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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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팬덤이 흥행을 결정한다
팬덤 마케팅과 한국 영화산업의 관계
충성! 팬덤이 흥행을 결정한다
팬덤 마케팅과 한국 영화산업의 관계
글 _ 박꽃(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2026-05-11
1천600만 관객을 모으며 팬덤 효과를 톡톡히 본 <왕과 사는 남자>(제공=쇼박스)
1천600만 관객을 모으며 팬덤 효과를 톡톡히 본 <왕과 사는 남자>
(제공=쇼박스)
그 영화를 보러 기꺼이 영화관에 갈 ‘팬덤’이 존재하는가? 영화 흥행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 중 하나로 ‘팬덤 생태계’가 언급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상영회를 찾아다닌다. 굿즈 구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SNS에 자발적인 관람 후기를 남기는 등 콘텐츠 관람에 따르는 경제적, 사회적 추가 효과를 창출한다. ‘자신이 그 영화에 속해 있다’는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기쁨을 찾는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2025),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2025)처럼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에 한정된 사례만은 아니다. 특정 집단의 강력한 지지를 안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흐름은 올해 한국영화 역대 관객 수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왕과 사는 남자>를 포함해 국내 작품에서도 속속 관측된다. 오래된 해외 영화의 재개봉 사례, 외국 배우의 이색적인 내한 행사 등 다양한 관객의 취향을 밑바탕 삼아 성사된 흥미로운 장면들이 적지 않다.
팬을 양산하며 흥행 대열에 오르는 작품 속 주인공은 기존 영화배우를 넘어 트로트 가수, 버추얼 아이돌, 심지어는 특정 IP 캐릭터까지 확장되며 관객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야구·농구, 온라인 게임처럼 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즐길 거리 역시 기존의 주된 소비 창구를 넘어 영화 상영관이라는 2차 창구에서 다 함께 관람하는 방식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점차 커지는 팬덤의 영향력이 한국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두루 살펴본다.
1천600만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팬덤 효과 뚜렷
관객 수 1천600만을 넘긴 <왕과 사는 남자>는 팬덤의 영향력이 가장 확실하게 작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극 중 비운의 단종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훈의 팬덤은 N차 관람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가 과거 출연한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Wavve, 2022)까지 연계 콘텐츠로 소비해 역주행시켰다. 작품을 지지하는 이들의 영향력은 서점가까지 이어져서, 교보문고에서는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이 4월 첫 주 베스트셀러 종합 3위에 진입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구매 독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여성이었고, 연령별로는 20대(28.9%), 30대(27.3%), 40대(22.4%) 순으로 많았다. 박지훈 팬덤의 주를 이루는 여성 관객이 관련 드라마와 서적까지 소비하는 양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연극, 뮤지컬 등에서 팬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전형적인 흐름과 유사하다”고 분석하면서 “1천600만 명이라는 수치를 팬덤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관객 수가 거기까지 확장하는 계기를 팬덤이 만들어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급사 쇼박스는 배우를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는 현상을 영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알려지지 않은 촬영 현장 뒷이야기를 줄글로 편안하게 풀어 쓴 뒤 사진과 영상을 덧붙인 형태의 ‘촬영실록’ 페이지를 직접 운영하면서 박지훈의 팬덤을 적극적으로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쇼박스 담당자는 “촬영실록이 연재되는 ‘노션’ 플랫폼 특성상 ‘떡밥(팬들이 소비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이 더 필요한 분들이 들어와 보실 거라고 판단하기도 했다”1)며 마케팅 대상과 수단을 명료하게 설정한 전략적 판단을 언급하기도 했다.
