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SPECIAL
한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2025년 하반기 개봉작과 한국영화 투자·제작 현황
2025-07-01
NEW 현지 시장과 더 밀착하라
한국영화, 해외 셀링 포인트는?
2025-07-15
PEOPLE
READING
GLOBAL
KOFIC STORY
BOX OFFICE
현지 시장과 더 밀착하라
한국영화, 해외 셀링 포인트는?
현지 시장과 더 밀착하라
한국영화, 해외 셀링 포인트는?
글 _ 곽명동(마이데일리 기자)
2025-07-15
2025 칸 필름마켓의 쇼박스 세일즈 부스
코로나19 팬데믹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 이후, 한국영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극장 관객 수는 급감했고, 영화 제작 편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예년에 비해 해외에 판매할 영화 역시 크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영화계는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먼저 칸, 베를린, 토론토, 아메리칸필름마켓(AFM) 등 세계 주요 영화 마켓의 최근 동향과 지역별 한국영화 구매 패턴의 변화 양상을 살펴본다. 또한 현장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글로벌 세일즈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짚어봤다.
칸 필름마켓 현장의 NEW와 쇼박스 세일즈 부스
칸·베를린은 여전, 토론토·부산은 약진 한국 영화인이 즐겨 찾는 서구권 마켓은 칸(5월), 베를린(2월), AFM(11월), 토론토(10월) 등이다. 엠라인디스트리뷰션(이하 엠라인)의 손민경 대표는 “칸 마켓은 영화제와 더불어 명실 상부한 최대의 영화 마켓”이라면서 “1년에 한 곳만 가야 한다면 꼭 가야 하는 마켓이고 그만큼 바이어, 셀러, 영화제 관계자, 제작자 등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마켓이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영화제 상영작 위주로 판매가 많이 이루어진다. 한국영화 세일즈사도 대부분 참여하고 있으며, 전세계 바이어를 골고루 만날 수 있는 마켓이다.
해외 필름마켓 지도
해외 필름마켓 지도
베를린 마켓은 유러피언필름마켓(EFM)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럽 중심 마켓이고 설날 전후로 진행되어 중국 명절과 겹치면 중화권 참가자 수가 줄어드는 특징을 지녔다. 손민경 대표는 “칸 마켓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연초 처음으로 열리는 마켓이라 한 해의 영화적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면서 “북미 쪽 참가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으며 아시안 바이어들의 참가도 최근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쇼박스 해외사업팀 김정원 대리는 “EFM은 연초에 가장 먼저 열리는 마켓으로, 한 해 라인업을 소개하거나 신작을 처음 공개하기에 적절하며, 유럽권 바이어 및 영화제 관계자와의 미팅이 주를 이룬다”면서 “베를린국제영화제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 <파묘>와 같이 영화제에 셀렉이 될 경우 해당 작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에선 AFM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토론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AFM은 지난해 45년 만에 로스앤젤레스(LA)를 떠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일각에선 “할리우드를 떠난 순간 AFM에 내리막길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영화제가 없이 진행되는 데다 할리우드영화 제작 편수가 감소하면서 마켓 규모가 현저히 줄었다. 반면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토론토 영화제)는 내년부터 정식 필름 마켓을 론칭한다. 최근엔 할리우드 신작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바이어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대해 화인컷 서영주 대표는 “AFM은 점차 운영상 문제가 발생해서 참석하지 않고 대신 북미 마켓을 위해 토론토영화제에 참석한다”면서 “토론토는 내년부터 정식적인 마켓플레이스를 세팅하겠다고 해서 아마 AFM을 대체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필마트(3월)가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부산(ACFM)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쇼박스 김정원 대리는 “필마트는 EFM 직후에 열려 작품을 새로 공개하기보다는 아시아권 바이어의 반응을 확인하고 세일즈를 이어가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중국 업체의 참여가 많아 해당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것에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CFM은 해외 마켓은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마켓 중 하나로, 한국영화 세일즈에 매우 효과적”이라면서 “쇼박스가 하반기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마켓이기도 하며, 하반기 개봉작이나 다음 해 라인업을 소개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손민경 대표 역시 “부산이 아시아 넘버원을 추구하고 있으나 홍콩 필마트를 아직 이길 수는 없다.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한국영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한국영화를 만날 수 있는 부산 마켓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귀띔했다.
