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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시리즈가 롱런하기 위해 가야 할 길

<범죄도시4> 김효정 평론가·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대담

진행
이은지(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임익순,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대담 내용 중 스포일러가 담겨 있고, 대담은 영화 개봉 전인 4월 19일 진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영화 <범죄도시4>는 지난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의 네 번째 작품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7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한 이후 2편부터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수위를 조절해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3편 역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4편의 내용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범죄가 들끓는 도시, 대체 불가 괴물 형사 마석도가 빌런과 맞서 그들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린 통쾌한 액션 영화다. 4편에는 살인 병기와 같은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와 IT 천재 장동철, 두 명의 빌런이 등장한다. 그리고 장이수가 돌아왔다. 과연 3편의 혹평을 이겨내고 4편 역시 천만 영화에 등극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현재(5월 15일 기준)는 개봉 2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어서 국내 시리즈 영화 최초로 세 편 연속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됐지만, 대담을 진행했을 당시만 해도 반응은 엇갈렸다. 김효정 평론가와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를 초대해 영화의 전체적인 평과 <범죄도시> 시리즈가 롱런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와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Q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관객들과 만난 <범죄도시> 시리즈가 4편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본 전체적인 소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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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한 편의 잘 만든 오락 영화로서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범죄도시>의 시작은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물이었다. 처음에는 장르물로서 미덕이 굉장히 컸는데, 2편부터 그 이미지가 희석됐고, 3편과 4편을 거치면서 더 이상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코믹 액션물이라는 것이 확고해졌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1편을 보고 <범죄도시> 시리즈를 계속 보던 관객들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더해질 것 같고, 반면 3편부터 입덕을 해 즐기던 관객들에게는 그 기조를 이어가는 시리즈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오락 영화로서는 OK, 하지만 장르 영화로서의 매력은 반감에, 또 한 번 반감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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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평론가

상대평가적인 시점에서 굉장히 좋았다. 3편의 실망감이 너무 컸던지라, 거기서 시작을 하니 4편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마동석)라는 액션 히어로가 있지만, 그에 맞서는 빌런도 굉장히 중요하다. 1편에는 장첸(윤계상)이 있었는데 굉장히 실망스러웠던 전 편(3편)에 비해 4편의 백창기(김무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고, 그걸 수행하는 배우 김무열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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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들 공감하는 것처럼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보다 빌런 캐릭터가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4편의 빌런 백창기는 어땠는지, 또 백창기를 연기한 배우 김무열은 어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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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평론가

이번 시리즈가 크게 만족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백창기라는 캐릭터도 있지만 가장 1편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4편은 1편과 마찬가지로 공항에서 진행했다. 물론 화장실(1편)에서 비행기(4편)로 공간이 바뀌긴 했지만 (1편과 4편) 두 사람의 연기와 액션이 너무 좋았다. 전 편이 실망스러웠던 지점 중 하나가 빌런이 경찰 조직 안에 내부인이라는 굉장히 구태의연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이었다. 이번에 김무열 배우가 연기한 백창기는 전 편에 비해 굉장히 입체적인 데다가 액션이 굉장히 수려했다. 빌런에 있어서는 2편에서 손석구가 연기한 강해상보다도 훨씬 진보한 면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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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범죄도시>는 무조건 마석도가 이기는 게임인데, 중요한 부분은 얼마나 힘겹게 이기느냐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빌런이 굉장히 강력했다. 앞선 빌런들은 전문가가 아닌, 소위 말해 출신이 깡패였는데, 백창기는 용병 출신이다. 훈련된 사람이기에 전반적인 액션도 굉장히 간결하다. 칼을 쓰는 것도 급소를 정확하게 찌르고 스피드가 빨라졌다. 마석도의 파워와 스피드 빌런이 맞붙는 구도가 잘 형성된 것 같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빌런이 김무열 한 명이 아니다. 이동휘가 연기한 장동철도 있는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백창기가 악인이긴 하지만 나름의 소신이 있다. 장동철(이동휘)은 이를 이용하는데, 그로 인해 이 빌런(백창기)이 덜 나빠 보이고 심정적으로 지지하게 되는 측면까지 생긴 것 같다. 이번 빌런 구성이나 그 빌런을 김무열이라는 배우에게 맡긴 것도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Q

