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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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②

좀비가 진화하듯 달린다

한국영화 특수분장은 지금?

SPECIAL ①

좀비가 진화하듯 달린다

한국영화 특수분장은 지금?

글 _ 박꽃(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2026-06-22

<군체> 속 단체로 달려드는 좀비들(제공=쇼박스)

CG가 영화나 드라마 제작의 일부가 된 지 오래지만, 인공적인 이미지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지는 특수분장은 여전히 촬영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인간 신체 부위와 특정 피부층의 고유한 질감, 좀비 캐릭터만의 기괴한 외모 특성, 배우의 극단적인 노화나 비만 상태를 실리콘 같은 물리 재료를 활용해 구현해 내는 가장 원형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성 있는 특수소품까지 곁들여지면 작품만의 고유한 설정과 분위기는 한층 강화된다. 전문가의 손을 거쳐 완성된 이런 결과물이 ‘기초 비주얼’ 역할을 하면, 이를 토대로 생성된 CG는 보다 생생한 실재감을 확보하게 된다. 작품의 색채를 강화하고 관객의 몰입을 돕는 특수분장의 힘은 최근의 한국영화 속에서도 확인된다.

피와 상처, 점액질 등 특수분장을 통해 좀비의 리얼함을 살린 <군체>(제공=쇼박스)



하얀 점액질, 끈질긴 실험의 결과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연상호 감독의 <군체> 속 좀비는 몸에서 흘러내리는 하얀 점액질이 고유한 특징이다. 극 중 좀비들은 점액질을 통해 서로 교신하거나 외부 정보를 동시 업데이트한다. 이 점액질은 황효균 대표가 이끄는 특수효과 회사 ‘더 셀’의 작품이다.

황효균 대표는 “끈적거리면서도 쭉쭉 늘어나는 재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재료를 넣고 묽은 버전, 된 버전, 투명한 버전, 하얀 버전, 노랗거나 갈색인 버전까지 두루 테스트했다”면서 “감염자가 최초로 토할 때, 피부에 묻어서 흘러내릴 때, 좀비와 좀비가 붙어서 교류했다가 떨어질 때 등등 좀비 관련 장면마다 사용한 재료가 전부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업비밀이라 재료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젤라틴을 넣을지, 물엿을 더해볼지, 화장품 종류 중에서 무언가를 추출해 볼지 고민하면서 계속 테스트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준비 과정은 늘 실험실 연구원이 되는 느낌”이라는 게 황효균 대표의 소감이다.

더 셀은 <부산행>(2016), <반도>(2020), <군체>로 이어지는 연상호 감독의 좀비 3부작 특수분장에 모두 참여했다. 같은 좀비라도 각 작품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표현돼야 했다. 연상호 감독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황효균 대표는 “<부산행> 때는 의식 없이 식탐에 골몰하는 좀비들이라 신체를 물어뜯긴 분장이 많았다”면서 “시간이 한참 흐른 <반도>에서는 오랫동안 먹지 못해 몸이 마르고 피부도 논바닥 갈라지듯 건조한 데다가 머리카락까지 빠진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반면 <군체>의 좀비들은 자기 무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교감을 하기 때문에 살점이 뜯겨 나가거나 내장을 섭취하는 류의 표현은 거의 없다”면서 “같은 좀비라도 작품을 거치며 진화하는 모습을 특수분장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영화 내내 좀비들의 몸을 둘러싸고 쇼핑몰의 온갖 벽을 점령했던 끈적한 점액질이 감염자들의 기상천외한 동작들과 함께 <군체>의 핵심적인 이미지로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이유다.

더 셀의 구성원은 약 20명으로, <부산행>부터 <군체>까지 통상 작품당 15명 전후 인원이 투입됐다. 좀비 분장에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용 인력을 최대화해야 처음 분장 받는 배우와 마지막 분장 받는 배우 사이의 시간 차가 길게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좀비가 등장하는 촬영마다 필수적으로 현장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군체> 당시 전체 회차의 3분의 2가량을 상주하다시피 했다는 설명이다. 황효균 대표는 “많게는 하루에 70~80명까지 좀비 분장을 한 날도 있다”면서 “촬영 도중 지워진 분장을 수정해 주고, 식사 후에는 재분장을 하거나 렌즈를 다시 끼워주는 등 수시로 할 일이 많아 현장 일정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쭉 그곳에 있는다고 봐야 한다”며 치열한 작업 과정을 전했다.


