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inema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 글
- 강보라(한국경제매거진 기자)
- 사진
- 인디스페이스
Art Cinema
인디스페이스는 다양한 철학과 소신 있는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애쓰는 인디스페이스가 있었기에 지금의 독립영화가 반짝이며 빛날 수 있었다.
인디스페이스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국내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이다. 2000년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전용관 건립을 추진해 2007년 11월, 서울 명동 중앙시네마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이후 다양한 한국 독립영화를 선보여 온 인디스페이스는 임대해 있던 서울극장의 폐관으로 약 7년간의 종로 시대를 마무리하고, 2022년 젊음의 거리인 홍대에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이 인접한 서울 마포구 롯데시네마에 마련된 상영관은 인디스페이스가 멀티플렉스 안에 입주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인들의 요구로 배급지원센터에서 극장사업으로 확장한 만큼 일반 극장과 달리 한국 독립영화들의 안식처이며 독립영화인들의 사랑방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또 대중적으로 확장된 <워낭소리>의 장기 흥행을 시작으로 <똥파리><두 개의 문><지슬> 등으로 독립영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소외된 곳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은 굳건한 철학과 소신 없이는 힘든 일이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이 제24회 여성영화인상인 ‘강수연상’을 수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원승환 관장은 국내 최초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하며 독립영화 정책과 대안 마련에도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원주 아카데미 영화관 불법철거 규탄 운동 등의 공로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린 인물이다.
인디스페이스는 거대 자본이나 공적 지원 없이 오직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힘으로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의자 뒤에 새겨진 좌석 기부자 명단이 말해주듯 수많은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인디스페이스의 근간인 셈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블랙리스트라는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2009년, 강제 휴관을 하는 암흑기도 존재했다. 컴컴한 암흑기를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인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 덕분이었다. 마음을 모은 후원이 있었기에 2012년 서울 광화문, 2015년 종로 3가 서울극장에서 다시 한국의 독립영화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증거가 인디스페이스의 좌석에 새겨진 이름들이다. 인디스페이스만의 '나눔자리 후원'은 200만 원 이상 후원 시 상영관 좌석에 이름을 새겨주는 방식으로, 2012년 인디스페이스 재개관부터 시작해 어려운 고비마다 관객, 감독, 배우, 각종 영화단체 등의 관심과 애정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안성기, 강수연, 장동건, 예지원, 지진희 등의 영화인뿐 아니라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도 함께 힘을 보탰다. 상영관에는 이름이 빼곡한 의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십시일반의 힘으로 세워진 곳이 바로 인디스페이스다.
인디스페이스는 영화인들에게 숨 쉴 수 있는 마음의 아지트로 자리한다. 멀티플렉스 체재에서 상영의 기회를 얻기 어려운 작품들에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것은 물론,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영화 진영 안에서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멀티플렉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다움이 존재한다. 상영 이후 진행되는 감독과 배우와의 대화 시간에서도 일반 상영관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디스페이스만의 끈끈한 연대와 친밀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인들의 인큐베이터로 인식되기 때문에 독립영화 상영관만의 독특한 매력이 발산되는 것이다.
다양한 시선과 소수의 목소리를 지향하는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를 매개로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홍대 시대를 맞아 관객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인디스페이스 안에서 다양한 취향과 생각을 접하며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과 공감하고 연대해 ‘더 큰 우리’를 만들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다. 이것이 인디스페이스의 철학이자 존재 이유다. 인디스페이스는 편견 없는 세상과 나만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오늘이 기대되고 내일이 궁금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Mini interview
국내 최초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으로 독립자존의 상징을 가진 곳입니다. 인디스페이스가 추구하는 운영 정책이 궁금합니다.
인디스페이스는 한국 독립영화에 개봉을 통해 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이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설립하였습니다. 우리는 경제적인 이유로, 정치적인 이유로 대기업 멀티플렉스로부터 외면당하는 독립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상영하고 있으며, 사회적 참사를 다룬 영화, 그리고 동성애 등 소수자를 다룬 영화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상영합니다.
서울 명동에서 시작해 신문로, 종로를 거쳐 홍대에 터를 잡았습니다. 홍대 시대를 맞이하며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홍대는 1990년대부터 언더그라운드 문화예술이 활발했던 지역이며, 지금도 많은 클럽, 공연장, 카페, 영화관, 갤러리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홍대의 문화예술을 지칭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면 바로 ‘인디(indie)’입니다. 한국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인디스페이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이 있다면 바로 이곳 홍대일 것입니다. 2021년 서울극장이 팬데믹으로 인해 폐관 결정을 내렸고, 재개관을 고민할 때 홍대는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현재 상영관은 멀티플렉스 안에 입주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합니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운영하기를 원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독립영화전용관은 이익을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출이나 투자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기존 영화관을 임대할 수밖에 없었고 롯데컬처웍스의 도움으로 이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인디스페이스에 오시면 큰 스크린에서 좋은 사운드로 편안하게 독립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세 시간 무료주차도 가능합니다.
인디스페이스만의 독자적인 기획도 유명한데요,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인디스페이스는 개봉 영화를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인디토크’를 진행하고 있으며, 1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 중 관객 투표로 한 편을 선정하여 상영하는 ‘인디돌잔치’도 매월 진행합니다.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월간 동물영화', 배우를 집중 탐구하는 '낫띵벗필름' 배우전, 다채로운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만날 수 있는 '애니살롱전' 등 매월 색다른 정기 상영회를 진행합니다.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의 작품을 상영하는 ‘반짝다큐페스티발’과 퀴어영화를 선보이는 ‘썸머프라이드시네마’라는 영화제도 주최하고 있으며, ‘영화를 말하다’라는 비평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이달(혹은 올해의)의 기대작을 꼽아주신다면?
올해 4월 16일이 ‘세월호 10주기’입니다. 이를 맞아 유가족과 영화인이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바람의 세월>(감독 문종택, 김환태)가 개봉합니다. 이와 함께 ‘세월호 10주기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세 가지 안부’- <드라이브97>(감독 오지수)<흔적>(감독 한영희)<그레이존>(감독 주현숙) 등을 상영하는 기획 상영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개봉 예정작 중에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와 <낮술>을 만들었던 노영석 감독의 신작이며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장작인
OTT 시대에도 극장을 찾고, 독립영화를 관람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술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이유에는 남들과 같은 것을 보고 감상을 나누는 것도 있지만, 나만의 고유한 예술 취향을 만들어 가는 것도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누구나 좋아하는 영화가 아닐 수는 있지만, 나만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도 있습니다. 영화관에는 나만 공감할 것 같은 영화에 공감하는 다른 관객이 있습니다. 관객들이 서로 공감하고 즐거움과 위로를 나누는 곳이 영화관입니다. 인디스페이스에서 공감하고 안부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관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인디스페이스는 주류영화관이 외면하는 한국 독립영화를 상영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객 여러분들이 인디스페이스에 와서 독립영화를 봐주시면 인디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후원금을 내면서 연대하시는 것도 매우 고마운 일입니만, 영화를 보러 자주 오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