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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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❷

기꺼이 ‘경험’하는 극장이 있다

지금, 독립・예술영화관의 전략적 변화

SPECIAL ❷

기꺼이 ‘경험’하는 극장이 있다

지금, 독립・예술영화관의 전략적 변화

글 _ 정유미(영화 저널리스트)

2025-05-16

“거대한 파도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시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영화 시장, 특히 독립・예술영화관에 몰고 온 엄청난 타격에 대해 예술영화 전용관 엣나인 관계자가 팬데믹 기간을 되돌아보며 한 말이다. 팬데믹 여파로 인해 독립・예술영화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과 좌석 수 제한을 견뎌야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디지털 플랫폼의 성장까지 더해지면서 멀티플렉스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립・예술영화관은 규모를 축소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꾸준히 버텨 왔다.” 엣나인 관계자가 덧붙인 말이다. 예산 삭감 등 어려운 상황에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들은 생존을 위해 기획전, 장기 상영, 마케팅 등을 전개해 지금까지 공간을 지켜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2024 한국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관객들의 독립・예술영화에 관한 관심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2024년 전체 독립・예술영화 매출액은 679억 원으로 2019년 매출액(635억 원)을 소폭 웃돌았고, 2024년 전체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는 2019년 관객 수(810만 명)의 91.7% 수준인 742만 명으로, 일반 영화 시장의 회복세에 비하면 선전했다.

이를 입증하듯 독립・예술영화 전용관과 단관극장을 찾는 관객층은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문화적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변화는 최근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기획전, 클래식 영화 상영, 재개봉 등의 연이은 성공이 증명하고 있다. 올해 3월 아트나인에서 진행한 ‘재팬무비필름페스티벌-ATG특별전’은 관객 점유율 90%에 육박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서울아트시네마 역시 지난해부터 관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 관계자들은 지금의 관객들이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에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극장에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기획과 상영으로 관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및 단관극장의 운영 전략을 살펴본다. 더불어 이런 변화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독립・예술영화 수입・배급사들의 전략도 함께 들어본다.

고유의 정체성 담은 프로그램 운영 사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고유의 개성과 취향이 반영된 프로그램은 관객이 그 극장을 믿고 찾아가게 만들기도 하고, 나아가 독립・예술영화계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아트나인과 에무시네마는 극장의 특색 강화를 위한 기획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온 10년 차 이상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다. 두 극장은 수입・배급을 겸하면서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를 꾸준히 발굴해 온 극장들로, 코로나19 시기에도 단골 관객층을 만들었다.

믿고 찾게 하는 프로그래밍 – 아트나인

고전 영화와 예술영화를 기획전 형식으로 꾸준히 상영하는 아트나인



영화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이 운영하는 아트나인은 상업성 부족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기 어려웠던 고전 작품들과 미개봉 예술영화들을 특별 기획전 형식으로 꾸준히 소개해 왔다. 단독 상영한 <니키리라고도 알려진>(2021), 단독 기획전 ‘클래식 나인’을 통해 <동경 이야기> <청춘스케치> <아이다호> 등 주옥같은 클래식 영화를 상영했다. 박혜진 아트나인 극장사업부 팀장은 아트나인의 뚜렷한 프로그래밍 방향성에 대해 “이 극장에서 상영한다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관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형성했다. 동시에 특색 있는 고전 작품들을 발굴하는 배급사 엣나인필름의 라인업 역시 고정 관객층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트나인은 기획전과 개봉작의 균형을 맞춰 프로그래밍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예술영화 관객층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월례 기획전 ‘겟나인’을 통해 예술영화 관객들이 좋아하는 감독들의 영화들을 상시 상영하고, 야외 상영 ‘시네마테라스’를 계속 진행하는 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작품들로 프로그래밍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극장 유튜브와 팟캐스트, 기획전 관련 특별 굿즈를 위한 팝업 스토어 기획 등 고유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시의성 있는 프로그램 개발 – 에무시네마

