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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허리를 튼튼하게

2025년 영진위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설명회

이락희(한국경제매거진 기자)
사진
서범세

2019년까지만 해도 매년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한국 상업영화가 평균 40~50편씩 제작되어 개봉되었다. 매주 새로운 영화가 한 편씩 개봉된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지난 5년간 상업영화의 개봉작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2024년에 그나마 35편이 개봉되었으나 알고 보면 대부분 코로나19 전후 해 이미 기획되고 제작이 결정된 작품들로 개봉작 수를 간신히 채웠다. 더 큰 문제는 올해부터다. 영화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제작되는 한국영화는 20~30편에 불과하고 당장 개봉할 영화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1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에 나선다. 영진위가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총 1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중예산 규모의 신작 제작을 지원함으로써 위기의 한국영화계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더불어 시나리오 초고 개발, 투자 유치, 신규 제작사 대상 기획 개발과 교육 등을 지원하는 데도 25억 원을 투입해 141편을 지원할 계획이다. 영진위는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1월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관에서 ‘2025년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및 기획개발지원사업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되었다. 두 주요 사업 가운데 영화인들의 성장 사다리가 될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세부 조건을 살펴본다.

돌파구를 위한 신속한 노력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설명회 프레젠테이션 스크린

영진위는 1999년 출범 이후 IMF 외환위기 사태, 리먼 사태 등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영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다양하게 도입했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에는 영상전문투자조합출자사업, 극영화제작지원사업 등을 신설해 한국영화 제작 편수를 연평균 80편까지 끌어올렸다. 2008년 리먼 사태가 발발했을 때도 발 빠르게 기획개발지원사업, 저예산영화 제작지원사업 등을 신설해 영화 산업의 금융자본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올해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을 신설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예산 영화에 해당하는 순제작비 30억~80억 원 규모의 영화들이 거두는 박스오피스 관객 동원 기록이 통상 100만~500만 명에 이른다. 한 해 평균 30편씩 개봉되던 중예산 영화들이 팬데믹 기간에는 10~15편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최대 40%까지 기록하던 수익률도 마이너스 57%까지 곤두박질쳤다. 영진위는 올해 예견되는 제작 편수 부족 등의 문제를 돌파하고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관객층의 니즈에 부합하는 영화를 발굴하기 위해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을 신설한 것이다. 영진위에서 중예산 영화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제작비 20억~80억 영화를 지원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관련 주요 통계 관련 프레젠테이션

지원 대상은 순제작비 2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의 장편 실사 극영화다. 단, 신청 접수 마감일(2월 26일) 기준으로 이미 제작에 착수한 작품은 제외된다. 총 100억 원 규모의 지원으로 제작비 규모에 따라 20억~30억 미만 작품 2편 이내, 30억~60억 미만 작품 6편 내외, 60억~80억 미만 2편 이내를 선정하며 편당 지원금은 순제작비의 30% 또는 15억 원 중 더 낮은 금액 범위 내에서 차등 지급된다.

지원금은 후순위 원금 회수 방식으로 수익금이 영진위 지원금을 제외한 총 제작비를 넘어서면 지원금 한도 내에서 회수하는 구조다. 즉, 최초 극장 개봉 이후 2년 동안 극장 개봉 및 국내외 부가 시장 매출에 의해 발생한 수익금 중 영진위의 지원금을 제외한 총 제작비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경우 영진위의 보조금을 포함한 총 제작비까지 발생한 수익에 대해 영진위 지원금 한도 내에서 회수한다. 영화가 대박을 쳐서 수익이 크게 발생하더라도 지원금까지만 회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영진위 지원금을 제외한 총 제작비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회수하지 않는다.

약정 체결 6개월 이내 크랭크인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목적 및 추진 일정 프레젠테이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지원 약정을 체결한 이후 석 달 이내에 투자배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총 제작비에 대한 개별 조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리고 약정 체결 이후 6개월 이내에 촬영을 시작(크랭크인)해야 한다. 극장 개봉 및 수익 정산은 최초 상영관 개봉일로부터 2년 이내에 마쳐야 하므로 선정부터 정산까지 대략 3년 정도 소요되는 사업이다.

● 사업 일정
접수 2월 26일까지 → 최종 지원자 확정 5월 말 6월 초 → 지원 약정 체결 6월 말 → 메인 투자배급 계약 체결 3개월 이내 → 크랭크인 12월 초까지 → 제작 완료는 약정 체결로부터 15개월 이내 → 수익 정산 최초 개봉일로부터 2년 이내

영화제작업자만 신청 가능

본 지원 사업의 신청은 개인은 불가하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한 영화제작업자만 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증과 영화제작업 신고증을 발급한 법인 및 개인사업자가 해당된다. 단, 개인사업자는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되면 약정 체결 전까지 법인사업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공동제작 및 국제 공동제작 영화에도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투자배급사 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와의 공동제작 및 국제 공동제작도 가능하다. 이때도 신청 주체는 영화제작업자여야 하며 공동제작사의 지분율은 30~50% 까지만 허용한다. 예를 들어, 영화제작업자(A)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메인 투자배급사 또는 영화제작업자(B)와 공동제작을 하는 경우 A, B 중 공동제작 지분율 50% 이상인 1개 회사 명의로 신청해야 한다. 제작사당 1개의 프로젝트만 신청할 수 있으며 공동제작사가 별도의 프로젝트를 신청할 수 없다.

