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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

고유한 가치를 굳건하게

10월 개최 지역 영화제

변해빈(코아르 기자)

10월은 영화제의 달이라고 해도 좋겠다.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전국에서 열린다. 매해 하나의 영화제가 열리기까지 남다른 고충이 있을 것이다. 지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자본의 영향, 주요 국제 영화제의 특권적 위치 등. 그럼에도 그 틈새에서 소외된 작품을 조명하고, 누구도 가지 않은 영화제의 방향성을 묻고 찾으며, 그들만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발굴하는 지역 영화제들이 있다.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지역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는, 혹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 앞장서는 10월 개최 지역 영화제를 소개한다.

제주여성영화제
(JEJU WOMEN’S FILM FESTIVAL, JJWFF)

성평등, 사회적 약자 등의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온 제주여성영화제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다.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제주 연동에서 슬로건 ‘다시, 선명하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장·단편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으로 1980년대 인천 빈민 지역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 개의 우물>(김미례 감독), 폐막작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을 다룬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민아영 감독)가 준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제주할망’의 생애와 역사를 발굴한 제주지역 작품 초청작 <복순씨의 원데이 클라쓰>(최범찬 감독)와
<할머니의 레시피>(박대웅 감독)를 본고장 제주에서 만날 수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초청작 <복순씨의 원데이 클라쓰><할머니의 레시피>
| 사진 출처 제주여성영화제
통영영화제
(TONGYEONG FILMFESTIVAL, TYFF)
초청작 <듣는 건 너의 책임><Ditto>
| 사진 출처 통영영화제

비경쟁 초청작에는 통영 청년 인디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유최늘샘 감독의 다큐멘터리 <듣는 건 너의 책임>이 준비되어 있다. 또 일본의 유키 타카시 감독 겸 배우의 영화 <Ditto>가 국내 최초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봉래극장 고전영화 상영회’다. 현재는 철거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통영 봉래극장을 추억하는 특별한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통영 출신 정윤주 작곡자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만선>과 <김약국의 딸들>도 감상할 수 있다.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
(KOREA INTERNATIONAL AI FILM FESTIVAL, KIA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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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책>(위)과
공식 트레일러 영상 | 사진 출처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는 10월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영화 산업에 도입된 이래, 이를 영화 제작의 혁신으로 볼 것인가, 위기로 여길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주요 쟁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AI가 선사하는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영화제를 개최한다.

104개국에서 2000건이 넘는 작품이 지원했고, 그중 26편을 대상으로 시상식과 작품 상영회가 열린다. 전 세계 창작자들의 참여에 강지숙 경기도 콘텐츠산업과장은 “일반적인 영화제에서 보기 힘든 제3세계 국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가 영화인들에게 제공할 새로운 창작의 기회에 대해 소개했다. 이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룰 현대 콘텐츠 제작 기술 동향, 그리고 AI에 관한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도 준비되어 있다.

전북독립영화제 GV 현장 | 사진 출처 전북독립영화제(왼쪽), 안산평화영화제 포스터 | 사진 출처 안산평화영화제

이 밖에도 규모는 작지만, 이를 오히려 특색으로 승화시킨 지역 영화제들이 10월을 풍성하게 물들인다. 올해 첫 포문을 여는 안산평화영화제가 10월 11일에서 13일 사흘간 진행된다. 안산 명화극장 등 지역의 주요 명소에서 진행되어 지역을 두루 방문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리는 제24회 전북독립영화제는 전북 지역에서 절반 이상 촬영되거나 전북 영화인이 연출한 작품을 모집해 문화예술 인프라의 변방에 위치한 지역 영화인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지역 영화제는 트렌드를 단순한 방식으로 따르기보단 고유성을 중시하고, 영화와 관객 사이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과정과 그 가치를 우선시한다. 거듭해서 자기만의 세계를 찾으려 애쓰는 영화예술인들의 집요함과 맞닿은 지점이며, 영화적 다양성이 실현되는 그라운드로 발돋움하기 위한 실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