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cover img

Yes or No

<베테랑2>
서도철이 그토록 피곤한 이유

정지혜 영화평론가·허남웅 영화평론가 대담

진행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서범세, CJ ENM

2015년 개봉했던 영화 <베테랑>은 한국영화의 여름 시장이 얼마나 통쾌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드문 사례였다. 젊고 혈기왕성했던 주인공 서도철이 팀원들과 함께 재벌 3세 조태오를 잡는 활약에 1341만 관객이 환호했다.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는 아프게 맞아도 맷집 으로 버티던 직업인과 아버지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서도철을 통해 시대의 피로감을 짙게 그렸다. 9년이라는 시간은 변화시킨 미디어 환경과 인물들의 물리적 한계,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악인도 등장시켰다. 개봉 첫 주에 이미 400만 넘는 관객이 들어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류승완이라는 베테랑이 만든 서도철의 귀환은 여러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야기 구조의 한계와 깊어진 태도가 동시에 엿보이는 이 속편은 우리에게 어떤 길을 제시하는가. 정지혜 영화평론가와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베테랑2>가 보여준 지금 한국 사회의 풍경과 그 안의 사람들을 다양하게 해석한다. 익숙하고 무난하게 마무리한 아쉬움을 거론하면서도 ‘류승완 영화’가 지닌 의미와 역할을 찾아낸 흥미진진한 대담이었다.

image
정지혜 영화평론가와 허남웅 영화평론가
Q

<베테랑2>의 첫인상은 어땠나?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일단, 굉장히 익숙하다. 익숙한 것들을 가져가면서 그 사이에 살을 붙인다. 1편의 매력을 생각하면 선악이 나뉜 심플한 구도 속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사건이 눈에 쏙쏙 들어오고 이야기의 집중력이 높았다. 2편은 선악의 경계가 희미하고 출연진도 많아지다 보니까 어느 지점부터는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1편에 비해 집중도가 좀 떨어진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류승완이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한국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작업해 온 감독의 규모 있는 영화가 오랜만에 등장하니까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2편은 1편처럼 메인 플롯이 있는 게 아니라 서브 플롯, 나아가 멀티 플롯을 가져간다. 물론 박선우라는 주요 인물이 있지만 선악의 구도를 다소 흐릿하게 가져가면서 멀티 캐스팅으로 진행이 되니까 오히려 우리가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춰서 따라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봤다. 1편과 9년의 시간차가 있는데, 류승완 감독이 영화 안에 시대상을 가져오는 것에 굉장히 흥미를 갖는 감독이지 않나. 1편을 만들 당시에 주목했던 것과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 부분이 확실히 다르다, 다른 감각을 가지고 오고 싶었겠구나, 하는 인상은 받았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말씀하신 것처럼 9년이라는 시간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간 플랫폼하고 매체의 성격도 굉장히 많이 바뀌었잖나. 9년 전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퍼지는 가짜 뉴스의 숫자와 파급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그래서 1편에서 다뤘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악행은 류승완 감독의 상상력과 취재한 부분이 있을 텐데, 우리가 뉴스를 통해 아는 내용과 몰랐던 내용이 다 있었다. 그런데 9년이 지난 지금은 가짜 뉴스, 사이버 레카 활동이 굉장히 많아졌다. 2편에서 다루는 범죄 내용들은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2편이 갖는 전형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베테랑2>는 선악의 구도를 다소 흐릿하게 함으로써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방식이나 다양한 유튜브, CCTV 등을 카메라라는 매개로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누구나 쓰고 누구나 익숙한 것들이라서 그 매체들에 대한 감각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영화적 흥미가 떨어지는 지점도 분명히 있다.

