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inema
대구의 영화로운 로컬시네마
오오극장
오오극장
- 글
- 강보라(한국경제매거진 기자)
- 사진
- 오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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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극장
오오극장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인 오오극장은 시민 모금으로 조성된 문화 독립 공간이다. 우리는 흔히 문화 다양성에서 그 지역의 품격을 읽고는 한다. 오오극장은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는 텃밭이자 대구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커뮤니티 시네마를 지향하며오오극장의 ‘오오’는 좌석 수를 의미한다. 55석으로 마련된 상영관이 오오극장의 이름이 되었다. 여기에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더해 55가 되니(1+2+3+4+5+6+7+8+9+10=55), ‘하나부터 열까지 좋은’ 영화관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커뮤니티 카페·매표·갤러리 공간인 삼삼(33)다방과 ‘삼삼오오’ 짝을 이룬다. 오오극장 상영관의 55석은 일반석 51석, 휠체어 4개의 좌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석은 멀티플렉스의 안락한 의자와 동일한 모델이며, 휠체어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극장 입구부터 상영관까지 문턱을 최대한 낮춰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오오극장의 개관은 대구 영화계에서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지역 최초로 100%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든 독립영화 전용관이기 때문이다. 예술영화 전용관이 아닌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화관의 개관이기에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독립영화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금으로 설립된 만큼 영리 추구보다는 영화 문화의 다양성과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극장 상영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의 독립영화,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지역 영화 중심의 영화관이다. 신예 감독이나 배우들의 영화도 기획 상영으로 선보인다.
오오극장은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기치 아래 관객들, 그리고 다양한 공동체들과 함께 상영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영화 공동체를 지향한다. 단순한 상영을 넘어 영화를 매개로 여러 공동체와 연대하고 관객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공동체와 상영회를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영화를 통해 해당 이슈가 지역 사회에서 확장되는 것을 돕는다.
오오극장은 개관 이래 약 600편의 독립영화를 개봉하고,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일반 상영관에서는 접하기 힘든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이곳은 ‘모두의 영화관’을 모토로 하는 만큼 영화 장르처럼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곳이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등을 소개하는 기획전에서부터 <독립영화: 경계를 넘어> <사회적 죽음: 영화관의 비밀> <숨은 영화 찾기> 등 상상을 초월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담아내고자 한다.
특히 매년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기획하는 ‘관객 프로그래머’ 제도가 눈에 띈다. 관객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대구 시민들은 1년의 활동 기간 동안 영화 선정과 기획, 홍보, GV(관객과의 대화_까지 진행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지게 된다. 독립영화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 어렵다는 편견을 갖게 되는데, 관객 프로그래머의 친절한 눈높이 가이드로 독립영화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통로가 되고 있다. 관객 프로그래머의 이름이 선정된 영화보다 먼저 소개되는데, 이런 작은 디테일을 통해 오오극장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
2023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 수상에 빛나는 화제작이자 가장 아름다운 휴먼 다큐멘터리로 꼽히는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의 GV 행사도 오오극장에서 진행되었다. <어른 김장하>는 스타들이 자비로 상영회를 개최해 새로운 미담을 낳았는데, <마녀> <초미의 관심사> 등으로 개성 넘치는 연기력을 선보인 조민수 배우가 대구의 오오극장에서 자비로 상영회를 열었다. 자청해서 영화 내레이션을 맡기도 한 조민수는 좌석 전체를 구매한 후 관객들을 초청했다.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직접 진행하며 “내 삶도 한 번은 바라볼 곳이 정해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오오극장은 이처럼 영화를 매개로 사람들을 연결하며 다양한 활동을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관객 프로그래머를 모집하고 그들이 선정한 영화를 상영하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감독과 배우를 만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등 영화예술을 넘어 지역의 독립, 자립, 인디예술 공연과 전시가 펼쳐지는 지역 예술의 대안 공간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저변 문화의 정보를 얻고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오오극장은 55석의 작은 극장이지만 영화에 대한 꿈은 무한대로 키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독립영화인들의 실험무대로 시민들의 표현과 상상, 저변의 폭을 넓혀 지금의 영화로운 대구 영화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지역 영화인과 영화 팬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오오극장의 등장 덕분에 카페나 강당에서 산발적으로 진행했던 영화 모임도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시민들의 대관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와 함께하는 일상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지역 영화 제작 역량을 꾸준히 구축한 대표적인 곳이 대구였다. 부산이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대구는 변변한 영화학과조차 없는 척박한 지역에서 창작을 고집한 독립영화인들의 뚝심이 모였고, 이 결과물이 오오극장과 대구단편영화제(DIFF)로 나왔다. 