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계속 해보라고 관객이 한 번 더 준 기회다”
예술영화 수입배급사 찬란 이지혜 대표
- 글
-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 사진
- 임익순, 찬란
Interview
예술영화 수입배급사 찬란 이지혜 대표
2024년 상반기, 예술영화 수입배급사 찬란의 활약이 눈에 띈다. 찬란이 수입해 한국 관객에게 소개한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크게 호평 받으면서, 예술영화 시장에 주목할 만한 지표가 되어주었다. 두 편 모두 감성에 호소하거나 규모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니다. 지난 5월 8일 개봉한 <악마와의 토크쇼>는 1970년대 미국 심야 생방송 토크쇼에서 악마를 소환해 토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 아날로그 오컬트 호러다. 개봉 당시 호러 팬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실험영화의 거장이라 할 조나단 글레이저가 연출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6월 5일 개봉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독일 장교 가족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통해 홀로코스트를 새로운 시각과 사운드로 조명한 작품이다. 영화의 높은 완성도에 호응한 관객의 유입이 현재 진행 중이다. OTT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시리즈와 해외의 대형 화제작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수입배급사 찬란이 회사의 기조를 뚜렷이 보여주는 영화로 극장에서 이뤄낸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예술영화 시장을 모처럼 뜨겁게 만들고 있는, 찬란의 이지혜 대표를 만났다.
2024년 상반기, 찬란의 활약이 ‘찬란’하다. 찬란이 수입해 개봉시킨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누적 관객수 14만 명을 돌파했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10만 명을 동원했다.
찬란이라는 이름으로 개봉시킨 첫 영화가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다. 2011년 4월에 개봉했다. 햇수로 딱 14년이다. 어떻게 14년이나 이 일을 했는지 (웃음). 그간 콘텐츠 업계의 상황이 여러 모로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3년부터는 또 다른 시장 상황이 형성되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어 고민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좋은 성적을 거두니까 정말 좋긴 하다(웃음).
홀로코스트가 소재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나 호러의 색이 뚜렷한 <악마와의 토크쇼>는 말할 것도 없고, 찬란이 그간 수입해온 영화들은 관객을 설득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영화들이 많았다.
영화를 고를 때 이상하게도 대중적으로 다소 어려운 영화를 선택해왔다.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전혀 선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결국 집중을 했던 작품들이 항상 쉽지 않은 소재나 색깔을 지닌 영화들이었다. 회사의 색깔이 잘 드러나 보였던 작품으로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거둬서 더 기쁘다. 그러나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더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웃음).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다양성 영화, 예술영화 시장에 있어서는 독특한 시기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사이즈의 관객이 드는 작품이 여러 편 등장했다.
맞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보고 구입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극장이 어렵기도 했지만, 부가 시장이나 외화 수입 업계 쪽은 더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2023년 여름에서 추석까지 예술 영화들 가운데 특별한 성적을 거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구입할 때의 상황과 하반기 극장 상황이 또 다르다 보니, 고민이 정말 많았다.
하반기의 예술 영화 시장 상황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미디어 캐슬이 수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개봉하면서부터였다. 그 이후 찬란이 수입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가 12월에 개봉해서 관객이 3만 가까이 들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가 한국에서 그런 성적을 거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24년이 되면서 <추락의 해부>가 어느 정도 예술영화 관객 몰이를 했다. 뒤이어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성과를 거뒀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 <악마와의 토크쇼>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연달아 괜찮은 성적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개봉 이후 주를 거듭할 수록 관객 수치가 빠르게 상승했다. 보기 드문 수치다.
5월 초, 개봉 준비를 했던 초반에는 우리가 생각한 만큼의 반응이 없어서 걱정이 컸다. 개봉 전 주 금요일에 이동진 평론가의 도움이 있었고, 씨네21에서 박평식 평론가의 평이 나오면서 관객 반응이 확 올라왔다. 그분의 평이 너무 팩트니까(웃음). 앞서 누적된 여러 가지 상황도 결국 시너지를 일으킨 것 같다. 2023년 하반기부터 세계 영화제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던 것도 도움이 됐다. 개봉을 기다려주신 분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놀라긴 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영화 자체가 갖는 의미가 크고, 미학적인 완성도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참 불편한 영화다. 요즘 관객들의 성향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렇게 불편한 영화를 보러 굳이 극장에 오실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걸 뛰어넘는 관심이 있었기에 나온 결과 같다.
그럼 혹시 올해가 찬란의 가장 찬란한 해인가?
아직은 아니다(웃음). 그래도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이런 관객 스코어가 나왔다는 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 중의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좋은 영화를 계속 개봉하려면 그걸 뒷받침해줄 흥행작이 또 필요하다. <악마와의 토크쇼>야말로 장르영화로서의 상업성을 더 기대했었다. 결과적으로는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층이 또 좋아해주셔서 이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싶었다(웃음).
