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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웃음이 훤칠한 호러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 트리비아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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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코미디 <핸섬가이즈>는 취향이 맞는 이들에게는 시원하게 웃겨주는 영화다. 자칭 터프하고 핸섬한 두 남자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숲 속 산장으로 이사온 날, 지하실의 악령이 깨어나고 근처에 놀러왔던 대학생들까지 엮이면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내용이 핸섬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개봉 3주차에 관객 수 100만을 넘겼다. 원작인 캐나다 호러 코미디 <터커 & 테일 VS. 이블>을 한국적 환경과 상황으로 적절하게 로컬라이징했기에 리메이크의 모범사례로도 호평받는다. 호러 코미디의 클리셰를 비틀었던 원작과 비교해도 한층 더 밝고 유쾌하다. <상류사회><머니백><티끌모아 로맨스>의 조감독이었던 남동협 감독은 장편 데뷔작 <핸섬가이즈>를 성실하게 촬영해 심상찮게 웃기는 영화로 만들었다. 웃음의 적절한 농도를 찾기 위해 애쓰면서 1980-90년대 호러 영화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았다. 외모는 살벌하지만 마음은 솜털 같은 주인공 재필과 상구를 통해 악령만큼이나 강력한 오만과 편견을 퇴치하고픈 마음까지. 한국영화계에서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호러 코미디인 만큼 장르에 대한 제작진의 책임감도 남달랐다. 영화 곳곳에 포진시킨 다양하고 애정 어린 장치들로 그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장르 생존 증명에 성공한, 호러 코미디 <핸섬가이즈>의 기막힌 소동 속으로.

<핸섬가이즈>(Handsome Guys)
개봉
2024.06.26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감독
남동협
출연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박지환, 이규형, 우현
두 남자의 전원생활

주인공들이 가끔 놀러 오는 별장을 구입했던 원작과 달리 재필과 상구는 아예 전원주택 개념으로 산장을 사들여 이주한다. 먼지투성이에 다 쓰러져 가는 산장은 집수리를 해야 할 상황이다. 목수가 직업인 주인공들에게 당연한 일인 동시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은퇴자들이 전원생활에서 꿈꾸는 트렌드 중 하나다. 이 모든 게 남동협 감독이 “두 캐릭터가 악령 들린 산장에 큰 애착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설정한 것이다.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첫인상이 강렬하다. 처음 본 순간 흉악범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만드는 외모와 직업적 특성 때문에 여러 편견과 선입견 속에 살아왔다. 산장으로 오는 길에 마주친 동네 경찰 최소장(박지환)의 시선은 그들이 오랫동안 감내해 온 시선의 하나다. 평생 모은 돈으로 한적한 숲속 산장을 사서 이사 온 건 맘 편한 은퇴 생활을 누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장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악령이 출몰하며 산장이 불에 타기까지 한다. 남동협 감독은 “관객에게는 그 상황이 재미있고 웃긴 장면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재필과 상구에게는 큰 절망감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설정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악령 들린 산장, 신들린 내외부

숲속 산장 혹은 ‘귀신 들린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호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며 클리셰다. <핸섬가이즈>는 원작에는 없었던 오컬트 요소를 더해서 지하실에 봉인된 악령을 만들었다. 산장은 재필과 상구에 이은 또 하나의 주인공처럼 기능한다. 그래서 시나리오 초고 때 영화의 제목은 <지옥의 산장>이었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코미디영화로서 흥미를 끄는 제목이 좋겠다는 제작사의 권유 때문에 <핸섬가이즈>로 바뀌었다.)