유럽 박스오피스에서 성과를 거둔 <다음 소희>
네온을 통해 북미 개봉을 확정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유럽·북미는 감독, 아시아는 배우
한국영화는 해외에서 지역별로 선호도가 뚜렷하게 갈린다. 유럽과 북미가 감독을 중시한다면, 아시아는 배우 이름값이 중요하다. 손민경 대표는 “아시아 바이어들에게는 영화를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배우가 가장 중요하다. 저예산이라도 아이돌이 출연하는 경우는 세일즈가 잘 된다”면서 “유럽은 배우보다는 감독의 인지도나 영화제 수상 이력, 장르(액션, 스릴러 선호)가 가장 중요한 구매 포인트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규모보다는 한국 박스오피스가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데 배우가 유명하지 않아서 프리 세일즈가 안 되다가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 바로 판매된다”면서 “비싸게 주고 샀는데 한국 박스오피스가 안 나오면 현지에서도 크게 개봉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서영주 대표는 “북미는 현재 3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감독 또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는 장르(호러)영화들을 선호하며, 그 외에는 극장 배급이 아닌 주문형비디오(VOD)로 판매가 되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유럽 역시 북미와 유사하다”면서 “박스오피스 측면에서 북미는 아트영화는 거의 힘들지만, 아직 프랑스 등은 <다음 소희> 등 웰메이드 아트영화 역시 박스오피스가 잘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르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콘텐츠판다 이정하 이사는 “서구권에 비해 아시아는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드라마,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를 골고루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반대로 북미, 유럽 등 서구권 지역에서는 오컬트, 액션과 같은 장르성이 짙은 영화들이 인기가 높다”고 했다.
K-콘텐츠 유행, 한국영화로 이어진다
지난 5월 칸 마켓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 <더 홀(The Hole)>이다. <더 홀>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제작사인 미국 에스마일코퍼레이션과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제작사 K 피리어드 미디어, 그리고 최재원 대표와 송강호 배우가 이끄는 앤솔로지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했다. 아마존 MGM 산하 오리온 픽처스(Orion Pictures)가 <더 홀>의 전 세계 배급권을 확보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약 2천만 달러(약 27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작은 미국 셜리 잭슨 상을 수상한 편혜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한국에 유학 중인 성공한 교수 오웬의 결혼 생활과 충격적인 진실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HBO 시리즈 <화이트 로투스> 시즌2로 주목받은 테오 제임스가 주인공 교수를 연기하며 정호연, 염혜란 등이 출연한다.
쇼박스의 <군체>도 해외 바이어의 주목을 끌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전지현이 <암살> 이후 약 10년 만에 상업 장편영화로 돌아오는 <군체>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건물이 봉쇄되고, 감염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며 생존자들을 위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정원 대리는 “칸 마켓에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이라면서 “상당히 괜찮은 판매 실적을 거뒀다”고 전했다. 쇼박스는 <군체> 외에도 <소주전쟁>을 비롯해 <퍼스트 라이드>(가제) <만약에 우리> <폭설> 등의 타이틀을 해외에 소개하며 판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하 이사는 “<검은 수녀들>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송혜교 주연의 오컬트 블록버스터로 같은 시기에 개봉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작품 규모 및 기대감이 높았다”면서 “<검은 사제들>의 차기작이라는 안정성을 발판으로 160개국 판매라는 매우 좋은 결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파이브>의 경우는 <써니>로 검증된 강형철 감독의 신작으로 스토리 자체에 자신이 있었던 터라 적극적인 현지 시사를 통해 바이어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좋은 해외 세일즈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검은 사제들>의 차기작이라는 안정성을 발판으로
160개국에 판매된 <검은 수녀들>
해외에서 긍정적인 세일즈 성과를 거둔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
CJ ENM은 북미 개봉을 확정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를 비롯해 <하얼빈> <악마가 이사왔다>를, 롯데컬처웍스는 <스트리밍> <거룩한 밤> <연의 편지> <부활남> 등을 각각 판매했다.