김신록 배우(왼쪽)와 좀비 역할 배우들의 분장 모습.
좀비들이 생성하는 끈적하고 하얀 점액질을 표현한 것이
<군체> 특수분장의 핵심이다
(제공=더 셀)



세월과 감정, 콘셉추얼하게 살리기 미스터리 스릴러나 호러, 재난 블록버스터 장르가 아니라면 많은 경우 특수분장은 ‘세월의 리얼리티’에 각자의 콘셉트를 부여하고 인물의 감정선을 살려내는 게 핵심이다. 현대극에서는 해당 극의 성격에 맞는 노인 분장, 사극에서는 당시의 시대적 환경을 반영하는 얼굴이 필요하다.

지난해 여름을 책임졌던 영화 <좀비딸>의 경우 수아(최유리)가 괴물 같은 존재가 아닌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라는 캐릭터였던 만큼, 극화된 괴물 느낌보다는 감정선에 따른 눈빛 변화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늘분장 팀은 감정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눈을 표현하기 위해 안과에서 배우의 안구와 동공 크기를 잰 뒤 미국 회사에 4종 이상의 특수렌즈 맞춤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조태희 하늘분장 대표는 “일반 콘택트렌즈와 달리 500원짜리 동전 정도의 크기로 안구 전체를 감싸는 큰 렌즈였던 만큼 하늘분장 팀원 두 명이 호흡을 맞춰 끼워야 할 정도로 난도가 있는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좀비 묘사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핏줄이 피부 바깥으로 튀어나온 모습’ 역시 좀비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이 공존할 수 있도록 너무 극대화되지 않는 느낌으로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조태희 대표는 좀비 분장뿐만 아니라 할머니 김밤순 역 이정은 배우의 노인 분장도 주요하게 기억한다. “보통 노인 분장이라고 하면 세월의 고생이나 고뇌를 담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인’, 고생의 흔적보다는 ‘철없고 큐티한 느낌의 노인 분장’을 살리는 게 포인트였다.” 특수분장과 가발을 연결해서 영화 속 호쾌한 할머니 김밤순의 얼굴이 만들어졌다.


<좀비딸> 웹툰 속 김밤순과 수아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특수분장(왼쪽)과
특수렌즈를 통해 구현한 좀비의 단계별 동공 변화(제공=NEW, 하늘분장)



사극에서 특수분장 팀의 기술적인 도전은 비슷한 것 같아도 매번 달라진다. 조태희 대표는 “<한산: 용의 출현>(2022) 때는 배우들 머리를 밀고 작업했다면, <노량: 죽음의 바다>(2023) 때는 일본 장수들을 연기한 백윤식, 박명훈, 이규형, 이무생, 주석태 배우의 머리를 밀지 않고 오로지 특수분장으로만 민머리를 표현하고, 특수가발을 제작해 사용했다. 조태희 대표는 “두상을 정확한 사이즈로 본뜬 뒤 본인의 실제 머리는 밀착시키고, 완성된 실리콘 가발로 전체를 감싸는 작업”인 동시에 “8명에 가까운 등장인물에 모두 동일한 작업을 진행했고, 매번 소요 시간만 4~5시간씩 걸리는 대공정이었다”면서 “노하우가 쌓인 상태여서 가능했던 작업”이라고 기억했다.

영화 <올빼미>(2022) 때 진짜 피부에 침을 놓는 느낌을 주도록 배우들 얼굴이나 등판, 팔 같은 신체 부위에 딱 맞는 슬랩(상처·부상·변형 등을 연출하기 위해 피부 위에 부착하는 피스)을 제작하는 것이나,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2025) 때 조연 배우의 얼굴, 손, 목 주름에 이어 듬성한 머리숱까지 특수분장을 맡아 세월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태희 대표는 “배우의 변신이 이물감이 없어야 한다. 섬세한 디테일 하나가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말한다.

