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Quick Menu

예고편 제작 회사 줌(zoom)의 이창준 실장(왼쪽)과 이재윤 팀장

PEOPLE ❶

지루하지 않게,
강렬하게

예고편 제작 회사 줌(zoom)

글 _ 이우빈(씨네21 기자)
사진 _ 이승재(한경매거진앤북 기자)

2026-07-13

가볍고 짧은 영상이 익숙해진 시대, 영화 예고편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원조 격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예고편이 SNS와 유튜브 등의 디지털 기반 플랫폼을 통해 이전보다 더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류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을 찾아 인터뷰를 나눴다. 30년 가까이 영화 예고편 제작 업체의 선두로 달리고 있는 줌(zoom)(이하 줌)이다.

2000년, 한국의 영화산업이 본격적으로 질적 성장을 보였던 때 줌이 탄생했다. 이후 <왕의 남자>(2005),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부산행>(2016),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까지 6편의 천만 영화를 비롯하여 무려 1천여 편의 영화·시리즈 예고편을 만드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585만 관객(7월 7일 기준)을 모으며 극장가의 활기를 살렸던 <군체> 예고편을 제작하기도 했다.

줌의 실무를 도맡고 있는 이창준 실장, 이재윤 팀장을 만났다. 10~15년의 예고편 제작 경력을 지닌 두 베테랑에게 줌의 이력과 현황, 좋은 영화 예고편의 조건, 최근 예고편 문화의 변화 등을 물었다. 핵심은 ‘예고편을 본편과 또 다른 하나의 창작물로 다루는 것’이었다.

예고편 작업 중인 이창준 실장(왼쪽)과 이재윤 팀장



예고편 제작 과정의 A to Z “영화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어필하는 것이 첫 번째 열쇠다.” 이창준 실장이 설명한 예고편 제작 과정의 첫 단추다. “먼저 작품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많지만, 매년 배급사의 라인업 등을 확인한 후 해당 작품과 비슷한 장르의 포트폴리오와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어필을 많이 하는 편이다”라는 것이다. 예고편 제작을 수주한 이후의 절차를 체계적으로 지키면서도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줌 특유의 업무 환경이다.

영화사에서 작품 시나리오 혹은 가편집본을 받으면 본격적인 예고편 제작 단계가 시작된다. 가편집본은 사운드 믹싱, VFX 등의 후반 작업을 제외하면 대략 80% 완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가편집본을 팀원들과 함께 모니터하고 콘셉트 회의를 갖는다. 각자가 생각한 영화의 셀링 포인트, 주요 시퀀스, 키 대사 등 아이디어를 나눈다.

이창준 실장(왼쪽)과 이재윤 팀장은 예고편을 제작하는 데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영화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어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창준 실장이 예시로 든 작품은 <좀비딸>(2025)이다. “아이디어 논의에서 크게 몇 가지 콘셉트가 잡혔다. 먼저 인기 웹툰 원작이라는 점, 여름 텐트폴 영화라는 점, 영화 속에 좀비를 훈련하는 내용이 많다는 점, 여름 시장의 흥행 불패 신화를 쓰는 조정석 배우의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각 콘셉트에 맞추어 시안을 만들었고 재난 편, 훈련 편, 웹툰 편으로 세 가지 종류의 시안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좀비딸>의 1차 티저 예고편에는 작품의 전반적인 코미디 색채를 알 수 있는 훈련 편, 대중 전반에 소구해야 하는 메인 예고편에는 재난 편, 작품의 성격을 조금 더 깊게 알 수 있는 캐릭터 예고편에는 웹툰 편 시안이 활용됐다. “통상적으로는 1차 티저 예고편이 가장 강렬해야 하므로 작업 기간이 가장 오래 소요되며, 그다음 2차 티저 예고편, 메인 예고편은 1차 티저 예고편과 톤은 유지하면서 다른 콘셉트로 제작하거나, 조금 더 확장된 스토리를 보여주게 된다. 1차 티저 예고편의 반응을 살펴보고 좋았던 점은 조금 더 부각하고, 반응이 별로였던 점은 보완하면서 몇 주 이내로 완성”(이창준 실장)하게 된다.

