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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토종 OTT의 생존 전략과 FAST의 성장
- 글
- 권예지 선임연구위원(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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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토종 OTT의 생존 전략과 FAST의 성장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서 세계 각국의 토종 OTT가 눈에 띈다. 구독료 증가, 구독경제 다양화, 경기 침체 등 각종 어려움을 꿋꿋이 헤쳐 나가는 국내외 토종 OTT는 생존을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는지,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부동의 글로벌 1위 OTT, 넷플릭스전 세계 OTT 구독자 수는 넷플릭스(Netflix)가 여전히 1위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디즈니 플러스(Disney+)가 뒤를 잇는다. 흥미로운 지점은 4위, 5위다. 미국 OTT 중심의 3강 구도 바로 아래 중국 OTT인 텐센트 비디오(Tencent Video), 아이치이(iQIYI)가 있다.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지속 중이다.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 결과,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5% 증가한 98억 2500만 달러, 가입자 수는 전 세계 507만 명이 증가해 2억 8272만 명을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 성장률은 19%를 기록해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광고요금제 가입자는 직전 분기 대비 35% 증가했다. <더 퍼펙트 커플 The Perfect Couple> <노바디 원츠 디스 Nobody Wants This> <도쿄 스윈들러스 Tokyo Swindelers> <무도실무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히트작으로 꼽혔다.
해외 토종 OTT, 세계화와 현지화 동시 공략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가 우세이긴 하지만, 홍콩의 뷰(Viu), 말레이시아의 아이플릭스(iFlix), 태국의 트루 아이디(True ID), 일본의 유넥스트(U-NEXT), 영국의 다즌(DAZN), 프랑스의 카날플러스(Canal Plus) 등 해외 국가의 토종 OTT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은 각각 OTT 운영 관점, 콘텐츠, 타 플랫폼과의 협력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특이점이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토종 OTT들은 자국민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꾸리되 글로벌 진출도 함께 염두에 두고 운영 중이다. 세계화(Globalization)와 현지화(Localization)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국 내에 기반을 마련하고 점진적 해외 진출을 지향한다.
홍콩 OTT인 뷰는 아시아라는 국가 특징을 살려 한국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등 국가별로 특징적인 라이브러리의 구축과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해외 진출을 한 국가에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뷰는 태국에 진출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마이 버블 티 My Bubble Tea>를, 중국에서는 <데이팅 인 더 키친 Dating in the Kitchen>을 제작했다. 이외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중국 OTT인 아이치이 역시 중국 드라마와 영화를 십분 활용한다. 무협, 고장극 등 중국 드라마의 해외 수요를 충족하는 전략과 동시에 한국 및 태국 드라마 등으로 아시아권 수요도 흡수했다. 문화적 공감대가 높은 중화권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해 현재 글로벌 OTT 순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치이는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 드라마의 인기와 점유율이 한국 드라마를 넘어섰다고 올 9월에 열린 연례 전사 발표회에서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 OTT인 카날플러스는 유럽권은 물론, 프랑스 언어권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해 성장하고 있다. 아프리카 취향에 맞춰 <인비저블 Invisible> 같은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하기도 했다. 자국 중심의 콘텐츠, 문화 특징을 활용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 닿을 수 있도록 유사한 언어 및 문화권을 활용하는 전략이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OTT 사업자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스포츠는 소위 먹히는 장르다. 스포츠는 국가, 언어, 문화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의 규칙만 알면 누구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더불어 로맨스, 스릴러, 예능 등도 대표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장르다. 특수한 문화적 배경이나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접할 수 있어 OTT 이용자에게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언어나 유머 코드가 크게 필요 없는 예능 콘텐츠 역시 그렇다.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피지컬: 100>과 <흑백요리사>가 대표적이다. 복잡하지 않은 서사와 구조로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않고 쉽게 볼 수 있다.
해외 토종 OTT들은 이런 스포츠와 예능 콘텐츠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해 구독자를 유입시키고 있을까? 대표적인 글로벌 스포츠 OTT인 영국의 다즌은 복싱, 종합격투기, 축구, 레슬링, NFL, 테니스 등 세계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한다.
아랍에미리트 OTT인 샤히드(Shahid) 역시 경마, 낙타 경주, 포뮬러원(F1) 등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 문화를 반영해 영화, 드라마 시리즈 외에도 스포츠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다. 2023년 해외 OTT 시장조사에 따르면, 포뮬러원과 축구 경기 스트리밍은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최근 한국 토종 OTT인 티빙(TVING)과 쿠팡플레이(Coupang Play)도 이 흐름에 함께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스포츠 중계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은 2024년 3월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고, 2024 KBO리그 중계를 시작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엄마친구아들> 등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종영을 맞아 오프라인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쿠팡플레이의 2024년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은 <SNL 코리아 시즌 5> 같은 코미디부터 미스터리, 멜로, 서바이벌 예능을 아우른다. 스포츠 중계 역시 축구, 자동차 경주, 골프, 농구 등 중계하는 스포츠 종목이 다양하다. 쿠팡플레이가 주최, 주관, 중계하는 경기를 열어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전용 이벤트를 제공한다.