Q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CCTV를 이용해 범죄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베테랑2>를 볼 때 그런 장면들이 어떤 작용을 하나.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1편과 2편이 결정적으로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1편에서 정웅인 배우가 연기했던 배 기사가 영화 초반에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서도철 형사와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배 기사가 “우리는 우리 몸보다 트럭이 훨씬 더 중요하지”라는 대사를 한다. 되게 살아 있는 대사고, 1편 전체에는 그런 대사들이 살아 있었다. 2편도 취재를 많이 했다는 것이 드러나지만 살아 있는 대사들이 없다. 1편은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이 사실감은 저런 데서 나오는구나, 하는 맛이 있었다. 2편은 속편의 공식을 너무 따라간다. 가령 정해인 배우가 연기한 인물 박선우도 선악이 희미한 인물이라고 하지만 결국엔 악의 위치에도 서 있는 인물이다. 인물의 구도가 현실감을 살린다기보다는 장르와 블록버스터의 규칙에 더 맞춰져 있다. 관객은 편하게 볼 수 있지만 깊이와 해석의 여지는 줄었다.

<베테랑2>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가짜 뉴스, 조작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내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1편의 장면은 명동에서의 클라이맥스 신이다. 그 장면에서 조태오와 서도철이 주먹을 주고받을 때 그들을 둘러싼 모두가 다 카메라를 들고 있다. 대중이 카메라를 통해 현장을 보는 목격자이기도 한 상태다. 그래서 서도철 형사가 조태오에게 경찰 때리는 거 지금 다 지켜보고 있다, 목격자들이 여기 다 있다, 이제부터 정당방위로 너를 치겠다고 한다. 서도철의 그 대사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목격자라는 정확한 위치를 부여하는 대사였다. 그때의 카메라들은 조태오의 행동이 부당하고, 서도철은 어떤 정당한 행위를 함으로써 조태오를 여기에서 이제 체포하겠다는 것을 모두 공인해주는 역할이었다.

2편에서 연쇄살인범으로 불리는 ‘해치’를 잡기 위한 남산에서의 추격과 박선우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가짜 해치를 잡는 과정을 지켜보는 카메라들은 1편보다 더 과도하다. 의도적인 연출이다. 모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있고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진다. 거기엔 목격자로서의 일반 시민들도 있지만 1편의 그런 목격자성과는 다르게 상황을 보는 자들이 있다. 이를 테면 유튜버처럼 지금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때리고 있다고 라이브 중계를 하는, 현장에서 바로 사실이 조작되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1편의 목격자성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 ‘보는 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극 중 정만식 배우가 연기하는 전석우가 감옥에서 출소한 후 집으로 들어갈 때 아파트 주민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달걀 세례를 하는 장면도 거기에 다양한 유튜버들이 나온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에 같이 있지만 실시간으로 다른 정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실은 굉장히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장면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러니까 <베테랑2>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가짜 뉴스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심지어 일반 시민들의 카메라를 통해서, 그 시민들의 카메라가 이렇게도 많은 공공연한 현장에서조차도 조작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진짜 보고 있음에도 지금 보고 있는 게 맞는가 혹은 목격한 것에 대한 다른 해석들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있다는 것을 감각할 수 있는 영화였다. 그게 <베테랑2>에서 주요한 카메라의 쓰임으로 읽혔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카메라를 비춘다는 주체적인 개념도 중요하지만 카메라가 비추는 공간을 어디에다 두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서 1편의 명동 신을 안 그래도 얘기하고 싶었다. 왜 명동이었을까. 항상 생각했다. 명동은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중 하나이고 광화문 광장에 비하면 좁긴 하지만 어쨌든 일종의 광장이다. 그래서 1편의 이야기는 서도철의 사적 복수가 아니라 조태오를 광장으로 끌어들인 이야기다. 명동은 일종의 열린 공간으로서, 일반 대중들이 참여해서 재벌 3세에게 갖고 있는 어떤 반감이라든지 조태오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그 공간에서 생겼다.