디즈니+의 시리즈인 조선시대 배경의 <탁류>(2025), 1970년대를 무대로 하는 <파인: 촌뜨기들>(2025)에서도 시대감과 캐릭터의 생활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피부 톤부터 차별화하는 특수분장 역시 그런 예들이다. 올 하반기 선보일 가능성이 높은 <국제시장 2>와 개봉을 기다리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 <칼: 고두막한의 검>, <몽유도원도>, <파문> 등의 작품에서도 세월과 감정을 조율하는 한국영화 특수분장팀의 활약을 엿볼 기회가 많을 듯하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 사용된 특수가발은 배우들이 머리를 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민머리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얼굴과 체형 변화에 3D 기술 적극 활용 특수분장 업계는 2020년 전후로 3D 스캔·모델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살목지>의 귀신들 특수분장을 담당했고, 영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를 넘나들며 작업 중인 특수분장 회사 도트도 그런 기술에 적극적이다. 넷플릭스 좀비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이하 <지우학>) 시즌 1의 작업 당시만 해도 좀비로 변화할 배우들의 모습을 직접 스케치하는 등 수작업 공정을 중심으로 일했다고 한다. 반면 내년 공개 예정인 <지우학> 시즌 2 준비 과정에서는 3D 스캔과 모델링 기술을 톡톡히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도트의 피대성 대표는 “<지우학> 시즌 2부터는 배우들의 안면을 3D 스캔한 뒤 3D 프린트 기능을 이용해 바로 틀(거푸집)을 뽑아냈고 곧장 실리콘 인조 피부를 찍어낼 수 있었다”면서 “3D 모델링을 활용하면 여러 시안을 훨씬 빠르게 보여줄 수 있고 수정도 더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배우와 감독이 최종적으로 작품에 쓰일 이미지를 정확하게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트는 내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장르물과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의 특수효과도 맡아 작업했다. 해당 작품들에는 성형을 통해 배우의 얼굴이 대폭 변화하거나 체형이 급격하게 커지는 등의 변화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피대성 대표는 “성형 전 얼굴 설정이 사각턱, 복코, ‘무쌍’이라면 이런 조건들이 실제 출연하는 배우의 얼굴에서 어느 정도 수준과 강도로 구현돼야 하는지 상세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면서 “너무 과도하면 혐오스럽게 보일 수 있고 너무 밋밋하면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을 텐데, 3D 모델링을 통해 배우와 감독이 미묘한 얼굴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했다. 또 “수정 의견이 나오더라도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던 과거와 달리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 준비에 좋은 영향을 주게 되더라”고 의미를 짚었다.

3D 기술 사용으로 의상팀, 분장팀과의 사전 조율도 더욱 쉬워졌다고 한다. 피대성 대표는 “소위 ‘뚱뚱이 분장’을 하려면 의상팀도 특수분장 이후의 체형에 맞는 의상을 준비해야 하는데, 우리가 미리 3D 스캔을 통해 ‘이 정도로 배가 나올 것’이라고 정확한 덩어리감을 공유하면 그쪽에서도 의상 기준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게 된다”면서 “우리 특수분장을 다른 팀이 예측할 수 있도록 시안을 제공하면서 공동작업이 훨씬 원활하고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살목지> 귀신 캐릭터 제작에 사용된 3D 스캔과
모델링 기술(제공=도트)



로봇 슈트, 의학용 장기 등 특수소품까지 담당 이들 작업은 특수분장을 넘어 특수소품을 제작하는 영역까지 확장돼 있다. 더 셀은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SF영화 <정이>(2023)에 등장한 전투로봇 정이의 두상과 슈트 등 특수 기계장비를 제작했다. 도트는 <승리호>(2021) 당시 유해진 배우의 전신을 3D 스캔해 머리, 어깨, 가슴 등에 맞는 부분 로봇 슈트를 만들었고, 넷플릭스 의학 시리즈 <중증외상센터>(2025)에 활용된 각종 내장 기관 등 여러 물질을 넘나들며 소품을 빚어냈다.

특히 <중증외상센터>로 심장, 폐 등 내장 기관을 특수 제작한 도트 팀은 이후 디즈니+의 <하이퍼나이프>(2025), SBS에서 올해 10월 방영 예정인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까지 연이어 의학 드라마 특수소품 작업을 맡게 됐다고 한다. 피대성 대표는 “<중증외상센터>는 개복 수술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실리콘 등으로 만든 심장이나 폐 내부에 무선 조작기로 통제할 수 있는 축대를 집어넣거나 공기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감 나는 움직임을 만들어냈다”면서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공부해가면서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게 <중증외상센터>를 끝내고 나니 <하이퍼나이프>로 뇌를,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로 간담췌(간, 담낭, 담도 및 췌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양성 및 악성 질환을 진단, 치료하는 분야)를 연구하게 되더라”며 웃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의 전투로봇 정이 두상(제공=더 셀)

<중증외상센터> 개복 수술 장면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실리콘 내장 기관(제공=도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021~2025)에 등장한 여러 게임 물품을 제작한 제페토 팀도 특수소품에 일가견이 있다. 제페토를 이끄는 윤황직 대표는 극 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에 등장하는 영희와 철수 캐릭터를 디자인했고, 프론트맨 가면, 리본 스위치 박스, 게임 시퀀스의 주사위, 비석 등 다채로운 특수소품을 만들었다. 사망한 게임 탈락자의 훼손된 신체를 표현하기 위해 더미도 수십 구 제작했다. 윤황직 대표는 “큰 프로젝트에서는 특수분장뿐 아니라 특수소품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특수소품을 만들면서 영화의 콘셉트와 분위기 전반을 함께 잡아 나가는 과정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동물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까다로운 촬영이 필요한 경우에도 특수소품은 빛을 발한다. 하늘분장은 쿠팡플레이 스릴러 시리즈 <가족계획>(2024)과 영화 <도그데이즈>(2024)에 등장한 강아지의 더미를 만들어 촬영에 활용하게 했다. 조태희 하늘분장 대표는 “단순히 모형을 만드는 게 아니라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까지 구현하는 애니메트로닉스 기술을 활용해 생동감을 표현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애니메트로닉스 기술로 생동감을 넣은 <도그데이즈>
강아지 더미
(제공=하늘분장)



