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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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데이터를 만든다”

키노라이츠 양준영 대표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이승재

이 영화를, 이 시리즈를 어디서 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통합 검색 및 추천 기능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키노라이츠’는 코로나19 기간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성장했다. 실시간 극장과 OTT 통합 랭킹, 각 OTT별 랭킹을 서비스해 지금 가장 핫한 콘텐츠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면서 호응을 얻었다. 검색한 콘텐츠를 바로 감상할 수 있도록 연동하게 하고, 유사 콘텐츠 추천 기능과 더불어 커뮤니티를 통해서 다양한 콘텐츠 정보들을 나눌 수 있게 하는 등 콘텐츠와 관련한 여러 정보 검색 기능을 지닌 앱 서비스로 성장했다. 그리고 어느새 앱 밖을 나와 오프라인에서 한국영화 산업과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 영화 관련 스타트업은 손에 꼽히고, 이런 성장을 보여주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창업자 양준영 대표는 스타트업의 시각으로 콘텐츠에 대한 ‘아주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랭킹’을 만들고, 한국영화의 더 나은 미래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에게 지금껏 쌓아 온 다양한 데이터는 ‘더 큰 재미’를 위한 발판이다.


원하는 작품을 어느 OTT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서비스를 구독하면 좋을지도 빠르게 알 수 있는 것이 키노라이츠만의 장점이다.
Q

‘키노라이츠’를 2018년 창업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24년에는 스타트업으로서 큰 전환이라 할 수 있는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까지의 성과를 어떻게 결산했나?

A

2024년은 서비스 면에서 월간활성사용자(Monthly Active User, MAU), 즉 월에 한 번이라도 ‘키노라이츠’를 방문한 분이 100만 명을 돌파한 해가 되었다. 사업 면에서는 우리가 지닌 서비스 데이터와 운영 중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들의 마케팅 파워를 활용해 영화 투자배급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첫 해다. 조직적으로는 더 나은 경영을 위해 새로운 공동대표를 영입했다. 사실 나는 창업자이지 경영자는 아니다. 투자를 받은 이후 경영에 대한 역량 부족을 깨달았다. 고민 끝에 카카오벤처스의 장승용 이사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장승용 공동대표가 조직 관리와 방향성 설정, 서비스의 개편, 개선, 확장을 맡아줄 예정이다. 나는 대외적인 역할, 그리고 영화 사업을 전담하려고 한다. 2024년은 공동대표까지 영입해 기회를 잘 준비한 한 해였다고 총평하고 싶다.

창업을 하게 된 동기가 이런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고 전 국민이 쓰게 하고 싶다는 것 하나였다. 서비스의 생존 자체가 목표였고, 그 생존 본능이 회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우리의 장점이 되었다. 단점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매년 두세 배 이상의 성장은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J-커브를 해내지 못했다. 시장적으로 충분히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공동대표를 모셨고, 이제는 급성장을 할 때라는 기대감과 사명감, 막중한 무게감과 설렘을 모두 안고 2025년을 시작한다.


Q

그렇다면 2025년의 구체적인 목표는?

A

키노라이츠는 어떤 콘텐츠를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으로 사랑을 받아 왔다. 올해는 더 나아가서 유저들이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려고 할 때 포털을 넘어서 1순위로 떠올리는 채널, 즉 국내 1순위 콘텐츠 정보 탐색 채널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를 매우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당연히 키노라이츠 앱을 사용하지만, 아직도 일부 정보는 포털에서 찾긴 한다. 스스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모든 정보를 우리 서비스 안에서 찾게 되는 순간이 우리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때라고 본다. 사업적으로는 매출과 수익을 증대시키는 방법이 결국 지식재산권(IP)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가 다루는 IP는 영화, 드라마, 그리고 웹소설과 웹툰까지 나아갈 생각이다. 향후 1, 2년 내에 국내에서 콘텐츠 IP로 수익화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고, 그중의 세부 목표가 영화 투자배급인 셈이다.