그런데 2편에서는 정지혜 평론가가 아까 말씀주신 남산의 계단이나 후반부의 터널 같은 경우는 그런 해석의 여지를 갖게 하기보다는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다른 영화, 특히 <존 윅 4>와 비교하는 얘기만 많이 나온다. 카메라로 비추는 공간의 선택에 대한 고민이 1편에 비해 훨씬 더 손쉬워진 것이다. 해석할 수 있는 여지들이 더 닫혔다고 할 수 있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류승완 영화가 공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보여준 것은 <주먹이 운다>에서도 그랬다. 판을 벌리는 거잖나. 사람들이 삥 둘러쳐 있는 곳에서 주먹으로 치고받는 장면들을 통해서. <베테랑2>의 남산 계단도 한정되거나 밀폐된 곳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보자면 또 다른 형태의 광장이라고도 생각한다. 거기 관광객들이 있고 사람들이 주변을 빙 두르고 엄청나게 많은 카메라들을 찍고 있는 상황이니까.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대로변에 위치한 어떤 평평한 광장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의미에서 계단 신은 일치하는 장면인 것 같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류승완 감독은 액션에 특화되었다고 평가받는데, 매 작품마다 기존의 액션을 하듯 찍는 게 아니라 항상 무언가를 새롭게 이용한다. ‘류승완 영화’의 액션은 ‘사회파 액션’의 느낌이 있고, 그건 류승완 감독의 큰 장점이다. 그래서 2편이 1편보다 아쉽다고는 하지만, 2편을 통해서도 우리가 계속 감독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이게 <범죄도시> 시리즈와의 큰 차이 같다.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냥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고 한다면, 류승완의 <베테랑> 시리즈는 계속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그 힘이 있다.

image
image
<베테랑2>에서 서도철이 자주 언급하는 피로감은 시대적 피로감일까.
Q

서도철이라는 캐릭터에게도 9년의 세월이 주는 변화가 굉장히 크다. 서도철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결정적으로 바꾼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황정민 배우는 “나는 나이를 먹었지만 서도철은 나이를 먹지 않았다”라고 얘기했다.(웃음) 나이를 먹었다는 게 물리적으로 9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의미도 있지만 <베테랑2>를 통해서 크게 와닿는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렇고 이미 몇몇 분들도 얘기하긴 했는데 서도철이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래 보인다. 그게 주는 의미가 뭘까. 1편에서는 더 혈기왕성했고 지금은 물리적으로 나이가 들어 노쇠해져서 오는 피로일까. 1편은 서도철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게 조금 더 분명하고 자기가 처벌을 하든 문제를 해결하든 어떤 정확한 타깃이 있는 방식이었다면, 사실 2편에서는 누가 내 편이고 누가 아닌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모른다. 물론 살인을 해선 안 된다. 살인은 살인이다.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살인이 있느냐, 내가 죄 짓지 말라고 했잖아, 라는 얘기는 <베테랑>과 <베테랑2>의 전제 기조이고 그것은 변함없다. 그 기조 위에서 그럼 누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냐, 라고 물었을 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면서 쫓고 쫓기고 때려 부수고 처단해야 하는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피로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또 다른 서브 플롯이자 주요한 플롯인 아들 문제가 있다. 대담을 준비하면서 1편을 다시 봤는데, 방바닥에 누워 있던 그 아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미디어 환경, 그리고 학교 폭력, 1편에서 전세 대출을 받았는데 지금도 그렇게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은 집안 형편, 형사 월급이나 처우를 보면 가족 내부와 외적 상황 양쪽에서 오는 피로감의 정도가 굉장히 세졌다는 생각이 든다. 서도철이 느끼는 피로감이라는 게 어찌 보면 류승완 감독이 생각하는, 지금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어떤 피로감, 시대의 피로감이 아닐까.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1편에서는 서도철이 승진을 노래하지 않나. “승진이 났네, 승진이 났어.”(웃음) 9년 전엔 승진을 그렇게 노래할 만큼 젊었다. 9년이라는 시간이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개인적으로 1편이 ‘류승완 감독의 사적 복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로 사적 복수를 했다는 생각이다. 1편 엔딩에서 조태오가 잡히긴 했지만 아마 풀려났을 거다. 류승완 감독이 1편 개봉 당시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도 재벌 3세의 악행 같은 것을 보면 어떻게든 벌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으니까. 류승완 감독도 지금보다 아홉 살 젊었으니까.