팬덤은 하나의 콘텐츠만 소비하지 않는다. CGV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박지훈이 소속된 보이그룹 워너원이 출연하는 Mnet Plus 예능프로그램 <워너원고: 백투베이스> 공개상영회가 용산아이파크몰점, 부산서면점 등 8개 지점에서 열렸고 평균 70%가 넘는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크게 흥행했다. Mnet Plus에서 동시 방영되는 내용임에도 ‘팬들이 다 함께 영화관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모여 좋아하는 멤버들의 예능 활약을 볼 수 있다’는 기획으로 모객에 성공했다. 서지명 CGV 홍보팀장은 “코어 팬덤은 확실하게 영화관을 찾아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단순한 관람을 넘어 팬덤 문화의 열기와 감각을 최대치로 확장하는 특별한 장이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팬을 위한 영화관 콘텐츠는 계속해서 기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 더 피알, ‘영화는 끝나도 기록은 남는다, ‘왕과 사는 남자’ 촬영실록 뒷이야기’, 2026, 3. 16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팬덤 효과를 본
<워너원고: 백투베이스>(왼쪽)와
여성 관객을 사로잡은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
(제공=Mnet Plus 홈페이지 캡처, 플레인아카이브)
<스탑 메이킹 센스> <콘클라베>, 팬덤 영향력의 수혜
해외 영화의 경우 오래전 만들어진 영화를 다시 소환하는 형태로 팬덤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 1984년에 만들어진 조나단 드미 감독의 음악 다큐멘터리 <스탑 메이킹 센스>가 지난해 무려 41년 만에 최초 개봉한 게 대표적이다. 1970년대 결성된 밴드 토킹 헤즈의 팬덤을 결집시킨 영화는 상영관에서 춤을 추며 영화를 보는 ‘댄스어롱 상영’이라는 유례없는 관람 방식까지 등장시켰다. 공연 영상에 맞춰 춤을 추고 함성을 지르는 특별한 상영은 충성도 넘치는 팬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모았다. 이지혜 평론가는 “<스탑 메이킹 센스> 사례는 팬덤이 극장의 관람 규칙 자체를 바꾸고 영화를 하나의 라이브 이벤트로 재구성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관객이 스크린 앞에서 수동적으로 앉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영화가 영화관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기억될지를 정하는 문화적 주체가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2024년 개봉해 누적 관객 19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한 <더 폴: 디렉터스 컷>의 경우,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의 재개봉이었다. 첫 공개 당시 별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 영화는 2024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감독판으로 다시 공개되면서 이른바 MZ세대 관객의 반향을 일으켰다. 28년이라는 긴 제작기간 동안 CG 한 장면 없이 전 세계 24개국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한 작품의 지향과 만듦새가 젊은 영화 애호가들에게 뒤늦게 회자된 것이다. 2025년 2월 타셈 싱 감독은 영화를 내놓은 지 18년 만에 최초로 내한했는데, 미국에서도 뒤늦게 영화에 대한 큰 애정을 보이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영화가 부활한 것 같다”2)는 소감을 전했다.
국내에서 33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호평받은 <콘클라베>(2025)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하다. 이 영화를 보고 결집한 한국 팬덤이 극중 교황으로 선출되는 베니테스 추기경 역의 배우 카를로스 디에즈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지난해 8월 GV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한국 팬은 엑스(X)에 ‘티움’(TEUM)이라는 계정을 만들고 공식 행사 사진3)뿐 아니라 배우가 한국 노래방에서 비틀즈의 ‘Lady Madonna’, 로제의 ‘APT.’를 부르는 모습4) 등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다른 팬들을 즐겁게 할 만한 깜짝 요소를 공개했다. 배급사나 마케팅사의 개입 없이, 팬이 직접 나서서 일을 성사시키는 행동력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다. 티움은 공식 활동 이후 남은 수익금을 LGBTQ와 여성 등을 위한 활동에 쓰는 국제앰네스티에 기부했는데, 팬심을 발휘하는 행동이 그 자체로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부합하는 일이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2) 서울경제, ‘타셈 싱 “18년 만에 부활해 한국서 사랑받아 영광…런던 아이맥스보다 한국 영화관 훌륭”’, 2025. 2. 6.
