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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포스터 어때?

정유미(영화 저널리스트)

시대와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영화 포스터도 달라지고 있다. 포스터를 접할 수 있는 매개체가 많아지면서 관객들은 더 이상 과장된 포스터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추구하는 숏폼 시대에 예전처럼 포스터 카피까지 찬찬히 뜯어보며 음미할 여유도 없다. 요즘 포스터들이 간결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까닭이다. 최근에는 관객들의 높은 안목을 만족시키고 재미와 화제를 일으키는 다양한 포스터들이 제작되면서 영화의 얼굴, 포스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여름 극장가에 출격한 한국영화들을 포스터로 만나보자. 범죄 재난 스릴러 <하이재킹>(6월 21일 개봉), 호러 코미디 <핸섬가이즈>(6월 26일 개봉), 액션 스릴러 <탈주>(7월 3일 개봉), 재난 블록버스터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7월 12일 개봉), 코미디 <파일럿>(7월 31일 개봉), 범죄 스릴러 <리볼버>(8월 7일 개봉), 역사 실화 드라마 <행복의 나라>(8월 14일 개봉)까지 모두 7편이다. 출연이 겹치는 배우들이 있지만 저마다 장르 특성이 뚜렷하다.

<하이재킹>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포스터는 인물보다 재난 상황이라는 극의 분위기를 강조했고, <핸섬가이즈>와 <탈주> 포스터는 투톱 주연 배우를, <파일럿>은 원톱 주연 배우를 내세웠다. 개봉을 한 달여 앞둔 <리볼버>와 <행복의 나라>는 론칭 포스터와 캐릭터 포스터만 공개한 상황인데도 각각 캐릭터가 얼마나 강렬할지, 극의 온도가 얼마나 뜨거울지 짐작이 갈 정도로 영화의 성격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올여름 한국영화 포스터들만 봐도 요즘 영화 포스터의 비주얼적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영화 포스터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홍보사 딜라이트는 “개봉하는 시기, 장르적 특성, 출연 배우에 따라 배우를 얼마나 잘 셀링하는가 등 여전히 포스터는 한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셀링 포인트와 톤 앤 매너를 살린 비주얼을 만드는 것은 포스터의 기본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영화 포스터의 트렌드에 대해서는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하거나 일러스트를 활용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포스터들이 등장해 반갑다”고 덧붙였다.

더 많이, 더 자주 눈에 띄게

온·오프라인 광고 영역이 넓어지기도 했지만, 요즘은 한 작품당 제작하는 포스터의 종류가 부쩍 늘었다. 상업영화의 경우에 10년 전만 해도 티저·메인·캐릭터 포스터가 기본이고, 100만 돌파, 500만 돌파 등 흥행을 기념하는 스페셜 포스터와 방학이나 명절을 노린 시즌 포스터, 해외용 포스터를 추가 제작하는 정도였다. 최근에는 리뷰 포스터와 상영관별 포스터 등 콘셉트와 종류가 다양한 포스터를 내놓으며 전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주요 관객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른 느낌을 주면서 여러 가지 자극을 시도하는 것이다.

캐릭터 포스터도 종류를 나눠 공개하고, 리뷰 포스터도 언론 반응과 실관람객 반응을 담은 포스터를 따로 제작한다. 상영관별 포스터는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4DX 등에 따라 포스터 디자인이 달라진다. 특수 상영관 전용 포스터는 관객 굿즈용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개봉 특전 포스터를 포함해 주차별로 다른 디자인의 포스터들까지 포함하면 한 영화당 포스터 종류 수는 10종을 훌쩍 넘어선다. 흥행작이나 화제작, 예술영화는 팬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아트 포스터를 별도로 제작해 굿즈로 제공하기도 한다.

개봉 4주차 초반 134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은
<핸섬가이즈>는 개봉 한 달 전 티저 비주얼 단계에서만 콘셉트 이름까지 단 포스터 4종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듀오 포스터’는 주연 배우 이성민과 이희준의 캐릭터 성격을 알렸고, ‘세계관 파괴 포스터’는 흥행작 <서울의 봄><남산의 부장들><내부자들> 제작사(하이브미디어코프) 작품이라는 홍보 문구를 넣고 이성민, 이희준이 주연한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를 패러디해 흥미를 일으켰다. 영화 배경인 낡은 시골 저택과 코믹한 표정의 등장인물들을 조합한 ‘웰컴 홈 & 커밍 홈’ 포스터는 낯선 호러 코미디 장르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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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파괴 포스터’는 흥행작
<서울의 봄><남산의 부장들><내부자들> 제작사(하이브미디어코프) 작품이라는 홍보 문구를 넣고 이성민, 이희준이 주연한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를 패러디했다.