그런데 2편을 보면 후반부에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가 아들에게 “미안해”라고 한다. 지금 시대의 범죄 양상은 사회 곳곳에 스며 있다. 그것을 즉각적으로 처벌하는 방식이 오히려 음지로 스며드는 범죄의 양을 늘린다. 그러니 이제는 즉각적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미안하다고 할 사람에게는 미안하다고 하고, 그걸 계기로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보인다고 할까. 류승완 감독이 실제로도 아이들의 아버지이고, 극 중 서도철 아들의 나이와 류승완 감독의 자녀 나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류승완이라는 감독이 이 사회의 범죄를 바라보는 태도가 훨씬 더 성숙해졌다고 느낀다. 서도철이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할 때, 바로 그런 태도를 담았다고 느꼈다. 9년이란 시간이 거기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라면이 짜다고 하니, 라면을 맛있게 못 끓여서 “미안하다”고 했을 수도 있지만.(웃음)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1편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조태오가 자기 사무실로 배 기사와 아들을 불러서 벌이는 일련의 짓들이었다. 그곳에서 자기 아버지가 조태오에게 두들겨 맞는 것을 아이가 목격한다. 아이를 그 사무실 안에 뒀다는 설정 자체가 갖는 함의가 있다고 느꼈다. 2편에서는 서도철의 아들이 아이들 세계에서 학교 폭력을 당해 두들겨 맞는 입장이 된다. 엔딩의 라면 신 같은 경우는 그런 지점에서 1편과 연결해 읽어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얼굴에 온통 피멍이 들어 있는 두 부자가 마주 앉아서 라면을 나눠 먹으며 미안함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통해서 어쩌면 나이 불문, 세대 불문 지금 모두가 피곤하고 두들겨 맞은 상태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금 다 피곤하다.(웃음)

Q

범죄 시리즈물에서 중요한 건 악역, 빌런이다. 때로는 악역의 의미가 주인공보다 더 크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는 1편과 2편의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image
image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는 1편과 2편의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2편을 보고 1편을 다시 봤다. 조태오는 그야말로 악이다. 2편의 박선우는 선과 악의 경계가 미묘하다. 물론 악으로 기울어 있기는 하지만 조태오와는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 그래서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 면에서 비교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서도철과 비교된다. 서도철 같은 경우는 9년이 지나서 나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1편에서 했던 대사를 많이 한다. “판 뒤집혔다”는 대사도 똑같고. 즉, 서도철은 1편처럼 그대로인 인물로 보인다. 오히려 반사적으로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 캐릭터가 흥미롭더라. 우리는 종종 힘이 있다면 잔인한 방식은 아니어도 누구를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부분을 서도철이 보여줬다. 반면 우리가 아는 정해인은
<봄밤><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모습인데, <베테랑2>에서 표정을 다르게 보여주니까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카메라 구도도 재밌는 게 황정민 얼굴을 앞쪽에서 잡고 그의 어깨 뒤로 정해인을 잡는다. 마치 서도철이 어렸을 때 저런 느낌을 가졌는데, 만약 조금 비뚤어졌다면 박선우 같은 모습이 될 수도 있었겠구나 싶게. 서도철과 박선우의 관계가 서로의 미래와 과거를 보여주는 면이 있어서 박선우 캐릭터가 훨씬 새롭고 흥미롭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자경단 스토리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나 큰 규모를 지닌 장르 콘텐츠 안에서 소화가 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박선우도 자경단일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약간 메시아적인 면이 있다. “내가, 내 힘으로”라는 식의 얘기를 계속 하니까. “우리가 체포한 거죠, 해치. 이제 된 거죠”라고 확인받고 싶어 하고. 그런데 서도철은 그때부터 계속 거리를 둔다.