<악마와의 토크쇼>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수입 경로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2023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상영 했을 때 찬란 직원 한 분이 너무 재밌게 보고 온 작품이었다. 꼭 수입을 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는데, 당시 세일즈사가 정해지지 않았다.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 전후로 세일즈사가 생겼고, AFM(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 세일즈를 시작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AFM에서 보고 최종적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다행히 많은 수입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작품이어서 다른 때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구매했다. 해외에서의 수상 성과 면에서는 다소 약점이 있던 영화였지만 호러 장르로서는 독특하고 완성도 있는 영화로 포지셔닝이 된 것 같고. 올해 상반기 <오멘: 저주의 시작>이 개봉했지만 규모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거두면서 전반적으로 호러 영화로서 크게 주목받은 작품이 없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악마와의 토크쇼>가 우리가 생각했던 타깃층에 잘 맞아떨어졌던 게 아닐까 싶다. 찬란이 <유전>(2018)<미드소마>(2019)<반교: 디텐션>(2020) 같은 호러 영화들을 수입해왔지만 이들 외에 잘 안 된 호러도 많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공개했을 때부터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찬란 직원들뿐만 아니라 같이 팀을 이루었던 배급사, 단독 개봉을 했던 CGV까지 뭔가 함께 열심히 만들어낸 것 같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 때 처음 봤다. 영화가 너무 강렬하고 충격적인 동시에 영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였다. 그런데 수입해서 개봉하는 건 쉽지 않겠다 싶어서 이틀 정도 생각만 하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찬란은 해마다 칸 경쟁 부문의 작품들 가운데 두 편 정도를 수입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구매해야 하는데,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는 지난해 칸에서 <사랑은 낙엽을 타고>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 두 편을 수입한 셈이 됐지만 말이다. 고민의 가장 큰 이유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세일즈사가 다른 회사도 아닌 A24였다는 점이다. A24는 가격이 안 맞으면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 판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도 결국 한국에 수입되지 않았던 이유가 한국의 수입사들이 제시한 가격이 A24가 생각한 적정가격에 못 미쳐서다. 그럴 때 A24는 그냥 딜을 안 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당연히 애스킹 프라이스(입찰 가격)가 엄청 높았다. 우리가 웬만한 가격을 던지지 않는 한, 협상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고민이 너무 컸다. 국내 다른 수입사들은 거의 입찰을 안 하신 걸로 안다. 그래서 경쟁 자체는 치열하지 않았다. A24가 원하는 가격을 맞추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칸에 다녀온 후 6월 말에서 7월 초쯤 구매를 결정했다.
A24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비용을 맞추는데 있어서, 찬란과 공동제공을 해온 소지섭 배우와 소속사 51K가 활약한 건가?
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웃음). 이미 많이 알려져있지만, 소지섭 배우는 내가 이전에 몸 담았던 영화사 스폰지에서 한국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만들 때 함께 한 인연이 있다. 소지섭 배우는 <영화는 영화다>를 할 때 이미 소규모로 영화 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때 소지섭 배우의 소속사 51K의 김정희 대표와도 인연이 닿았다. 찬란을 만든 이후 소지섭 배우가 조금씩 영화 수입에 투자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던 차에 2012년 <폭풍의 언덕>을 시작으로 소속사를 통해서 몇 작품의 투자를 했다. 그러다가 본인이 직접 따로 하고 싶다고 해서 2014년 <필로미나의 기적>부터 소지섭 배우와 51K가 각각 투자를 하게 됐다. 어떤 때는 지섭 배우만 한 경우도 있고. 2020년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상황이 어려워지다보니 소지섭 배우가 그냥 꾸준히 연 단위로 찬란의 전체 라인업에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지금에 이르렀다. 항상 변함없는 지원군의 느낌으로 함께 해주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번에 아무런 노출을 하지 않았는데, <악마와의 토크쇼>를 하면서 소지섭 배우 얘기가 많이 바이럴 됐다. 찬란이나 소속사를 통한 인터뷰 요청도 많이 왔고. 하지만 절대 응하지 않으신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느낌으로 일을 하는 성격이셔서(웃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찬란은 올해 상반기에 <플랜 75><꼬마 참새 리차드: 신비한 보석 탐험대><왓츠 러브><살바토르 문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용감한 돌고래 벨루와 바닷속 친구들><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를 개봉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 6월을 사로잡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악마와의 토크쇼>야말로 예술영화에 대한 찬란의 수입 감각이나 마케팅 노하우가 실적과 연결된 중요 사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추세를 이어줄 하반기 라인업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나?
2014년에 개봉시켰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의 개봉 10주년을 맞아서 7월에 재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2023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여성 지휘자 이야기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도 개봉 예정이다. 찬란은 매 년 두세 편의 한국독립영화를 배급해왔는데, 하반기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장편 CGV상과 올해의 배우상,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과 CGK(촬영감독조합) 촬영상을 받은 영화 <딸에 대하여>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데미 무어 주연의 <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가 있다. 칸에서 볼 때 ‘재밌는 영화'라는 생각이 컸던 작품인데, 미국 개봉이 9월 말로 확정됐다. 우리도 10월, 11월에는 개봉 예정이다. 그 외에도 몇 작품 더 있어서, 올해 총 14편에서 15편을 개봉할 것 같다.
