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inema
아날로그의 마법이 깃든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
- 글
- 이락희(한국경제매거진 기자)
- 사진
- 아트하우스 모모
Art Cinema
이화여자대학교 내 ECC 지하 4층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는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2008년 8월에 문을 연 ‘대학 내 최초 상설 영화관’이다. 전 세계의 독특하고 색깔 있는 영화들을 엄선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영화들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로 인생을 바꾸는 마법의 공간아트하우스 모모는 국내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관이었던 동숭씨네마텍, 이후 씨네큐브 광화문을 거쳐 최초의 대학 내 상설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에 이르기까지 한국 예술영화계의 선구자 역할을 해 온 영화사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영화관이다. 모모라는 이름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와 한 편의 영화로 인생이 바뀌게 하는 순간을 의미하는 ‘매직 오브 무비 오아시스(Magic Of Movies Oasis)’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모모가 자리 잡은 ECC는 4층 규모의 지하캠퍼스 건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건물로, 설계 당시부터 영화관을 포함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초행자들을 위한 팁을 한 가지 주자면, 상영관 쪽으로 ‘직행’하려면 3번 게이트로 들어가야 한다. 입구가 여러 군데라 초행길에 헤매다가 상영시간을 놓치기 십상이다. 모모는 상영 시작 10분 이후에는 입장이 제한된다는 점도 미리 알아 두자.
모모는 각 136개 객석이 있는 2개의 상영관을 갖췄다. 개관 당시부터 예술영화를 상영하기에 최적화된 관람 시설로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의 화질과 색감을 즐길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의 영사 시스템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스크린도 인체공학적으로 관객들의 시각 축에 적합한 기울기로 시공되었고 음향시설도 크로스오버 프로세서 DX38을 상영관마다 3대씩 장착하고 출발했다. 객석 경사도 역시 앞사람에 의해 화면이 가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좀 더 쾌적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화면비를 고려한 마스킹 시스템을 정비해 원본의 영상미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달 평균 관객은 3000여 명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수준이지만 동숭씨네마텍 시절부터 꾸준히 찾는 30~50대의 충성 고객이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모모의 특징 중 하나는 관객 프로그래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장운영실 최미연 과장은 관객들 사이에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된 데에는 모모가 오랫동안 운영해 온 ‘모모큐레이터’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모모큐레이터는 영화 선정, 특별영화 상영회, 영화제 등 모모의 기획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엑스(X, 구 트위터)와 인터넷을 통한 홍보 활동, 홈페이지 제작이나 취재, 매수표원 등 극장 운영에 능동적인 주체로 활동하는 관객들인데, 코로나19 이후 활동이 잠정 중단되어 아쉬움이 크다.
최근 2~3년 사이에 1020 관객들이 눈에 띄게 유입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이 활성화되고 굿즈 이용도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영화관에서 종이 티켓이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다. 비용 절감, 환경보호 등의 이유로 빳빳한 재질의 종이 티켓을 영수증이 대체하나 싶더니 요즘은 모바일 티켓이 일반화되었다. 모모도 이런 추세에 맞춰 영수증 티켓으로 전환했다가 2017년 다시 종이 티켓을 부활시켰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티켓을 노트에 붙이고 메모하는 관객들의 영화적 감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종이로 된 영화 티켓은 누군가에게는 기록을 위한 도구이자 추억의 매개물이다. 모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취미생활이기도 하다. 시류에 역행한다는 우려 섞인 의견도 있었으나 이제는 종이 티켓이 모모만의 감성을 담은 시그니처로 자리 잡고 있다.
모모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스탬프 쿠폰이나 매표소 운영 등에서도 드러난다. 쿠폰에 스탬프를 10번 찍으면 1회 무료 관람이 가능한데, 역시 흔한 디지털 포인트 대신 종이 쿠폰을 고집하고 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같은 이유로 키오스크도 운영하지 않고 매표소에서 직접 관객을 맞이한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답게 예술영화를 엄선해서 상영하고 있다. 선정 기준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예술영화, 영화사적 의미가 있는 고전영화들이다. 초창기부터 해외의 예술영화들을 국내에 들여와 상영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특별전을 운영해왔다. 그 사이 관객층의 저변도 단단해졌다.
11월에는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 빅토르 에리셰 감독의 신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신작들을 개봉했다. 예술영화뿐만 아니라 <럭키, 아파트> <미망> 등 한국 독립영화들도 다채롭게 편성해 관객을 불러 모았다. 12월 첫 주에는 스웨덴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만든 스릴러 영화 <아들들>,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현대 사회의 미를 향한 끝없는 욕망과 집착을 담은 보디 호러물 <서브스턴스>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미연 아트하우스 모모 극장운영실 과장
최미연 아트하우스 모모 극장운영실 과장
모모의 주요 관객층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모모의 주 관객층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 경지에 오른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동숭씨네마텍부터 씨네큐브, 모모에 이르기까지 우리 영화관의 역사를 직원들보다 더 정확하게 꿰고 있어요. 주인의식도 아주 강해서 모모의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으십니다.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서 예술영화 관객들의 변화를 꼽자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희생>은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지난 8월에 리마스터링 버전을 개봉하면서도 관객이 얼마나 찾을지 걱정했어요. 긴 러닝타임, 느린 호흡, 수많은 상징들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했거든요. 놀랍게도 8~9월 개봉한 영화 중 관객을 가장 많이 동원했어요. 이제 예술영화가 소수의 시네필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관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모바일 티켓 시대에 여전히 종이 티켓, 종이 쿠폰 등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는 영화관별로 다른 디자인의 티켓을 모으는 관객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종이 티켓이 사라져 영화 티켓 수집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모모도 영수증으로 티켓을 대신하기도 했으나 2017년 다시 종이 티켓을 부활시켰습니다. 티켓 한 장에 불과하지만 영화를 본 장소, 함께한 사람, 그때의 기분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고객과의 대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면 소통의 소중함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종이 티켓이 아트하우스 모모만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관객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상영관 내 음료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요. 여느 영화관과 달리 광고 상영 없이 정시에 영화를 시작해요. 영화 상영 시작 10분 후에는 입장도 제한하고 있으니 영화 상영 전에 입장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상영관 불을 켜지 않으니 불이 켜진 후에 퇴장해주세요. 모모의 상영관은 여느 상영관에 비해 경사도가 높은 편이라 어두운 상태에서 이동하실 경우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코로나19 이후 모모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대부분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를 아쉬워하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고객 니즈를 반영해 올해는 기존 프로그램을 리뉴얼하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내년에는 영화 교육과 연계된 관객참여형 프로그램과 매월 고전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