잠깐 언급했듯이 장동철이라는 캐릭터는 백창기를 더 빛나게 만드는 기능적인 역할을 했고, 하지만 감정적으로 악의 축이 분산됐다는 평도 있다. 각자의 생각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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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일단 장동철은 마석도와 빌런의 축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범죄도시4>에서 빌런은 백창기고, 이 캐릭터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역할로서는 기능을 한 것 같다. 다만 배우(이동휘) 개인적으로는 아쉬울 수 있는데, 영화 전체 흐름으로는 괜찮은 배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백창기라는 인물의 당위성을 부여해줬다는 느낌을 받았다. 백창기가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장동철이다. 그 밑바탕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는 영화 속에서 기능을 잘하는 캐릭터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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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평론가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사족이었다고 생각한다. 백창기 캐릭터 하나로 충분했던 것 같다. 굉장히 전형적인 캐릭터에 굳이 <카지노>와 같은 이미지를 가진, 거의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의상, 그리고 배경도 필리핀이다. 굳이 장동철 캐릭터가 필요했다면 이동휘가 아니라 다른 배우였다면 캐릭터도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야기가 바뀔 것이 아니었다면, 캐스팅에 패착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Q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캐릭터는 어떻게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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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평론가

너무 좋았다. 1편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긴 하지만 사실 그 정도로 (한국에) 오래 살았다. 비상식적으로 완전히 트랜스포메이션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좋게 생각해서 ‘얘(장이수)도 많이 변헀구나’, ‘그동안 돈을 벌었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변화였다. 영화에서 굉장히 많은 활약을 하는데 그런 확장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반갑고 좋았다. 마석도를 제외하고 1편부터 꾸준히 나오는 몇 안 되는 캐릭터다. 그런 의미에서 장이수는 일종의 상품인 셈이다. 시리즈 안에서 그 캐릭터를 살려 나가는 것도, 성장시키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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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시리즈물의 매력이 배가 되려면 앞서 나왔던 캐릭터들이 지속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고 변주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주인공을 제외하고 대표적인 캐릭터가 장이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장르가 변경됐다. <범죄도시>가 코믹 액션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장이수 캐릭터가 변한 모습도 성공이었다고 본다. 1편의 장이수도 웃겼다. 사실 무시무시한 캐릭터였지만 상황 속에서 웃겼다. 1편에서 4편까지 오면서 장이수에게 빠진 것은 똘끼와 광기다. 김효정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사회화된 것으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4편에서 장이수의 롤이 굉장히 커졌고, 그 안에서 자기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한다.

Q

장이수 외에 주목할 만한 조연 캐릭터가 있을까. 예를 들어 3편의 초롱이(고규필) 같은 캐릭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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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없다는 게 참 아쉽다. 1편에서 ‘그냥 장첸이 매력이다’라고 하기에는 전반장(최귀화)을 비롯해 형사팀도 하나하나 다 매력적이었고, 반대로 빌런팀 역시 장첸을 중심으로 위성락(진선규), 양태(김성규) 모두 돋보였다. 심지어 장이수와 대립했던 독사(허성태)는 초반에 죽는 캐릭터지만 “니 내 누군지 아니?”라는 대사를 남겼고, 이 밖에 모든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그런 매력이 솔직히 뚝 떨어졌다. 아무리 맛있는 한정식집에 가도 메인 요리가 아닌, 밑반찬들이 맛있어야 그걸 먹으면서 메인 요리도 돋보이는데, 현재는 너무 메인 요리에 ‘몰빵’했다는 느낌이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매력이 반감되는 이유가 조연들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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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평론가