3) 티움, https://x.com/TEUM_TEUM_/status/1952302548913897633/photo/1
4) 티움, https://x.com/TEUM_TEUM_/status/1952333192108892183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관객들을 직접 만난
<더 폴: 디렉터스 컷> 타셈 싱 감독(왼쪽)과
<콘클라베> 배우 카를로스 디에즈(제공=오드 인스타그램, 티움 X 캡처)
‘임영웅’ 공연, 온라인 게임, 캐릭터 팬덤도 영화관 활성화
팬덤의 힘은 전통적인 영화에서만 작용하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공연 콘텐츠는 팬덤 특수를 실감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2024년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실황을 영화관 버전으로 편집한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2024)이 거둔 성과는 복기할 만하다. 이 영화를 찾은 관람객 35만 명을 분석한 CGV의 관객 분포 정보에 따르면 10명 중 8명 이상이 여성이었고, 절반은 50대 이상 관객이었다. 중장년 여성으로 구성된 팬덤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냈단 얘기다.
구매력을 갖춘 이들 중장년 여성 팬덤은 IMAX·ScreenX 등 특수관 영화표 구매에 열을 올리며 영화관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임영웅ㅣ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관람객 가운데 34%만이 2D를 택했고, 66%는 IMAX(40.8%)와 ScreenX(25.2%)를 골랐다. 당시 이들 특수관 영화 표 값은 약 3만 원으로 1만 5천 원 수준인 일반 영화 표 대비 두 배 비쌌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영화 표 35만 장을 팔았을 경우 냈을 최대 매출(약 50억 원)의 두 배인 101억 원을 끌어낼 수 있었다. 객단가는 2만 8천270원으로 같은 기간 상영한 한국영화 <파일럿>(9천150원), <행복의 나라>(9천230원) 대비 무려 3배 수준으로 높다. 통상 공연 콘텐츠는 가수 소속사가 60~70%의 매출을 가져가고5) 영화관 몫은 일반적인 영화 배급사와 교섭할 때보다 적어진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동일 회차를 배정했을 때 전체 매출 규모와 객단가가 동시에 커지기 때문에 영화관으로서는 이득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흥미로운 건 실제 가수가 아니라 가상 아이돌의 공연 콘텐츠로도 유사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버추얼 남성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콘서트 실황을 다룬 <플레이브 팬 콘서트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 인 시네마>(2024)는 팬들이 보유한 응원봉과 연동한 인터랙티브 상영으로 2만 8천 명의 팬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매출액은 8억 원으로 절대 수치는 크지 않아도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객단가가 2만 8천290원에 달해 일반적인 영화의 3배를 넘어선다. CGV 성별 분포에 따르면 전체의 97%가 여성이었고, 예매율은 2030이 8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콘텐츠를 영화관에서 보려는 수요층이 그 어느 작품보다 분명했다는 뜻이다.
야구·농구 같은 스포츠 경기나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같은 e스포츠 중계 영상을 함께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팬덤도 영화관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CGV는 매주 일요일 영화관에서 야구 팬을 상대로 KBO 경기 중계 상영을 열고, 농구 팬이 모여 KBL 경기를 즐기는 ‘뷰잉 파티’를 기획하는 등 지속적인 상영회를 기획하고 있다. 월드컵 국가대표전을 볼 땐 다 같이 모여 응원하는 게 더 흥겹듯,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함께 지지하며 관람하는 문화가 선호되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를 중계하는 롤드컵 사례도 원리는 같다. 서지명 홍보팀장은 “다 같이 보는 즐거움이 큰 콘텐츠일수록 팬덤 문화가 화력을 발휘한다”고 전했다.
