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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허락되지 않았던 도전
북미 히트 애니 <킹 오브 킹스>가 만들어진 이유
실패는 허락되지 않았던 도전
북미 히트 애니 <킹 오브 킹스>가 만들어진 이유
글 _ 성찬얼(씨네플레이 부편집장)
2025-06-02
대한민국 사람 중 ‘케이(K)’라는 접두사가 낯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10년대부터 한국 대중가요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며 ‘K-팝’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이후 다양한 한국 문화가 점진적으로 퍼져 나가며 일종의 원산지를 표기하듯 접두사 ‘K’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광범위한 ‘K-컬처’의 성공 신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K’를 붙이면 다소 어색한 분야가 있다. 애니메이션이다. 대한민국 애니메이션계는 진작 타국 작품의 제작은 물론이고 자체 작품을 개발, 제작해 왔다. 그만큼 유능한 인재를 배출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애니메이션 스태프, 한국계 애니메이션 스타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K-애니메이션’이라고 명명할 만한 계기는 없었는데, 다른 분야에 비해 글로벌 히트 단일 작품이 없었던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25년 4월 북미에서 개봉한 <킹 오브 킹스>는 처음으로 ‘K-애니메이션’이란 단어를 쓸 만한 성적으로, 한국에 개봉도 하기 전에 세계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앞서 말했다시피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이제 와서 태동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국내 다양한 스튜디오들이 자체 애니메이션을 제작, 혹은 해외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보다 장대한 프로젝트를 이끄는 등 애니메이션계에서 한국의 위치는 무시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유행한 영유아 애니메이션 <아기상어>를 만들어 이제는 한국 제작사라고 하면 도리어 놀라는 사람도 있는 더 핑크퐁컴퍼니.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출신 김상진 애니메이터가 제작진에 참여한 <레드 슈즈>와 이우혁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판타지 대작 <퇴마록>을 제작한 로커스 스튜디오. 북미 애니메이션 채널 ‘니켈로디언’의 히트작 <아바타: 아앙의 전설>의 공동 감독 중 한 명인 유재명이 설립하고 <코라의 전설> <나의 붉은 고래> <엑스맨 ’97> 등을 통해 글로벌 제작사로 이름을 알린 스튜디오 미르. 3차원(3D) 제작의 붐에도 여전히 손그림의 따뜻함을 무기로 유일무이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소중한 날의 꿈> <무녀도> <아가미>의 연필로명상하기. 돌하르방이란 제주도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자체 IP 및 작품 제작에 나선 그리메. 이외에도 수많은 제작사가 애니메이션계에서, 또 한국 문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킹 오브 킹스>의 등장에 이르러서야 ‘K-애니메이션’이란 단어를 명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말한 대로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작품의 독특한 탄생 환경이다.
<킹 오브 킹스> 포스터
출발부터 북미 겨냥한 기획, 캐스팅
<킹 오브 킹스>라는 제목은 ‘왕 중의 왕’이란 뜻으로,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명칭 중 하나다. 실제로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전반을 조망하는 이야기를 택했다. 이 같은 소재는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기획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한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을 때 통용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것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작품, 그것도 <킹 오브 킹스>처럼 한 스튜디오의 데뷔작이라고 가정하면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창작물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킹 오브 킹스> 제작진은 반대로 세상 어느 곳에서나 반기는 관객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남긴 인물의 이야기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성호 감독은 본인이 기독교인이기도 하지만 “기독교 콘텐츠 시장은 부가판권의 생명력이 길어서 시간이 걸려도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방향성을 잡았다”(김은형, “한국 애니는 안 돼” 냉소 딛고, 미국서 ‘대박’ 터뜨린 이 작품, 한겨레, 2025. 4. 16.). 거기에 “애초부터 북미 시장을 겨냥했다”며 “미국 시장에서 기독교 콘텐츠가 실패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최상경, 북미 휩쓴 <킹 오브 킹스> 탄생까지…“돌아보면 모든 것이 은혜”, 데일리굿뉴스, 2025. 5. 4.). 한마디로 그는 신자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 동시에 첫 연출에 도전하는 창작자로서의 비전, 한 사업체를 책임지는 대표로서의 의무까지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로 예수의 이야기를 꺼내든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전기영화에 그친 것은 아니다. <킹 오브 킹스>는 기존 예수 전기영화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아이들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선택했다. 이는 찰스 디킨스가 아이들을 위해 <우리 주님의 삶>(The Life of Our Lord)이라는 제목으로 예수의 일대기를 집필했단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킹 오브 킹스>는 종교라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를 가족 드라마 형식으로 보완했다.