산장은 내외부를 넘나드는 촬영의 효율성과 주변 분위기의 한국적 리얼함이 필요했다. 주변에 호수가 있고 추격전을 벌일 만한 공터도 필수. 제작진은 전국의 산을 헤매다가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아홉산 숲을 선택했다. 부산 시민들이 삼림욕을 하러 주말에 자주 찾는 아홉산 숲은 이미 관광공원으로 잘 조성이 돼 있었던 터. 삼림욕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적하고 넓은 터가 있는 개인 사유지를 섭외해 오픈 세트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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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의 콘셉트는 원작이 캐나다 영화인 이유도 있지만, 악령이 봉인돼 있다는 설정을 고려해 1950년대에 지어진 서구적인 형태의 산장으로 설정됐다. 남동협 감독은 자료조사를 통해 대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선교사 사택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6.25 한국전쟁 이후 50년대 한국의 어려운 시기에 서양의 선교사들이 와서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남동혁 감독과 정이진 미술감독은 한국의 목수들이 선교사들의 사택을 정확한 이미지나 설계도를 갖고 만든 게 아닐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최대한 흉내 내면서 만들려고 한 느낌”을 살리기로 했다. 전체적인 외형은 서구의 저택 형태지만 내부의 디테일들은 한국적이다. 대문을 열면 마룻바닥의 거실과 벽난로가 보이지만 주방은 1950-60년대 스타일의 타일이 붙어있다. 부엌에 아궁이도 있고 가마솥도 놓여있는 식이다. 이런 미술 아이디어가 재미있어서, 남동협 감독이 시나리오에 상구가 이 부엌을 보고 좋아하는 장면을 만들어 넣기도 했다.

영화 속 이야기는 2, 3일 정도의 시간 동안 벌어진다. 엉뚱하게 산장에 오게 된 미나(공승연)가 깨어난 둘째 날 낮, 이미 산장은 귀신 나올 것 같은 첫인상에서 어느 정도 따뜻하고 살 만한 느낌으로 정리되어 있다. 목수로서 재필과 상구의 작업 실력이 꽤 좋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한다. 산장의 내부 구조도 흥미롭다. 긴 복도가 마치 내부를 큰 저택처럼 보이게 만든다. 기절한 미나가 깨어난 침실은 오래전 베이커 신부의 침실이어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산장 지하실의 경우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예배실로 쓰였던 공간이다. 오래전 베이커 신부가 선교를 하러 왔을 당시 교회를 새로 지을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바포메트’라고 불리는 염소 악령의 구마 의식이 행해진다. 지하실 공간 비주얼 역시 “‘웃기면 그만이야’라는 생각을 지양하고 정성을 들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남동협 감독의 말처럼 촬영과 미술, 조명의 완성도가 결코 허술하지 않다.

재필과 상구의 스타일링

재필과 상구의 직업은 목수다. 직업 특성상 야외에서 몸을 많이 쓸 수밖에 없어서 얼굴은 검게 그을렸지만 배는 하얗다. 등에는 고된 노동의 흔적으로 부항 뜬 자국이 보인다. 하지만 재필과 상구의 패션 취향은 목수라는 직업적 특성을 생각해도 낯설다. 속옷 없이 딱 달라붙은 짧은 재킷만 입어서 두 손을 올리면 배가 다 보이는 재필의 스타일, 상구의 핑크색 점프수트 작업복이 그렇다. 한 마디로 “그들은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선호하나 우리는 가까이 가기 싫은” 스타일을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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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구가 걸치는 흰 티셔츠에는 무늬가 그려져 있다. 사랑하는 막냇동생 같은 강아지 봉구의 얼굴이다. 미술 실력이 상당한 상구가 직접 그려 넣은 것으로, 봉구를 가슴 한복판에 품은 상구의 마음을 드러내는 핸드메이드 티셔츠다. 이렇듯 패션 자체가 그들의 여리고 순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긴 하나, 둘의 험악한 표정에 가려 인지하기는 힘들다.

재필의 꽁지머리 스타일링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캐릭터 연구 도중 재필 역 이성민이 보내온 어느 멧돼지 사냥꾼의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미국 산악인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타이트한 조끼를 걸쳤으며 꽁지머리를 묶고 구레나룻이 진하게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이 마음에 든 남동협 감독이 의상, 분장팀에 공유해 재필의 스타일링을 준비했다.

상구는 단발을 넘어서는 장발 캐릭터로, 조커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조커는 미치광이인 한편 순수함이 있는 캐릭터로, 상구와 맞닿는 면이 있다. 상구가 순수하지만 특이하게 웃는 장면들도 나오지 않나”는 남동혁 감독의 말을 듣고 보면 이해가 간다. 상구 역 이희준은 캐릭터를 위해 머리를 열심히 길렀다.