박선우는 자기 확신에 차서 자기가 행한 것부터 그 결과까지 다 옳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어떤 인물인지 잘은 모르겠다 싶은 뉘앙스도 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영화가 계속 이 사람은 해치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준다. 허남웅 평론가가 말씀하신 그런 카메라의 앵글이나 정해인의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한 눈빛 같은 것을 계속 보여준다거나. 결과적으로 박선우는 악인이다. 살인을 저지른다는 측면에서. 자경단이든 메시아적이든 뭐든. 그런데 그 본모습을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에서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카메라 앵글의 사용이나 눈빛을 보여주는 방식 등으로 이 사람이 누구일 거라는 것을 영화 초반에 너무 빨리 알려주고 있다. 박선우가 처음으로 자기를 드러낸 것은 옥상 신에서 까만색 복면을 쓰고 있다가 복면을 내릴 때다. 이 캐릭터가 정해인이라는 것을 영화가 바로 보여주고 시작하는 건 좀 흥미로웠다. 그다음을 어떻게 이어갈까 궁금했는데 그 뒤에 좀 힘이 떨어졌다. 박선우가 해치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장면이 너무 빨리 등장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쩌면 더 흥미로울 수 있는 설정인데, 그것의 정도와 타이밍에서 아쉬움이 컸다.

image
image
서도철과 박선우의 관계는 서로의 미래와 과거를 보여주는 면이 있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정해인과 황정민이 처음 식당에서 맞닥뜨렸을 때 거울로 정해인의 얼굴을 비춘다. 정해인이 갖고 있는 겉모습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이런 방식은 고전적이긴 하지만 흥미롭다. 그런데 관객이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단서라든지 설득력 있는 장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영화는 서도철이 박선우를 보며 ‘얘, 뭐가 있구나’ 하는 표정을 짓는 것만 몇 번 보여준다. 보여주는 단서들을 통해 관객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극 중에서 서도철만 눈치 채고 다른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한다. 정지혜 평론가 말씀처럼 그런 부분이 약해서 보는 입장에서 좀 더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차단하게 만드는 것 같다. 박선우의 정체를 일찍 노출시킨 것은 새롭지만 그걸 받쳐줄 수 있는 구축물들이 약하다. 박선우를 미리 노출해 놓고, 자꾸 그 노출했던 정체를 뒤로 숨기려고 남산 계단 신에서 가짜 해치를 등장시키고, 안보현이 연기한 캐릭터도 등장시킨다. 류승완 감독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리듬감 넘치는 편집인데, 박선우를 감추기 위한 인물들이 계속 나오니까 오히려 리듬감이 죽는다.

한 장면씩 떼어놓고 봤을 때 멋진 장면들이 많다. 동시대적인 시청 방식에 굉장히 적합한 영화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요즘은 관객들이 다 짧은 영상, 숏츠를 많이 본다. 영화도 몇 배속으로 보거나 장면 장면이 편집된 걸 보는 사람이 많다. <베테랑2> 같은 경우도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좋은 장면이 많지 않나. 남산 계단 추격 신도 멋지고, 옥상에서 물을 튀기며 하는 액션도 멋있다. 오프닝의 도박장 검거 장면도 멋지다. 한 장면 한 장면 떨어뜨려 놓고 봤을 때는 동시대적인 시청 방식에 굉장히 적합한 영화다. 하지만 기존의 ‘류승완 영화’처럼 전체가 다 잘 묶여 있느냐라고 했을 때는 박선우를 드러내고 눈치 채게 만드는 연결고리들이 약하니까 ‘류승완 영화’다운 특징,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헐겁다. 캐릭터들이 몸싸움을 할 때도 싸움의 주도권이 너무 쉽게 넘어간다. 액션 장면에서 어떤 사람이 막 드잡이를 했다가 또 쉽게 넘어지기도 하는데, 너무 알 것 같은 상황이다. 이 사람이 주도권을 빨리 잡으면 빨리 끝나니까. 액션의 합은 너무 좋은데, 그 액션을 왜 하고 있나를 보면 주도권과 승기를 넘겨주는 방식이 너무 허술하다. 1편은 조태오라는 메인 빌런이 만든 정확한 문제적인 상황이 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렇게 할 수 있나. 배 기사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 부분을 표현하는 데 충분히 신경을 썼다. 2편에서 다루는 성폭력을 겪다 자살한 여대생 사건이나, 이웃의 폭력으로 한 가족이 풍비박산 난 사건은 너무 심각한 문제들인데 이걸 너무 빨리 넘긴다. 만화를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만화책을 빨리빨리 넘겨보듯 지나간다. 영화의 속도감 때문일 수는 있지만 서사를 너무 가볍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인물을 그리는 방식, 액션 안에서의 어떤 서사적 주도권을 넘기는 방식 같은 것들도 헐겁다. 그래서 전체 밀도가 떨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Q