Q

앞서 말했듯이 2024년에 영화 투자배급, 공동제공, 마케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25년 이후의 구체적인 목표에 한국영화의 투자, 배급 관련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아직은 수입 외화 중심의 투자, 배급을 생각한다. 한국영화 투자, 배급을 하려면 자본력이 필요하니까. 일단 온라인에서의 마케팅 영향력과 노하우를 잘 살려서 한국영화 투자배급사와 협업하고 있다. 앱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작품 선정 능력을 갖추고, SNS 채널들에서 우리만의 노하우로 마케팅을 하면서 한국영화와 협업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때는 당연히 한국영화의 투자, 배급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 언젠가 도달해야 할 영역이다. IP 확보에 대한 생각도 많다. 신작일 필요는 없다. 우리의 OTT 통합 검색과 콘텐츠 통합 검색을 확인하면 꾸준히 잘 팔리는 콘텐츠가 뭔지 알 수 있으니, 그런 콘텐츠들을 확보해보는 것도 계획 중의 하나다.


Q

OTT 통합 검색을 했을 때 여전히 인기 있는 한국영화는 어떤 작품들인가?

A

<타짜> <미녀는 괴로워> 등을 여전히 많이 본다. 최근 특이한 현상으로는 지난해 가을 영화 <한공주>가 갑자기 많이 노출되었는데, 관련 사건에 대한 뉴스가 화제가 되면서 그 상황이 반영된 측면이었다. 또 비상계엄 이후에는 <서울의 봄>이 엄청난 매출의 수혜를 봤을 것으로 짐작된다. 키노라이츠 차트에서 주로 신작들이 검색되는데, <서울의 봄>은 몇 백 계단을 역주행해서 랭킹 안에 다시 들어갈 정도였다.

Q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인들의 이력이나 정보에 대해 검색할 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KOBIZ, KMDB, 포털 검색 등을 많이 사용한다. 키노라이츠에서도 검색 가능하게 될까?

A

최우선순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다 보강하는 것이 목표다. 그것까지 가능하도록 달려가고 있다.

Q

유틸리티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 양지의 영화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이 점점 활성화되면서 키노라이츠 앱 내에 좋은 콘텐츠 정보들이 많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앱 내 영화 커뮤니티 활성화에 대해서도 계획이 있나?

A

콘텐츠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결국 정보 탐색 채널의 역할 중 하나였다. 가령 장르나 배우로 검색하는 건 정형화된 정보다. 그런데 넷플릭스 신작 시리즈를 봤는데 ‘몇 화가 잔인하다’, ‘몇 화는 부모님과 같이 보면 좀 민망하다’는 식의 정보는 정형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이런 디테일한 정보는 진짜 그 시리즈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마음껏 얘기할 수 있게 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보를 잘 라벨링하면 정보 탐색의 또 다른 형태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커뮤니티를 키워야지’라는 목표가 있다고 키워지지는 않더라. 커뮤니티는 결과의 한 형태다. 유저들이 이 서비스가 좋아서 계속 사용하다가 한 번씩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커뮤니티도 지금 우리 앱 기능 안에 잘 안착했으니 잘하는 것들을 계속 잘하다 보면 유저가 더 늘 거고, 더 많은 정보가 올라올 거고, 그 정보들을 잘 노출시켜 드리면 또 그 정보에 기여하시는 분들이 정보를 더 많이 쓰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한다. 본질에 집중하다 보면 커뮤니티의 성장은 따라올 것이다.

Q

창업 초기 모델로 삼았던 것이 IMDB나 로튼토마토닷컴 같은, 해외의 영화 및 시리즈 검색 데이터베이스(DB) 사이트들이었다. 우리가 그런 해외 사이트를 드나들었듯이, 이제는 키노라이츠를 이용하는 해외 유저들도 많은가?