국내 단편영화 제작 활성화와 지역 영상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대구단편영화제는 대구·경북 유일의 전국 경쟁 영화제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다양한 단편영화를 초청해 지역의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제작자와 관객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젊은 영화인들 모두가 한 번쯤 거쳐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창작자 친화적인 영화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 <파묘>(2024)의 장재현 감독, <엑시트>(2019)의 이상근 감독,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의 엄태화 감독, <몸값>(2015)의 이충현 감독 등이 모두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대구가 문화의 다양성을 넘어 한국 독립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지역의 시민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지속되고 독립영화가 제작되는 환경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독립영화를 자주 접하며 재미있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낯선 표현 방식을 읽어내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오오극장과 같은 독립영화 상영관이 필수적이다. 오오극장을 운영하는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지역 영화·영상 창작사의 산실로 불리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도 수탁 운영중인데, 대구 영화의 명성 뒤에는 이런 활동들이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척박하기 때문에 연대로 작은 결실을 맺어 온 것이 대구의 독립영화계이고 독립문화예술계의 숨은 힘이다. 고유함을 지키며 영화의 꿈을 키우는 시민들이 있는 한, 대구는 더 다양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대구 로컬시네마의 크랭크인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오오극장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오오극장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설립된 대구 유일의 독립영화 전용관입니다. 개관에 힘을 모아주신 시민들의 열망과 요구에 보답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상영작을 선정할 때도 가능하면 다양한 영화들을 모두 소개하려고 노력합니다. ‘오오극장에서는 상영할 거야’라는 믿음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요. 개봉작뿐만 아니라 ‘관객 프로그래머 초이스!’, ‘숨은 영화 찾기’ 등의 기획전을 통해 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오오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데 신경 쓰고 있습니다.
‘삼삼오오’를 가능하게 만드는 삼삼다방의 역할이 돋보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삼삼다방을 오오극장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혀 놓았습니다.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고 마음껏 수다 떠는 공간인데, 오오극장의 관객 모임 ‘오오프렌즈’도 삼삼다방에서 이루어지죠.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여운을 나누는 편안한 쉼터이자 지역 영화인들이 모이는 아지트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오극장의 특별 기획전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을 꼽는다면?
‘관객 프로그래머 초이스!’와 ‘관객 프로그래머 영화제’는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오오극장은 ‘모두의 영화관’을 모토로 관객 참여 활동인 ‘관객 프로그래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관객 프로그래머가 직접 만드는 두 기획전은 2015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오오극장의 대표 정기 기획전입니다. 지역 영화인을 새롭게 발굴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극장과 관객의 소통을 강화하는 의미 있는 기획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대관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극장인데, 특별한 대관 사례가 있었나요?
개인 프러포즈 이벤트, 팬클럽 모임, 영화 시사회, 공동체 상영, 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위해 오오극장을 활용하고 계신데요. 지난해 진행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뜻 깊은 행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기뻤고, 대구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추모 공연이 아름다웠던 특별한 대관이었습니다.
운영 주체인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의 다른 활동들도 소개해주세요.
대구영상미디어센터를 수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영화학과가 없는 대구에서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타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역 영화의 튼튼한 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화·영상 교육이 필요하다는 고민 끝에 대구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에서 영화를 배우고 제작해 오오극장에서 상영하는, 지역 영화 생태계의 건강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오오극장은 대구단편영화제(DIFF)의 프리미어 파트너로 지역의 영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후원하는 곳이기도 하죠. 대구 지역의 영화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하나의 특징으로 묶기는 어렵겠지만, 사회적 의제를 사실적으로 풀어내는 작품들이 많은 경향이 있습니다. 지역이라는 배경 또한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아마도 공간에 녹아 있는 동시대의 정서와 사회적 맥락이 작품에도 반영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구 감독들은 흔히 “개인의 작업이라기보다 함께 만들어 가는 느낌이다. 대구는 특별한 게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들의 끈끈한 네트워크야말로 대구 독립영화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오극장이 꼽은 올해의 기대작은 무엇인가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더 납작 엎드릴게요>가 기대됩니다. 지난해 오오극장에서 <더 납작 엎드릴게요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영화 상영과 공연, 전시를 아우르는 기획전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 관객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은영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사심도 있지만, 현실적이면서도 귀여운 이 영화를 독립영화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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