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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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원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속편 <슈퍼 마리오 갤럭시>(제공=유니버설 픽쳐스)

게임 원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속편 <슈퍼 마리오 갤럭시>(제공=유니버설 픽쳐스)

GLOBAL

K–게임의 영화화를 기원하며

게임 IP 영화화, 한국은 왜 불모지?

글 _ 성찬얼(씨네플레이 부편집장)

2026-06-08

가장 젊은 두 예술 분야의 결속이 글로벌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영화와 게임의 만남이다. ‘제7의 예술’로 불리는 영화와 학술적인 인정은 없었으나 고전 작품들이 영구 보존 대상으로 지정되고 있는 게임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2020년대부터 만족스러운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 IP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연이은 흥행 성적을 쓰면서 영화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026년에 선보이는 할리우드 게임 IP 영화만 해도 여러 편이다. <리턴 투 사일런트 힐>이 미국 현지 개봉, <슈퍼 마리오 갤럭시>가 글로벌 개봉을 했고, 리부트되는 <스트리트 파이터>도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추세에서 한국영화계와 게임계는 뒤처지는 모습이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할리우드에서 게임의 성공적인 영화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살펴보면 우리의 현재 상황이 더 선명해질 것이다.

망작에서 캐시카우까지, 할리우드의 도전 할리우드는 영화산업의 첨병답게 일찍이 게임의 영화화에 부단히 노력했다. 지금 일어나는 흥행이야말로 그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누적에서 온 결과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는 1993년 <슈퍼 마리오>(원제 ‘Super Mario Bros.’)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라는 카피를 내세우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을 디스토피아풍의 SF 실사영화로 옮겼는데, 평가는 물론이고 흥행도 실패했다. 이 영화와 같은 원작을 2023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비교하면 2020년대 이전 게임 원작 영화와 그 이후의 판도가 왜 어떻게 바뀌었는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원작자의 적극적인 제작 참여다.

앞서 예시로 든 <슈퍼 마리오>는 영화화 판권을 제작사에 넘긴 형태로 제작됐다. 대다수의 영화가 이런 방식으로 게임의 영화화에 도전했는데, 그 결과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모탈 컴뱃>(1995)이나 <스트리트 파이터>(1994) 같은 작품은 나왔어도 게임 팬까지 만족하는 작품이 나오는 데엔 실패했다. 이어서 게임 팬들에게 지옥 같았던 시기는 유독 게임 원작 영화에서 메가폰을 많이 잡은 우베 볼 감독의 등장과 맞물린다. 물론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 레이더> 시리즈(2001~2003),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2002~2016) 같은 게임 원작 영화 시리즈가 ‘여전사 캐릭터’의 부흥을 가져오긴 했으나 우베 볼 감독이 쏟아낸 여러 게임 원작 영화(<하우스 오브 더 데드>(2003), <블러드레인>(2005), <얼론 인 더 다크>(2005) 등)의 악명을 뒤집지는 못했다. 저예산에 게임의 모티브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영화들의 범람은 ‘게임 원작 영화는 망작’이란 편견을 심기 충분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을 원작으로 한 SF 영화 <슈퍼 마리오>(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이런 흐름에서 전세를 뒤엎은 작품은 <명탐정 피카츄>(2019)와 <수퍼 소닉>(2020)이다. 두 작품의 성공은 영화화에 적합한 것을 찾고, 팬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겨냥한 것에서 비롯됐다. <명탐정 피카츄>는 ‘포켓몬스터’ 게임 IP에서 가장 유명한, 포켓몬의 포획과 배틀을 하는 본편의 시스템이 아니라, 외전 게임 ‘명탐정 피카츄’(2016)를 영화화했다. 이를 통해 옮기기 어려운 본편의 난점을 돌파하고 프랜차이즈의 개성은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퍼 소닉>은 첫 공개 후 CGI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개봉일 연기까지 감수하며 전면 수정을 강행했다. 결국 <명탐정 피카츄>는 전 세계 4억 5천만 달러, <수퍼 소닉>은 3억 달러를 돌파하며 게임 원작 영화의 전성기를 열었다.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게임 IP 영화화의
전성기를 연 <명탐정 피카츄>(위)와
<수퍼 소닉>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이 두 작품은 원작사가 제작에 참여한 것이 돋보인다. <명탐정 피카츄>는 포켓몬 컴퍼니가 제작에, <수퍼 소닉>은 세가 사미 홀딩스가 제공에 참여했다. 이 흐름을 빠르게 알아차린 건 각각 플레이스테이션과 스위치라는 자사 콘솔을 가진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와 닌텐도다. 양측은 각 콘솔 라인업으로 자사 스튜디오가 개발하거나 독점 계약한 작품들이 다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영화 산업 진출을 꿈꾼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을 설립,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언차티드>(2022)와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2023) 등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반면 닌텐도는 별도의 제작사를 설립하지 않았으나 본사에서 직접 제작을 관여,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와 합작으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완성했다. 해당 영화는 전 세계 13억 달러를 돌파해 2023년 글로벌 흥행 2위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이렇게 직접 제작에 관여하는 대형 스튜디오의 방식 외에도, 다양한 게임이 영화화되며 게임 원작 영화의 파란을 이어갔다. 워너브러더스는 <마인크래프트 무비>(2025), 공포영화 레이블 블룸하우스는 <프레디의 피자가게>(2023~)의 제작에 원작자가 참여함으로써 원작의 결을 어느 정도 유지해 흥행까지 이어졌다.