<좀비딸> 티저 예고편은 시작부터 주연 배우가 여름 극장가의 흥행 보증 수표
조정석이라는 점을 강렬하게 드러낸다(제공=NEW 공식 유튜브 캡처)



숏폼의 시대, 예고편은 늘 ‘지루하지 않게’ “숏폼 콘텐츠의 시대가 오기 전부터 예고편은 늘 중요했다. ‘지루하지 않게, 임팩트 있게’라는 작업의 본질엔 큰 변화가 없고, 유행에 따라 조금의 변화가 생기기는 한다”라는 것이 이재윤 팀장의 설명이다. 숏폼 콘텐츠가 완전히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는 빠른 속도감과 이른 정보 전달이 핵심이 되었다.

“숏폼 콘텐츠의 대중화 이후엔 크레딧 없이 시작부터 이목을 끄는 장면을 넣는다든지,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든지, 내용에 앞서 눈을 홀릴 수 있는 그래픽 효과를 넣는 방법 등이 유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호흡이 잔잔한 로맨스 영화일지라도, 작중 인물이 편지를 쓰는 것 같은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서 영상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거나, 인물들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를 입혀서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이재윤 팀장)

시각적 효과의 예시로는 또다시 <좀비딸> 예고편이 언급됐다. 위에서도 언급한 <좀비딸> 캐릭터 예고편의 경우, 웹툰 원작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나타내어 작품의 구체적인 성질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만화적인 컷 그래픽을 영상 연출에 활용한 것이다.

<좀비딸> 캐릭터 예고편은 웹툰 원작이라는 셀링 포인트에 기반해
웹툰처럼 보이는 그래픽을 활용했다.
또한 텍스트는 인물 정보를 효율적으로 빠르게 전달한다
(제공=NEW 공식 유튜브 캡처)



스마트폰으로 숏폼 콘텐츠를 보는 대중과 세로 비율의 영상 형식이 보편화되면서 변화한 것들도 있다. 이재윤 팀장은 “제작해야 하는 소재의 종류와 양이 늘었다. 예전엔 극장용 예고편 1~2종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의 주된 화면비와 경향에 맞춰 더 다양한 종류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쇼츠 콘텐츠나 SNS 마케팅용 영상, 리더 필름(영화 상영 전 재생되는 영화사의 로고 브랜딩 영상), 브랜드 프로모션 영상, 라인업 영상(영화사 혹은 배급사가 한 해 개봉작을 한곳에 모아 소개하는 영상) 등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줌도 단순한 예고편 제작 회사가 아니라 영화 마케팅 전반을 영상으로 지원하는 역할, 크게 보면 영화가 관객을 만나기까지 필요한 영상 콘텐츠 전반을 다루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시리즈물 예고편 작업의 비중도 늘고 있다. “시리즈물 예고편의 핵심은 ‘캐릭터’다.”(이재윤 팀장) 영화보다 훨씬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시리즈물의 맥락을 짧은 시간에 압축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서사를 축약하는 방식으로 예고편이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를 작업하며 클라이언트와 논의했던 지점은 메인 캐릭터인 희주(박보영)의 심적 변화와 성장 과정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소심해 보이지만, 예고편 중반에만 가도 인물이 점차 적극적으로 변해간다는 인상이 확 보이도록 작업하게 됐다.”(이창준 실장)

<골드랜드> 메인 예고편 초반에 희주는 겁이 많고 소심해 보이지만 끝으로 갈수록
적극적이고 욕망이 가득한 인상으로 변한다(제공=디즈니+ 공식 유튜브 캡처)


<군체>의 성공 비결, 스포일러는 어느 정도로? “연상호 감독의 좀비 장르이지만, 이전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향성이 가장 중요했다. 영화의 중심 소재와 주제를 독해해서 <군체>만의 셀링 포인트를 짚는 것이 우선순위였다”라는 이창준 실장의 말처럼, <군체>의 예고편들은 단순히 좀비 장르라는 측면에만 집중하지 않고 작중 등장인물들의 설정과 욕망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낸 결과였다.

처음 <군체>를 모니터링한 후 논의된 예고편의 주안점은 4개였다. 진화하는 좀비, 화려한 배우진, 한정된 배경 공간, 공포감이라는 정서를 표현해야 했다. 이 핵심들을 구분하여 좀비 편, 배우 편 등의 시안이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맨 처음 공개되는 30초 예고편은 “새로운 좀비의 탄생, 그리고 화려한 배우진”(이창준 실장)이라는 콘셉트로 제작되었다.