국제 공동제작 영화가 지원 사업으로 최종 확정되면 약정 체결 전까지 영진위 국제 공동제작 영화의 한국영화 인정 기준을 확보해야 한다.

지원금, 약정 체결 후부터 적용

지원금은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한다. 1차는 영화 크랭크인 착수계를 제출하면 전체 지원금의 90%를 지급하고 2차는 크랭크업 후 후반작업 착수계를 제출 시 나머지 10%를 지급한다.

지원금은 기본적으로 영화의 순제작비 용도로만 집행할 수 있다. 20~80% 내에서 인건비로 우선 집행하되 영화제작업자(대표)의 인건비로는 쓸 수 없다. 식대 및 부식비는 지원금의 20% 이하 범위에서 집행할 수 있다. 약정 체결 전에 집행한 비용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으니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원금은 신청한 영화제작업자에게 교부되며 사용내역의 정산 책임도 함께 따른다. 수익금 정산 책임은 영화제작업자뿐만 아니라 영화 총 제작비 및 수익금의 집행·정산을 총괄하는 메인 투자(배급)사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약정 체결 후 메인 투자(배급)사가 정해지는 경우 영진위는 제작사 및 메인 투자(배급)사 내지 배급(대행)사를 대상으로 지원금에 대한 정산 및 원금 상환에 대한 책임을 명문화하는 지원 약정서 부속합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올해 크랭크인 가능 작품만 선정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은 약정 체결 후 최대 6개월 이내 크랭크인이 필수조건이다. 기한 내 크랭크인을 보증하기 위해 약정 체결 후 3개월 이내에 메인 투자배급 계약 또는 총 제작비 조달 계약을 완료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 결정이 자동 취소되며 기회는 후순위 지원 후보작에게 넘어간다. 따라서 올해 안에 크랭크인을 할 수 있는 작품만 신청해야 한다.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은 올해의 부족한 제작 편수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라 기한 연장이 불가하다. 그동안 영진위가 진행한 각종 독립예술영화 지원 사업의 경우 기한 연장이 가능했다는 점과 비교된다. 연내 크랭크인을 위해 다소 빠듯하게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서류 미비로 탈락되지 않도록 제출해야 할 서류를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콘셉트 영상 등을 함께 제출할 경우 선정에 유리하다는 점도 알아두자.

천만 대작영화 한 편보다 100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중예산 영화 대여섯 편이 더 절실한 시기다. 중예산 영화는 신인 창작자들의 장편 데뷔 기회를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 투자로 수익 확보가 가능하단 점에서 그렇다. 여러 편의 백만 영화가 제작되어야 영화 고용 시장도 확대될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 경험도 축적되어 더 좋은 영화가 등장할 수 있다.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이 이러한 선순환의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설명회 현장 모습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 설명회 현장 Q&A
Q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도 기한 내 약정 체결을 못하면 후순위로 기회가 넘어간다고 했는데 후순위로 선정된 경우에도 연내 크랭크인을 해야 하는가?

A

그렇다. 연내 크랭크인 작품을 지원하는 것이 본 지원 사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후순위 선정자의 경우 3개월 이내에 크랭크인에 들어가야 하므로 일정이 상당히 빠듯한 것이 사실이다. 약정 체결일로부터 15개월 이내에 제작을 완료해야 하고 체결일로부터 2년 이내에 개봉을 해야 하는 일정은 후순위 선정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Q

신인 감독도 참여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단편영화나 상업영화 연출 경력이 조건으로 붙어 있다. 신인 감독의 기준은 무엇인가?

A

신인 감독 여부는 영진위에서 운영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www.kobis.or.kr)에 등재된 내용을 기준으로 한다. 단편영화이든 독립영화이든 한 편이라도 통합전산망에 작품 정보가 등재된 감독에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등재된 정보가 없는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


Q

2월 접수 후 크랭크인을 한 영화가 선정된 경우 약정 체결 전에 쓴 비용도 인정받을 수 있는가?

A

접수 후 크랭크인은 가능하지만 약정 체결 전에 사용한 비용은 인정하지 않는다. 약정 체결을 해야 지원 사업의 효력이 발생한다. 약정 체결이 완료되는 시점은 6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