<언차티드>(위)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각각
자사 콘솔을 보유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닌텐도가 영화 제작에 나선 작품이다
(제공=소니 픽쳐스, 유니버설 픽쳐스)



K-게임의 영화화가 어려운 이유 이런 흐름에서 한국영화계와 게임계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게임을 바탕으로 한 영화화는 오랜 기간 지연되고 있는데, 그나마 나온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2021)는 저항하기 힘든 오컬트의 분위기를 내세운 원작과 달리 퇴마물을 표방해 전혀 다른 작품이 됐고, 처참한 평가를 받으며 도리어 영화화의 맥을 끊었다. 그렇다고 게임과 영화의 만남에 대한 수요가 적은 것이 아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된 <전지적 독자 시점>(2025), 마찬가지로 웹소설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화된 <나 혼자만 레벨업>(2024~)을 보면 한국 대중이 게임에 대해 갖는 이해도나 관심은 분명히 존재한다.

관심도라는 다소 피상적인 수치 외에 산업 규모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게임산업은 규모가 23조 원에 달하고, 한국 게임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2%로 전 세계 4위에 해당한다. 때문에 한국 대중이 게임에, 혹은 게임 원작 영화에서 관심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산업 총 매출액은 2023년에 비해 3.9% 늘어났으며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7.2%를 기록했다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그러면 한국에서 게임 원작 영화가 태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할리우드와 일대일로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뛰어든 국내 게임 개발사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형 게임 IP를 보유하고 IP 확장의 가능성이 큰 게임 개발사들은 게임의 영화화에 대체로 “계획이 없다”는 정도로 답변했다. 물론 영화화만 진행하지 않을 뿐, 각 게임 프랜차이즈는 제각기 미디어믹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영화만은 검토되고 있지 않은 것일까?

IP 소싱 및 투자 경험이 있는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는 자사에서 기획, 개발해 투자하는 것과 제작사를 통해서 개발 혹은 발굴한 작품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게임 원작 영화는 어느 방향으로든 흔하지 않다”며 현재도 한국에서 게임 원작 영화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없다고 밝혔다.

해당 세계를 어디까지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된다는 것도 지적되는 부분이다. 영화라는 2시간 포맷에서 ‘세계관을 어느 정도 설명해야 하나’라는 것은 각색과는 별개의 문제다. 설명하지 않으면 진입장벽이 높고 설명을 하자니 영화를 볼 다양한 타깃층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가, 하는 어려움이 따라온다. 관계자는 최근 방영 중인 TVING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예시로 들었다. 이 드라마는 육군 취사병이 퀘스트와 레벨 업 등으로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관계자는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한 작품이라서 전체적으로 여성 시청자들은 용어나 게임 시스템에 관한 개념을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며 “그래도 현실이 배경이고 가족 이야기가 많아 풀어내기 쉬운 편”으로 해당 단점을 타파했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게임을 모티브가 아닌 원작으로 한 영화라면, 이런 몰입을 돕는 요소가 적기에 난점을 해소하기 어렵다.