팬덤이 모여드는 곳에서는 굿즈도 연달아 인기를 끈다. 특정 IP 속 인기 캐릭터와 연관된 상품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편이다. 최근 CGV에서는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갤럭시>에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 요시를 팝콘통으로 만든 기획상품을 출시해 전량 매진시키면서 2차, 3차에 걸쳐 물량을 추가 판매했다. 2만 9천 원으로 값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귀여운 모습이 원작 팬덤은 물론 일반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굿즈 열풍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전례를 남긴 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다. 당시 메가박스에서 1만 1천900원에 출시한 ‘일륜도 키링’을 사기 위해 팬들이 오픈런을 벌이는가 하면 중고거래 가격까지 치솟는 등6) 큰 인기를 구가했다. 굿즈를 얻기 위해 영화를 보러 오는 역순서가 성사될 만큼, 팬덤은 영화 표 값을 지불하는 것 이상의 부가 지출도 서슴지 않으며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다방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5) 아주경제, ‘[기원상의 팩트체크] 콘서트 실황 영화는 왜 할인을 안 할까?’, 2024. 12. 3
6) 스포츠동아, ‘“일륜도 키링 뭐길래”…‘귀멸의 칼날’ 日애니 글로벌 최고 흥행, ‘굿즈 대란’까지’, 2025. 9. 24
중장년 여성 팬덤의 특수관 관람을 이끌어낸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왼쪽).
전량 매진에도 추가 판매를 진행한 <슈퍼 마리오 갤럭시> 요시 팝콘통 굿즈
(제공=CJ 4DPLEX, CGV ICECON, 유니버설 픽쳐스)
팬덤에 대한 이해, 활용하느냐 먹히느냐
좀처럼 침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이 팬덤 생태계의 이 같은 특성을 잘 활용해 위기 극복의 한 가지 수단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건 합리적인 얘기다. 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꼭 <왕과 사는 남자>처럼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더라도 틈새시장을 타깃으로 한 영화 역시 팬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무언가는 있다”면서 “몇 년 동안 영화의 힘을 끌고 가며 유통기한을 최대한 늘려 나가는 것을 가능케 하는 게 팬덤과 커뮤니티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평론가는 다만 “팬덤 영향력이 더 커진다면 향후 한국영화의 흥행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팬덤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작품, 즉 ‘누구에게나 무난한 영화’는 오히려 ‘누구에게도 절실하지 않은 영화’가 되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면서 “최근의 흥행은 대중성보다 충성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팬덤 생태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기획, 제작된 작품의 경우 시장에서 냉정하게 외면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짚었다. “IP가 있는 작품의 경우, 원작 팬덤은 이미 인물, 서사, 세계관에 대한 강한 해석과 애착을 가진 해석 공동체에 가깝다”면서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의 핵심 문법이나 인물 관계, 세계관의 정체성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낄 경우, 가장 강력한 초기 관객층이었던 팬덤이 가장 예민한 비판 집단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팬덤을 중심으로 영화의 기획과 제작, 마케팅이 좌우되는 흐름이 강화되면 영화와 영화관이 지닌 근본적인 힘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성민 교수는 “팬덤 중심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미래를 극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게 일본”이라면서 “일본은 한국과 같은 모험투자(모태펀드)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강한 팬덤을 지녀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IP의 ‘극장판’ 형태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우리 영화산업이 이와 유사한 방식을 택한다면 창의적인 신작을 극장에서 만날 기회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극장이 전통적인 1차 창구가 아니라 IP 경험을 위한 일종의 후속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지혜 평론가 역시 “영화의 서사나 연출, 미학적 성취보다 굿즈의 희소성과 특전 경쟁이 더 주목받을 경우 영화에 대한 논의는 ‘무엇을 받을 수 있는가’, ‘얼마나 희소한가’로 이동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논의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팬덤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각종 전략뿐만 아니라 영화라는 콘텐츠 그 자체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장민지 교수는 “영화라는 장르는 이미 대중적이지 않은 매체가 돼 버렸다”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단체 관람하는 경험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팬덤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짚었다. 강력한 힘을 발휘 중인 팬덤 영향력의 긍정적인 면을 취하되 “영화관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영화관 팬덤’을 인지하고 이들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