옥상 상영과 굿즈 이벤트 등으로 젊은 관객층을 끌어모으는 에무시네마



에무시네마는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르게 관객 수를 회복한 극장이다. <비포> 시리즈 연속 상영회, 개봉작 감독 상영전 등 시의성 있는 기획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관객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2018년부터 매년 5월~10월 말, 매주 목요일~일요일 극장 옥상에서 열리는 50석 규모의 ‘별빛 영화제’는 에무시네마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야외 상영이어서 지난 팬데믹 기간에는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한정판 굿즈와 포스터를 증정하는 스페셜 상영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도 눈에 띄게 진행한다. 5월부터는 에무시네마의 대표 기획전인 한국영화 기획전 ‘계절예감’을 마련해 <클래식> 등 봄과 어울리는 영화 5편을 상영하고 포스터를 제공한다. ‘시네마&카페’는 에무시네마의 대표 메뉴다. 극장 내 카페와 연계해 매주 개봉작 중 한 편과 어울리는 특별 음료를 판매하는 행사로, 현재 상영 중인 <해피엔드>의 영화 속 두 주인공에게서 영감을 받아 ‘일렁이는 점멸등’이라 이름 붙인 크랜베리 오렌지 진저에일을 출시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과 소통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 기반의 가치를 만든 사례


지역 안에서 복합 문화 공간에 위치한 극장들은 영화 상영과 더불어 전시, 문화 행사 등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 역할을 한다. 더숲아트시네마, 라이카시네마, 시네마 다방은 멀티플렉스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지역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극장들이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복합 문화 공간의 터줏대감 – 더숲아트시네마

서점, 카페, 갤러리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는 더숲아트시네마



더숲아트시네마는 서울 노원구를 대표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다. 북서울권 문화 명소였던 노원문고가 시도한 문화 플랫폼으로 영화관뿐 아니라 130여 석의 베이커리 카페, 독립 서점, 갤러리, 각종 문화 강좌 등 10년 가까이 지역 주민을 위한 ‘컬처플렉스’ 역할을 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는 주중, 주말 모두 8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활발하고 안정적인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은 더숲아트시네마의 특색이다. 독립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숲톡’, 이상용 영화평론가가 강연 형식으로 진행하는 ‘씨네모어’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달의 도서 1권을 구매하면 영화 초대권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 갤러리에서 열리는 북토크와 낭독회 등 플랫폼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개발로 복합 문화 공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연희동 커뮤니티를 꿈꾼다 – 라이카시네마

연희동 커뮤니티 기반의 기획전과 장기 상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라이카시네마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문을 열어 예술영화계의 응원과 지지를 받은 라이카시네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최초의 예술영화관이다. 복합 문화 공간 스페이스독 지하에 위치한 39석의 단관극장이지만 와이드 스크린, 돌비 음향 시스템, 좌석 크기와 간격 등 쾌적한 관람 환경으로 유명하다. 주말 메인 시간대에는 좌석이 대부분 매진되며, 전반적인 주말 좌석 점유율은 60~70% 이상을 유지한다. 개관 4년 동안 750편 이상을 상영하며 최근에는 수입・배급사 M&M인터내셔널과 협업을 통해 <그림자 군단>(1969)을 시작으로 단독 개봉작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예술영화에 입문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고, 혼자 영화를 관람하는 20대와 여성 관객이 극장을 주로 찾는다. 첫 개봉 시기보다 작품 인지도가 어느 정도 형성된 이후에 찾아오는 관객에 맞춰 장기 상영을 시도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1년간 상영했고, 지난해 11월 개봉한 <아노라>도 현재 장기 상영 중이며 꾸준한 관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곧 개관 5주년을 맞는 만큼 관객 멤버십 구축을 고민 중이다. 문유정 라이카시네마 이사는 “최근에는 연희동 자영업자 할인 정책을 도입했고, 연희동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연희동 영화제’ 같은 지역 기반 프로젝트도 기획해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연희동 커뮤니티의 한 축이 되는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밝혔다.