육군 취사병의 레벨과 스킬 보유, 능력치 등을
게임 화면처럼 구현한 <취사병 전설이 되다>

(제공=<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이러한 난점은 현재 프랜차이즈급으로 자리 잡은 한국 게임 IP 대다수가 ‘온라인 게임’이라는 태생적 특징에서 기인한다. 할리우드에서, 혹은 그 외의 지역에서 영화화된 게임의 사례를 보면 기본적으로 닫힌 서사를 가진 원작이 바탕이다. 일반적으로 ‘싱글 게임’이라고 부르는 패키지 게임은 시리즈의 일부라고 해도 작품 내에서 서사를 일단락하는 반면, 온라인 게임은 유저의 유입 및 유지를 위해 업데이트로 스토리를 확장하는 식으로 서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게임의 영화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게임의 세계관 확장을 위한 미디어믹스로 지향하는 지점이 게임업계의 방향이다. 크래프톤의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PUBG: BATTLEGROUNDS)’의 세계관 프랜차이즈인 ‘펍지 유니버스(PUBG Universe)’가 ‘진실 2부작’ 단편영화를 기획해 마동석을 기용한 <그라운드 제로>(2021), 고수와 이희준 등이 출연한 <방관자들>(2022)을 제작한 것 역시 본편의 배틀 로얄 전투가 아니라 이 세계관에 핵심이 된 사건을 영상화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이런 지점 외에도 영화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지점은 게임을 영화화하기에 적합한 오리지널리티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근래 게임은 시네마틱 영상이나 게임 내 컷신으로 이미 영화를 어느 정도 구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상화하는 입장에서 ‘게임과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 게임 내에서 영화적인 것을 담고 있으니 그 점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 IP의 영화화를 진행하는 것이 소설, 웹툰 등 타 매체 작품의 판권을 구매해 진행하는 통상적인 영화화보다 이점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관계자는 “영화화할 만큼 대형 IP라면 보통 개발사가 대기업”이라며 “소설이나 웹툰처럼 판권이 저렴하진 않다. 그리고 개발사들이 IP에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 큰데, 그에 맞춰서 영상화 개발 및 기획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큰 허들인 CG 기술력은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CG에 들어가는 예산 문제는 여전하다. 이런 지점들 때문에 제작, 투자 쪽에선 게임이 영상화가 쉽지 않은 장르 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글로벌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전파하는
‘펍지 유니버스(PUBG Universe)’ 작품 <그라운드 제로>(위)와 <방관자들>(제공=크래프톤)



한국 게임 원작 영화를 위한 제안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영화계와 게임계가 접점을 이루려면 어떤 구도가 형성돼야 할까. 근래 부흥하고 있는 패키지 게임 및 인디 게임 쪽으로 초점을 돌려보면 새로운 방향이 보일 것이다. ‘P의 거짓’(라운드8 스튜디오, 2023)이나 ‘스텔라 블레이드’(시프트업, 2024) 같은 대규모 개발 게임 중 패키지 게임이나 ‘산나비’(원더포션, 2023), ‘데이브 더 다이버’(민트로켓, 2023), ‘스테퍼 케이스: 초능력 추리 어드벤처’(팀 테트라포드, 2023)처럼 특색 있는 플레이와 스토리를 담은 인디 게임 등은 영화화 개발이나 재정적인 면에서 보다 접근하기 쉬워 보인다. 물론 이 게임들 또한 개발사가 본격적으로 차기작에 도입한 것, 각 게임이 영화화에 쉽지 않은 스타일이라는 난관은 여전하다.

동화 <피노키오>를 원작으로 한 3인칭 액션 RPG
‘P의 거짓’(위)과
미래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 게임 ‘산나비’(제공=네오위즈)



산업에 맞춰 돌파구를 찾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그렇기에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매출이 높은 프랜차이즈만을 답안지로 준비해두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한국영화계가 제작 규모나 스케일이 아닌 한국영화만의 독특한 차별화와 작품성으로 승부했듯 게임을 영화로 옮기는 것 또한 할리우드의 모범 답안을 따를 필요는 없다. 게임의 인터랙티브(상호 작용)를 제하고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와 세계관을 담은 것이라면 충분히 영화로도 승산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영화와 게임의 조우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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