개봉 3주차까지 공개된 <핸섬가이즈> 포스터는 16종이다.
<핸섬가이즈> 포스터를 디자인한 스튜디오 스테디의 안대호 실장은 “요즘 영화의 포스터 작업량이 예전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많아졌다”면서 작업량이 늘어났지만, 좋아진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예전에는 대표 포스터 한 장에 여러 요소를 넣어서 만들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과 마케팅 측면에서 부딪히거나 절충도 많았다. 포스터 종류가 많아지니까 메인 포스터에서 포기했던 아이디어를 아이맥스 포스터에서 살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디자이너의 의도를 많이 보여줄 수 있게 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게 최고 (Simple is the best)

최근 영화 포스터의 특징이라면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들은 영화의 규모감을 드러내기 위해 웅장한 느낌을 강조했다. <범죄도시2>(2020) <모가디슈>(2021) <범죄도시3>(2023) <서울의 봄>(2023) <밀수>(2023)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등 최근 2~3년 사이에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블록버스터 포스터는 거기서 거기’라는 획일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상을 준다.

<외계+인> 1, 2부(2022-2024), <한산: 용의 출현>(2022) <비상선언>(2022) 등 블록버스터 포스터를 주로 작업한 안대호 실장은 요즘 포스터 디자인 작업에 대해 “많은 것들을 걷어내면서 굉장히 심플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영화의 키 아이템, 분위기, 등장인물, 카피 등 많은 것을 포스터에 담아 표현하려고 했다. 요즘은 계속 고민하고 걷어내서 하나의 알맹이만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트렌드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카피도 예전에는 설명 위주의 문장 형식을 주로 썼다면, 요즘은 단순하게 바뀌고 있다. 카피가 없는 포스터도 나온다.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 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스테디의
<외계+인>,<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포스터 디자이너들이 상업적 목적에 맞춰진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 제작 공식을 따르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이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들이 각각의 개성을 찾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라고 하면 주연급 배우들의 얼굴이 크게 나오고, SF 영화라면 황폐한 배경을 넣어 장르를 강조하는 식이어서 배우만 다를 뿐이지 엇비슷한 분위기의 포스터라는 부정적 평가가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셀링 포인트를 부각하면서 각 영화가 지닌 결이나 고유의 스타일을 살리기 위한 포스터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안대호 실장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한산: 용의 출현> 포스터 디자인을 하면서 전작 <명량>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보여줘야 했다. 관객 1760만 명을 동원해 블록버스터 흥행작이 된 전작과 다른, 새로운 분위기의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젊은 이순신’에 초점을 맞췄다. 파란색을 많이 사용해 이순신의 젊은 이미지를 표현한다는 단순한 전략이었는데, 젊음을 상징하는 파란색은 이순신의 바다 빛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분위기의 이순신 영화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영화 속 순간을 그대로

