’
한국 독립영화 부활의 조건은 비단 돈의 문제에만 얽혀 있지 않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등 여타 매스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으로 영화 매체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때에 독립영화에도 거시적인 인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독립영화의 부진이 단순히 영화계 일각의 난점이라거나 일부 관계자들의 문제에만 국한되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 전 이사장은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포럼 2024: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 포럼 자리에서 “독립영화 정책은 ‘수혜’가 아니라 엄연한 ‘권리’”라고 밝혔다. 문화기본법에 따라 문화 다양성 권리를 충족해야 하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가 최근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하여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독립영화 정책을 관객, 소비자 중심의 시선으로 재편”할 필요를 주장하고 있다.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복구할 당위성을 찾기 위해선 독립영화 제도가 일부 공급자의 문제로 좁혀지기보다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관객 창출의 영역으로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독립·예술영화가 국민의 문화 향유 권리이자 영화 산업의 기반이란 점은 정부가 영발기금에 관해 작성한 ‘2023년 기금존치 평가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영상 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영상 산업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중략) 영화 제작 지원사업 중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하는 방향 (중략) 독립·예술영화 유통망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8월 1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1990년대 단편영화·독립영화 창작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다양한 영화제가 확대”되었고 이것이 “국제영화제 수상, 관객 문화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봉준호·박찬욱·김지운·류승완·임순례 감독 등을 비롯해 지금 한국영화 산업의 전방에 있는 <파묘> 장재현 감독,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벌새> 김보라 감독 등은 미쟝센 단편영화제나 서울독립영화제 등 단편·독립영화 영역을 뿌리 삼아 이력을 시작해 온 대표적 사례다. 십수 년째 한국영화계가 고대해 온 ‘제2의 봉준호·박찬욱’을 만나기 위해선 수백억의 커다란 영화뿐 아니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힘겹게 만들어지고, 상영되고 있는 독립영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부터 9월까지 개봉할 독립영화들이 줄을 서 있다. 이를테면 <한여름의 판타지아> 등을 내놓으며 독립영화계의 지속 가능한 제작 모델을 모색 중인 장건재 감독의 신작이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한국이 싫어서>,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딸에 대하여>(9월 4일), 한국 대가족 3대의 이야기를 다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에 오른 <장손>(9월 11일), 발달 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의 실화에 기반한 <그녀에게>(9월 11일),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해야 할 일>(9월 25일) 등이 관객을 찾는다. 이제 정말 극장에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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