A

K-콘텐츠 스타들의 소식을 알고 싶어 하는 해외 유저들이 꽤 있다. 실제로 한국 아이돌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영어 리뷰, 베트남어 리뷰 등 현지의 반응이 올라온다. 요새는 인공지능(AI) 툴을 통해 번역도 쉽게 되니까 우리가 따로 글로벌 모델을 내지 않아도 그냥 들어오셔서 알아서들 공유하더라.(웃음) 물론 해외 진출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당연히 현지화를 해야겠지만, 아직은 국내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래도 글로벌 쪽은 늘 열려 있다.

Q

AI를 키노라이츠 안으로 끌어들여서 데이터의 질을 높이고 서비스의 확장을 이루는 것에 대한 구상도 있겠다.

A

AI가 학습을 많이 하려면 특정 카테고리에 국한된 어떤 데이터들을 재료로 많이 쓸 수밖에 없다. 필요한 카테고리에서만 집중되어 있는, 깨끗한 데이터들을 많이 학습해야 결과값을 내놓을 수 있다. AI 자체는 기술이니까. 즉, AI가 학습할 만한 데이터들을 얼마나 잘 구축해 놓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게 가능한 회사야말로 미래에 AI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우리도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AI를 잘 활용해 나가고 있다.

콘텐츠가 너무 많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비슷한 콘텐츠를 찾는 것마저도 무척 어려워한다. 또한 콘텐츠는 사회적 속성을 갖고 있어서 앱이 내게 아무리 정교한 추천을 해준다고 해도, ‘나는 <오징어 게임>처럼 인기 많은 콘텐츠는 안 보고 다른 거 봐야지’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콘텐츠에 최대한 많은 라벨링을 해 놓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은 콘텐츠 정보라고 해봤자 장르, 국가, 배우, 줄거리 정도가 전부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수식할 만한 더 구체적인 것들이 필요하다. 가령 영화 <서울의 봄>이라고 하면 몇 공화국, 계엄, 반란 등의 카테고리들이 있지만 이것들을 두서없이 막 적으면 그 데이터는 쓰레기 값이 된다.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가 좋았던 이유를 일반적으로 말하는 내용들이 있다. “결말이 사이다야.”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어.” “넷플릭스용이야.” “그냥 뻔해, 근데 볼 만해.” 이런 말들이 사실 진짜 추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발화된 내용들을 콘텐츠 안에서 라벨링하고 내가 어떤 콘텐츠를 본 후 비슷한 것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비슷한 콘텐츠들을 그 이유와 함께 잘 추천해주기 위해서, 즉 정보 탐색을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콘텐츠의 태그들을 잘 달아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택소노미(Taxonomy)’라고 부른다. 콘텐츠의 데이터 분류 체계를 말하는데, 그런 택소노미, 분류에 대한 위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일종의 철학일 수도 있다.

Q

그 위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든다는 말인가?

A

예를 들어 어떤 영화를 두고 “우울할 때 보기 너무 좋아”라는 말들을 하는데, 그게 우울증이 소재인 영화들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장르로 추천하게 되면 ‘우울증이 소재인 영화’들만 추천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건 진짜 우울할 때 보면 힐링이 돼”라는 말을 태그로 넣는 방식을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태그가 달린 영화나 드라마를 봤을 때 비슷한 태그를 갖고 있는 콘텐츠를 딱 추천해주면서 그 이유도 말해주는 거다. “니가 우울할 때 봐서 좋다고 했기 때문에 우울할 때 보기 좋은 영화로 추천해줬다”고. 그럴 경우 진짜 엉뚱한 장르의 영화가 추천될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영화를 보고 힐링이 된다면 그게 사용자에게 맞는 거다. 그런 고민을 계속하고 그 결과를 잘 담아내는 것이 키노라이츠의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데이터를 축적하고 발화를 끌어모으는 것, 우리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정제하는 것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Q

키노라이츠가 덕후 감각을 기반으로 한 앱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같다. 기업으로서는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겠지만 신뢰받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느껴진다. 신뢰도에 대한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

A

앞서 말했듯이 국내 1등이다. 특히 한국 콘텐츠 데이터에 관한 신뢰도는 당연히 전 세계 1등이어야 한다. 우리 데이터는 한국이 원산지니까. 무조건 대체 불가능한 데이터와 메타 데이터를 잘 갖추는 것이 키노라이츠가 계속 가야 할 길이다.

