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화된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
CJ ENM 스튜디오스 윤제균 대표이사 인터뷰
- 글
- 이은지(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 사진
- 임익순, JK필름, tvN
Interview
CJ ENM 스튜디오스 윤제균 대표이사 인터뷰
한국 최초 쌍천만 감독, 제작자, 작가. 이는 윤제균 감독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2022년 또 하나의 타이틀을 얻었다. 바로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이사다. CJ ENM 스튜디오스는 2022년 4월 설립된 CJ ENM 자회사로 국내외 OTT 플랫폼을 타깃으로 멀티 장르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다. 윤제균 감독은 7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동안 앞서 언급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던 그가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이사직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일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CJ ENM 스튜디오스 윤제균 대표이사를 만났다. CJ ENM 스튜디오스와 함께하기로 한 이유부터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향,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갈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급변하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 그는 “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조만간 야심차게 준비한 CJ ENM 스튜디오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JK필름은 곧 윤제균을 의미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이사를 수락한 이유가 있나.
일단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내가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이사를 하게 되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그 이유가 명확해야 움직일 수 있다. CJ ENM 스튜디오스를 설립함에 있어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글로벌, 그러니까 세계화였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의 제작 스튜디오 설립이었다. 미국을 보면 유니버셜이라던지, 파라마운트 등 산업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는 큰 제작 스튜디오가 있지 않은가. 국내에는 개인 제작사가 각개전투를 벌였는데, 그 제작사들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장의 파이를 키워 다음 목표인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결국은 글로벌인데, 이는 혼자 하기 너무 힘들다. 현재 CJ ENM 스튜디오스에는 박찬욱 감독, 강제규 감독, 나영석 PD 등 뛰어난 실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창작자들이 힘을 더하면 K-콘텐츠의 글로벌화에 많은 힘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명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수락했다.
2016년, CJ그룹에서 JK필름을 인수하면서 이미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2022년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이사를 맡게 됐는데,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가.
연장선이라기보다는 내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 수많은 창작자 가운데 허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 내 능력이 뛰어난다기보다는 중간에서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위치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후배인 김용화 감독 등과 선배인 박찬욱, 강제규 감독 등 사이에서 서로 화합하고 조율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기회를 준 것 같다.
CJ ENM 스튜디오스는 극장용 영화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을 타깃으로 한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내가 대표이사직을 수락한 명분과 연결된 지점이다. 현재 CJ ENM 스튜디오스의 전략을 오직 두 가지다. 글로벌과 웰메이드.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보면 일정 부분 이상의 퀄리티를 담보로 한다. 우리 역시 그래도 충분히 믿을 만하다는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이고, 이 좁고 한정된 시장에서 우리끼리 경쟁을 하는 것보다 결국은 글로벌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국제시장>(2014) 이후 JK필름 자력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같이 힘을 더해 K-콘텐츠를 글로벌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다.
CJ ENM 스튜디오스 설립 이후 국내에도 제작 스튜디오가 생기고 있다.
맞다. CJ ENM 스튜디오스가 시발점이 돼 이제 막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영화 산업, 콘텐츠 산업이라고 불렀지만, 그 산업을 실질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다 영세한 개인 제작사 중심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큰 프로젝트나 글로벌 콘텐츠를 기획하게 제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몇몇 스튜디오가 생긴 현시점에서 서로 좋은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 스튜디오스는 다른 스튜디오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다른 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이런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결국은 산업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긍정적인 효과가 생기길 기대한다.
소속된 제작사(본팩토리·JK필름·블라드스튜디오·엠메이커스·모호필름·용필름·만화가족·에그이즈커밍)들이 많다. 이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하는가.
알다시피 개인적으로 모두 친분이 있고, 모두가 업계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현재는 한 그룹으로 모여있고,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 프로젝트를 공유한다. 한 제작 스튜디오에 모여있지만, 각각의 회사마다 개성이 다르고 색이 다르다. 예를 들어 좋은 기획이 있는데 본인 제작사 색과 다를 때, 과거에는 그냥 버려졌다면 현재는 스튜디오에 소속된 다른 제작사에 제안하면서 발전될 여지가 생겼다. 또 공모전을 진행했을 때 다양한 제작사가 모여있으니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좋은 작품은 관객들을 더 빨리 만날 수 있게 됐다.
