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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초심을 소환하는 웃음
<와일드 씽>
진행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이승재(한경매거진앤북 기자), 롯데엔터테인먼트
대담 _ 김철홍 영화평론가, 이지혜 영화평론가
2026-06-08
춤추고 헤드 스핀하는 강동원. 폭풍 랩을 시전하는 엄태구. 핑클처럼 보이는 박지현. 장발의 발라드 가수 오정세. 개봉 전 배우들의 비주얼만으로 즉각 관심을 불러일으킨 영화 <와일드 씽>은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해치지않아>(2020)를 연출했던 손재곤 감독의 신작이다. 데뷔하자마자 성공한 가요계의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뜻밖의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다. 그들에게 밀려 만년 2위였던 발라더 최성곤(오정세)도 역시 연예계 퇴출 신세. 이야기는 20년 만에 재기할 기회를 얻으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의 대환장 코미디인데,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은 로드무비다. 이 조합은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까? 김철홍, 이지혜 두 영화평론가가 도무지 기회가 없는 것 같은 세상에서 재기의 희망을 노래하는 <와일드 씽>의 웃음을 말한다. 웃음에 깃든 시대 감각, 그리고 웃음 속의 슬픔에 대하여.
Q<와일드 씽>은 배우들이 실제로 춤추고 노래하는 뮤직비디오, 트라이앵글 인스타그램 계정 만들기 등 SNS 홍보를 통해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런 홍보 방식, 아이돌 퍼포먼스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향한 관객의 시선을 어떻게 읽었나?
이지혜
영화평론가
(이하 ‘이지혜 평론가’)
트라이앵글 인스타그램 계정을 처음 봤을 때 강동원 배우가 가수 데뷔를 했나 싶어서 그 계정에 유입이 됐다. 강동원이 1990년대 오렌지족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그 시대 뮤직비디오 문법 그대로 찍은 영상 안에서 춤을 추지 않나. 음반을 냈나 싶었던 그 혼란의 순간이 어떻게 보면 <와일드 씽>의 매우 영리한 핵심 마케팅이었다. 허구의 그룹을 실제 SNS 생태계 안에 심어두고 아이돌처럼 활동하게 만드는 방식이 영화 홍보 콘텐츠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결국 릴스나 숏폼 콘텐츠(이하 ‘쇼츠’)가 얼마나 바이럴 되냐인데, <와일드 씽>이 그런 콘텐츠를 확실히 잘 만든 것 같다. 관객들이 트라이앵글을 배우들의 ‘부캐’ 정도로 받아들인 것 같다. 특히 강동원, 엄태구 배우는 이런 숏폼 홍보를 가장 안 할 것 같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대중이 재미를 느끼고 쇼츠를 퍼트린 요인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요즘 관객은 영화 홍보 쇼츠가 재밌다고 해서 바로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영화의 흥행은 본편의 입소문에 달렸다고 본다.
김철홍
영화평론가
(이하 ‘김철홍 평론가’)

이지혜 영화평론가(왼쪽)와 김철홍 영화평론가
Q<와일드 씽>은 손재곤 감독과 <극한직업>(2019) 제작사 어바웃필름이 만난 결과물이다. ‘코미디 DNA가 있는 작품’이라는 기대치가 설정된 셈이다. 이 영화의 웃음은 그만큼 유효했나?
이지혜 평론가
일단 유효했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부터 비롯된 ‘손재곤 영화’의 특징은 말맛이다. 도저히 웃음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대사 한 줄이 상황을 뒤집거나 페이소스를 주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와일드 씽>의 개그는 다른 문법으로 작동한다. 대사가 들리거나 스토리텔링이 잘 됐다고 보기 어렵고, 한 컷 한 컷 쇼츠로 잘라도 충분히 통할 만큼 행위 위주 개그를 많이 넣었다. 시각적 쾌감도 있고 웃긴 장면들이 많았다. 다만 여운은 남지 않는 개그여서 기대하고 극장에 갔던 만큼의 만족감을 주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SNS에서 쇼츠로 소비되도록 설계된 이 영화의 뮤직비디오나 영화 속 장면들이 영화 자체의 개그 문법과 맞닿아 있는 건 흥미롭다.