한편 <킹 오브 킹스>의 글로벌 흥행 전략에는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을 성우로 기용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전술했듯 <킹 오브 킹스>의 소재는 전 세계 어디서도 유효할 만한 보편성을 선택한 것이었고, 할리우드 스타들에게도 그 전략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월트디즈니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할리우드 캐스팅 디렉터 제이미 토머슨을 영입해 작품 핵심 캐릭터들에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아이삭, 피어스 브로스넌, 우마 서먼 등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글로벌 관객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었고, 이번 북미 흥행도 이 전략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길이 되었다.
<킹 오브 킹스> 박스오피스 성적 (제공=박스오피스모조닷컴)
<킹 오브 킹스>는 4월 7일 북미에서 개봉한 후 5986만 달러(약 83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총제작비 360억 원의 2배에 달하는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는 영미권에 친숙한 작가 찰스 디킨스,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예수의 일대기, 그리고 부활절(2025년 4월 20일)을 겨냥한 개봉 시기가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였다. <킹 오브 킹스>의 성적은 이전까지 북미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영화 <기생충>의 성적(5384만 달러)을 넘어섰고, 국내에서도 뉴스로 보도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현재 <킹 오브 킹스>는 7월 국내 개봉을 목표로 한국어 더빙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VFX, 실사 촬영, 언리얼 엔진의 콜라보 <킹 오브 킹스>는 국내 특수시각효과(VFX) 전문 회사 모팩스튜디오(Mofac Studios)에서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대한민국 VFX 전문가 1세대로 알려진 장성호 대표가 연출에 도전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촬영감독 역시 <그때 그사람들>(2005), <만추>(2011), <암살>(2015), <1987>(2017) 등 한국영화의 주요 촬영감독으로 활동해 온 김우형이 맡았다. 영화 스태프 경력을 따지자면 굉장한 인력이지만 반대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지점에서 볼 때 두 사람의 조합은 사실상 ‘신예’에 가깝다. 실제로 두 사람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기로 결정한 후 가장 먼저 한 작업은 본인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킹 오브 킹스> 촬영현장 (제공=모팩스튜디오)
장성호 감독과 김우형 촬영감독은 VFX와 실사 촬영이라는 자신들의 주무대를 활용했다. 이들의 제작 방식은 곧바로 애니메이션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작품의 기틀이 될 바탕을 구현하고 이를 토대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더하는 것이었다. 사실적인 그래픽 퀄리티가 장점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활용해 장면의 공간을 설정한 후 세트에서 이를 단순화한 환경을 조성했고, 그 안에서 실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게 했다. 연기는 모션 캡처로, 촬영 프레임에 관한 정보는 모팩스튜디오가 자체 개발한 버추얼 카메라로 데이터화했다. 이렇게 장면을 촬영, 편집한 후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전환해 애니메이션 캐릭터 각각의 움직임을 보강했다. 영화를 연출한 장성호 감독에 따르면, 촬영은 할리우드 A급 배우들로 구성한 출연진의 목소리 연기를 토대로 움직임 표현에 최적화된 배우들의 연기를 더해 각 캐릭터들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캐스팅이 다소 늦은 배역도 있었으나, 대신 목소리 연기 가이드를 확보해 그에 맞춰 현장에서 촬영을 하고 배우의 목소리를 덧입히는 식으로 진행이 가능했다.
모팩스튜디오가 자체 개발한 버추얼 카메라 (제공=모팩스튜디오)
즉, <킹 오브 킹스>의 작업 방식은 전형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의 파이프라인을 거치는 것과는 다소 상이하다. 굳이 따지면 컴퓨터생성이미지(CGI)와 실사의 경계를 허문 <아바타> 시리즈나 실제 배우나 성우에게 캐릭터를 맡겨 시네마틱 컷신을 촬영하는 근래 대작 게임의 제작 환경과 비슷하다. 이런 제작 과정에서 <킹 오브 킹스>는 두 가지 장점을 취할 수 있었는데, 실사 영화에 특화된 인력의 노하우를 극대화하는 것과 그 노하우를 토대로 작품의 비주얼라이징 노하우까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언리얼 엔진은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보다 게임 제작에서 자주 사용하는 툴이다. 일반적으로 3D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사용하는 툴은 마야(Maya)다. 물론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전무한 건 아니다. 블러 스튜디오가 언리얼 엔진으로 (해당 엔진의 초기 모델을 사용한 게임) ‘언리얼 토너먼트’를 다룬 단편 <언리얼 토너먼트: 잰>을 제작했으며 국내에선 로커스 스튜디오가 언리얼 엔진과 마야를 병행 사용해 <유미의 세포들>(2021~2022)의 애니메이션 파트를 완성한 바 있다. <킹 오브 킹스>도 이와 유사한데, 언리얼 엔진을 바탕으로 한 현장 촬영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각 장점이 있는 두 가지 툴을 병행하는 작업 방식에 실제 촬영을 더한, 언리얼 엔진으로 영화 속 현장을 구현해 실제 배우의 연기를 담아낸 장편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는 것에서 모팩스튜디오의 노하우가 돋보인다.