이후의 전략은 조금씩 수정됐다. 초반에 집중한 ‘진화하는 좀비’, ‘화려한 캐스팅’이라는 콘셉트에 대중들이 익숙해질 때부터는 <군체>의 설정과 캐릭터에 더 깊이 들어갔다. 1분여의 공식 예고편에서는 좀비의 역동적인 모습이나, 전지현 등의 스타 배우보다 한정된 공간의 공포감이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품의 주요 악역인 서영철(구교환)의 기묘한 대사와 모습이 예고편 초반에 압축적으로 제시되면서 작품의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다.

이창준 실장은 <군체> 30초 예고편에서 ‘진화하는 좀비’라는 이전의 연상호 감독 작품과의
차별점, 전지현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의 면모를 강조했다
(제공=쇼박스 공식 유튜브 캡처)



이런 선택의 이유에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예고편 등급분류 기준은 영화와 달리 전체관람가와 청소년관람불가 2종으로만 나뉜다. “그런데 좀비들의 모습이나 유혈 장면 등으로 인해 예고편이 청소년관람불가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었고, 이는 상업영화에선 되도록 피해야 하는 경우였다. 그래서 최대한 캐릭터들의 개성을 중심으로 한 공식 예고편을 만들게 된 것”(이창준 실장)이다.

예고편에 관하여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바로 스포일러일 것이다. 때로 예고편에는 영화의 결말 부분 영상까지 쓰이는 경우가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제약도 있다. 이창준 실장은 스포일러를 적절히 조율하는 방식과 사례를 설명했다. “누가 봐도 스포일러인 부분, 예를 들어서 어떤 주인공이 죽는다든가, 누가 누구의 아버지라든가 하는 것들은 당연히 빼야 한다.”(웃음) 더해서 “중요한 장면이다 싶으면 예고편 시안에 실제로 다 넣어본 뒤에, 이것으로 과연 영화의 반전 같은 것을 유추할 수 있을지 검수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클라이언트에게 먼저 민감한 장면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때로는 해당 장면을 넣고 넣지 않은 두 가지 버전을 시안으로 보내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파묘>의 1차 예고편은 스포일러를 아주 적절히 조절하여 좋은 효과를 냈던 예시였다. “상덕(최민식)이 파낸 관에서 ‘험한 것’(오니)이 등장한다는 점은 사실 꽤 큰 스포일러다. 하지만 영상을 제대로 멈추고 보지 않으면 정확히 형상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작정하고 밝기를 조정하지 않는 이상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게 하고, 호기심을 부를 수 있는 좋은 재료였기에 사용하게 됐다. 실제로 예고편 공개 이후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많은 분이 저 장면의 정체에 관해 이야기했고,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으로 흐르기도 했다.”(이창준 실장)

<파묘> 1차 예고편에서는 영화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험한 것’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제공=쇼박스 공식 유튜브 캡처)



예고편 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베테랑 예고편 제작자들이 후배, 지망생들에게 건네는 조언과 예고편 제작의 가치관도 들어보았다. 이창준 실장과 이재윤 팀장은 영화감독을 지망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윤 팀장은 “단편영화를 찍기도 했었고 영화 각본을 쓰기도 했었지만, 예고편 제작은 너무 다른 영역이라는 점을 느껴왔다. 결국 전문적인 업체에서 경험을 쌓는 쪽이 길인 것만 같다.”(웃음)

이창준 실장은 창작자, 클라이언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했다. “본인의 분석력만을 맹신하거나 예고편이 단순히 주요 장면의 컷 편집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또한 이창준 실장은 “여행 브이로그든, 어떤 것에 대한 관찰 일지이든 자기만의 기획이 뚜렷한 영상을 만들어 보는 경험이 영상물에 애정을 쏟는 일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예고편은 영화 본편과 같은 재료로 만들되, 다른 결과물로 나오는 요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모두가 디스플레이 속의 빠른 영상을 보는 것을 즐기는 시대에 예고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창작물이 되어가고 있다.



예고편 영화예고편 예고편제작회사 예고편제작 좀비딸 군체 파묘 휴민트 숏폼 스포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