코미디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편인데, 생각보다 흥미롭게 봤다. 한번 나락에 떨어졌던 가수들이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상황이 마냥 웃기기보다는 슬펐다. 짠하고. 그런데 트라이앵글의 과거 장면들이나 발라드 왕자 최성곤이 영화에 등장할 때 그 과거가 진지한 모습이어야 현재 시점에서 보면 웃길 텐데, 오히려 과거 장면을 그때 시점으로도 웃기게 찍어서 역효과를 느꼈다. 반면 트라이앵글의 전성기 활동 장면은 현재 시점에서 보기엔 오그라들어야 하는데 현재 시점에서 봐도 멋지게 찍혔다. 배우들이 덜 내려놓은 연기를 하고 있다는 면에서 아쉬웠다.
<이층의 악당>이나 <해치지않아>는 상황 자체가 코믹하고, 주인공들의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한 삶이 괜찮겠다고 느끼게 했던 게 ‘손재곤 코미디’였던 것 같다. <와일드 씽>은 직접 각본을 쓰지 않아서인지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그래도 최성곤이 ‘니가 좋아’를 부르면서 구역질 하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웃음) 마침내 무대를 완수했다는 게 웃기는 동시에 슬펐다.
김철홍 평론가
이지혜 평론가
확실히 손재곤 특유의 리듬이 옅었다. 다른 형식의 코미디가 살아 있기는 하지만 그 맛은 약하다. 후반부 구역질 장면에서는, 인물들이 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무대에 오르기 위해 달려간다. 그런데 최성곤만큼은 자신의 꿈을 좇았다는 서사가 부여되어서 그 장면이 나도 너무 좋다.(웃음)
Q강동원, 엄태구, 박지현까지 트라이앵글 3인방의 활약과 더불어 만년 2위 발라드 왕자 최성곤 역 오정세의 연기에 대한 반응이 크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은 어떨까?
네 배우가 각자 캐릭터를 모두 완벽히 수행했다. 배우의 아우라까지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오정세 배우는 ‘원픽’이다. 오정세 배우는 사실 이런 캐릭터 연기의 전문가다. 어쩌면 최성곤 역 캐스팅으로는 뻔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진짜 웃기다’고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고 할까. 무대 위 구역질 신에서 거의 몸에 전율이 돋았다.(웃음) 심지어 구토하면서 노래하는 설정도 일본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데, 그걸 그냥 설득해 버려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김철홍 평론가
이지혜 평론가
배우들은 아이돌을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모습들이다. 트라이앵글 홍일점 역 박지현 배우는 스스로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소화했다. 가장 인상적인 연기는 오정세 배우가 보여줬고. 그의 연기가 이 영화를 ‘사연 있는 오락 영화’로 만들어줬다. 오정세 배우가 언론배급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최성곤이 포수가 된 이유를 설명을 한 바 있다. 연예계에서 퇴출된 후 부모님 무덤 앞에서 다시 노래하고 싶다고 우는데 멧돼지가 자꾸 와서 쏴 죽이다가 포수가 됐다고. 실제 찍었는데 편집이 됐다고 한다. 디렉터스 컷이 나오면 보고 싶다.(웃음)
트라이앵글의 과거가 나올 때 1집 데뷔 직후 바로 성공해 버리고 그 이후의 과거는 생략되어 있다. 네 배우의 얼굴이 그 서사를 생략해도 될 정도의 아우라가 있긴 하다. 트라이앵글이 데뷔하자마자 대박 났다는 설정이 납득이 된다고 할까. 사실 강동원이 그때 그 얼굴로 아이돌 데뷔를 한다고 하면 무조건이지 않나. 성공 안 할 수가 없다.(웃음) 그러나 과거 얘기는 확실히 부족했다. 과거 장면들이 짧으니 이 영화는 과거를 플래시백처럼만 간단하게 사용한 로드무비로 느끼게 된다.