한국독립영화 배급은 꾸준히 해왔지만, 여러 어려움 때문에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찬란을 만든 이후 기회가 닿아서 <미쓰 마마>(2012)<폭력의 씨앗>(2017)<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를 간간이 배급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이후로는 매년 꾸준히 한국 독립영화 배급을 해왔고. 수입 영화를 할 때와는 분명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2023년이 정말 한국 독립영화로서는 어려운 해였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너무 많은 걸 보고 있다. 작년에 찬란은 한국 독립영화를 4편 배급했는데, 그 중 <지옥만세>의 경우 우리의 기대작이었다. 전체 독립영화 개봉작들 중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만큼의 스코어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개봉 영화에 대한 기사량 자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한국영화 대작이나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영화들 말고는 기사 자체를 보기가 어려워서 홍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몇 달 뒤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면서 오히려 관심이 증폭됐고 시청 순위도 상당히 높게 나왔다. 너무 아이러니했다. 어떻게 하면 관객이 개봉 영화에 더 관심을 가져주실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난 14년간 찬란이 수입하는 예술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어떻게 변화해왔나?
초반에는 그래도 지금보다 더 다양했던 것 같다. 감성적인 작품도 있었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부터 더 집중하고 구매하려고 노력해서 우리에게 온 작품들이 불친절하고 드라이한 영화들이 많았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으려고 해봤는데, 마켓 다녀와서 구매 결과를 보면 역시 비슷했다(웃음). 균형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찬란의 최고 흥행작은 2023년 재개봉한 <여름날 우리>인가?
맞다. 2021년 개봉했을 때 4만 명 정도 봤고, 재개봉 했을 때 관객 수가 37만 정도였다. <여름날 우리>의 재개봉은 콘텐츠 투자배급을 하는 바이포엠 스튜디오의 제안 때문이었다. 바이포엠 스튜디오가 10대, 20대 관객층에 어떤 형태로든 최적의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게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2021년에 <여름날 우리>를 개봉시켰을 때 우리 딴에는 굉장히 열심히 했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다. 그때 개봉했던 다른 영화들도 큰 결과를 얻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바이포엠이 재개봉 제안을 하면서 내세운 여러 조건은 우리가 받아들이기 좋은 것이었다. 그렇게 재개봉을 했는데 그런 성적이 나와서 정말 놀랐다.
지난해 하반기에 10대, 20대 위주의 젊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먼저 돌아온 게 맞다.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엘리멘탈>이 흥행한 것 역시 타깃층이 10대와 20대 위주였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도 20대 여자 관객이 관심을 가져야 어느 정도 흥행 성적이 나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름날 우리>도 10대, 20대 여성 관객이 주 타깃이었던 점이 잘 맞아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올해에도 유효해 보인다. 지난 5월 개봉한 <하이큐> 시리즈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 장의 결전>도 20대 여성 관객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 걸 보면 그렇다. <악마와의 토크쇼>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30대 관객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30대까지는 극장에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관객 분포를 보면 작년과는 다른 양상의 시장 분위기가 엿보이긴 하지만, 아직 중장년층인 40, 50대 이상의 관객은 많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들이 2010년대 중반부터 예술영화를 많이 봐주셨던 주요 관객층이었다.
<여름날 우리>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은?
<유전>(누적관객수 18만 명)이다. 그 뒤를 잇는 게 <존 오브 인터레스트><카페 소사이어티><미드소마> 순이다. 지금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유전>을 넘어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14년 동안 영화 수입을 해오면서 인연이 돈독해진 감독이나 세일즈사도 있나?
처음 영화 수입을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때는 그런 관계들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격에 조금 못 미쳐도 너희를 믿고 같이 하겠다는 결정들이 있긴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여지가 없다. 진짜 없다. 냉정한 시장이다. 모든 건 다 비용으로, 구매 가격으로 결정된다.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이력도 흥미롭다. 영화 잡지 NEGA의 기자로 시작해서 스크린 편집장을 거쳐 영화사 스폰지에서 마케터로 일하다가 찬란을 차렸다. 영화라는 중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포지션을 계속 바꿔왔다.
그 하나가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남아있다 보니 이런 때도 오는 것 같다. 영화를 개봉할 때마다 뭔가 배운다. 일을 오래 했는데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나 싶지만 매번 그렇다.
한국 영화산업 안에서도 부침이 많고 경쟁도 심한 예술영화 수입배급을 14년이나 지속해왔다는 것에 대해 자평해본다면?
그냥 이 일밖에 할 줄 몰라서 하고 있는 것 같다(웃음). 그런데 한국은 정말 그 어떤 나라보다 업계에 들고 나는 게 심하다. 시장이 좋을 때 확 몰려들었다가 나쁘면 바로 빠진다. 그래도 찬란을 비롯해서 꾸준히 영화 수입을 해오고 있는 회사들이 있고, 심지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서 계속 가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좋다. 우리가 잘 견디고 있구나 싶어서(웃음). 이 일을 더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건 결국 관객이다. <악마와의 토크쇼>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성적은 계속 해보라고 관객이 한번 더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위험 부담을 줄이고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여전한 숙제다. 이 일을 길게 하고 싶다. 재밌으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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