조치원의 영화 사랑방 - 시네마 다방

조치원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창작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시네마 다방



조치원에 위치한 시네마 다방은 지방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들이 경영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지역 문화와 독립・예술영화의 가치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2년 12월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개관해 지방 예술영화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할 뿐 아니라 지역 문화 자원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상가 건물 2층에 자리한 시네마 다방은 소파 좌석 포함, 최대 11명을 수용하는 아담한 공간으로 현재 하루 두 번, 두 편의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한다. 팬데믹 기간에는 코로나19 극복 중소영화관 특별기획전 ‘심패소생’을 열기도 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영화 제작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추구하는 시네마 다방의 주력 프로젝트다. 조치원에서 촬영하고 지역 주민들이 협업한 독립영화 <빚가리>(2024)가 지난해 전국 상영을 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학생 등 지역 청년 창작자들과 협력해 개최하는 ‘조치원 필름 로맨스 영화제’, 지역 문화유산인 왕성극장과 연기복싱체육관을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는 등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을 넘어서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취향 저격하는 단관극장 사례


업종으로 분류하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에 포함되지 않으나 극장이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단관극장들도 눈에 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무비랜드는 단관극장이라는 공간에 디자인적 요소를 불어넣고, 각계 브랜드를 결합한 독특한 운영으로 개관 1년 만에 명소가 되었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오르페오 한남은 사운드 특화 극장으로 영화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큐레이션은 힘이 세다 – 무비랜드

큐레이터가 직접 고른 영화 한 편만 상영하는 성수동 무비랜드



하루 한 편의 영화만 상영한다. 최신 개봉작 대신에 매달 큐레이터가 선정한 영화 4~5편을 상영한다. 큐레이터는 토크 이벤트, 공연 등으로 관객과 만나고, 무비랜드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인터뷰 콘텐츠로 제작해 극장 전용 채널(무비랜드 라디오, 유튜브)에 공개한다. 배우 박정민과 이제훈, 포스터 디자이너 박시영, 코미디언 문상훈 등이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디자인 회사 모베러웍스가 2024년 2월 성수동에 개관한 30석 단관극장 무비랜드는 기존 극장 운영과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끌어모은다. 티켓 판매나 매진은 영화마다 다르지만, 2024년 개관 후 평균 티켓 매진율 83%를 기록하고 있다. 무비랜드는 ‘먼지 쌓인 보물을 발굴하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무비랜드의 아트워크가 담긴 티켓과 포스터, 전시, 브랜드 협업 등 영화 관람 전후 과정이 모두 담긴 ‘영화적 경험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호 무비랜드 디렉터는 “오래된 영화도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보물 같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비랜드가 매달 큐레이터를 선정하고, 그 사람의 관점으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적 경험에 열려 있는 관객과 다른 극장에 비해 창작 업계에 종사하는 관객이 영화 관람을 넘어 공간 자체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다.

프라이빗한 사운드 체험 - 오르페오 한남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사운드 특화 상영관 오르페오 한남



한남동에 위치한 오르페오 한남은 음악 콘텐츠 전문 상영관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오드(ODE)가 운영하는 사운드 특화 극장으로 2018년 개관했다. 37개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가 구현하는 음향이 전 좌석(30석)에 고르게 전달되도록 설계했다. 프리미엄 프라이빗 영화관이어서 운영 전략도 차별화된다. 음악이 특색인 예술영화, 클래식 라이브, 콘서트 실황에 따라 관람료를 차등 적용하고, 시설 유지 등의 이유로 15세 이상 관람객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한다. 상영 일정표를 보고 일정과 작품을 골라 1대1 채팅으로 예약하는 방식이며, 고객의 상황에 맞춘 빠른 응대 서비스가 운영 방침이다. 결제와 좌석 선택은 상영 당일 현장에서 가능하다. 제약 조건이 따르지만, 일반 상영관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깊고 풍부한 음향 경험이 관객들의 문화적 만족도를 충족한다.