인물의 서사를 반영하기 위해 특수분장과 특수소품 제작 과정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함께 빚어 나가는 창작 행위에 가깝다. <은교>(2012)의 노교수 이적요(박해일), <친절한 금자씨>(2005)의 금자(이영애), <아가씨>(2016)의 히데코(김민희),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와 <어쩔수가없다>(2025)의 이병헌 등 굵직한 작품의 유명 배우 분장을 맡으며 작품 속 캐릭터 구현에 몰두해온 미모스 송종희 대표의 생각도 같다.

미모스는 최근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홍위(박지훈)와 흥도(유해진) 캐릭터의 특색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작품 안에서 캐릭터를 위해 분장을 넘어 특수분장의 영역까지 표현해온 송종희 대표는 “박지훈 배우의 우수에 찬 얼굴과 눈 밑 그늘을 단종이라는 역사적 인물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17세가 될 때까지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상황이 얼굴에 표현될 수 있도록 분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유해진 배우가 연기한 홍도의 경우 어린 왕에게 마음을 열면서 점차 차림새도 예의를 갖춰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서민들과 있을 때는 민상투를 쓰지만 배소에 들어갈 때는 복식을 갖춰 입는다”고 말했다. 인물의 완성은 결국 종합적인 노력에 따른 것이지만, 배우의 얼굴이 먼저 길을 낸다고 할까.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2023) 작업 당시에도 인물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외양 구축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웠다. 공개 이후 화제가 된 캐릭터 주오남(안재홍)의 경우 외모 콤플렉스가 일상에 스며들어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이중적 상태를 표현하려고 했다. 정수리부터 듬성듬성 빠진 M자형 탈모, 떡진 머리카락이 처지듯 흘러내리는 옆머리를 설정한 이유다. “탈모의 진행 형태 자체가 그의 오랜 자기 방치와 결핍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였다”는 것이다.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염혜란)의 경우 젊은 시절부터 노인까지 평생을 한 배우가 표현해야 했던 만큼, 생활감 있는 아줌마 펌부터 시간이 각인된 백발 단발까지 분장의 층위를 고심했다는 설명이다.

송종희 대표는 “인물의 서사를 반영한 상태를 만들어낸다는 취지로 작업해왔다”면서 “종종 특수분장을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 일부만을 채워주는 일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작품 전체와 캐릭터 특성을 함께 이해하면서 수행해야 하는 작업에 더 가깝다”고 강조했다. 지난 30년간의 작업 기록을 공개하는 아카이브 전시회1)를 기획한 것도 그토록 성심껏 임해온 작업 과정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1) ‘미모스: 1995년부터 2026년까지의 흔적들’, 2026. 6. 20 ~ 8. 9, 서울 연희갤러리

<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의 우수에 찬 얼굴과 눈 밑 그늘처럼
특수분장은 캐릭터의 디테일한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제공=쇼박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주오남의 진행형 M자 탈모와 떡진 머리카락은
외모 콤플렉스, 결핍으로 가득한 캐릭터라는 걸 보여준다(제공=미모스)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2024), <더 에이트 쇼>(2024) 등을 통해 꾸준히 특수분장과 특수소품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는 제페토의 윤황직 대표 역시 “새롭고 뛰어난 기술을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시나리오에서 캐릭터가 갖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를 함께 찾아 나가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간 작업한 여러 한국영화와 시리즈 사이에서도 <살인자ㅇ난감>의 노역 송촌(이희준)을 가장 마음에 드는 분장으로 손꼽은 이유다. 윤황직 대표는 “이희준 배우와 함께 동묘나 청계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얼굴 벌겋고 무서운 이미지의 사람을 떠올리며 분장을 맞춰 나갔다”며 “우리 일은 배우, 감독 등 주요 제작진과 함께 핵심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며 서로의 생각을 맞춰 나가는 작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의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수분장 또한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한국 전문 스태프들의 열정과 아이디어의 결실이다. 어디선가 시도한 것을 답습하지 않고 한국영화, 시리즈만의 비주얼을 만들어내기 위한 밤낮없는 촘촘한 노력들. 공개되기까지 지난하고 고단한 시도를 거듭하지만 그 결과는 좀비가 진화하듯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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