같은 의견이다. 과거에는 캐릭터 파티였다면, 지금은 아주 좋게 표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저 역시 매력 반감의 요인이라 생각하고, 가장 큰 이유는 마석도의 비중이 너무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었다. 어떤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마석도의 원맨쇼를 보여주는 느낌이 드는, 불필요한 장면이 많아졌는데, 바로 마동석이라는 배우에게 하이라이트를 주기 위해 생겨난 설정들이다. 사실 과거 전반장과 마석도의 티키타카가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장태수(이범수)로 바뀌면서 비중도 굉장히 축소됐다. 궁극적으로는 일종의 여러 명이 등장하는 버디 무비 같은 구조에서 지금은 빌런 한 명과 마석도 한 명을 남겨놓고 모든 걸 다 축소한 듯한데 결국 주연 배우의 비중이 너무 커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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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작품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을 담당했던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체적인 연출평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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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다소 미안한 이야기지만 감독으로 허명행 감독이 <범죄도시4> 안에서 보여준 자기만의 연출법이라는 게 과연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스테이지를 깨나가는 롤플레잉 게임처럼 보여주기만 했다고 생각한다.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서사를 가지고 연출하는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다만 무술 감독답게 액션에 대한 연출은 인정한다. 마석도의 힘을 바탕으로 한 액션과 백창기의 스피드와 정확도를 바탕으로 한 액션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마지막에 마석도와 백창기가 싸우는 장소로 비행기를 택한 것은 인정한다. 백창기는 칼을 쓰는 사람인데 비행기 안에서 싸운다. ‘칼이 없잖아?’라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칼이 등장하지 않고 잼 칼을 무기화시키는 과정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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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평론가

사실 3편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어떤 도식이 생겼다. 심지어 시퀀스도 똑같다. 오프닝은 범죄 현장이고, 일종의 소탕하는 시퀀스가 등장한다. 사실 스테이지라고 표현했는데, 장소만 잘 바꾸면 연출이 필요 없다. 그냥 협업으로도 할 수 있는 영화가 됐다. 마지막 액션도 좋았지만, 과연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동석이 같이 각본을 썼는데, 각본가의 설정이라는 생각이다. 앞서 안진용 기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액션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부분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액션은 촬영 감독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마동석 정도로 액션이 뛰어난 배우라면 ‘여기서 이렇게 잘해 달라’는 디렉션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론은 아직까지 허명행 감독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Q

<범죄도시> 시리즈는 앞으로 여러 편의 시나리오 원안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좋은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대로 간다면 <범죄도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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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마동석 배우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다. 배우로서, 그리고 기획자로서 말이다. 그렇다면 분명 <범죄도시> 시리즈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과연 모를 것이냐는 말이다. 알고 있다. 그래서 ‘4편까지 한 막이 끝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5편부터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한다는 것인데, 과연 어느 정도로 변모될지는 모르겠다. 5편부터는 장르적인 변화를 또 한 번 크게 주지 않으면 하향곡선의 기울기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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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평론가

이변이 없는 한, 그리고 마동석이 마석도를 연기하는 한 현재까지의 흥행은, 그러니까 손익분기를 훌쩍 넘기는 흥행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5편부터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마동석이 모든 것을 쥐고 있는 한, 거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 스타일을 고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을 계속 들어 흥행작이 될 것 같긴 하다.

Q

원래 이 대담 코너 제목이 ‘Yes Or No’다.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던져보겠다. <범죄도시4>가 천만 관객을 넘어설 것이라 보는가, 아니라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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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나는 가지 못한다고 본다. 결국은 입소문인데, 3편을 보고 실망한 관객들이 많았다. 그 실망에 대한 대가는 4편이 치러야 한다.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개봉 첫 주에 영화를 본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한데, 3편과 4편은 같이 찍었다. 비슷한 톤이라는 평이 유지되면 그 실망을 4편으로도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천만 관객은 어려울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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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평론가

저는 무조건 넘길 것이라 본다. <파묘>도 그랬지만 독주가 될 것이다. <범죄도시4> 개봉 후 몇 주 동안 대작이 없다. 게다가 개인적으론 3편보다 훨씬 좋았다. 이런 상황에서 천만 관객은 충분히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