외부에서는 CJ ENM이 영화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소문, 예측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투자를 하지 않으니까 그런 소문이 나오는 것 같다. 아주 심플하다. 꾸준히 투자하면 사업을 이어가나보다 하고, 투자를 안 하면 사업을 접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이런 상황은 CJ ENM만의 문제는 아니다. 새로 투자를 한 작품보다는 과거 작품을 개봉시키고 있다. 다른 투자배급사도 마찬가지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말이라 서로 계속 영화 사업을 이어가는지 물어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진짜 영화 사업을 접는다면 투자팀을 없애지 않았겠는가.
영화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위기와 함께 큰 변화가 여전히 진행 중인데 이 업계에 20년 넘게 몸담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20년 넘게 영화를 하면서 위기가 아니었을 때가 없었다. 한국영화는 항상 위기다. 다만, 이번 위기는 과거 20년 동안 겪은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코로나19 전을 이야기하면, ‘좋은 영화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었다.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외면하지 않고 극장으로 보러 와 주셨다. 그런데 요즘은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시대가 아니다. 그저 재미가 없어서, 완성도가 떨어져서 외면받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변화에 CJ ENM 스튜디오스도 대응책으로 생각하는 계획이 있는가.
내 좌우명이기도 한데,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제작사의 대응책이라 생각한다. 현재 상황이 극장이 어렵고, OTT가 중심이다.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그 변화를 탓할 순 없지 않은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감독이니까 영화만 한다는 것도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를 준비하기도 하고, 극장 영화로 맞는 콘텐츠면 영화로 만든다. 하지만 또 어떤 콘텐츠가 시리즈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면 시리즈로 가자는 이야기를 한다. 현재 상황은 영화와 시리즈의 구분이 없다. 많은 창작자가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 콘텐츠를 K-콘텐츠라고 부르는데, 그 인기나 위상을 체감한 적이 있는가.
미국에서 실감했다. 몇 년 전, 미국 아카데미 박물관 행사에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열리면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이니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제작사, 투자자들이 다 모였다. 나는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참석했고(편집자 주-이미경 부회장은 아카데미 박물관 부의장이다) 배우 윤여정, 이병헌, 강동원 등이 함께했다. 그런데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이미경 부회장에게 인사를 하러 오더라. 직접 가는 게 아니라 그들이 다가왔다. 그동안 (이미경 부회장이)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이 있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듣기만 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또 할리우드 모든 배우가 윤여정, 이병헌이라는 한국 배우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더라. 당시 <기생충><미나리>[오징어 게임] 등을 안 본 사람이 없었다. 대한민국 5천 년 넘는 역사라고 하는데 그 역사 안에서 우리나라가 이토록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6.25를 제외하고 있었나 싶다. 천재일우라 생각하고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국내 크리에이터의 능력을 믿는다. K-콘텐츠가 무엇인가를 따라 한 것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맞다. 실제로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것 같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것을 누가 예측했겠는가. 영화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속어가 있다. ‘영화는 한방이다.’ 과거 <쉬리>(1999)<실미도>(2003)가 나왔을 때 영화계를 한방에 바꿔놨다. 현재로 거슬러 올라오면 <기생충>이, 또 [오징어 게임]이 세상을 확 바꿔버리지 않는가. 그저 우리는 계속해서, 꾸준히 준비할 뿐이다. 윤여정 선생님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콘텐츠가 갑자기 잘 된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항상 똑같이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주목을 받은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생충>이 도화선이 돼 빵 터뜨린 것이다.
감독, 제작자, 작가, 그리고 2022년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이사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어떻게 균형을 맞춰가고 있나.
앞서 말한 것처럼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 몸이 하나라 모든 것을 다 잘할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한다. 회사에 일이 있을 때는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고 작품 준비할 때는 그것에 몰두한다. 잠을 줄여야지 별수 있겠나. 주말에 글 좀 쓰고, 평일에는 대표로 일하고, 틈틈이 사람을 만나면서 균형을 맞춰 나간다.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이사가 된 뒤로 아직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조만간 감독으로서 작품을 내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2022년 7월 대표인사로 선임이 됐고, 1년 6개월이 조금 넘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어떤가.
1년 6개월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잘해보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앞섰는데 시장이 급변하고 있고, OTT 시장까지 아우르고 예능 프로그램까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미친 듯이, 그리고 열심히 달렸던 시간이었다. 그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다. 콘텐츠라는 한 번 준비하고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짧게는 1~2년, 길게는 4~5년이 걸린다. CJ ENM 스튜디오스가 만들어진 게 2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글로벌화된 웰메이드 콘텐츠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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