김철홍 평론가
이지혜 평론가
오히려 5분 정도 되는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가 두 번 정도 통째로 등장한다. 관객에게 지금 ‘입덕’하라는 느낌이었다. 나쁜 강요는 아니고, 캐릭터들의 전사는 생략할 테니 빨리 ‘입덕’해서 이들의 모험을 따라가라는 연출 방식을 택했다고 본다. 배우들의 힘으로 서사를 만들었다고 할까.
Q전사의 생략과 연결되는데, <와일드 씽>은 음악영화이자 코미디영화로 시작해서 슬랩스틱과 범죄 소동, 로드무비로 이어진다. 그간 한국 코미디영화들이 코믹한 ‘설정’으로 흥미를 유발하다가 ‘설정’만 있고 이야기를 충실히 진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영화의 흐름은 어떤가?
이지혜 평론가
영화적 구조는 납득이 된다. 모든 장르 전환이 후반부 무대를 향해서 수렴한다는 것. 하지만 장르 전환을 계속 하다 보니 늘어진다. 로드무비로 만들어진 과정에 몰입하려면 전반부에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에 대한 애정, 즉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생겨야 하는데, 전반부에 캐릭터의 전사를 충분히 쌓지 못한다. 일단 응원하라고 막 요구하는데, 관객은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로드무비 시퀀스를 맞닥뜨린다. 그래서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을 응원하는 대신 강동원의 헤드 스핀을 구경하고, 영화나 캐릭터들의 서사보다 뮤직비디오와 OST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확실히 중반 이후 코미디영화에서 로드무비로 장르가 확 옮겨진다. <와일드 씽>을 로드무비로 분류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그렇게 생각하면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의 꿈의 무대로 가는 길이 수도권에서 다소 먼 강원도로 정해진 것도 상징적이다. 로드무비 시퀀스를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강원도 가는 길이 왜 저렇게 오래 걸리나, 왜 하필 그 길에서 모든 일들이 일어나나 싶어서. 이 부분은 <삼포가는 길>(1975) 같은 한국 고전영화 느낌도 난다. 마침내 트라이앵글이 강원도 행사 무대에 올랐을 때 그들의 1집 시절 소녀 팬들이 나이 먹고 객석에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것도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손재곤 감독이 그 부분을 조금 노리지 않았을까. 이 장면이 꿈인지 아닌지 싶게. 이 로드무비의 장면들이 감독의 욕심이 들어간 부분으로 보였다. 나는 그래서 <와일드 씽>을 코미디영화가 아닌 로드무비로 봤고, 그래서 좋았다.
김철홍 평론가
Q해체된 그룹이 20년 만에 재기하려는 서사는 매우 고전적이다. 손재곤 감독은 “생존 앞에서 혼탁해진 마음에 다시 순정을 수혈한다”고 했다. 이 영화의 순정이 클리셰를 돌파했을까?
이지혜 평론가
순정을 모든 관객이 아니라 특정 관객, 그 시대를 향유했던 2000년대 청춘들에게 수혈하고 싶었던 것 같다. 팬덤을 경험한, 그 시절 공개 방송을 뛰고 콘서트를 다닌 기억으로 영화를 해석하는 관객층을 불러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경험이 영화의 빈틈을 채워줄 거라고 믿는 편집을 했던 것 같고. 그런데 그런 경험이 없는, 앞으로 한국 영화산업에서 충실한 관객이 되어야 하는 요즘 1020은 그냥 웃으러 극장에 간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인용하자면, 기분 마사지를 받으려고. 그러니 클리셰 안에 머물기로 한 선택은 이미 관객층을 완전히 좁혀 놓은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에는 마이너스 요소였다.
