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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유일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강보라(한국경제매거진 기자)
사진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자립’이다. 강원도 유일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 정체성을 지키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지역 최초 비영리민간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이끄는 신영은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극장으로 사랑받는 공간이다.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로 완성된 신영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2012년 5월 18일, 폐관한 옛 신영극장 자리에서 개관했다. 인구 20여만 명의 소도시에서 전용관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지역의 영화인으로 구성된 강릉씨네마떼끄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며 불가능을 실현 가능으로 만들었다.

강릉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신영극장은 강릉의 랜드마크였다. 1960년대부터 운영된 신영극장은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문전성시였고, 영화 상영 외에도 공연이나 학예회 같은 여러 행사로 문화의 중심이 됐다.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강릉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던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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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강릉 신영극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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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신영극장(단관극장 시절)의 주변 풍경

이처럼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았던 곳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2009년 폐관하며 시련을 겪었고, 이를 안타까워하던 시민들의 참여로 지난 2012년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2016년 다시 재정 악화 등으로 휴관했고, 강릉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전용관에 연간 5,000만 원을 지원하면서 2017년 3월 재개관하는 부침의 세월을 거쳐 왔다.

운영의 주체인 강릉씨네마떼끄는 강릉에도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볼 수 있는 상설영화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개관했다. ‘재미있는 영화들을 함께 보자’는 순수한 열정으로 재개관의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이후 ‘재미있는 영화, 다양한 영화, 당신의 극장’을 테마로 매주 새롭게 개봉하는 독립·예술영화들을 선보이고 있다. 흥행 위주의 상업 영화가 아닌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한국 독립영화와 해외 예술영화를 상영하며 관객과 영화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획기적인 기획전으로도 눈길을 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당시 강릉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알리기 위해 ‘한국 영화의 맛, 한국 문화의 멋’이라는 기획으로 대표적인 한국 독립영화 9편을 선정해 영문 자막이 포함된 특별상영회를 펼쳤다. 한국 영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비롯해 <만신><족구왕><지슬><모든날의 촛불> 등의 독립영화가 평창올림픽 폐막식 전날까지 영어 자막과 함께 무료로 매일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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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사용된 영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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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찾은 핀란드 관객의 인터뷰 모습, 출처오마이TV

또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한 한국 독립영화를 위해 코로나19 극복 기획전인 ‘다시 만나요, 한국독립영화’를 열어 재조명했다. 강원도의 긴축재정 등의 이유로 신영에 대한 지원금이 전액 삭감되는 위기에서는 신영극장 후원 캠페인인 ‘신영을 부탁해!’로 폐관 위기를 넘기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신영에서 만나는 과거와 현재의
흥미로운 공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100년이 넘은 영화의 역사에서 여전히 그 가치를 발하는 영화들을 소환하는 시네마테크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독립영화가 개봉하면 영화를 만든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을 초청해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했고, 매주 고전 영화, 작가들의 영화들을 소환했다. 필요에 따라 특별전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영화들을 주목하고 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로비에는 운영의 주체인 강릉씨네마떼끄가 수집한 약 3,300편의 DVD와 블루레이가 비치되어 있다. 관객들이 고전 영화부터 국내외 신작 영화까지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밖에 《키노》, 《씨네21》, 《로드쇼》 등의 잡지도 배치되어 있는데, 영화 관람객이 아니라도 잡지를 읽고 DVD 대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대기 공간 곳곳에 배치된 관객의 응원 메시지는 신영의 굴곡진 역사를 기록하며 이곳에 대한 강릉시민의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대기 장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희귀 자료들도 많다.