이희준이 상구를 사납게 보이게 하기 위해 의도적인 벌크업을 했다면 이성민은 현장을 즐기며 잘 먹어서 살이 찐 경우다. 그래서 상구와 재필 모두 몸에 걸친 옷들이 타이트하게 보이는 효과가 발생했다. 스키니한 패션을 지향하며 스스로 치명적이라고 착각하는 재필의 설정에 더없이 어울렸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모든 출연 배우가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약간 살이 붙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2, 3개월의 부산 촬영이 배우와 스태프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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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흑염소’ 악령

염소는 오컬트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동물이자 일종의 클리셰다. 염소의 형상을 한 악마 이미지들을 결합해 극 중의 염소 악령 ‘바포메트’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 염소는 그냥 염소가 아니라 흑염소다. 한국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때로는 몸에 좋은 약재가 되기도 하는 동물. 남동협 감독은 “산길을 가다 보면 쉽게 출몰하고 발견되는 여러 동물 가운데 뱀이나 토끼, 고라니까지 생각해 봤다. 오컬트적인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매칭될 수 있는 동물을 고민했다. 영화의 구조가 특이하기 때문에 세부 요소들은 조금 더 익숙한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흑염소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극 중에 등장하는 흑염소는 실물이 아닌 더미와 CG를 결합했다. 현장에서 실제 염소를 통제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뭔가 가짜 티가 나는 게 <핸섬가이즈>의 세계관과 어울릴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강아지 봉구에게 깃든 처키

영화에서 강아지 봉구의 의젓한 연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봉구를 연기한 강아지 배우는 ‘복순이’라는 이름의 믹스견이다. 원작에서는 두 주인공이 사납게 생긴 불독을 데리고 다닌다. 남동협 감독도 처음엔 불독이나 퍼그를 캐스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훈련된 강아지를 보유한 동물연기자 업체의 후보 리스트를 보다가 복순이가 눈에 들어왔다고. 얼굴은 제임스 딘처럼 잘 생겼는데, 목은 길고 다리는 짧은 믹스견의 몸매를 지녔다는 점이 언밸런스한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쩐지 사연 있어 보이는 그 외모가 살벌한 표정을 훈훈하고 잘생긴 미소로 착각하는 재필이나 상구와 연결되는 매력 포인트였다. 재필과 상구는 소위 어글리하고 사나워 보일 지라도, 강아지 봉구만큼은 영화 제목과 어울리게 핸섬한 얼굴인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는 생각 또한 복순이의 캐스팅을 부추겼다. 문제는 복순이가 암컷이었다는 점. 극 중의 봉구는 수컷이기 때문에, 줄무늬 옷을 입혀 복순이의 실제 성별을 가렸다. 눈썰미 좋은 관객들은 알아채겠지만 극 중 봉구가 입은 줄무늬 상의와 청바지는 호러 영화 <사탄의 인형> 시리즈의 주인공인 처키의 의상 콘셉트를 차용한 것이다. 남동협 감독은 “훈련받은 동물연기자로서, 영화에 필요한 리액션을 다 해준 봉구 역 복순이가 연기 잘하는 강아지로 인정받았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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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구의 카세트 테이프 콜렉션

미나와 상구가 서로 설거지를 하겠다고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함께 설거지를 하게 되는 장면에서, 상구는 ‘설겆이 할 때 듣는 음악’이 녹음된 카세프 테이프를 켠다. 1978년생인 남동협 감독은 80~90년대 문화를 즐기고, 90년대에 대학교를 입학한 X 세대다.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공테이프에 녹음해 듣거나 친구의 카세트 테이프를 빌려서 복사하던 시절의 향수가 느껴진다. 재필과 상구는 남동협 감독과 비슷한 또래로 설정됐기에 비슷한 유행을 즐겼던 세대라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설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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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상구가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놓고 듣는 영어 가사의 팝 음악들은 실제 있는 곡들을 선곡한 게 아니다. <핸섬가이즈>를 위해 음악감독이 직접 작곡한 곡이다. 의도적으로 관객들이 8, 90년대에 존재했을 법한 디스코풍의 팝송처럼 인식하길 바라며 만들었던 이 곡들은 상구의 순수함과 관객의 즐거움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총알탄 사나이>부터 <이블데드>까지, 내 마음에 오마주를 깔고