영화 속에 “어떻게 기회가 세 번만 있냐, 더 있어야 한다”는 식의 대사가 나온다. 손재곤 감독은 그 대사가 <와일드 씽>을 왜 영화화하고 싶었냐고 물었을 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결말이 완벽히 멋진 무대가 아니어서 더 인상적이었고, 그게 다른 ‘재기 클리셰’ 영화들과의 차별점이었다.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의 20년 만의 재기 무대는 성공보다 실패에 가까운데, 이것은 손재곤 감독의 커리어와 연결시켜볼 수 있다. 전작 <해치지않아>가 2020년 1월에 개봉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그 이후 만든 <와일드 씽>은 감독이 스스로를 다잡고 싶었던 마음이 많이 들어가 있는 영화라고 느꼈다. 완벽한 무대가 아니어도 괜찮다, 기회가 서너 번보다 더 있다고 얘기들을 하는 것이 클리셰를 돌파하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김철홍 평론가

Q앞서 잠깐 얘기됐지만, <와일드 씽>은 ‘그 시절 아이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부를 수 있는 영화로 보인다. 그런데 그 기억이 없는 세대에게는 다가갈 수 있을까?
지금의 ‘요즘 세대’는 과거의 ‘요즘 세대’와 다르다. 과거의 ‘요즘 세대’는 옛날 콘텐츠를 보기가 어려워 불법 다운로드를 하기도 했다. 지금의 ‘요즘 세대’는 어쩌다가 유튜브를 보면 <무한도전>(MBC, 2006~2018)이나 <놀러와>(MBC, 2004~2012) 같은 옛날 예능 프로그램들이 뜬다. 그러니까 특정 시기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그냥 친숙하게 여길 수 있다. <와일드 씽>의 경우도 과거 콘텐츠를 재현했다고 보는 게 아니라, 과거를 재현한 최신 콘텐츠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와일드 씽>이 재미있다면 그 자체로 재밌고, 재미없다면 영화가 재미가 없는 것이지, 영화 속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영화를 만든 창작자들의 입장이라고 할까? 그렇게 접근하면 비슷한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
김철홍 평론가
이지혜 평론가
그 시절 기억이 없는 세대들에게 이 영화는 서사가 아닌 이미지로 전달될 것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올릴 수 있는 ‘그 시대 감성’이 있으니. 요즘 10대 20대가 ‘밤티’(엉성하고 애매하고 촌스러운 대상을 표현하는 신조어) 밈이나 레트로 소품, 경동시장의 오래된 노포 질감을 많이 소비한다. 그 세대는 AI의 고도화된 완결성에 대한 반동으로 오히려 아날로그와 미완결성을 소비하고 있다. 완성되지 않은 것, 낡은 것, 거친 것의 매력과 통할 것 같은 이미지들이 <와일드 씽>에 충분히 있긴 하다. 영화 속 댄스 챌린지나 쇼츠, 레트로 퍼포먼스로 1020에게 작동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손재곤 감독이 각본을 직접 쓰지 않고 멀어진 게 어쩌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메타 인지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영민한 연출의 면이 있다.
김철홍 평론가
Q덧붙여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혼성 댄스 그룹 시대를 소환하는 것은 명백한 노스탤지어 마케팅이다. 지금 많은 영화, 드라마들이 이렇게 1990년대, 2000년대를 소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 하나인 <와일드 씽>은 그 시대를 복원·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지혜 평론가
강동원 배우가 <와일드 씽> 기획서를 2015년에 처음 봤는데, ‘유행은 20년 단위로 돌아오니까 2020년에 만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 손재곤 감독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섞어서 레퍼런스로 삼았다. 그때가 K팝의 태동기다. 그때 K팝 팬덤 문화를 처음 소비했던 세대가 지금 돈이 생겼고 이른바 문화 권력이 되어 그 시절의 것들을 문화 콘텐츠로 내보내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20년이 주기였던 거다. 그러니 <와일드 씽>은 그 시절을 재해석하거나 확장하진 않지만, 그 시절을 소비했던 30·40·50대에게 헌정하는 영화다. 그들이 다시 극장에 갈 이유를 만들어 줄 거다. 반면 1020은 이만한 길이의 콘텐츠를 소비할 만한 집중력과 시간이 없다. 그들은 이 영화를 쇼츠 형태로 소비할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속 노스탤지어 서사는 미감의 한 장르로 귀결될 것 같다. 민희진이 뉴진스를 프로듀싱할 때 Y2K를 가져왔던 듯이, 일본 버블 시대의 ‘시티팝’(1980년대 전후 일본에서 유행한 도시 테마의 대중음악)이나 ‘시부야케이’(1990년대 도쿄 대형 레코드숍 문화에서 파생된 음악 흐름)를 소개하는 방식처럼, 핀터레스트에 떠도는 2000년대 한국 감성 록처럼, ‘코어’(Core)라는 미적 카테고리로 흡수되어 소비될 것 같다.