<킹 오브 킹스> 촬영현장 (제공=모팩스튜디오)
그러나 배우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으로 보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린 시절 <루니 툰> <톰과 제리> 같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고 그 표현 방식에 빠졌던, 그리고 그동안의 VFX 노하우로 “기술적인 완성도를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장성호 감독은 그러나 애니메이션 작업에 직접 부딪혀본 후 VFX와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절감했다. 애니메이션은 인물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묘사하기 위해 뼈대의 움직임 등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도 그에 맞춰 위치를 지정하는, 이른바 ‘키 프레임 작업’이 필요하다. <킹 오브 킹스>에서 모든 장면의 키 프레임을 세밀하게 조정하기엔 숙련된 애니메이터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역량 있는 애니메이터들이 함께했지만 그 수를 충족하기 어려웠고,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 모션에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필요했다. 기획부터 각본, 연출까지 담당한 장성호 감독 입장에서도 아쉬움은 있었으나 완성을 위해 최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했다.
<킹 오브 킹스>, 성공은 기쁘지만
<킹 오브 킹스>를 시작으로 VFX 업체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만날 기회는 조금씩 늘어 갈 전망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4th CREATIVE PARTY)다. 2027년 개봉을 목표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더 밸리>를 제작하고 있다.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는 과거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캡틴 하록>을, CJ ENM과 <로봇 트레인>을 제작한 바 있으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전체를 총괄하는 건 <더 밸리>가 처음이다. 특히 <더 밸리>는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치면 약 9년간 준비를 거쳤으며 총 제작비가 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작이기에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의 도전이 관객과 영화계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위지윅스튜디오도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VFX 업체 중 하나다. 위지윅스튜디오는 2023년 설립된 신생 VFX 회사인데, 그래서 다른 VFX 회사에 비해 작업하고 있는 활동 영역이 처음부터 다소 넓은 편이다. 영상 작품의 VFX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심지어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재는 VFX 기업으로 분류하기 애매해 보이지만, 컴퓨터그래픽(CG) 전문가 박관우•박인규가 설립했으며 2020년대 초까지도 CG와 VFX를 활용한 영상 영역에 주력했다. 지금 위지윅스튜디오가 작업 중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아일랜드>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만화 <아일랜드>(윤인완•양경일 작)가 원작이다.
VFX 업체들의 애니메이션 도전, 이는 단순히 몇몇 사업체만의 도전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 도전들은 어떤 면에서 ‘꿈’인 동시에 ‘생존’의 문제가 걸린, 선택의 일환이었다. <킹 오브 킹스>로 애니메이션에 도전한 장성호 감독은 “VFX 분야 전문가들도 대부분 본인의 IP를 해보고 싶어 한다”고 말하면서 “VFX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FX 업계에 30여 년간 몸담고 있는 장성호 감독은 “VFX가 영상 작업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임에도 이 분야에 자본을 투입한다거나 잘 키워서 활용해보자는 인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각 업체들은 각자 생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고, 그러다 보니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IP 사업, 즉 자체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서 그 답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공개한 <킹 오브 킹스> 또한 “배수진을 쳤다고 봐야 한다”며 “실패가 허락되지 않는 도전이었고, 그래서 실패하지 않는 기획이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영화의 보편성과 글로벌 전략은 그 간절함이 낳은 결과다.
장성호 감독은 한국 VFX계의 위기 타개를 단순히 기업 단위에서만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그리고 한때 한국의 VFX 업체를 자주 기용했던 중국영화계를 예시로 설명했다. 장성호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중앙정부에서 별도의 이점을 챙겨주진 않지만 VFX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역 정부가 상당한 지원을 한다. 부지나 시설 등을 지원하고 법인세나 전기세 감면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지역 내에서 기업을 유치•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VFX와 애니메이션 관련 인력을 수급하고 지역 경제 또한 활성화하는 효과를 노렸다. 그 결과 중국은 한국영화계로 외주를 주던 VFX 작업을 자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획득했다. 중국 외에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 등에서도 세금 감면 등으로 VFX계를 지원하고 있다. 장성호 감독은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성장 방안이 여러 차례 제안되었으나 여러 정부 부처의 허가가 필요해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킹 오브 킹스>의 등장과 성공은 기쁜 소식이지만 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창작욕, 도전정신을 상회하는 기획의 중요성을 수면 위로 올려놓아야 한다. 한편으론 한국영화계의 지속적인 성장 저하로 인한 후반작업 업체들의 생존 문제를 다시금 논의할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기회가 동등하게 돌아갈 수도 없고 모든 과정이 언제나 배부를 수는 없지만, 생존을 위해 창작의 다른 경로를 탐색하거나, 혹은 창작을 위해 생존을 담보로 삼아야 한다면 그 산업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킹 오브 킹스>의 성공이 VFX 업계의 현재 상황을 비추고, 나아가 한국영화계의 전반적인 기반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킹 오브 킹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