과거에 수집된 자료로 1990년대 무드를 느낄 수 있는 대기 장소

강릉씨네마떼끄는 극장 운영 외에 도내 최초의 독립영화제이자 국내 최초 야외 상영 영화제인 정동진독립영화제도 주최하고 있다. 낮에는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고, 해가 지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강릉의 이색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꿈꾸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전 작품을 배리어 프리로 상영해 눈길을 끈다. 음성 대사를 한글 자막으로 표기하는 것은 물론, 소리 정보도 모두 자막으로 표기하고 있다. 개막식도 수어 통역으로 동시 진행됐다. 이런 배려 덕분에 관객들은 편견과 장애를 잊고 정동초교 운동장에서 영화제 슬로건처럼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를 즐기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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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개최된 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상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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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상인 ‘땡그랑동전상’ 투표소

정동진독립영화제의 특별한 관객상 ‘땡그랑 동전상’도 이색 이벤트로 꼽힌다. 관객들이 당일 본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에 동전으로 지지를 표시하는데, 액수가 아닌 동전 개수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가장 많은 동전을 받은 영화가 상금으로 전체 동전을 차지하는데, 2014년 처음으로 10만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역대 최다 관람객 수(8,142명)를 기록한 지난해는 김은영 감독의 <더 납작 엎드릴게요>가 82만 770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처럼 즐겁고 색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참여와 관심을 이끄는 관객상이기에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에 대한 사랑과 추억으로
신영을 지키다

신영은 지난해 큰 위기를 겪었다. 강원도와 강릉시에서 독립영화, 예술영화 전용관을 지원하는 지자체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재정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재정 악화를 딛고 2017년 3월 재개관한 뒤 6년 만의 일이다. 강릉씨네마떼끄는 추가 경정 예산을 받기 위해 강원도와 강릉시에 예산안을 올렸으나, 예산안이 통과된 후에도 보조금이 지급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최대 5월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 캠페인 ‘신영극장을 부탁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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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극장의 후원 캠페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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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의 위기에서 시민들이 신영에 보낸 응원의 메시지

‘신영극장을 부탁해!’ 후원 캠페인은 강릉시민들을 포함해 전국 영화인들의 참여로 모금 12일 만에 전체 모금액의 반 이상을 모았고, 신영극장을 지지하는 임순례 감독과 문소리, 전여빈, 공민정 등의 배우가 캠페인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강릉 출신 배우 전여빈에게 ‘신영’은 의미 깊은 장소다. 강릉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명작들을 감상했고, 영화와 청춘에 대한 열정이 새겨 있는 곳이기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다. 전여빈은 샬롯 웰스 감독의 독립영화 <애프터 썬>을 직접 선정하며 씨네토크로 관객과 소통을 이어갔다.

“저는 이 장소와 또 독립영화, 예술영화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업 진영에서는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깃거리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그걸 너무나 사랑하고 갈구하기 때문에 소통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너무 큽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신영을 지키고 싶고,
지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소통을 더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 배우 전여빈의 씨네토크 발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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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극장을 부탁해!’ 후원 캠페인에 참여한 배우 전여빈의 씨네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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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정 배우 단편선> 씨네토크로 참여한 배우 주종혁과 공민정

“신영극장은 저도 강릉에 올 때마다 들리는 곳인데, 너무 좋잖아요. 
다양한 영화도 즐길 수 있고, 의자도 너무 편하고요.(웃음)
신영극장이 사라지지 않게 친구분들하고 일주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잊지 않고 계속 찾아와 주셨으면 해요.”

-<공민정 배우 단편> 씨네토크에 참여한 배우 공민정의 발언 중에서

“<우생순>을 15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관객들과 강릉에서 함께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세 사람 모두 신영극장이 강릉에서 꿋꿋하게 자리 잡고 계속 유지가 됐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오늘 찾아주신 것처럼 평소에도 많이 찾아주시고,
한 달에 1만 원씩이라도 CMS 회원에 꼭 가입해 주시면
신영극장이 오래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영극장 후원 캠페인에 참여한 임순례 감독의 발언 중에서
<우생순> 15주년 행사로 참석한 배우 조은지와 문소리, 임순례 감독