영화 포스터 제작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1980년, 1990년대만 해도 현장에서 촬영한 영화 스틸로 영화 포스터를 만들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포스터를 따로 기획해서 스튜디오 촬영을 하고, 세트를 따로 지어서 광고 사진을 찍듯이 촬영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의 최지웅 실장은 “최근에는 영화 스틸로 작업하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광고처럼 꾸며진 이미지보다 영화 속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걸 관객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포스터를 다시 영화 스틸로 작업하게 된 데에는 코로나19 영향도 있다. 팬데믹 시기에 영화 제작 규모가 위축된 상황에서 홍보비용에 대한 부담이 따르고, 포스터 촬영을 위해 배우들과 스태프를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다. 최지웅 실장은 “팬데믹 기간에 개봉을 연기한 영화들이 몇 년 만에 포스터 촬영을 하려고 하면 배우들의 외모나 헤어스타일이 바뀌어 있거나 여러 변화가 많기 때문에 영화 속 모습이 그대로 담긴 스틸 컷으로 디자인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영화 포스터의 새로운 자극제,
영국 엠파이어 디자인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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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파묘>, 해외 포스터는
영국 디자인 회사 엠파이어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올해 2월 개봉해 1191만 명을 동원한 <파묘>는 포스터가 흥행을 견인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베를린영화제 초청을 앞두고 1월에 미국 버라이어티에 소개된 <파묘> 해외 포스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록 퍼져 나갔다. 한자가 적힌 주연 배우들의 얼굴을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으로 잡은 포스터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파묘> 해외 포스터와 주요 포스터는 영국 디자인 회사 엠파이어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엠파이어사는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 포스터를 시작으로 <아가씨>(2016) 해외 포스터와 티저 포스터, <독전>(2018) 해외 포스터, <헤어질 결심>(2022) 포스터를 제작하며 한국영화 포스터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분위기를 함축해 상징적 이미지로 풀어내는 것이 엠파이어사의 디자인 특징이다.

엠파이어사가 한국영화 포스터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면서 국내 디자인사와 포스터를 분담해 제작하는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독전> 국내 포스터는 디자인 스튜디오 빛나는에서 맡았고, <헤어질 결심> 국내 포스터는 스테디가 작업했다. <파묘>의 1차 캐릭터 포스터와 4DX, 스페셜 포스터 디자인은 꽃피는 봄이오면이 담당했다. 엠파이어사가 한국 작품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만큼 관객은 전보다 다양한 포스터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국내 디자인사에는 작업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소장 욕구 부르는 리디자인 포스터

기존 영화 포스터를 새롭게 디자인한 ‘리디자인’ 포스터들도 변화하는 한국 영화시장 안에서 영화 포스터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재개봉 영화는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극장가의 자구책으로 자리 잡았다. 재개봉 영화 열풍이 시작된 2006년만 해도 기존의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고 개봉 일자만 변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 재개봉 영화 포스터는 새로운 느낌과 좋은 퀄리티, 소장 욕구까지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팬심이 두터운 예술영화, 독립영화에 굿즈 포스터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재개봉 영화들도 리디자인 포스터를 굿즈로 활용하는 추세이다.

X세대의 사랑을 받은 미국 청춘영화 <청춘스케치>(1994), 올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2월에 재개봉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포스터를 작업한 디자인 스튜디오 빛나는의 박시영 실장은 포스터 리디자인 작업을 할 때 ‘바뀐 시대성’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개봉의 매력은 영화가 제작된 시대와 관람하는 시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제작 당시의 시대성을 현재와 이어지게 만드는 게 포스터 리디자인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7월 17일 재개봉하는 <비포선라이즈> 리디자인 포스터와 39년 만에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영화 <태풍클럽>(1985) 포스터를 디자인한 프로파간다 최지웅 실장도 “요즘 시대에 맞게 리디자인 작업을 한다. 디자이너로서 영화 제작 당시 만들어진 포스터보다 더 좋아 보이게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또 SNS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디자이너들이 해석한 외화 포스터가 널리 알려지고 해외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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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개봉한 <비포 선라이즈>와 <태풍클럽>의
리디자인 포스터.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관객을 사로잡는 포스터 디자인 작업을 위해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안대호 실장은 “예전보다 작업량이 늘어난 만큼 단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지웅 실장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작업 기간이 너무 짧다. 영화 포스터는 한 번 보고 버려지는 일회성 광고물이 아니다. 한국영상자료원 박물관에 영구 보존된다. 평생 남는 작업물인 만큼 작업 시간을 넉넉히 주면 좋겠다”고 업계에 당부했다.

시대에 따라 영화 포스터의 유행은 바뀌어도 포스터를 제작하는 디자이너들은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포스터의 목표를 잊지 않는다. 각기 다른 개성과 실력으로 15년에서 20년 가까이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 온 디자인 스튜디오 빛나는, 프로파간다, 스테디의 대표 작업물과 디자인의 특징을 살펴본다.