2편에서 보인 ‘류승완 액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1편의 액션이 신선했던 이유가 서도철은 싸움을 잘하는데 팀원들이 항상 실수를 한다. 서도철이 중고차 사기단을 잡을 때도 먼저 현장에 들어가서 수적으로는 불리한데도 혼자 잘 싸운다. 팀원들은 뒤늦게 들어오는데 계속 실수를 한다. 실수하면서 만들어지는 슬랩스틱 액션이 좋았다. 2편도 남산 계단 장면이나 마지막 터널 장면을 빼면 팀원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런 슬랩스틱이 만들어진다. 1편에서 무척 신선했고 합도 잘 맞았던 방식이다. 물론 지금도 합은 잘 맞지만 팀원들이 나오면 쟤네들 실수하겠구나, 이런 방식으로 액션이 이루어지겠구나, 라는 것들이 너무 익숙하게 연상된다. 그런 액션의 새로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가를 생각할 때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빌런에 집중하다 보니 팀원들의 앙상블이 전편보다 아쉽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류승완 감독은 워낙 액션을 잘 그리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지 않나. 그런데 1편에서는 통했던 몸 개그가 지금 시대에서는 올드하다고 느꼈다. 1편은 장윤주, 오대환, 오달수 이런 분들이 만드는 아기자기한 앙상블이 살아 있었는데, 2편은 빌런의 사건에 집중하다 보니 사실 팀원들의 앙상블을 많이 놓친 게 아닐까 싶다. 팀원들이 그리 돋보이지는 않았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1편에서는 천호진 배우가 연기한 광수대 총경이 무게감을 설정해준다. 그런 무게감이 있으니까 밑에서 일하는 광수대 형사들이 얼마나 더 쪼이고 힘들까가 잘 보인다. 2편에서는 권해효 배우가 잘하긴 하지만, 무게감 있는 어른 캐릭터가 없다. 오히려 황정민이 연기하는 서도철이 어른이 된 캐릭터다. 하지만 여러모로 서도철은 여전히 1편의 서도철이기 때문에 무게감 있는 어른이 영화에 선사하는 긴장감, 스릴 같은 것들도 다소 희미해졌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사실 몸 개그는 타이밍이지 않나. ‘늘 한 발 늦음’, 거기서 어떤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나오는 건데, 2편의 서도철 자체가 그 몸 개그의 타이밍을 그냥 실현하는 인물이라고 봤다. 빌런인 정해인이 뭔가 계속 일을 벌이면 늘 한 발 뒤늦게 따라가는 방식이 계속된다. 물론 마지막에는 해결을 하지만. 거기서 오는 피로감이 있었다. 다들 열심히는 하는데 성과가 없는,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는 서도철의 상태 자체가 몸 개그 같은 인상이 들 정도인 거다.

옥상 액션 신도 민강훈(안보현)에 대한 체포의 순간을 영화가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옥상 현장에 성인 남성 팀원들이 얼마나 많았나. 박선우가 무슨 괴력의 사나이도 아닌데, 물론 싸움 기술은 대단할 수 있지만 계속 그를 막지 못하고 민강훈을 체포하지 못하는 것은 그냥 멋진 액션 신 노출을 위한 지연이었다는 생각이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류승완 감독은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다른 감독에 비해서 예민하게 느끼는 것 같다. <베테랑>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그런 부담감이 없었을 거다. 1편 당시의 여러 인터뷰를 보니까 “400만 정도만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1300만이 넘게 봤지만. 어쨌든 그럴 때 류승완 감독은 자기 장기를 굉장히 잘 활용한다. 그런데 <군함도>도 그렇고 <베테랑2>도 그렇고, 시장에서 무조건 성공해야 되는 영화를 만드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럴 때 느끼는 부담감이 류승완 감독의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베테랑2>에서는 여전히 그런 부담감이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오달수가 세워 놓은 봉고차에 도망치는 도박꾼들을 자연스럽게 태우는 장면도 1편의 재미였는데, 2편에서는 되풀이한다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 <베테랑> 중에서

vs.