Q

그렇다면 한국영화, 나아가 한국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데이터는 어떤 것들인가?

A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다. 앞서 말한 한국영화 스태프 데이터들은 사실 일반 영화 관객들이 큰 관심을 갖는 데이터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 산업 현장에서는 큰 가치를 지닐 것이고, 캐스팅이나 섭외를 할 때도 쓰일 데이터들이라서 중요하다.

일반 관객들은 어떤 콘텐츠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를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다. 그래서 데이터를 보면 ‘한국영화+손익’까지 연관 검색을 해서 손익분기점을 넘었는가, 안 넘었는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지, 그 이유까지는 모르겠다. 사람 심리가 그런 걸까.(웃음) 그런 데이터가 의외로 중요하게 검색된다.

앞서 말했듯이 콘텐츠를 수식하는 다른 택소노미 데이터들, 콘텐츠 태그 라인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일반 영화 관객을 위해서 콘텐츠를 수식하는 정보가 더 풍부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이 영화는 마동석 출연작 중에 재미로는 몇 등”이라는 식의 랭킹까지 만들어보는 게 우리가 하려는 것이다. 어떤 관객이 <범죄도시>를 재밌게 봤다,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 그런데 마동석이 출연한 극장 개봉 영화 중에 다른 걸 또 보고 싶어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범죄도시> 페이지 안에 이런 게 생기는 식이다. <범죄도시>가 ‘마동석 영화’ 중에서는 몇 등이고, ‘조폭 때려잡는 영화’ 중에서는 몇 등이고, ‘사이다 액션’ 중에서는 몇 등이라는 랭킹이 뜨는 거다. <범죄도시>가 ‘조폭 때려잡는 영화’ 중에서 13등에 랭크되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위 12등까지의 영화들이 궁금해서 눌러보게 될 거다. 이렇게 콘텐츠를 수식하고 정의해주는 태그를 최대한 정확하고 방대하게 잘 만들고 그것을 랭킹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결국 콘텐츠를 고른다는 측면에서. 진짜 재미있을 거다.(웃음) 정말 좋은 일이라고 믿고, 꽤 전문적인 일이다. 정확한 검수도 필요하고.

만약 이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이후에는 이 정보들을 ‘사용자들이 강화하게’ 만들 거다. 이를 테면 “진짜 사이다 액션인가”, “진짜 우울할 때 보면 재밌는 영화인가”에 대해 예스 또는 노로 답하게 하고 그게 강화되면 그 키워드는 위로 올라가는 식이다.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뭐야”라는 질문의 답에 ‘사이다 결말’, ‘통쾌한 액션’, ‘주인공이 잘생겨서’ 같은 항목을 넣었는데, ‘주인공이 잘생겨서’에 가장 많은 유저들이 투표했다면, 이 영화가 잘된 이유가 ‘주인공이 잘생겨서’라고 볼 수 있는 거다. 이렇게 태그의 가중치를 놓을 때 사용자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키노라이츠와 다른 회사의 차별점이다. 그리고 참여하는 이들이 재미로 참여하는데 보상까지 얻을 수 있게 ‘팝콘’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혜택을 주려고 한다. 포인트는 재미다. 원래 내가 재밌어 하는 걸 하는데 영화 문화에 기여할 수 있고, 심지어 보상까지 준다는 사이클을 앱 안에서 잘 만들어보려고 한다. 많은 기여를 하는 기여자의 아이디는 따로 표시를 해줄 생각이다.