상영관이 중요한 이유는 소통의 예술인 영화가 완성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목격하는 관객이 있어야 영화는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관객이 목격한 순간부터 영화의 가능성이 무한해진다. 그런 목격의 시간이 신영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역사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며 “내일도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라는 인사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profile
송은지 프로그래머
Mini interview
“신영은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아카이브입니다”
Q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지금 위치한 곳은 1960년대 800여 석의 좌석이 있었던 신영극장 자리입니다. 1990년 대폭설로 극장이 무너지게 되었고, 이후 다시 지은 쌍둥이 건물에 신영극장 1, 2관이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폐관한 신영극장 2관에서 독립·예술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방문하시면 타임 워프한 것처럼 1990년대의 무드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껏 저희가 수집한 영화 관련 자료들과 이제 막 개봉한 영화의 포스터들이 한데 어우러져 시공간을 초월한 듯 흥미 있는 경험이 가능합니다.

Q

가장 성공적인 기획전을 꼽아주신다면?

A

매년 5월에는 개관기념 기획전을 진행하는데요, 올해는 개관기념일인 5월 18일부터 26일까지 ‘하마구치 류스케 특별전’으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장편 극영화 전편을 상영했습니다. 최근 예술영화관에서 가장 호응이 좋은 감독 중의 한 명인만큼, 예매 등에서 뜨거운 호응이 있었죠. 특히 <친밀함> 상영 후 진행한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영화 강연에 전국적인 문의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여러 가지 스타일의 댄스 필름을 상영하는 기획전 ‘댄스 필름 댄스’도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다양하고 실험적인 영화들을 선별해 관객들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죠. 이런 기획전을 개최할 때는 강릉시민뿐만 아니라 강원도 지역, 그리고 타지역에서 전해지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즐거운 마음입니다.

Q

방문객을 대상으로 영화 DVD와 잡지 등의 대여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A

극장 로비에서 마주할 수 있는 DVD와 잡지들은 1996년 강릉씨네마떼끄가 창립된 이래 회원들이 꾸준히 모아온 자료들입니다. 과거에는 비디오테이프도 대여했지만, 지금은 DVD와 블루레이만 대여하고 있습니다. 장르와 상업, 독립영화를 가리지 않고 3천여 편의 다양한 영화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잡지는 《키노》, 《씨네21》, 《로드쇼》, 《스크린》 등으로 현재는 폐간된 잡지도 있어서 시네필에게는 특별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런 자료들은 강릉씨네마떼끄의 역사이자 한국영화 문화, 씨네필 문화의 역사이기도 해서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대여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극장 운영 외에 대표적인 활동으로 정동진독립영화제도 진행하고 계시는데요, 상영 기준이 궁금합니다.

A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는 현재 개봉하는 최신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강릉시민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영화,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누고 싶은 영화들로 1년에 4~5회 정도 특정 감독이나 주제에 관한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매년 8월 정동초등학교에서 개최되는 야외 영화제입니다. 야외 영화제인 데다 누구나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에, 전체 관람이 가능한 수준의 영화를 선정합니다. 새롭게 제작된 한국독립영화들 중에서 정동진과 잘 어울리며 독특한 개성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줄 수 있는 영화들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Q

운영난으로 시작된 ‘신영극장을 부탁해’ 후원 캠페인에 뜨거운 호응이 있었습니다. 참여하신 시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규모가 작은 도시일수록 영화관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고, 더군다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유지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가 여러 문화예술 향유에 있어서 가장 대중적이라고 하는데도 말이죠.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신영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신영극장’인 이곳을 기억하는 강릉시민들과 영화와 극장을 사랑하는 열렬한 관객들, 영화인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극장에 방문하는 여러분입니다. 언제나 영화와 극장과 함께해 주세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location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홈페이지
theque.tistory.com
위치
강원 강릉시 경강로 2100 4층
관람료
일반 9,000원
청소년 8,000원 (만 18세 미만)
어린이 6,000원 (만 13세 미만)
유아 5,000원 (만 7세 미만)
시니어 5,000원 (만 65세 이상)
장애인 5,000원 (휠체어 이용객 동반 1인 5,000원)
문의
033-645-7415
상영관
1관 (총 111석 -일반좌석 107석, 휠체어 4석)
부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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