“우리가 가오가 있는데 쪽팔리게 대충 살 수 없잖아.”

- <베테랑2> 중에서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관객에게는 그게 향수고 추억이고 1편과 연결되는 재미일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까지 시도할 것이고 어떻게 유기적으로 할 것이냐가 정말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1편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아주 적절한 때에 나왔고, 그래서 기억도 아주 선명하다. 우리는 돈이 없어도 어쨌든 가오가 있다, 라는 게 1편의 정신이다. 조태오와 맞섰던 서도철의 어떤 태도이기도 했다. 2편에서 그 대사를 이렇게 연결한다. “우리가 가오가 있는데 쪽팔리게 대충 살 수 없잖아.” 귀에 안 들어온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게 지금 2편의 상태다. 이 대사처럼 애매하다.

하나 더 얘기해보고 싶었던 거는 오프닝의 도박장 건물 외관에서 보이는 비상계단 장면이다. 서도철이 에어컨 실외기를 잡고 떨어질락 말락 하는데, 그때 그걸 보는 도박장 사람들도 실은 다 목격자다. 도망치다 말고 다들 서서 서도철을 향해 “힘내라, 힘내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조마조마하다가 서도철이 떨어지지 않고 착지하니까 “살았다! 이제 걱정 말고 우리 갈 길 가면 돼”라고 한다.

류승완 감독은 연쇄살인마가 저지르는 죽음을 영화에 계속 등장시키고 액션을 통한 폭력도 등장시키지만 어떤 선은 지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악인은 처벌해야 되고 살인은 살인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인간이니까 죽지는 말아야지, 인간이니까 살려는 줘야지라는 마음이 있는 거다. 누가 죽는 꼴을 보면서 환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엔딩에서 서도철이 했던 심폐소생술 같은 경우도 당연히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이고 악인이니까 죽어도 싸다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심폐소생을 해서라도 살려서 법의 처벌을 받게 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 <베테랑2>는 수많은 폭력과 죽음이 담긴 영화이지만 그래도 이 인물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태도, 인간으로서의 태도는 분명 있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나도 첫 장면이 제일 좋았다. <베테랑> 시리즈의 정체성이 거기 다 있었다. 말씀하신 그런 태도도 있고. 그때는 서도철과 강수대(1편의 '광역수사대'에서 '강력범죄수사대'로 명칭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호흡이 좋다. 그런데 그 호흡이 좋다는 걸 극 중 인물들의 호흡으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영화 밖에서의 감독과 스태프들의 호흡으로도 보여준다. 2편 오프닝의 카메라 이동 같은 경우도 최영환 촬영감독과의 호흡이 돋보인다. 류승완 감독과 계속 오래 영화를 해 온 스태프의 호흡으로 극 중 강수대의 호흡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이 실은 한국영화계의 ‘베테랑’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베테랑들이 관객에게 익숙한 공간을 되게 유려하게 찍어서 보여주고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가령 2편 오프닝에서 건물 에어컨 실외기에 매달려 있다가 확 몸을 던지는 서도철의 모습을 보여줄 때, 도박하다가 단속 때문에 도망치던 꾼들이 거기서 죽지 말라고 서도철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약간의 변수를 준다. 1편과 비슷하고 익숙한 상황 설정을 가져오지만 우리는 베테랑이고 팀워크가 좋기 때문에 매우 익숙한 것들을 보여주는 와중에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매우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류승완 감독은 너무나 잘 알려진 영화광이다. 그런데 도박장 무리들이 비상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여주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자크 타티의 <나의 삼촌>을 연상시키고 그것을 흥미롭게 활용한다. <밀수>에서도 물속에서 상어가 나올 때 뜬금없이 웬 상어? 라고 할 수 있지만 류승완 감독이 그 시절의 영화 <죠스>를 그런 방식으로 활용해서 영화적 재미를 준다. 그냥 넣었을 수도 있지만.(웃음) 감독 자신이 영화광이라는 배경이 있으니까 보는 우리는 레이어를 더 넓게 펼쳐서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 오프닝 장면은 기술적으로도 카메라가 부감으로 건물 안을 보여주는데, 도박꾼들을 향해 너희는 여기서 못 벗어난다는 것을 이미 카메라로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첫 장면을 봤을 때 너무 기대가 컸는데 뒤로 갈수록 산만해져서 아쉬웠다. ‘류승완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아마 다른 감독이 이렇게 연출했으면 무척 흥미롭다고 했을 수도 있다.