반면, OTT 구독을 지속시키려면 마니아층을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 확보도 필요하다. 일본 OTT인 유넥스트는 일본 콘텐츠는 물론 할리우드·유럽 영화, 한국·미국 드라마, 스포츠 중계 등을 아우르며, 일본 고전영화 등 일본 로컬 콘텐츠를 모아 틈새 콘텐츠 확보 전략을 수행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독특한 장르의 콘텐츠를 저렴하게 매입해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채운 전략이 핵심이었다.
성숙기 OTT들의 ‘주변과 손잡기’ 전략OTT들에게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보만이 성공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성숙기에 접어든 OTT들의 경우 타 플랫폼과 사업 경계를 허물고,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방법 등 수익 다각화 전략이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OTT 텐센트 비디오는 2020년, 동남아시아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하는 아이플릭스를 매수하고, 통신회사 싱텔(Singtel)과 소니픽쳐스, 워너브라더스가 설립한 훅(Hooq)의 자산도 매수했다.
텐센트 비디오는 드라마, 예능, 애니메이션 등 자체 IP 및 외부 IP를 확보해 게임, 상품, 라이브 이벤트 등을 이어서 할 수 있도록 투자하며, IP 보호와 위조품 판매 방지를 위한 웨이신 브랜드 프로텍션 플랫폼을 개발했다. 모바일 게임 <아너 오브 킹즈 Honor of Kings>를 활용해 TV 시리즈와 소설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 제작도 진행 중이다. 영화와 TV 각색이 어렵다고 알려진 소설 <삼체 Three-Body>를 7년 동안 작업해 IP를 확보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삼체>보다 1년여 전 제작되어 방영된 텐센트 비디오의 드라마 <삼체: 문명의 경계>는 2024년 상하이 TV 페스티벌의 국제 커뮤니케이션상을 수상했다. IP화, 사업 다각화가 단시간에 이뤄지는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글로벌 스포츠 OTT 다즌은 스포츠 시청에 머물지 않고, 베팅, 게임, 사교, 공유, 티켓, 대체불가토큰(NFT), 상품 구매를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 시청’ 경험을 뛰어넘어 포괄적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구현하고자 한다. 스포츠팬의 소비 여정을 다즌이 모두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FAST의 급성장구독형 글로벌·토종 OTT의 각종 전략 속에서 무료 온라인 스트리밍인 FAST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FAST는 전통적인 TV처럼 광고를 보고 프로그램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스마트TV, 스마트폰 등으로 시청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FAST 시장은 2024년 90억 6000만 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 2024~2027) 9.30%로 2027년 시장 규모는 118억 300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FAST 사용자 수는 2024년 10억 명, 2027년에 11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태티스타가 2024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FAST 이용자는 2023년 910만 명이고 2024년 1010만 명으로 추정된다.
FAST의 매력은 이용자가 ‘무료’로 본인의 취향과 선호에 맞춰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구독 OTT는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린포워드(Lean Forward)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하지만, FAST는 전통 TV 시청 방식과 유사하게 린백(Lean Back) 시청으로 선호하는 채널이나 서비스를 택해 놓고 틀어 놓으면 광고를 시청하며 영화나 드라마, 스포츠 등 각종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FAS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청자 취향과 선호에 맞는 엔터테인먼트 라이브러리도 두터워지고 있다. FASTMaster가 소개한 서비스별 채널 수(2024년 5월 기준)에 따르면, 디시(Dish)의 FAST 슬링 프리스트림(Sling Freestream)은 560개 이상의 채널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로쿠 채널(Roku Channel)도 506개, 삼성TV 플러스는 447개, LG 채널은 312개로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내 취향에 맞는 채널 노출, 검색 등의 기술이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
2023년 2분기 기준, 전 세계 FAST 채널의 장르 순위는 엔터테인먼트(TV 시리즈)(15%), 뉴스(13%), 영화(10%), 엔터테인먼트(일반)(9%), 리얼리티(8%) 순이었다. 삼성전자의 광고사업부 삼성 애즈가 발간한 산업 보고서 ‘디코딩 FAST’는 영화가 FAST 채널에서 가장 많은 포맷인 TV 프로그램과 뉴스 뒤를 잇는 세 번째 포맷이라고 발표했다. 가장 성공적인 FAST 영화 채널은 한 채널에 여러 장르를 섞어 놓은 채널이었다. 액션, 클래식 영화, 드라마, 호러가 이용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르였다. 이외에도 FAST 채널에서 음악, 어린이, 다큐멘터리, 스포츠 등을 접할 수 있어 이용자 선호에 맞는 시청이 가능하다. 다만, FAST 채널은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충족은 낮을 수 있다.
이처럼 이용자가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은 구독형 OTT부터 FAST까지 점점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이 와중에 미디어를 이용할 인구는 감소 중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후발주자들의 고군분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얻기 위한 플랫폼 운영, 콘텐츠 제작, 수익 다각화를 위해 각종 시도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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