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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년 차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다

전주국제영화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인터뷰

이은지(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임익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정준호다. 지난해에 이어 민성욱과 함께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파악하고, 영화제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볼 시간과 민성욱 집행위원장과 합을 맞출 시간 역시 필요했지만,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그만큼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준호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완벽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집행위원장 2년 차를 맞았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둔 정준호 위원장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적응 기간은 필요 없었지만, 여전히 여유롭진 않았다. 영화제를 1년 준비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단다. 코앞까지 다가온 영화제에 무척이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준호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잠시 틈을 내 지난해를 돌아보고, 또 올해는 어떤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년 차 집행위원장 정준호
Q

이제 집행위원장 취임 2년 차가 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영화제를 치렀고, 올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어떻게 자평할 수 있겠나.

A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로 25회째를 맞이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립영화제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걸어왔다. 작년에 취임했는데,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과 그 정체성과 정통성을 잘 살려 무사히 치렀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그 책임감의 무게를 많이 느꼈다. 내가 집행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면밀하게 파악했던 한해였다. 올해 역시 우리 영화제만이 갖고 있는 그 매력을 잘 살려 준비하고 있다.


Q

보통 2년 차가 진짜라고 이야기한다. 첫해는 적응 기간과 실무적인 것을 체화시키는 기간 등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난해 영화제를 마치고 올해를 준비하면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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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제가 집행위원장에 취임을 한 뒤로는 영화제의 성격과 걸어왔던 길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워낙 탄탄하게 자리 잡은 영화제였고, 장성호 사무처장을 비롯해 민성욱 집행위원장, 그리고 각 파트별로 많은 스태프분이 영화제를 꼼꼼하고 촘촘하게 잘 준비해왔었다. 또 국내 영화계에 보석 같은 프로그래머분들이 와 계신다. 저희는 그저 선장으로서 항해를 잘할 수 있게 큰 틀에서 준비를 도와드리고 있다. 민성욱 위원장이 지금까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셨기 때문에 내부 살림은 도맡아 하고 있다. 저는 대외적인 홍보나 후원사 유치, 전주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의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SNS나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영화제를 알리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Q

민성욱 집행위원장과는 2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합은 어떤가.

A

합은 정말 너무나 잘 맞다. 예를 들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이런 부분은 좀 부족하다’ 혹은 ‘이런 부분을 좀 이끌어냈으면 좋겠다’ 등 이야기를 해주고 ‘이건 우리 정 위원장이 잘 할 수 있으니까’ 등 제가 부족한 부분이나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촘촘하고 디테일하게, 또 섬세하게 챙겨준다. 그리고 뒤에서 정리할 부분들, 내부 직원들을 관리하며 신경을 써주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맞는 것 같다. 지금까지 언성 한번 높이지 않고 잘 해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말 따뜻한 배려를 해준다. 제가 편안하게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어디를 가나 본인은 한 일이 없다고 하지만 가장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챙길 것이 많은 분이다. 저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 나에게는 가장 든든한 우군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Q

최근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범기 조직위원장이 전주국제영화제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고 이야기했다. 활동을 하면서 몸으로 느낀 적이 있는가.

A

지난해와 올해, 출품받은 작품이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또 국내 독립영화 하시는 분들에게 전화가 많이 온다. 연락이 오면 직접 찾아보고 느낀 부분을 이야기 해주면서 ‘우리 영화제가 가진 힘이 상당히 크구나’를 느낀다. 과거에는 배우로서 이런 영화제가 있구나 정도 생각을 했다면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영화제를 통해 많은 영화인의 작품이 인정을 받고,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제라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피부로 느끼게 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됐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이 들어온다.


Q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또 다른 부분이 있나.

A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제작비를 만들기 힘든 소규모 영화들은 더 힘들어졌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운다는 말이 있듯이 적은 돈으로 작품을 만들다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 다양한 소재와 순발력, 그리고 제작진의 열정이 녹아 있어 제작비는 적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히 더 건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듯 전주영화제가 가진 독특한 아우라가 결국은 아시아를 대표하고, 또 전 세계를 대표하는 독립영화제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개막작이었던 <토리와 로키타>의 다르덴 형제 감독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역량 있는 영화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생각 이상으로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를 시작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작업하는 영화인들에게 등용문이 되지 않았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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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 현장. <토리와 로키타>로 전주를 찾은 다르덴 형제 감독.
Q

잠깐 언급했지만, 올해 역대 최다 출품작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결국에는 그만큼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으면 작품으로서 상당히 인정받는 효과가 있다. 경쟁과 비경쟁, 장편, 단편 등 모든 작품을 총망라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작품 선정 기준은 심사위원의 냉철한 시선에서 봤을 때 다양한 소재,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탄탄하게 드러나는 영화의 미장센과 스토리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뛰어나야 한다. 오히려 큰 영화제에서 관심을 받는 것보다 전주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으려는 영화인들도 많다. 이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통성에서 비롯된 자산이라 생각한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Q

사실 영화제에서 가장 크게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예산과 게스트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예산이 삭감돼 꾸리는 데 어려움도 많고, 한계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A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작년에 했던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올해 새로운 것을 더 준비하는 것이다. 예산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제가 줄어들었다. 국가가 집안이라고 생각하면 아버지 월급이 줄었는데, 아들들이 나만 용돈을 더 달라고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서로 양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영화제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점은 더 많은 게스트를 초대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이 뛰어서 후원을 받는 것이었다. 이왕 신세 진 것, 좋은 영화로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 많은 분이 응원을 해 줬고, 응원 덕분에 힘든 부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자비로 전주영화제를 찾는 게스트도 계신다.


Q

지난해 개막식 공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에 걸맞았다. 올해도 같은 슬로건인데, 개막식 공연 역시 기대해도 되는가.

A

개막식 공연은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기보다는 오시는 분들이 봤을 때 축제다운 축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것, 또 해외에서도 많은 분이 오시니까 그런 공연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영화제에서 그런 공연은 없었다. 우리 영화제 컬러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기대해도 좋다. 우리의 슬로건은 ‘우리는 늘 선을 넘지’이지만 또 너무 선을 넘으면 안 되니까, 절제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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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 10편 중 <물 위 걷기>(2013)와 <곳>(2022)

“영화제에서는 개·폐막작이 제일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모든 영화제처럼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개·폐막작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 형제 감독이 연출한 <토리와 로키타>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인생을 살아가면서 추구했던 작품들이 어쩌면 인류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이기도 하다. 작가주의적이면서 어떤 사회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 이런 안목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쌓아온 정체성이고, 개·폐막작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 작품을 선정하고, 특별전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올해는 개·폐막작 외에도 세계적인 거장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 10편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어렵게 모신 만큼 중요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물론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모든 작품, 영화인이 소중하고 귀하다.”

- 전주국제영화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폐막작
개막작
<새벽의 모든>(All the Long Nights)
감독
미야케 쇼(MIYAKE Sho)
국가
Japan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Korean Premiere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후지사와는 PMS(월경전증후군)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구리타 과학이라는 작은 회사에 입사한다. 또 다른 신입 사원 야마조에, 알고 보니 그 또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동병상련을 느낀 야마조에와 후지사와는 서로 도우며 마음의 상처들을 점차 치유한다.

폐막작
<맷과 마라>(Matt and Mara)
감독
카직 라드완스키(Kazik RADWANSKI)
국가
Canada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82분
Asian Premiere

젊은 문예창작과 교수인 마라는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도중, 과거에 알고 지내던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맷과 재회한다. 둘 사이의 유대감이 자라면서, 친밀하지만 정의되지 않은 관계에 대한 부담감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