8, 9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자란 ‘할리우드 키드’로서 남동혁 감독은 <핸섬가이즈>의 곳곳에 자신이 사랑했던 호러들을 오마주하는 장면들을 심어놓았다. 산장에 온 최소장이 문을 발로 찼다가 문 구멍이 뚫리는 과정에서 비틀대다가 뜨거운 주전자에 손을 데는 식의 슬랩스틱 액션은 데이빗 주커 연출, 레슬리 닐슨 주연의 <총알탄 사나이>(1990) 1편 오프닝에 나오는 장면을 재구성한 것이다. 후반부 오컬트 장면들이 이어질 때, 마룻바닥에서 손이 나와 성빈을 끌고 들어가는 장면은 호러 팬들에게 유명한 샘 레이미의 <이블데드>(1981)의 한 장면을 오마주했다. 기절한 미나가 깨어났을 때 상구가 부엌에서 <13일의 금요일>시리즈의 살인마 제이슨 부히스가 쓴 것 같은 용접 마스크를 쓰고 불쇼를 하고 있는 것을 보는 장면도 꼽을 수 있다. 대사의 오마주로는 영화 후반 너크건을 쏘며 악령을 응징할 때의 한마디, “지옥으로 꺼져”를 들 수 있다. 숱한 호러 영화의 엔딩에서 갖은 고생을 하던 여주인공이 살아남아 살인마 혹은 악령을 처단할 때 내뱉는 대사 “Go to hell”을 미나의 입으로 들려준다.

<핸섬가이즈>의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는 상구가 기절했다가 깨어난 성빈에게 “학생, 아직 안 죽었군요”라고 하는 순간이다. 오마주도 애드리브도 아니지만, 상구 역 이희준의 상대를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열받게 하는 대사 톤이 예측 불허한 웃음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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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내두를 만한 재필의 혀 길이

남동협 감독이 <핸섬가이즈>에서 가장 만족스럽고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는 순간이 있다. 이성민이 연기한 재필이 악마가 빙의한 성빈을 해머로 한방 먹이고 난 후 기습을 당해 쇠꼬챙이가 허벅지에 꽂히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순간이다. 그때 카메라가 틸트 업 하면 혓바닥을 내밀면서 괴로워하는 재필의 얼굴이 보인다. “그 고통스러워하는 연기가 너무 웃겼다. 이성민 선배님이 혀가 그렇게 긴 줄도 몰랐고 선배님도 본인의 혀가 저 정도로 길게 나오실 줄 몰랐다고 하셨다. 주성치의 영화에서 활약하셨던 오맹달 배우가 부활한 느낌도 들었다”는 남동협 감독. 이 장면은 이성민의 혀를 내두르는 연기와 감독의 기이한 취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전반적으로 재필 역 이성민, 상구 역 이희준 두 배우의 적극적인 호응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연극 무대에서 오히려 병맛 코미디를 훨씬 많이 했기에 영화에서의 코미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두 배우. 현장에서 마음껏 몸을 던지는 것은 물론, 어떤 추가적인 설정과 테이크에도 호의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제작진에게 “우리끼리만 재밌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일깨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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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전하는 최후의 진실

극 중에서 상구는 “우리가 뭐 빠지는 게 있노. 인물이 훤칠하네”라며 항상 잘생겼다고 말해주는 재필의 가스라이팅(?)을 받고 있다. “상구는 본인의 잘생김을 철썩같이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악령이긴 하지만 어떤 초월적 존재가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마치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가 네 아버지다’라고 말했을 때의 충격만큼 큰 충격으로 표현되길 원했다.” 남동협 감독의 말이다. 재필 역 이성민은 시나리오에서 그 대사를 보고 기가 차서 “감독님이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악마에 빙의된 성빈 역 장동규의 뻔뻔하게 즐기는 듯한 연기, 상구 역 이희준이 진실이 무너졌을 때의 느낌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려준 노력 덕분에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장면이 됐다. 위험한 도전이었던 순간들은 허술한 코미디를 만들지 않으려는 배우들, 제작진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쫀쫀하게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