영화의 인상을 만드는,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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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은 박시영 디자이너가 2006년에 차린 한국 대표 포스터 디자인 회사이다. <짝패>(2006)를 시작으로 천만 영화 <베테랑>(1341만 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명)와 <관상>(913만 명) <럭키>(697만 명) <곡성>(687만 명) 등의 흥행작 포스터를 만들었다.
<관상>(2013)은 2013년 ‘최고의 한국영화 포스터’로 뽑히기도 했다. 상업영화, 독립영화, 해외 버전 포스터, 재개봉 포스터, 영화제 포스터 등 포스터 전 영역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빛나는의 포스터 디자인은 영화가 가진 ‘인상‘에 중점을 둔다. 박시영 실장은 “영화의 장르나 스토리 같은 세부적인 디테일보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먼저 생각하며 디자인한다”고 밝혔다. 빛나는에서 제작한 포스터들은 영화적인 동시에 각 영화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한다.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연쇄살인범의 얼굴과 메모 텍스트의 조합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살인자의 기억법>(2017), 이제훈의 눈빛과 붉고 큰 제목 서체로 독립운동가 박열의 이름을 각인시킨 <박열>(2017) 포스터가 대표적이다.

일러스트를 활용한 <우리들>(2016) <벌새>(2019) <남매의 여름밤>(2020) 포스터는 독립영화 관객들이 손꼽는 빛나는의 대표작. OMR카드로 제목을 표현한 <성적표의 김민영>(2021)과 제주 4·3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박시영 실장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포스터들이다. 긴장감 도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시원한 제목 폰트가 두드러진 <베테랑 2> (9월 13일 개봉 예정) 포스터는 빛나는의 최근작으로,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의 빤한 느낌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영화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프로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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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는 영화, 공연, 캘리그래피 등 엔터테인먼트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최지웅·이동형·박동우 디자이너 3인이 함께 운영한다. 2006년부터 일본영화 포스터 작업을 주로 하다가 다큐멘터리 흥행작 <워낭소리>(2009) 포스터로 주목을 받았다. 흥행작 <신세계>(2013) <부산행>(2020) <밀수>(2023)는 물론이고, <범죄도시> 시리즈는 2편부터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600편에 달하는 영화 포스터를 작업했다.

프로파간다는 영화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지웅 실장은 “많은 관객이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게 하는 게 프로파간다의 디자인 스타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파간다의 강점에 대해서는 “영화의 정서를 포스터에 잘 녹여낸다. 배우들의 얼굴만 부각되는 포스터보다 영화가 주는 분위기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여름 극장가에서 514만 명을 모은 흥행작 <밀수>의 론칭 포스터는 해양 범죄 활극이라는 영화 분위기를 함축한 디자인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여름 바다 느낌을 물씬 풍기는 배경에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은 주연 배우 김혜수·염정아를 역광 실루엣으로 표현해 신비감을 고조시켰다.

프로파간다는 영화 포스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로고 타이틀 디자인에 제일 신경을 쓴다. 로고 타이틀만 봐도 이 영화가 어떤 장르, 어떤 성격인지를 알 수 있게 만든다. 한국영화 <최악의 하루>(2016) <소공녀>(2018)의 로고 타이틀, 외화 <문라이즈 킹덤>(2012)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의 한글 로고 타이틀은 프로파간다의 인장과 같은 작품들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면서 영화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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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도 익숙한 방식으로, 스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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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는 올해 설립 12년 차를 맞이한 영화 포스터 전문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안대호 실장을 제외한 전 멤버가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PM(Project Manager)으로 활약한다. <모가디슈>(2021) <인질>(2021) <한산: 용의 출현> <외계+인>1, 2부 <비상선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최근 2~3년간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 작업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스테디는 직관적이고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안대호 실장은 “포스터는 처음 봤을 때 두 번 생각하게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미지에 있어서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관객에게 익숙한 뉘앙스를 고려해서 작업한다”고 말했다. 자기복제를 멀리하고, 영화가 지닌 본래의 결을 다르게 과장하거나 포장해서 보여주지 않는 것도 스테디의 디자인 철칙이다.

스테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자산어보>(2021) 포스터는 흑백영화의 영상미와 여백의 미를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큰 한문 서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스테디가 최근 작업한 청춘영화
<빅토리>(8월 14일 개봉 예정) 포스터는 1990년대 하이틴 잡지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 폰트와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포스터 모두 “장르와 어울리는 색을 써서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스테디의 컬러 포인트 전략이 맞아떨어진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