수입・배급사들의 변화와 차별화 전략


영화관이 단순한 상영 공간이 아니라 ‘경험의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입・배급사들도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이다. <괴물> <존 오브 인터레스트> <서브스턴스> <추락의 해부> 같은 영화제 수상작이나 화제작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마케팅과 배급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콘클라베>나 <플로우>처럼 장르의 특성에 대한 예상을 웃돌며 흥행한 화제작들도 여러 편이다. 이 중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는 수입・배급사 찬란, 그린나래미디어, 미디어캐슬에 주목한다.

호러는 ‘극장 체험’ 최적화 콘텐츠 - 찬란 찬란 관계자는 “최근 극장은 다양한 기획을 통해 관객의 취향을 섬세하게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클래식 영화 상영, 라이브 뷰잉, 기획전, 특별전 등 작은 영화일수록 극장이 기획과 상영의 파트너로 함께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20만 명), <서브스턴스>(56만 명)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는 “팬데믹 이후 관객의 변화된 감각과 콘텐츠 소비 방식에 주목했다”면서 “특히 2030세대가 체험적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서브스턴스>는 극장에서 이 영화를 ‘체험한다’는 게 중요한 영화였는데, 이 점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이어져 56만 명이라는 결과로 연결되었다”고 마케팅 전략을 밝혔다.

특히 찬란은 초기부터 지난해 <악마와의 토크쇼>(10만 명)와 <서브스턴스> 개봉까지 호러 장르에 집중해 왔다. “호러 장르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르다. 특히 극장에서의 체험이 필수적인 장르이기도 해서 극장 상영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주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찬란은 올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호러영화 <프레젠스> 개봉을 준비 중이다.

변화된 선택지에 근접하도록 - 그린나래미디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는 흐름에 대해 유현택 그린나래미디어 대표는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현재 자리 잡은 몇몇 극장들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운영에 대한 좋은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변화된 관객들의 눈높이와 취향에 맞춘 부티크 형태의 전용관들이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독립・예술영화 발전을 위한 전용관의 확보와 지원을 강조했다.

그린나래미디어는 2023년 <애프터썬> 6만 명, 2024년 <추락의 해부> 10만 명과 <이처럼 사소한 것들> 6만 명으로 이어지는 흥행 화제작을 선보였다. 유현택 대표는 “극장에서 볼 영화와 OTT에서 볼 영화를 명확히 구분 짓는 관객 성향이 뚜렷해졌다”면서 “수입 결정부터 마케팅과 배급 전략 단계까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변화된 선택지에 근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전체적인 전략에 반영된다”고 답했다.

올 하반기에 그린나래미디어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수상작 <신성한 나무의 씨앗>(6월 3일 개봉), 배두나의 첫 해외 진출작 <린다 린다 린다> 4K 리마스터링 버전 재개봉, 호러영화 <투게더>의 8월 개봉을 준비하는 등 냉철해진 관객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영화적 재미’를 공략한다 – 미디어캐슬 일본영화 수입・배급사 미디어캐슬은 2023년 예술영화 <괴물>과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수입해 각각 50만 명, 558만 명을 기록했다. 강상욱 미디어캐슬 대표는 “예술적 재미든, 상업적 재미든 간에 ‘선명하게 재미있다고 판단되는 영화’를 선택해 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층을 집중 공략하면서 영화 자체의 힘을 확산시킬 수 있는 홍보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전략을 밝혔다. 최근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미디어캐슬은 향후 보다 안정적으로 수입・배급을 진행할 예정이며 리메이크, 공동투자 등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올해 리뉴얼 준비 중인 일본영화 전용관 시네마캐슬도 좀 더 세심한 큐레이팅으로 일본영화 마니아들을 불러 모을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강상욱 대표는 수입가에 대한 현재 고민을 드러냈다. “한국의 극장 상황은 독립・예술영화들이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기에 굉장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괴물> 등 특정 예술영화들의 상업적 성공 때문에 판권료가 기형적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다. 수입사들이 합리적인 금액 내에서 수입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관객 개발을 위해서는 “독립・예술영화라는 형식에 갇히지 말고, 관객의 영화적 재미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수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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