<와일드 씽>에서 트라이앵글의 노래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만든 유재석과 비, 이효리의 혼성그룹 ‘싹쓰리’ 콘셉트 그대로다. 영화나 드라마들이 그 시대를 계속 소환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조되지 않아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나는 <무한도전>의 전성기 때 콘텐츠를 지금도 종종 본다. 익숙한 것을 찾고 편하게 여기는 건 인간의 본능이고 마케팅에도 훨씬 용이하다. 그런 의미에서 <와일드 씽>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지만 과거의 스타일을 반복했을 뿐 새로운 것을 창조한 건 아니다. 그 이상으로 나아가긴 어렵지 않을까.
김철홍 평론가

Q2026년 6월 극장가가 한산하다. <와일드 씽>은 5월 21일 개봉한 <군체> 외에 사실상 경쟁작이 없다. 외화도 많지 않다. 지금 코미디영화를 내보내는 것이 산업적으로 좋은 선택일까?
한국 관객들에게는 코미디에 대한 선호가 늘 있다. <왕과 사는 남자>도 비극 속에 코미디가 있어서 잘 된 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한바탕 잘 웃고 나오는 것도 ‘영화관이 주는 스펙터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효한 선택이다.
김철홍 평론가
이지혜 평론가
굉장히 유효하다. 예전에는 극장이 한국영화를 품어주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반대로 한국영화가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여야 되는 힘든 시기다. 어떤 영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모두가 극장에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면 결국 코미디가 가장 유력한 장르다. 코미디는 집에서 혼자 보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웃을 때 배로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나. 그리고 요즘은 진지한 영화를 보고 나와서 토론할 만큼의 기력이 없는 피로 사회다. ‘밥 친구’로서, 혹은 가벼운 커피챗의 소재로서, 영화산업을 살리는 마중물이 되기에도, 코미디처럼 좋은 대안이 없다.
Q결국, <와일드 씽>은 YES인가 NO인가?
YES.
결말을 보기 전까지는 계속 NO였는데, 엔딩 장면을 보고 YES가 됐다. <와일드 씽>의 홍보 영상들이 바이럴 될 때 가장 유명한 댓글들이 ‘이 배우들 얼마나 입금됐는지 감도 안 온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이 마지막 무대에 서려고 온갖 일을 했던 것처럼, 연기를 한 배우들도 이 영화가 마지막 무대라는 느낌으로 이 모든 일을 했다고 본다. ‘초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을 배우들이 소환했기 때문에 YES다.
김철홍 평론가
이지혜 평론가
YES.
다소 헐거운 서사나 클리셰 안에 머무른 점은 아쉽다. 그러나 영화가 극장을 살려야 하는 시대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어둠 속에서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절실히 필요하고, <와일드 씽>은 그 자리를 채우는 영화다. 20년 전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정의 영화라는 점에서도 YES다. 이 영화의 OST, 트라이앵글의 히트곡 ‘Love is’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웃어줘 확신에 찬 너의 얼굴로.” <와일드 씽>은 그 확신으로 스크린에 올려진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