엠라인은 민규동 감독 <파과>, 백희나 작가 원작 <알사탕>,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콩트르샹 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광장>, 홍원기 감독 <귀시>, 김재중 주연 <신사>를 해외 시장에 팔았다. 화인컷 역시 호러스릴러 <노이즈>와 박훈정 감독의 <슬픈 열대>,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하는 코믹액션 <보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서은선 감독의 <훈련사> 등을 판매했다.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한국영화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 최한아 책임은 “K-팝의 영향력이 커지며 기존 극영화뿐만 아니라 콘서트 영화 등에 대한 구매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트라팔가릴리징(Trafalgar Releasing)과 같은 글로벌 배급사를 필두로 K-팝 영화 및 실황에 대한 배급 패턴이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영주 대표도 “일례로 K-팝 콘서트를 남미에서 극장 개봉했을 때 여타 한국영화보다 박스오피스가 큰 사례도 있다”면서 “영화는 복합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한국의 소설, 웹툰, 음악, 문화 등이 인기가 높아질 경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원 대리 또한 “K-팝과 K-드라마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한 인물이 출연한 작품은 바이어들의 수요가 확연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는 한국영화 전반의 수요라기보다는 특정 캐스팅을 동반한 몇몇 작품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를 사로잡은 <파묘>의 인기 (제공=<파묘> 동남아 배급사 Purple Plans 인스타그램)
현지 배급사와의 협업 강화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유행으로 한국 영화계는 벼랑 끝에 몰렸다. 코로나19가 끝나도 관객은 극장을 찾지 않았고, 그로 인해 제작 편수는 줄어들었다. 또한 가끔씩 제작되는 영화의 퀄리티는 떨어지고, 관객의 외면은 길어지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해외 시장도 한국과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그들도 흥행이 될 만한 영화 찾기에 바쁘다.
손민경 대표는 “해외 세일즈사는 새로운 영화뿐만 아니라 기존 작품의 리메이크 세일즈에도 집중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소재 발굴이 어느 때보다 화두인 상황이라 리메이크 계약도 세일즈사의 아주 중요한 역할이 되었는데, 기존 작품을 조금만 비틀어 현지화할 수 있는 작품을 쌍방향으로 찾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단순히 판매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리메이크 조언도 해주고 마케팅에도 적극 참여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박스오피스 성과만으로 해외에서 화제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지 흥행을 유도하기 위한 추가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정원 대리는 “최근 해외 세일즈는 현지 배급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배우의 프로모션 투어를 지원하거나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현지 시장에서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쇼박스는 <파묘> 국내 VIP 시사회 진행 당시, 동남아시아 배급사 측의 요청으로 동남아 인플루언서에게도 티켓을 제공해 행사 현장 스케치와 영화에 대한 짧은 리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이 초반 주목도를 높여 동남아에서의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일본 개봉 당시에는 장재현 감독과 최민식, 김고은 배우가 직접 프로모션 투어를 진행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CJ ENM 영화 해외 배급팀 담당자 역시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편당 매출을 증가시키고, 해외 공동제작 영화를 활성화하고, 라이브러리 세일즈를 증진시키는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플러스엠과 KDDI가 MOU를 체결하는 모습
기획부터 동시개봉까지 협력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이하 플러스엠)는 한발 더 나아가 일본과 동시개봉을 추진하고 나섰다. 플러스엠은 지난 5월 일본 이동통신 회사 KDDI와 한일 영화 시장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KDDI는 일본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사업자 중 하나로, 2022년부터 영화 레이블인 KDDI 픽처스를 통해 유통 및 제작 사업에 진출해 <청설>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 등 10여 편의 한국영화를 일본에 배급해 왔다.
(왼쪽부터) 일본에서 개봉한 김고은 주연의 <대도시의 사랑법>. 한소희, 전종서 주연의 <프로젝트 Y>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개봉할 예정이다
양사는 영화 콘텐츠 협력 및 유통 활성화를 위해 기획, 투자부터 유통, 마케팅까지 폭넓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13일 플러스엠이 투자 배급한 <대도시의 사랑법>이 KDDI를 통해 일본에서 개봉했고, 배우 한소희, 전종서 주연 <프로젝트 Y>와 우치다 에이지 감독의 최신작 <나이트 플라워>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개봉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영화 판매를 뛰어넘어 기획 단계부터 마케팅, 동시개봉까지 협력하는 셈이다.
손민경 대표는 “코로나19와 OTT 유행 이후 세계 영화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해외 각 나라들의 구매 패턴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배우와 장르를 좋아하는지 면밀히 연구하고 검토해서 거기에 맞는 판매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