Q

재미로 얘기해보자면, 1편의 엔딩 요정이었던 아트박스 사장 마동석 배우가 마석도가 되어 <범죄도시>로 가는 바람에 2편에 나오지 않는다.(웃음) 앞으로 한국영화에서 ‘서도철 시리즈’와 ‘마석도 시리즈’는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질까?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서도철은 올드스쿨 스타일이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마석도가 지금 시대가 원하는 스타일이다. 마석도는 과정이 없다. 그냥 한다. 관객은 그걸 원하는 것 같다. <베테랑2>가 관객들의 아쉬움을 산다면 그건 마석도처럼 바로 나가지 않고 과정, 허리가 너무 길기 때문일 것이다. 옥상에서 서도철이 박선우를 막을 수 있어도 영화를 위해서 일부러 안 막는 것처럼. <범죄도시> 시리즈는 동시대가 원하는 카타르시스를 갖고 있다. <베테랑> 시리즈는 고전적인 클래식한 맛이 있다. 그게 가장 큰 차이 같다.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범죄도시>는 리터러시가 좀 더 선명한 것 같다. 명확하고. 그래서 오는 재미, 통쾌, 확실함이 주는 즐거움과 짜릿함이 있다. <베테랑> 시리즈는 류승완 감독이 사회파적인 드라마를 액션과 결합해 우리에게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베테랑2>는 1편보다는 감독의 자기 질문과 자기 고민이 더 많아진 것 같고.

Q

그러고 보니 서도철과 마석도는 큰 차이가 있다. 마석도는 싱글이고 아이도 없다.(웃음)

profile 정지혜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그건 굉장히 중요하다. 류승완 감독은 결국 남성 영화를 하고 있지 않나. 매번 조금씩 다르게 여성 캐릭터들도 들어오긴 하지만. 아버지성이라 함이 굉장히 강렬하다. 사실은 엄마가 더 많이 챙기고 있는데, 서도철은 가끔씩 집에 와 가지고 잔소리하는 것 같이 보이는데도 그 구성을 통해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놓치지 않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실 후반부 터널 장면이 앞서 말한 헐거운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아들의 상황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보고 있는 서도철의 마음이 저 정도밖에 안 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들도 위기지, 터널 안의 두 명도 구해야지, 혼자 다 할 수가 없으니까 오는 피로감은 있겠으나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서 인물이 갖고 있는 감정의 증폭이 약하고 서도철의 감정 상태가 너무 괜찮아 보이는 거다. 감정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었다. 인간적인 갈등의 순간이 별로 없어 보였다. 갈림길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이 그냥 장면을 점프해서 모든 게 다 만사형통으로 해결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profile 허남웅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

그건 서도철의 선택이 아니라 영화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진 평론가가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장손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영화”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항상 뭔가 자기가 갖고 있는 죄의식을 만회하려고 하고, 또 첫째처럼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한다는 거다. 서도철에게도 그 부분이 들어가 있다. 터널 장면에서는 서도철이 아들을 살리러 가나 싶었는데, 그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없다. 서도철 개인의 살아 있는 선택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서 지금의 선택을 한 것이다.

Q

결국 <베테랑2>는 YES인가 NO인가?

image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