Q

키노라이츠의 성장이야말로 요즘 관객이 어떻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관객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A

일단 업계에서 다들 아는 것처럼 전체적인 극장 관객 수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해외영화 마켓에 가면 여전히 영화 수입 가격이 높다. 심지어 오르고 있으며 가격 협상이 잘 안 된다. 미국 극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거의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만 극장이 입은 타격이 큰 느낌이다. 그 원인이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티켓 값이 올라서일 수도 있고, 한국영화가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져서 볼 영화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코로나19 이후로 묵혔던 창고 영화들이 하나씩 나오는 과정이어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큰 배급사들도 휘청휘청 계속 선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없는 틈에 외화들을 많이 사오고 재개봉 시장이 커졌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이제는 신작 영화에 대해 기본 점수를 낮게 주는 것 같다. 예전에는 신작이 개봉하면 ‘가서 봐야지’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새는 각종 포털과 유튜브 후기, 우리 같은 서비스 평점을 두루 보고 최대한 돌다리를 두드린 후에 극장에 간다. 그 과정에서 조금만 거슬리는 게 있으면 안 보고 OTT에 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진짜 콘텐츠 옥석 가리기가 되어 가고 있다. 천만 영화는 나오는데 총 관객 수는 줄고 양극화는 심화된다. 자연스럽게 이 상황이 회복될 것 같진 않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인구 규모로 봤을 때 텐트폴 영화로 승부했던 시장이 사실은 더 비정상적이었다. 알찬 중저예산 한국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포스트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장준환, 홍상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 오히려 도약을 위한 에너지를 응축하는 시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Q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한국의 국제영화제와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키노라이츠의 데이터들을 활용하도록 협력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인디그라운드 등을 통한 독립영화,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과 협력 등을 엿볼 수 있고. 키노라이츠를 향한 한국영화계의 러브콜이 많나?

A

엄청난 러브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영화의 경우 온라인 마케팅에서 특히 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영화제들과의 협력은 각각의 유형이 다르다. 가령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경우 글로벌 OTT 어워즈를 하면서 글로벌 인기상을 뽑기 위해 온라인 투표를 받고 싶어 했다. 그게 우리 서비스의 성격,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 감당할 수 있는 서버 역량 등과 맞아떨어져서 그 수상 부문을 우리가 운영하는 것으로 협업을 했다. 그 외 대부분은 관객을 영화제로 이끌기 위해서 온라인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키노라이츠를 온라인 촉매제로 써주셨던 것 같다. 올해도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열려 있는 마음으로 협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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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T&G 상상마당 시네마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유저들과 셀럽, 팬덤도 연결하고 있다.

A

KT&G 상상마당 시네마의 재개관 시점부터 운영을 맡아 왔다. 우리의 미션 자체가 좋은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에게 연결한다는 것이었다. 그 연결은 온라인만이 아니니까. 그런 취지에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Q

스타트업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국영화 산업의 현재는 어떠한가? 침체를 벗어나 성장하기 위해 어떤 전략과 계기가 필요할까?

A

일단 드는 생각은 너무 로컬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감히 말하자면 넷플릭스나 티빙이나 똑같은 것 같다. 물론 넷플릭스가 시가총액이 훨씬 더 큰 기업이고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많지만 그렇게 된 이유는 결국 먼저 글로벌화했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 솔직히 한국이 콘텐츠를 잘 만들고 그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다. 딱 하나 아쉬운 게, 그 콘텐츠의 배포가 글로벌하게 안 된다는 것이다. 티빙에서 만든 드라마가 글로벌하게 노출되어서 동남아시아에서는 무조건 다 보는 상황이 된다고 하면, 당연히 넷플릭스에 안 팔 거다. 한국 콘텐츠들은 잘 만들기만 하면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싶어 하는 상황까지 왔으니, 넷플릭스를 거치지 않고 글로벌 유통을 잘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어떨까.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글로벌 유통을 뚫으면 한국 OTT도, 한국영화도 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IP를 가진 사람에게는 기회가 늘어나는 시대다. 결국 플랫폼들은 좋은 IP를 경쟁적으로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국영화가 지금은 힘들겠지만 그동안 쌓아 온 기획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절망적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영화가 가진 아이디어와 제작 노하우를 전 세계에 더 잘 유통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