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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인공 배양육과 인공 장기,
결국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

디즈니+ 시리즈 <지배종> 트리비아

이은지(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네오스엔터테인먼트

디즈니+ 시리즈 <지배종>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뒤인 2025년을 배경으로 한다.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와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이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에 휘말리며 배후의 실체를 쫓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으로 이름을 알린 이수연 작가와 전작 <그리드>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박철환 감독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국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인공 배양육과 인공 장기 등을 소재로 해 흥미 유발에 성공했다. 특히 모든 회차가 공개된 후 다양한 해석이 나오며 다시보기 열풍이 시작되기도 했으며, 최종회 마지막 장면으로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시리즈 공개가 끝난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철환 감독을 만났다. 이 만남을 토대로 <지배종>의 뒷이야기를 풀어본다.

<지배종>
공개
2024.04.10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부작
10부작
감독
박철환
각본
이수연
출연
주지훈, 한효주, 이희준, 이무생, 김상호, 전석호, 박지연, 이서 외
# 이수연 작가에서 출발한
<지배종>

<지배종>은 인공 배양육에서 시작한다. 생명공학기업 BF의 윤자유 대표가 청중들에게 인공 배양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BF를 향한 해커의 공격, 대통령 테러, 퇴역 군인 출신 경호원 우채운의 의도적인 접근. 극이 진행될수록 인공 배양육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만 진다. 연출을 맡은 박철환 감독 역시 시청자 관점에서 다음 내용이 궁금했다고 했다. “전체 대본을 보지 못한” 시청자의 입장과 같았다고. 첫 느낌은 “과감하네”였다.

전체 대본을 보지 않았지만, 이수연 작가로 인해 연출을 결심했다. <그리드>를 통해 이미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었지만 박철환 감독이 중간에 투입됐기에 제대로 같이 해보고 싶었다. “<지배종>을 연출한 가장 큰 이유는 이수연 작가와 처음부터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근 미래에 대한 표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배종>은 현재의 시점에서 아주 가까운 근 미래를 다룬다.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은 2025년의 이야기다. 아주 먼 미래라면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겠지만, 자유보다는 현실성이 있어야 했다.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현실과 상상력의 밸런스였다. 작품의 주된 공간인 연구소 역시 전체적으로 현실 기반의 레퍼런스를 수집했고, 배양육에 대한 논문을 찾아가며 인공 배양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그것을 연구하는 공간을 고민해서 만들어냈다. 제작진이 참고한 작품은 <바이오해저드><헤일로><스파이더헤드> 등이 있다.

# 인공 배양육과 인공 장기

<지배종>은 초반 인공 배양육과 인공 장기 등을 소재로 흥미를 유발한다. 어디서 들어본 듯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하기 힘든 것들로 생소하기만 하다. 이 역시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만큼 현실적이어야 했고, 시청자들에게 보다 쉽게 설명해야 했다. 박철환 감독과 이수연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시청자를 그 세계관에 던져 넣는 것이었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법이 있고, 그냥 세계관에 집어넣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후자였다.” 또 인공 배양육과 인공 장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지배종>은 결국 인공 배양육과 인공 장기를 가지고 이권 다툼을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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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작품에는 다양한 공간이 등장한다. 크게 보면 캐릭터별로 채운과 자유, 그리고 국무총리 선우재(이희준)의 공간이 있다. 먼저 자유의 주된 공간인 BF는 현재보다 조금 더 미래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인 만큼 현실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구현했다. 채운의 집은 구옥의 느낌을 살려 다른 공간들과 확실히 대비되는 느낌을 살렸다. 자유의 공간이 조금 서늘한 느낌이 있다면 채운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게 표현됐다. 마지막으로 선우재의 공간은 클래식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국가 공무원인 캐릭터에서 착안한 콘셉트였다. 세련된 느낌의 BF와는 상반된 느낌으로 구현됐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 제작진이 공들인 공간이 있다. 바로 BF 내부에 있는 VR 공간이다. 실제로는 굉장히 단순한 공간이지만 작업하기에는 그 어느 곳보다 까다로운 공간이다. 어떤 실체, 물건을 띄워놓고 촬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있다 치고’라는 설정 하에 촬영을 진행한다. 카메라도 배우도 모두 허공을 찍고 허공을 보고 연기를 해야 했기에 어려웠다. 그렇다고 소홀할 수 없었던 것은 <지배종>의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김태성 촬영 감독은 “한 컷, 한 컷, 박철환 감독과 촬영, 조명, CG 팀까지 많은 호흡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 “000답게 연기해주세요”

<지배종> 속에는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지만 특히 이 작품은 전문직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모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박철환 감독은 배우들에게 “000답게 연기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고. 우채운을 연기한 주지훈에게는 보디가드처럼 보이게 연기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윤자유를 연기한 한효주에게는 BF라는 그룹의 CEO처럼 보이게, 선우재 역의 이희준 역시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답게 연기해달라는 것이 유일한 디렉션이었다. “직업적인 롤에 맞춰 거기에 좀 더 충실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감정이나 상황 등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 장영실

장영실은 어쩌면 주인공을 포함해 작품에서 가장 많이 불린 이름일 것이다. 최근 디즈니+에 따르면 장영실은 AI가 연기한 것이 아닌 실제로 배우 고건한의 목소리로 완성된 캐릭터다. 박철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이 장영실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회의를 진행했고, 결국 배우를 기용해 후시로 녹음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정말 많은 회의를 했다. 처음부터 결정된 부분은 남자의 목소리라는 것 뿐이었다. 현장에서 다른 배우가 연기를 해보기도 했는데 보다 안정적인 목소리를 찾자고 결론이 났고, 고건한 배우가 목소리 연기를 해줬다.” 작품 속 장영실은 누가 들어도 AI의 목소리였지만 후시 녹음 외에 특별한 후보정은 없었다. 대부분 휴대전화를 통해, 혹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만큼 그 정도의 보정만 진행한 실제 고건한의 목소리였다고. 이름은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대본에 장영실이라고 써 있었고, 과거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 적이 있었지만, 굳이 바꿀 이유가 없어 그대로 장영실이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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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목소리의 주인공 배우 고건한
# 결말

<지배종>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줬고, 다양한 해석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가장 많은 의견은 우채운의 신체에 윤자유의 뇌가 이식됐다는 것. 이 이야기에 박철환 감독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왜 이렇게 하드하게 가는 것이냐. 전혀 아니다. 당연히 두 사람 모두 살아있다. 편집본 시사를 했을 때 그런 이야기가 잠깐 나오긴 했지만 ‘설마 그렇게 생각할까?’라고 넘겼다. 이미 앞서 죽을 뻔한 우채운을 살리는 장면이 있었다. 당연히 BF의 연구실에서 두 사람 모두 살렸다고 예상하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