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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댓글부대>

영화 <댓글부대> 트리비아

이은지(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스토리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안국진 감독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댓글부대>는 한국 관객들에게 유독 많은 사랑을 받은 범죄 드라마 장르를 표방하지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인터넷 창을 뚫고 튀어나온 듯한 화면 구성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호한 스토리와 캐릭터까지, 연출을 맡은 안국진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댓글부대>
개봉일
2024.03.27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감독
안국진
출연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외
# 재미, 자신감, 도전 의식에서 출발

안국진 감독에게 영화 <댓글부대> 연출 제안이 왔을 당시,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재미를 느꼈고 곧바로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원작 소설이 있었지만, 안국진 감독은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기자에게 알 수 없는 진실을 가진 제보자가 나타났다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걸 새롭게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는 원작 속 화자와 캐릭터, 상황 등 많은 부분이 변했다. 마지막으로 안국진 감독이 <댓글부대> 연출을 결심한 것은 바로 도전 의식이었다. 영화계에서는 이 작품을 영화화하는 것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고. 영상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안 감독도 동의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해결책은 인터넷에 빠져들어 보는 듯한 구조를 취하는 것. 실제로 영화는 손석구가 연기한 기자 임상진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간다. 영화가 끝난 후에야 ‘내가 뭘 본거지?’라는 복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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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구

2023년 3월, <댓글부대>에 배우 손석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2022년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석구는 그야말로 충무로 대세 배우, 캐스팅 0순위 배우였다. 그랬던 그가 스크린 복귀작으로 <댓글부대>를 선택했다는 것은 이슈로 떠오를 만했다. 소식이 전해진 것보다 출연 확정은 훨씬 앞선 일이다. 촬영을 시작하기 1년 전부터 출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왔고, 완성고가 나오기 전, 출연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 손석구를 사로잡은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안국진 감독은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진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더 과감하게 가자고 했다가, 이미 과감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임상진 캐릭터는 배우가 느끼기에 부담스러울 만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손석구는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전했고, 안국진 감독은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통해 임상진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이런 작업 방식은 안국진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캐릭터의) 디테일을 결국 배우가 만들어야 하는 측면이 많아서 말이 잘 통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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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보드 워리어 팹택 역의 홍경

임상진과 마찬가지로 함께 캐릭터를 만든 역할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배우 홍경이 연기한 팹택이다. 당초 팹택은 현재와 같이 수면 위에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안국진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분량을 떠나 일정 수준의 역할을 하길 원했지만, 홍경을 캐스팅하는 단계에서 팹택은 그 정도로 올라오지 못했다. 안 감독은 팹택의 역할에서 부족함을 느꼈고, 그 부족함을 홍경이 메꿔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 홍경에게 솔직하게 털어놨고, 두 사람은 현장에서 많은 부분을 함께 만들어 가며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 인터넷 문화

영화는 현존하는 수많은 인터넷 문화가 등장하고, 연출 의도대로 인터넷 창을 보는 듯한 화면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안국진 감독은 인터넷 문화에 얼마나 익숙할까. 잘 알지 못한다면 이런 연출을 하기 어려웠기에 궁금한 지점이었다. 안 감독의 대답은 “익숙한 편”이었다. 인터넷이 지금과 같은 환경이 아니었던, PC 통신 시절부터를 모두 알고 있었던 안국진 감독은 영화 초반 인터넷의 역사를 보여준다.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던 시기, 인터넷을 사용하면 전화를 쓸 수 없었던 그 시절은 지금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생소할 수 있겠지만, 그 시초는 바로 천리안, 나우누리 등으로 대표되는 PC 통신망이었다.

# 진실과 거짓

진실과 거짓은 <댓글부대>를 대표하는 두 단어다. 영화는 실제 화면과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장면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완전한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짜 같다’는 말처럼 실제와 가상을 섞어 연출함으로써 관객들은 영화 속 이야기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돈을 겪는다. 하지만 그 의심은 영화에 더 깊숙이 빠져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 역시 안국진 감독의 연출 의도에서 비롯됐다. 그는 “그런 ‘혼돈’이 바로 이 영화의 전체 콘셉트다”라고 말했다. 여담으로 영화 초반 등장하는 아이디 ‘앙마’는 실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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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하나의 결말

<댓글부대>의 결말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다양한 해석을 하고 영화는 또 다른 이야깃거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영화의 결말은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을까. 혹은 여러 결말을 두고 고민한 것은 아닐까. 안국진 감독의 대답은 “처음부터 단 하나의 결말이었다”였다.

“처음부터 하나였다. 사실 엔딩이 통쾌하다, 씁쓸하다는 표현으로는 어렵다. 코믹하기도 하고, 무섭다가 오히려 현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해석에 따라 느껴지는 결말이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작품 속 대기업 '만전'의 전 직원인 제보자X(김규백)의 말이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와 임상진은 진짜 누구인가이다. 멀리 가면 임상진이 진짜 기자인지 의심할 수도 있다.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